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51 - Capítulo 760

852 Capítulos

제751화

"내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게냐?"조원철이 불쑥 입을 열었다.강유영은 깜짝 놀라 서둘러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저었다."아, 아닙니다.""엊그제 그리 서럽게 울더니, 정작 본인은 다 잊은 모양이지?"조원철은 가볍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강유영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설마 내가 이 사람 앞에서 울었다고?'그럼 해도 될 말 안 될 말을 다 쏟아낸 건 아닐까?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지?그녀는 무슨 말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 더 곤혹스러웠다.그저 억울하고 서러운 마음에 펑펑 울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그리고 그가 혼인하고 싶다 했던 말도 떠올랐다.설마, 그게 꿈이 아니었던 걸까."제가… 오라버니께 해선 안 될 말이라도 한 것입니까?"그녀는 입안의 닭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당황하여 물었다. 찔리는 마음에 눈빛이 흔들리며 차마 그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설마 이 사람한테 혼인해달라고 떼라도 쓴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그가 갑자기 혼인하고 싶다는 말을 할 리가 없었다."어떨 것 같으냐?"조원철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강유영은 당장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제가… 그때 열에 들떠 잠시 정신을 잃었었나 봅니다. 제가 무슨 허튼소리를 지껄였더라도 절대 노여워하지 마시고, 마음에 담아두지도 마십시오. 부디 괘념치 마시고…."그녀는 숟가락을 꽉 쥔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행여 또 말실수라도 할까 두려워 입조심을 했다.고열로 정신을 놓은 게 아니고서야, 어찌 감히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을 용기가 있겠는가."뭘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는 게냐?"조원철이 다시 물었다."그것이… 그러니까…."강유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자신이 헛소리를 한 것이니 신경 쓰지 말고 그가 한 약속 역시 없던 일로 하자는 말이었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내 울기만 하더구나."조원철이 불쑥 말했다."정말입니까?"그녀의 까만 눈동자가 일순 반짝이더니, 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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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소문이 나면 온갖 오명을 뒤집어쓰고 벼랑 끝에 몰릴 사람은 그녀뿐이었다.평소라면 감히 그에게 이런 어투로 입을 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마음이 다급해지니 저도 모르게 화를 내고 말았다. 막상 말을 내뱉고 나서도 딱히 후회되지는 않았다."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하마. 좀 더 먹거라."조원철이 그녀를 달랬다."배부릅니다."강유영은 그릇을 밀어내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외면했다.적당히 얼버무릴 수도 있었을 텐데, 굳이 어머니 앞에서 사실을 인정한 그의 속내를 알 길이 없었다."유영아."조원철이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뒤늦게 자신이 그에게 성질을 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흠칫했다.뻣뻣하게 굳었던 몸에 스르르 힘이 풀리며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녀에게는 그를 향해 언성을 높일 자격이 없었다."내 말이 미덥지 못한 게냐?"조원철은 예상과 달리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말투에는 잔잔한 서운함이 배어 있었다.강유영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저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아… 아닙니다."저 오만한 사내가 이렇게 서운한 내색을 비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끓어오르던 울화가 일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초여드렛날이 연화의 혼례일이다. 혼수 보탬으로 주도록 하거라."조원철은 정교하게 세공된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강유영이 상자를 받아 열어보았다.안에는 크기가 똑같은 둥글고 영롱한 진주 귀걸이 한 쌍이 들어 있었다. 티 하나 없이 맑고 뽀얀 빛깔이 도는 것이 보기 드문 귀한 물건이었다.조원철이 친누이인 연화를 얼마나 끔찍이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존재감 없는 양녀에 불과한 자신이 건넬 선물조차 이토록 귀한 것으로 준비해 주다니그녀는 귀걸이 한 짝을 꺼내어 만지작거렸다."마음에 드느냐?"조원철이 물었다."예."강유영은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귀걸이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진주 알이 너무 커서 장신구로 달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했다. 