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691 - Capítulo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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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낯선 얼굴이었다.도경진으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여인이었다.그 자리에서 정체를 들킨 여인은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그대로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도경진은 옷소매를 쥔 채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누가 시켜서 단비 행세를 하며 나를 기만한 것인지 밝히지 않겠다면, 당장 관아로 끌고 갈 것이다."그는 비록 글을 읽는 선비이나 사내였다.여인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자, 그녀는 옴짝달싹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방금 그 여인의 입에서 그 말이 튀어나왔을 때, 그는 정말 누군가 가슴을 난도질하는 것 같았다.정말 강유영이 자신더러 다른 여인과 혼인하라고 명한 줄로만 알았다.하지만 정신을 차리자마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그와 강유영은 지금 어디까지나 벗일 뿐이었다.강유영은 성정이 조용하고 사려가 깊어 남의 일에 함부로 참견할 사람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의 혼사에 끼어들어 이 여자와 혼인하라 마라 할 리가 없었다.더군다나 조사예는 어릴 적부터 강유영을 괴롭혀온 이가 아니었던가. 그런 그녀를 위해 강유영이 나설 리 없었다.그는 이 일에 뭔가 숨겨진 곡절이 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차라리 강유영이 진정으로 그의 혼사에 참견해 주었더라면 오히려 기뻤을지도 모른다.최소한 그녀가 그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다."저, 사예 아씨께서 시키신 일입니다…."여인이 덜덜 떨며 자백했다.도경진은 조사예의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치를 떨며 혐오감을 드러냈다.여인은 그가 방심한 틈을 타 팔을 거칠게 뿌리치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눈 깜짝할 사이에 진국공부 대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도경진은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묵묵히 바라볼 뿐 쫓아가지 않았다.아니, 뭔가 이상했다.정말 조사예가 보낸 사람이라면, 이미 정체를 들킨 마당에 혼비백산하여 줄행랑을 칠 이유가 없었다.이것은 그 여인이 애초에 조사예의 사람이 아니라는 방증이었다.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수작이란 말인가?아마도 조연화의 짓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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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강유영의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조원철의 손끝이 닿자마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 손을 빼냈다."어휴, 얼른 가세요!"강유영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어찌 된 일인지 어머니가 오늘 갑자기 사람들을 풀어서 제 발을 묶어두고 문밖에도 못 나가게 하십니다. 이 상황에 오라버니가 여기 온 걸 어머니 사람들이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제발 돌아가십시오...."한씨에게 발이 묶인 것보다 두려운 것은 조원철과의 사이가 들통나는 일이었다.그녀는 조원철을 밖으로 떠밀려 애썼으나, 밤눈이 어두워 그의 얼굴에 번진 웃음기는 보지 못했다."이미 들어왔는데 지금 나가본들 무슨 소용이겠느냐. 차라리 안 나가고 말지."조원철은 그녀의 뜻대로 움직여주기는커녕 오히려 방안을 향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사실 밖에서 지키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눈치채고 있었고, 안으로 들어올 때 이미 부하들을 시켜 감시하는 자들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려놓은 터였다.그저 애가 타서 동동 구르는 그녀의 모습이 제법 귀여워 조금 골려주고 싶었다."안 됩니다."강유영은 그의 앞을 가로막고는 기를 쓰고 밖으로 밀어냈다."그냥 저한테 물건을 가지러 왔거나 볼일이 있어서 들렀다고 하세요. 아무 핑계나 대고 제발 좀 가주십시오. 제발...."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당장이라도 문을 닫아걸고 빗장을 쳐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사실 아예 문을 굳게 닫아걸고 들여보내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하지만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 도리어 남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낭패였다.결국 문 뒤에 숨어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자초지종을 털어놓고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었다."난 가기 싫은데. 오늘 밤은 너랑 같이 잠들고 싶구나."