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01 - Capítulo 710

852 Capítulos

제701화

한씨 또한 그랬다. 그날 얼굴을 붉힌 이후로, 그녀가 이토록 상냥하게 말을 건넨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저 웃는 낯이 가식이라는 것쯤은 강유영도 잘 알았다. 하지만 차라리 이러는 게 한결 보기 좋았고, 속이 시원했다.조연화는 고개를 돌려 한씨를 살폈다.어머니가 왜 갑자기 강유영에게 저리 살갑게 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사람까지 보내 강유영을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다.어머니는 당당한 진국공 부인이고, 자신은 머지않아 강왕비가 될 몸이었다. 대체 왜 저깟 양녀 따위를 겁내며 쩔쩔매는지 알 수가 없었다."음식이 다 나왔습니다. 어머니, 이제 수저를 드시지요."진국공이 상석에 앉은 조씨 노부인을 향해 말했다."이제 먹자꾸나."조씨 노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었다.노부인이 먼저 첫 술을 뜨자, 그제야 모두가 따라서 수저를 쥐었다.강유영은 제 앞의 음식만 응시한 채 대충 몇 점 집어 천천히 입에 넣었다. 머릿속으로는 이따가 무슨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떠날지 생각 중이었다.조연화는 몇 입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줄곧 강유영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천한 양녀가 느긋하게 밥을 삼키는 꼴이, 제법 여유까지 부리는 듯하여 못마땅하기 짝이 없었다. 볼수록 부아가 치민 그녀는 아예 젓가락을 탁 내려놓았다."왜 안 먹느냐."한씨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 말에 강유영도 고개를 들고 조연화를 쳐다보았다."저기 양고기가 너무 멀어서 말이야. 네가 한 점 집어주렴."조연화는 턱을 꼿꼿이 치켜들며 강유영에게 지시했다.강유영은 순간 멈칫했다.웃는 듯 마는 듯, 묘하게 조롱기가 섞인 조연화의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다분히 고의적이었다.순간,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두 사람을 번갈아보았다. 강유영은 입안의 음식을 삼키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곁에 놓인 공용 젓가락을 들어 구운 양고기 한 점을 조연화의 앞 접시에 놓아주었다.젓가락 한 번 까딱하는 일쯤은 대수롭지 않았다. 굳이 조연화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
Ler mais

제702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조씨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그만들 하거라. 유영이 네가 언니 아니더냐. 연화에게 조금 양보하렴.""일전에 아버지께서 저와 연화 아씨 중 누가 언니이고 누가 동생인지 알 수 없다 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가 꼭 언니라는 법은 없지요. 게다가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이치에 어긋나는 행동까지 무조건 용인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아버지 생각은 어떠신지요?"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차석에 앉은 진국공을 바라보았다."연화야, 먹고 싶은 게 있거든 시종을 시켜 집어 달라고 하면 될 일 아니냐."진국공은 조연화가 굳이 이렇게까지 유난을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평소 강유영에게 별 관심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구박할 생각도 없었다. 그에게 강유영은 그저 대충 키워서 시집이나 보내면 그만인, 아무래도 상관없는 양녀에 불과했다."강유영, 이쪽으로 와서 내 식사 수발을 들어."조연화는 도리어 식탁에 젓가락을 탁 내리치며 고집을 부렸다. 그녀의 시선은 오직 강유영에게만 꽂혀 있었다.남들이 어찌 보든 상관없었다. 오늘 기필코 강유영에게 모욕을 주고야 말 작정이었다.해가 바뀌면 그녀는 강왕부에 시집가 강왕비가 될 몸이었다.이 집안에서는 아버지는 물론이고 할머니조차 이제 그녀를 예전처럼 대하지 못했다.강왕이 비록 변변치 못하다 한들, 어찌 되었든 그는 엄연한 황족이었다.게다가 황제께서도 강왕과의 형제 우애를 각별히 여긴다고 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는 어엿한 왕비가 될 고귀한 신분이었다.훗날 친정에 오면 할머니조차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할 터, 한낱 강유영 따위를 안중에 둘 리가 없었다.조원철은 그저 말없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표정 하나 없는 그의 얼굴은 마치 이 일이 자신과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듯 무심했다.강유영은 그녀를 한 번 쓱 훑어볼 뿐, 아무 대꾸 없이 그저 픽 하고 실소를 흘렸다.그 짧은 비웃음은 조연화의 부아를 더욱 돋우었다."강유영, 똑바로 생각하는 게 좋을 거다. 나는 이
Ler mais