강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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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강유영은 그의 말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그래서 아예 고개를 푹 숙인 채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긴 속눈썹을 내리깐 채 자신의 손목만 빤히 내려다볼 뿐이었다.그가 주었던 팔찌는 서왕이 가져가 버렸다.그 후로 돌아오자마자 앓아눕는 바람에 되찾아올 기회가 없었다.오늘 분명 팔찌 얘기가 나올 것 같았다."서왕의 보살핌을 받으니 기분이 어떠하더냐?"조원철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말투는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제가 원해서 받은 게 아닙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더 푹 숙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녀석이 집어준 반찬을 남김없이 다 먹지 않았더냐. 널 대신해 술을 마셔줄 때도 거절하는 기색은 없던데."조원철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은근히 화가 난 듯 뼈가 있었다.본래 그는 과묵한 사내였다.처음 이 이야기를 꺼낼 때만 해도 가볍게 골려줄 요량이었으나, 강유영이 말대꾸를 하자 괜히 빈정이 상했다."그리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이었습니다. 명색이 황자이신데 제가 어찌 무안을 주겠습니까."강유영은 조심스레 변명했다.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럼 애초에 곁에 가까이 가지 말았어야지."조원철이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폐하께서 함께 앉으라 명하셨는데, 어찌 대놓고 싫은 티를 낼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오라버니도 그 자리에 계시지 않았습니까. 그리 싫으셨으면 그때 나서서 막아주시지 그러셨습니까…."강유영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꾸했지만,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속으로는 여전히 억울했다.진국공부의 존재감 없는 양녀에게 황제의 명을 거역할 명분이 있을 리가 없었다.그녀는 조원철이 아니었다. 황제 앞에서는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는 처지였다. 그 자리에서 어찌 거절해야 할지는 헤아려주지도 않고 그저 자신의 탓만 하는 그가 야속했다.말을 멈추고 눈치를 살폈지만, 조원철은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유영이 슬며시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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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강유영은 서유에게 신신당부했다.그 팔찌는 조원철이 준 것이니 반드시 되찾아야 했다. 언제 그가 이 일을 떠올리고 불호령을 내릴지 모를 일이었다. 팔찌를 돌려받아야만 후환이 없을 터였다.게다가 그 팔찌는 훌륭한 호신용 암기였으니, 언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었다."예, 아씨. 당장 다녀오겠습니다."서유가 예를 갖추고 물러났다.하지만 한 시진 남짓 지나 돌아온 서유는 빈손으로 돌아왔다."서왕 전하께서 워낙 귀한 물건이라 제게 맡기기 곤란하다고 하셨습니다. 다음에 아씨를 뵙게 되면 그때 직접 돌려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서유가 방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보고했다."터무니없는 소리."강유영은 참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쏘아붙였다.팔찌가 귀한 것이긴 하나, 서왕의 눈에 귀해 보일 리 없었다. 그저 장치가 교묘할 뿐이었다. 돌려주기 싫어서 얄팍한 핑계를 대는 것이 뻔했다.그녀는 미간을 좁혔다. 어찌 되었든 그녀의 물건이었다. 서왕의 손에 계속 두는 것은 여러모로 찜찜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돌려받아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떻게 꼬투리를 잡힐지도 모른다.*정월 초여드레, 조연화의 혼례날이었다.진국공부는 위아래로 등불을 달고 비단 장식을 엮어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잔치는 점심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정오 무렵이 되자 하객들이 속속 저택으로 들어섰다. 진국공부의 정원은 화려하게 차려입은 하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강유영은 적당히 시간을 가늠하여 정원으로 향했다.소매 안에는 조원철이 골라준 조연화에게 선물할 귀걸이가 들어 있었다.이맘때쯤이면 조연화도 신부 단장을 마쳤을 터였다. 점심 연회가 끝나면 곧장 가마를 타고 강왕부로 떠날 예정이었다.그녀는 해의 위치를 슬쩍 살피고는 걸음을 늦췄다.조연화의 처소에 가봐야 선물을 건네는 것 외에는 딱히 나눌 말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자마자 돌아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선물을 건네고 연회가 시작될 무렵에 맞춰 도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야 그들과 억지로 실랑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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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서왕에게 팔찌를 내놓으라 윽박지를 수는 없었다. 행여 이상한 헛소문이라도 돌면 큰일이었다.그렇다고 인적이 드문 으슥한 곳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난감했다.