조원철은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가 버티고 서니 그녀의 힘으로는 도저히 밀어낼 수가 없었다. 마치 거대한 성벽을 밀고 있는 기분이었다.급기야 다급함과 억울함이 북받친 강유영은 주먹을 쥐고 그의 가슴팍을 내리쳤다."빨리 가시라니까요...."서러움에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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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조원철은 시선을 내리깐 채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강유영은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자신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쑥스러워 괜히 움츠러들었다."말 좀 해보십시오!"제 발이 저린 그녀는 괜스레 그를 다그쳤다."그리 급하느냐?"조원철의 목소리에는 짓궂은 농담이라도 던지는 듯한 은근한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안 데려가실 거면 됐습니다."얼굴이 화끈거린 강유영은 휑하니 몸을 돌려버렸다.사내의 말에는 묘한 여운이 담겨 있었다.진 낭자를 찾으러 가는 걸 서두른다는 뜻처럼 들리기도 하고, 마치 자신이 그와의 애정 행각을 서두른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다.방금 자신이 한 짓을 떠올리니 솔직히 너무 대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등을 돌려 선 그녀는 부끄러움과 조급함이 얽혀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내가 언제 안 데려간다고 했느냐?"조원철은 덥석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강유영은 깜짝 놀라 그를 돌아보았다."그럼 저 데리고 나가시는 겁니까?"어스름한 불빛이 그녀의 맑고 하얀 얼굴 위에 얇은 광채를 드리웠다. 까만 눈동자에는 촉촉한 물기가 서려 있었다."이렇게 쉽게 놀라서는."조원철이 가볍게 그녀의 이마를 툭 쳤다."저는 지금 급하단 말입니다."강유영은 매몰차게 그의 손을 쳐냈다.진 낭자라는 단서마저 끊어질까 봐 애가 타 죽겠는데, 이 사내는 이 판국에 장난을 칠 여유가 있었다."가자."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이끌고 후미진 담장 쪽으로 향했다.저번처럼 그가 먼저 담벼락 위로 올라간 뒤,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끌어안아 올렸다.두 사람은 그렇게 소리없이 쪽문을 통해 진국공부를 빠져나왔다.강유영은 쪽문을 뒤돌아보며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무사히 빠져나오긴 했다."어머니가 갑자기 문간에 사람들을 배치해 두고 저를 못 나가게 한 거 말입니다... 설마 제가 손씨의 뒤를 밟게 한 걸 눈치챈 걸까요?"그녀는 조원철의 어렴풋한 옆얼굴을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한씨가 왜 갑자기 그런 유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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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보아하니, 이 일에 조사예도 참여한 모양이었다. 조사예는 아직도 도경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했다."조사예와 조연화, 그 두 사람 참 기가 막히네요. 제 이름을 팔아 도경진에게 그런 헛소리를 전하다니요. 제가 도경진의 부모도 아닌데 무슨 자격으로 그의 혼사에 이래라저래라 하겠습니까? 백번 양보해 제가 진짜 그런 말을 했다 한들, 도경진이 제 말을 듣기라도 한답니까? 대체 무슨 속셈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건지 몰라도, 정말 어이가 없네요."조원철은 그녀의 푸념을 들으며 기분 좋은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어머니가 네 처소 문간에 사람을 풀어 널 못 나점포 가둔 일과, 방금 그 일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느냐?""아, 알겠습니다!"강유영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그 사람들은 제가 도경진과 만나 거짓말이 들통낼까 봐 두려웠던 거군요. 어떻게든 짧은 시일 내에 도경진이 그 혼사를 승낙하게 옭아맬 속셈이었던 거죠.""그렇다."조원철은 대견하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강유영은 입을 다물었지만, 속으로는 심란했다. 손씨가 죽은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조연화 무리까지 나서서 사람 속을 뒤집어 놓으니 짜증도 치밀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내일 내가 조연화에게 따져 묻겠다."조원철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닙니다. 오라버니가 나서지 마십시오. 제가 직접 해결하고 싶습니다."강유영은 단호히 거절했다.매번 그에게만 기댈 수는 없었다. 그 역시 평생 그녀를 보호해 줄 수는 없었다. 그가 곁에서 가르침을 줄 수 있을 때 조연화 무리를 상대로 대처하는 법을 익혀두고 싶었다. 훗날 언젠가 이곳을 떠나 홀로 서게 될 날이 오더라도,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처세술이 필요했다."그것도 좋지."조원철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보폭이 유난히 넓고 걸음도 빨랐다. 평소 같으면 강유영은 그의 걸음을 따라가기 버거웠을 테지만, 오늘은 달랐다. 