제703화

조연화는 맞은편에서 줄곧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밥만 먹고 있는 강유영을 쏘아보았다. 볼수록 얄미워 견딜 수가 없었다.강왕 같은 구역질 나는 늙은이에게 시집가게 되어 억울해 죽을 지경인데, 어째서 한낱 양녀 따위에게 함부로 굴 수 없단 말인가."부모 가르침을 받지 못한 티를 내는구나. 어른들께 식사를 권할 생각도 없이 제 입에 쑤셔 넣기 바쁘니 말이다."조연화는 기어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코웃음을 치며 노골적으로 빈정거렸다.강유영은 고개를 들어 조연화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뭘 웃어?"웃는 모습을 보자 조연화는 더욱 부아가 치밀었다."아씨 말도 맞네요."강유영은 한씨를 바라보며 뼈 있는 말투로 말했다."저처럼 어려서 부모 가르침을 못 받고 자란 사람이 어찌 아씨와 비교하겠어요. 어머니께선 아씨에게 뭐든 가르쳐 주졌을 테죠. 특히 장부 셈하는 솜씨 하나는 아주 잘 배웠을 텐데, 안 그렇습니까?"한씨에게 조연화를 단속하지 않으면 집안 은자를 빼돌린 일을 폭로하겠다는 무언의 경고였다. 동시에 조연화를 향한 조롱이기도 했다. 조연화는 금지옥엽으로 자란 탓에 한씨가 쓴소리 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고, 그 때문에 살림이나 장부 보는 솜씨는 형편없었다. 지금 당장 견주어 보아도 조연화의 셈 실력은 강유영만 못할 것이다."강유영, 너!"조연화가 다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짝!다음 순간, 한씨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조연화의 뺨을 올려붙였다. 날카로운 마찰음이 대청에 울려 퍼졌다.조연화의 입에서 튀어나오려던 말이 뚝 끊겼다.그녀는 뺨을 감싸 쥔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커다랗게 뜨고 한씨를 쳐다보았다.식탁에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모두 한씨에게 쏠렸다.진국공은 미간을 찌푸렸다.너무도 기이한 일이었다.강유영이든 한씨든 모두 평소와 너무 달랐다.강유영은 저리 대담하게 군 적이 없었고, 한씨 또한 강유영을 저리 감싸고돈 적이 없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진국공은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세 사람
Ler mais

제704화

시종일관 강유영은 조연화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조연화가 매를 맞든 말든 자신과는 아무 상관 없다는 태도였다.이는 조원철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당장 저만치 앉은 조원철 역시 아무 말 없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었다.조연화는 기어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음을 터뜨리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문이 거칠게 닫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식사들 하지. 괘념치 말거라. 시집갈 때가 다 되었는데도 저리 속을 썩이는구나."한씨가 젓가락을 들며 사람들에게 권했다."출가하기 전에 좀 기를 꺾어놓을 필요는 있지."조씨 노부인은 그제야 입을 열더니 강유영을 바라보았다."허나, 유영이 너도 그리 면박을 주어선 안 된다. 연화는 어찌 되었든 왕비가 될 몸 아니더냐. 오늘이야 수발을 들지 않아도, 훗날 저 아이가 왕비 자리에 오르면 넌 꼼짝없이 수발을 들어야 할 게다. 그러니 차라리 지금 비위를 맞춰두는 편이 나아. 그래야 나중에 널 들볶지 않을 게 아니냐."노부인은 짐짓 점잔을 빼며 강유영을 훈계했다."저는 요기를 마쳤습니다.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천천히들 드시지요."강유영은 수건으로 입가를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예를 표했다. 그러고는 그들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곧장 몸을 돌려 대청을 나섰다."쯧, 하나같이 다들 왜 저 모양인지."조씨 노부인 역시 심기가 상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더 먹어서 무엇하겠느냐? 다들 물러가거라."누군가 만류하며 달래주기를 바라고 내뱉은 홧김의 소리였다.하지만 한씨는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 즉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그럼 어머니 모셔다 드리는 일은 아랫것들에게 맡기겠습니다. 저는 연화에게 가보아야겠습니다."서둘러 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다. 눈치 없는 딸이 얄밉기는 해도, 어찌 되었든 제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모른 척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한씨마저 자리를 털고 일어서니 더는 식사를 이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믐날 밤의 연회는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요월원으로 돌아온 강유영은 오
Ler mais