진 낭자를 서둘러 만나야 한다는 다급함에 그녀는 거의 종종걸음으로 뛰다시피 하며 그를 바짝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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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그렇군요." 강유영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되물었다. "진 낭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겁니까?""그렇소." 맹씨의 어조는 단호했다."진 낭자가 만든 연지가 손에 익어서요." 강유영은 재빨리 핑곗거리를 댔다. "혹시 고향이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미안하지만, 아씨. 나는 새로 온 사람이라 이전 점주인 진 낭자와는 친분이 없다오."맹 점주가 답했다."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여기서 더 캐물었다가는 맹씨의 의심을 사서 도리어 화를 부를 수도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낙담했다. 역시나, 상대는 손씨를 제거한 뒤 진 낭자 또한 가만두지 않았다. 맹씨는 진 낭자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진 낭자가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등 뒤로 문이 닫혔다. 강유영은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올 때 내뿜던 활기는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어찌 되었느냐?" 조원철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자연스레 손을 잡으며 물었다.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강유영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조원철을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진 낭자는 없었습니다. 맹씨라는 새 점주가 왔는데, 진 낭자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나중에 사람을 시켜 알아보마." 조원철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됐습니다." 강유영은 고개를 저었다. "오라버니 일이나 신경 쓰십시오. 이런 일은 나중이라도 어떻게든 단서가 잡힐 겁니다."조정에 몸담은 그의 처지는 겉보기처럼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알게 모르게 적이 얼마나 많을지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그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당장 이 일은 단서가 모조리 끊어진 상태였다. 사람을 더 풀어본들 헛수고일 뿐이었다."걸을 힘이 없느냐?" 조원철이 화제를 돌려 물었다.강유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진 낭자가 사라진 탓에 맥이 빠진 것은 사실이었다. 방금 전 거의 달리다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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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입을 연 이는 나이가 좀 더 지긋한 시녀였다."지금 아씨를 가두기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감히 묻건대 저희 아씨께서 무슨 잘못을 저지르셨기에 처소에 갇혀야 한단 말입니까?"서유는 미간을 찌푸리며 따졌다."그건 저희가 알 바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명을 받들 뿐이니, 유영 아씨께서는 처소로 돌아가시고 더 이상 저희를 난처하게 만들지 마십시오."나이 든 시녀는 싸늘한 얼굴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서유야, 입씨름할 것 없다."강유영은 잠시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문을 열고 나설 때부터 한씨의 사람들이 버티고 있다면 어찌 대처할지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한씨는 더 이상 두려운 대상이 아니었다. 그녀 손에도 한씨의 약점이 있었다.서유는 픽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두 시녀를 노려보며 손가락 관절을 꺾어 우두둑 소리를 냈다."비켜라. 험한 꼴 당하기 전에.""우린 국공 부인께서 보내신 사람들이다. 어찌 감히...."두 시녀는 단번에 안색이 변했다.서유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한 걸음 다가가 두 사람을 각각 움켜잡고는 가볍게 밀쳐냈다. 두 사람은 저만치 밀려나 비틀거리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국공 부인께서 유영 아씨는 처소를 나설 수 없다고 명하셨거늘, 네가 감히!"두 시녀는 버둥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소리쳤다."다시 덤비면,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서유는 으름장을 놓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두 시녀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넘어진 충격이 크진 않았으나 바닥에 부딪힌 엉덩이가 얼얼했다. 강유영을 모시는 서유는 참으로 힘이 장사였다."아씨, 길을 막던 개들은 치웠습니다. 이제 어디로 모실까요?"서유는 고개를 돌려 강유영을 보았다."본채로 간다."강유영은 차분한 눈빛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걸음을 옮겼다.두 시녀는 시선을 교환하더니 동시에 몸을 일으켰다."