제705화

조원철의 손바닥 위에는 자그마한 금자물쇠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둥그스름한 해당화 모양의 자물쇠는 얇으면서도 단단했다. 매끄럽게 세공된 테두리 안쪽으로는 동백꽃이 옅게 양각되어 꽃잎 결이 도드라져 있었다.강유영은 떨리는 손으로 그 금자물쇠를 집어 들었다.뒷면에는 과연 영원 평안이라는 네 글자가 수려하게 새겨져 있었다.그 아래로는 붉은 마노 구슬이 매달려 가볍게 흔들렸다."네 것이 맞느냐?"조원철이 물었다."예."눈시울이 붉어진 강유영은 금자물쇠를 가슴팍에 꼭 품었다.이 금자물쇠는 오씨 어멈이 강유영을 위해 몰래 간직해 오던 물건이었다.오씨 어멈의 말에 따르면, 강유영이 갓난아기였을 때 강보 속에 함께 들어 있었다고 했다.한씨는 강유영에게 도통 관심이 없었기에 강보를 들춰본 적조차 없었고, 자연히 이 물건의 존재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 이 금자물쇠는 강유영의 친부모가 남겨준 유품일 가능성이 컸다.그 시절 오씨 어멈이 이 금자물쇠를 숨겨둔 것도, 한씨가 강유영을 자식처럼 여기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이었다.아이가 가여워, 훗날 다 크고 나면 건네줄 요량이었다.그렇게 강유영이 다섯 살이 되던 해까지 시간이 흘렀다.당시 오씨 어멈을 빼고는 아무도 강유영을 신경 쓰지 않았다. 한씨는 남들 앞에서만 살뜰히 챙기는 척했을 뿐, 뒤돌아서면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도 입지도 못한 탓에 늘 병치레를 달고 살았다.하루는 한씨가 강유영을 데리고 외출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어딜 다녀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강유영은 너무 어려 자초지종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오씨 어멈이 아는 것이라곤 아이가 무언가에 단단히 놀랐다는 것뿐이었다. 민간요법을 총동원해 놀란 아이를 달래보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아이를 안고 백방으로 의원과 약방을 수소문한 끝에, 마음씨 좋은 점쟁이를 만나 부적을 태우고서야 겨우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점쟁이는 어린아이는 혼백이 불안정하니, 금붙이를 몸에 지니고 있어야 기운을 누를 수 있다고 일러주었다.이에 오씨
Ler mais

제706화

보석함이 바닥에 떨어지며 온갖 장신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그녀는 당황했다. 단 하나라도 부서졌다면 그녀의 목숨을 내놓아도 부족할 것이다.골목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추위에 손이 얼어붙을 듯 아려왔지만, 바닥을 더듬는 수밖에 없었다. 강유영은 바닥에 바짝 엎드려 떨어진 것이 없는지 살폈다.얼마나 찾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무릎과 손이 찢어질 듯 아팠고, 눈물만 하염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그 시절의 그녀는 너무도 겁이 많아, 이런 일에 부딪히면 어찌할 바를 몰라 벌벌 떨기만 했다.가장 막막했던 그 순간, 등 뒤에서 홀연히 한 줄기 빛이 스며들었다.강유영이 고개를 돌리자, 눈물 어린 시야 너머로 등불을 든 누군가가 골목 어귀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그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왔다."오라버니…."강유영은 단박에 상대를 알아보았다.조원철이었다.그해 그의 나이 열다섯, 이목구비는 이미 서늘하고 반듯한 태를 갖추고 있었다.그가 그녀 앞에 섰다. 등불이 그의 반쪽 얼굴을 비추었으나, 어떠한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강유영은 눈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어쩔 줄 몰라 했다. 춥고 두려워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조원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등불을 든 채 허리를 숙여 흩어진 장신구들을 줍기 시작했다.이내 모든 장신구가 상자 안으로 거두어졌다."망가진 건 없나요?"강유영이 겨우 울음을 그치고 확인하려 했다."없다."조원철이 그녀의 손길을 제지했다.강유영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얼굴에 묻은 눈물을 닦아냈다.조원철은 자신의 겉옷을 벗어 그녀의 머리 위로 덮어주었다.크고 두툼한 겉옷이었다. 강유영의 기억 속 그 옷은 그의 체온을 고스란히 품고 있어, 덮어쓰는 순간 온몸이 따스해졌었다.조원철은 등불을 든 채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강유영은 멍하니 서서 그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몇 걸음 걷던 조원철이 그녀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돌려 불렀다."따라오거라."강유영은 그제야
Ler mais