너희 둘, 쪼르르 달려가 일러바칠 셈이지?"서유는 걷다 말고 고개를 돌리며 쏘아붙였다.두 시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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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강유영은 방 안으로 들어서고도 인사를 올리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갈 뿐이었다.그녀는 평소 조원철이 이처럼 서늘한 무표정으로 사람을 겁먹게 하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당장 나가지 못할까!"한씨는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감히 양녀 주제에 날뛰는 꼴이 우습기도 했다. 금족령을 내렸거늘 처소를 빠져나온 것도 모자라, 제 발로 찾아와 도발을 하다니! 제 명을 재촉하는 꼴이었다!"저도 아직 아침 전입니다." 강유영은 탁자 곁으로 다가가 상 위를 내려다보았다. "어머니께선 뭘 드시나 궁금하여 왔습니다."한씨는 두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쳐다보았으나, 순간 어이가 없어 아무 반응도 하지 못했다.강유영은 어려서부터 늘 기가 죽어 어른들 앞에서는 고개조차 들지 못하던 아이였다. 얼마 전 단검을 들이밀며 조연화의 목숨으로 협박했던 일 또한 벼랑 끝에 몰려 튀어나온 발악일 뿐이라 여겼다.그녀가 감히 자신의 앞에서 이토록 방자하게 굴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대체 무엇을 믿고 이리 오만하게 구는 걸까?"팔진재의 다과로군요."강유영은 새하얀 사기접시에서 매화고 하나를 집어 들더니 한 입 베어 물었다."네년이 정녕 실성이라도 한 게냐!" 한씨는 그녀를 쏘아보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여봐라!""어머니, 사람을 부르실 것 없습니다. 제가 앞으로 할 이야기는 듣는 귀가 많아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물론, 어머니께서 개의치 않으신다면 저야 더더욱 상관없습니다."강유영은 그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탁자 위의 우유를 잔에 따랐다.한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금 한 말은 대체 무슨 뜻일까? 무언가를 눈치채기라도 하고 찾아와 협박이라도 하려는 걸까?강유영은 여유롭게 우유를 몇 모금 축이고는 잔을 내려놓고 매화고를 마저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문가에서 당장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풍씨 어멈과 본채의 시녀들을 스윽 훑어보았다.그녀는 옅은 미소를 띠며 한씨에게 물었다."어머니,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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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강유영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한씨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다.이 일이 탄로 난다면 조씨 노부인은 말할 것도 없고, 평소 안채 일에 관여하지 않던 진국공조차 그녀를 용서치 않을 것이다. 한씨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이 년 전 팔 월 초, 추석 장을 보며 등불과…."강유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입 닥치거라!" 한씨가 벌떡 일어섰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였다. "난 네년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지 도통 모르겠구나."이 지경에 이르러서도 한씨는 자신의 소행을 인정하지 않았다.단번에 시인했다가는 진국공부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진국공이 내치지 않는다 해도 그저 가문의 체면을 위한 타협일 뿐, 아무도 그녀를 사람 취급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어머니께서 알아듣지 못하셔도 상관없습니다." 강유영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입안의 매화고를 삼킨 뒤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할머니께서 아시면 되니까요. 듣자 하니, 할머니께서는 안살림을 넘겨받으신 뒤로 어머니께서 장방에 남겨둔 장부들을 줄곧 조사하고 계시다지요. 안타깝게도 위조된 것들이라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영명하신 분이니, 제가 슬쩍 귀띔만 해드려도 내막을 단번에 알아차리실 겁니다."한씨가 조급해할수록 찔리는 구석이 많다는 증거였다.사실 강유영은 조씨 노부인도 한씨가 장부에 손을 대고 집안의 은자를 횡령한 것을 대략 눈치채고 있을 것이다. 그저 물증이 없어 속만 끓이고 있을 뿐이었다.한씨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장방의 장부가 위조되었다는 사실까지 꿰뚫어 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대체 어떻게 알아낸 걸까."원하는 게 무엇이냐."한씨는 눈앞의 양녀를 마치 낯선 이라도 되는 양 쏘아보았다. 생김새는 분명 그대로였으나 눈빛과 어투, 태연하게 앉아 있는 자태 어디에도 예전의 소심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찰나의 순간이나마 귀신에 씌인 것은 아닌지 착각이 일 정도였다."원하는 건 없습니다." 강유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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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강유영은 문지방을 넘어 서유를 데리고 여유롭게 자리를 떴다.방 안에는 한씨 홀로 남았다.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반쯤 남은 아침상과 텅 빈 문가를 번갈아 보았다.문밖에서 비쳐 드는 햇살이 유난히 눈부셨다. 방 안에는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으나, 등골이 서늘했다.강유영이 언제 저리 독해진 것인지, 무슨 수로 장부 일까지 캐낸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이대로라면 앞으로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도리어 휘둘리게 될 판이었다."요망한 것!"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오른 한씨는 탁자 위의 그릇을 집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쨍그랑하는 파열음과 함께 백자 그릇이 산산조각 났다.풍씨 어멈이 소란을 듣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왔다."부인, 방금 강유영이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이게 다 무슨 일이랍니까."풍씨 어멈은 다급히 묻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한씨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국공 부인은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이었다. 웬만한 일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분이 저리 떠는 것을 보니, 필시 큰일이 벌어진 것이 분명했다.한씨는 뒷걸음질을 치다 의자에 부딪혀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의 안색이 창백했다."부인,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풍씨 어멈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한씨는 숨을 고르더니 손을 내저었다."가서, 요월원 문 앞을 지키는 자들을 물리거라. 앞으로 강유영의 출입에 관여할 것 없다.""예."풍씨 어멈은 대답을 하면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덧붙였다."사람을 들여 모시게 할까요.""됐다." 한씨는 고개를 저었다. "혼자 있고 싶구나."풍씨 어멈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갔다."잠깐."한씨가 불쑥 그녀를 불러세웠다."부인, 더 하명하실 일이 있으신지요.""연화에게 사람을 보내 일러두거라. 앞으론 강유영을 건드리지 말라고."풍씨 어멈은 멈칫했으나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예. 그럼 요월원에서 사람들을 먼저 거둔 뒤, 셋째 아씨께 전하겠습니다."기이한 일이었다. 조연화가 강유영을 괴롭힌 것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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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이번에는 서유가 대답했다."말린 과일은? 사탕은?"강유영은 내심 아쉬워하며 몇 가지를 더 물었다."그것도 다 있습니다."단비는 소리 내어 웃었다."오라버니는 어째서 죄다 사다 놓은 것이야? 내가 뭘 좀 사려 해도 살 수가 없잖아."강유영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터뜨렸다."아씨, 연등을 몇 개 사시지요. 서화나 춘련(春聯: 새해를 맞이할 때 붙이는 장식) 같은 것도요."단비가 이어서 덧붙였다."세자께서 아씨 마음에 드는 것으로 직접 고르라 하셨습니다.""그건 좀 낫네."그제야 강유영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명절을 맞아, 그녀는 마음에 드는 연등과 춘련을 직접 골라 마당에 달아두고 싶었다. 보기에 기분도 좋을 터였다.주종 세 사람은 한바탕 물건을 사들였다. 단비와 서유의 손에는 물건이 한가득 들려 있었고, 세 사람은 양손 무겁게 돌아왔다.이튿날은 섣달그믐이었다.오전, 강유영은 단비 일행과 함께 마당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새 춘련과 도부를 붙였다."다 되었다. 단비야, 화로를 내오너라. 음식 몇 가지를 준비해야겠다."오씨 어멈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단비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떴다."벌써부터 저녁 준비를 하는 겁니까?"강유영은 무심코 오씨 어멈에게 물었다."화로는 아궁이와 달라 불이 더디게 오르니, 일찌감치 서둘러야 합니다."오씨 어멈은 웃으며 대답했다.강유영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서유는 채소를 들고 왔다.주종 네 사람은 마당 처마 밑에서 분주히 움직였다.강유영은 이제 제법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져 일손을 보탤 수 있었다.하지만 오씨 어멈 일행은 그녀에게 좀처럼 일을 시키려 하지 않았다."유영 아씨."이때, 정원 문간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마당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서유는 몸을 일으켜 문가를 살피더니 강유영을 향해 말했다."노부인 곁에 있는 화씨 어멈의 목소리 같습니다.""들어오라 하렴."강유영 역시 목소리를 알아듣고는 손을 씻고 반듯하게 섰다."물건들을 치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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