제707화

"어디서 찾으신 겁니까?"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촉촉하게 빛나며 그를 바라보았다. 두 눈에는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그가 이 금자물쇠를 찾아 자신의 눈앞에 가져다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잃어버렸던 물건을 되찾은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마음껏 기뻐해 본 것이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른다."그 길에서 주웠다."조원철이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여 손에 쥔 금자물쇠를 내려다보았다."이 마노 구슬은 나중에 달아두신 겁니까?"찬찬히 뜯어보니 자물쇠는 예전보다 조금 낡아 보였다. 테두리가 한결 매끄럽고 둥그스름해진 것이, 누군가 손에 쥐고 늘 어루만진 듯했다."그래."조원철이 손을 뻗어 자물쇠를 건네받고는, 손짓으로 그녀를 가까이 불렀다.강유영은 순순히 두어 걸음 다가가 그의 앞에 섰다. 고개를 숙여 그가 금자물쇠를 목에 걸어주도록 가만히 내어주었다. 그가 장신구를 채워주는 것을 밀어내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조원철이 손을 거두며 한 걸음 물러섰다.강유영은 목에 걸린 금자물쇠를 내려다보고는, 소중히 옷깃 안으로 갈무리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우선 식사부터 하자."조원철이 탁자 앞에 앉았다.강유영은 맞은편에 앉아 그가 화로 위에 솥을 올리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혹시 그날 밤에 이 금자물쇠를 주우셨던 겁니까?"생각해 보면 당연했다. 그렇게 눈에 띄는 물건이 길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니, 날이 밝기 무섭게 누군가 주워 갔을 터였다.조원철은 지그시 눈을 들어 그녀를 한 번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눈빛만으로도 긍정의 의미라는 것을 강유영은 단박에 눈치챘다."그럼 어찌 진작 돌려주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얼마나 찾아 헤맸는데… 애가 타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강유영은 입을 삐죽이며 짐짓 볼멘소리를 냈다.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퍽 양심 없는 소리긴 했다. 하지만 야속한 건 사실이었다. 일찍 주웠으면 진작 돌려줄 것이지. 그 긴 세월을
Ler mais

제708화

창화를 오리는 솜씨는 오씨 어멈에게서 배운 것이었다.어릴 적, 그녀는 늘 오씨 어멈, 단비와 함께 설명절을 보냈다.오씨 어멈은 창호지를 퍽 잘 오렸다. 섣달그믐 밤을 새울 때면 딱히 할 일이 없어, 어멈은 그녀와 단비에게 종이 오리기를 가르쳐 주곤 했다.단비가 오린 창화도 제법 예뻤다.강유영은 가위를 쥔 채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소은경을 생각하고 있었다.가위질을 하던 중,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작은 비명을 질렀다."왜 그러느냐?"조원철이 무의식중에 다가와 그녀의 손을 살폈다."잘못 오렸습니다."강유영은 조금 속상한 얼굴로 말했다. 종이 오리기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것이 바로 한눈을 파는 일이었다.하지만 마음에 다른 이를 품었으면서 이토록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앞에 두고 어찌 딴생각을 안 할 수 있을까."무슨 생각을 그리하느냐?"조원철이 물었다."아무것도 아닙니다."강유영은 입을 꾹 다물고 마음을 다잡은 뒤, 다시 가위를 움직였다.이내 몇 장의 창화가 완성되었다.조원철은 곁에 서서 그녀가 오려낸 창화를 한 장씩 펼쳐 보았다.복자와 춘자를 새긴 것부터, 풍요를 기원하는 풍요 무늬까지 다양했다."이만하면 충분하겠지요?"강유영은 가위를 내려놓으며 손목을 털었다.오랜만에 가위질을 오래 했더니 손이 제법 뻐근했다.게다가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그가 돌아갈 때가 되었다. 작년에는 그와 함께 설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까지 같이 밤을 새울 리는 없었다."충분하다."조원철이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와서 붙이거라."대나무 채반 안에는 미리 준비된 풀이 있었다.강유영은 창화를 창문에 대고 자리를 가늠했다."비뚤어졌다. 내가 하마."조원철이 손을 뻗어 넘겨받았다.키가 훤칠한 그는 가볍게 팔을 뻗어 창화를 붙인 뒤 매끄럽게 펴 발랐다.강유영은 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뒤로 물러서서 제대로 붙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이 단번에 반듯하게 붙여놓았다."한 장 더 다오."조원철이 일렀다.강유영은 정신을 차리고 풀을 바른 창화
Ler mais

제709화

"내일 궁중 연회 준비는 다 되었느냐?"조원철이 물었다."가고 싶지 않습니다."강유영은 침상 가장자리에 걸터앉으며 답했다.조원철은 자연스럽게 몸을 숙여 그녀의 신발을 벗겨주며 물었다."왜지?""보는 눈이 너무 많으니까요." 강유영은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말했다. "저는 지금 경화 공주의 눈엣가시입니다. 저를 본다면 틀림없이 온갖 수를 써서 해코지하려 들 겁니다."조원철은 꽃신을 한쪽에 가지런히 놓고 몸을 바로 세웠다."공주가 너를 노리는데, 네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겠느냐?""물론 아니지요." 강유영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덜 마주치면, 그만큼 덜 당하지 않겠습니까?"애초에 시끌벅적한 자리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궁의 음식이 제아무리 진수성찬이라 한들, 고작 몇 입 먹겠다고 마음을 졸일 필요는 없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편도 아니니 저택에서 대충 끼니를 때우면 그만이었다."매사에 조심하고 서유를 데려가면 별일 없을 것이다." 조원철은 여전히 그녀가 가기를 바랐다. "청류를 시켜 안 보이는 곳에서 널 호위하게 하마.""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정 그러시다면 가지요. 조심하겠습니다."강유영은 침상 머리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다. 경화 공주가 벼르고 있는 이상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원철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스스로 부딪치며 담력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설날 아침.예년 같으면 한씨는 저택에 앉아 새해 인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을 맞이했을 터였다. 그러나 오늘은 평소와 달리, 아침 일찍 조 노부인에게 문안 인사만 올리고는 풍씨 어멈을 대동한 채 외출에 나섰다."부인, 정말 결심하신 겁니까?" 마차 안에서 풍씨 어멈이 거듭 만류했다. "경화 공주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변덕스러운 분입니다. 지금이야 뜻이 맞아 함께 일을 도모한다 쳐도, 훗날 갑자기 돌변하여 모든 걸 폭로해버리면 어쩌시렵니까. 그분이야 공주 신분이니 무사하겠지만, 부인께서는 어찌 감당
Ler mais

제710화

"수고했네."한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풍씨 어멈을 대동한 채 공주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대청 안, 경화 공주는 푹신한 흔들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었다. 얼굴은 얇은 면사포로 가렸으나, 그 너머로 흉터 자국이 어렴풋이 비쳤다. 길게 늘어뜨린 새하얀 치맛자락이 바닥까지 끌렸고, 곁에는 시녀 여럿이 둘러서서 그녀의 등과 다리를 주무르고 있었다.실내에는 짙은 향이 피어올랐고, 탁자 위에는 온갖 과일과 주전부리가 놓여 있었다. 사방은 명절 분위기에 맞춰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공주 전하를 뵙습니다."한씨가 다가가 예를 갖추었다.경화 공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진국공 부인께서 설날 아침부터 내 문을 두드리다니, 무슨 중한 일이라도 있는가?"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맴돌았다."전하께 새해 인사를 여쭈러 왔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옵소서." 한씨가 재차 예를 올렸다. "그 밖의 일은 그저 지나는 길에 말씀드릴 뿐이지요.""말해보게." 경화 공주가 다리를 쭉 폈다. "그대와 나 사이에 본디 이렇다 할 교류가 없었거늘. 날 찾아와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건지 호기심이 이는군.""가문의 그 양녀 탓이지요. 제 힘으로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되어서 말입니다." 한씨는 한껏 몸을 낮추며 굽신거렸다. "전하께서 부디 저 대신 그 아이의 버릇을 고쳐주셨으면 합니다."한씨는 말을 건네면서도 넌지시 경화 공주의 안색을 살폈다.공주가 어떤 성정인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녀와 일을 도모하는 것은 그야말로 호랑이 굴에 제 발로 찾아온 격이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마음이 급했고 벼랑 끝에 몰린 터라 우선 이럴 수밖에 없었다. 대신 증거를 남기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훗날 공주가 갑자기 돌변하더라도 잡아떼면 그만이었다."강유영을 말하는 겐가?"경화 공주의 눈앞에 강유영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느긋하게 대꾸했다."부인 입으로 방금 국공부의 양녀라 하지 않았는가. 진국공부 집안일인데 내가 어찌 관여한단 말인가."공주 역
Ler mais
ANTERIOR
1
...
6970717273
...
86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