조원철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는 날에는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다.강유영은 고민 끝에 정원의 회랑을 떠올렸다.그 회랑을 따라 걸으면 조연화의 처소에 당도할 수 있었다.하객은 적지만 하인들이 수시로 오가는 길목이라 그리 으슥한 곳도 아니었다.조원철이 보더라도 오해를 살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그녀는 마음을 정하고 서준을 회랑 쪽으로 이끌었다."왜 아무 말이 없느냐."서준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물었다."제 팔찌를 돌려주십시오."강유영은 그와 제법 안면을 튼 사이라 딱히 그를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녀는 대뜸 본론부터 꺼내며 그의 손목에 걸린 팔찌에 시선을 고정했다."네 팔찌라니? 이게 어째서 네 것이지? 네 이름이라도 적혀 있느냐?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데."서준은 손을 들어 올려 손목의 옥팔찌를 살피는 시늉을 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짓궂게 웃으며 그녀를 향해 있었다.그는 잔뜩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여워 자꾸만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웃을 때도 어여쁘지만 당황하는 기색도 퍽 재미있었다.과연 자신이 마음에 품은 여인다웠다. 보면 볼수록 눈길이 가고 마음이 동했다."본래 제 것이었습니다. 그날 궁에서 전하께서 맡아두었다가 돌려주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어찌 이제 와서 딴청을 피우십니까?"강유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레 그를 노려보았다.서준이 이토록 뻔뻔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제 손으로 직접 빼앗아 가놓고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오리발을 내미는 꼴이 기가 막혔다. 애초에 옥팔찌에 제 이름을 새겨 넣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그러하냐? 나는 통 기억에 없는데."서준은 잔뜩 약이 오른 그녀를 보며 소리 내어 웃었다.그 모습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전하…."강유영은 속에서 천불이 일어 당장이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마주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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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이 팔찌는 제가 사람을 시켜 맞춤 제작하여 유영이에게 준 것입니다."조원철은 앞으로 나서며 강유영을 자신의 등 뒤로 감추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강유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조원철에게 그만두자고, 당장 돌려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리고 싶었다.정원에 사람이 이리 많은데 행여 남의 눈에 띄어 구설에 오르면 득 될 것이 없었다."세자는 양누이에게 참으로 각별하군." 서준은 비아냥거리며 누이라는 단어에 유독 힘을 주어 말했다. "하나 묻지. 저 아이의 팔찌라면서, 어째서 내 손에 있는 겐가?""제 집안일이니 전하께서 상관하실 바가 아닙니다. 돌려주시지요."조원철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돌려주지 않겠다면, 자네는 내 손에서 억지로 빼앗기라도 할 텐가?"서준은 다분히 고의적으로 팔찌를 찬 손목을 들어 올리며 조원철을 도발했다.그는 여유롭게 웃으며 조원철을 마주 보았다.조원철은 묵묵히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강유영은 조원철이 주먹이라도 휘두를까 겁이 났고, 지나가던 누군가에게 들킬까 조마조마했다. 주변 공기마저 팽팽하게 얼어붙어 숨이 턱턱 막혀왔다."전하, 그 팔찌는 그날 밤 궁에서 전하께서 맡아두셨다가 돌려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제게 주십시오."그녀는 조원철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간절한 눈빛으로 서준을 바라보았다.오늘 같은 날 두 사람이 행여 소란이라도 피우면 큰일이었다. 일이 커지면 진국공부 사람들은 틀림없이 이 모든 게 그녀 탓이라며 몰아세울 것이 뻔했다."좋아, 돌려주지." 서준은 순순히 대답하며 손목에서 팔찌를 빼내 흔들어 보였다. "이리 와서 가져가라."그는 여전히 강유영을 골려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앞을 가로막고 선 조원철은 안중에도 없었다.강유영은 안도하며 조원철의 등 뒤에서 걸어 나와 팔찌를 받으려 했다.그러나 앞에 있던 조원철은 돌연 팔을 뻗어 그녀를 가로막았다.강유영은 당황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서준이 기꺼이 팔찌를 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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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만약 서준이 계속해서 그녀를 측비로 들이려 든다면, 장차 큰 화근이 될 것이 뻔했다."가자."조원철은 말없이 부러진 팔찌를 챙겨 품에 넣고는 걸음을 옮겼다."오라버니도 연화 아씨의 처소에 가십니까?"강유영은 그의 걸음을 따라붙으며 조심스레 물었다.이치대로라면 그 처소에는 여인들만 있으니 사내는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하지만 조원철은 조연화의 오라비였다.오늘 같은 특별한 날,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조원철이 잠시 들른다 해도 딱히 흠잡힐 일은 아니었다."너를 거기까지 데려다주마. 문밖에서 연화가 기다릴 것이다."조원철이 담담히 대답했다.강유영은 그제야 생각이 났다. 절차 상 가문의 장남인 조원철은 조연화를 업고 뒤편 사당으로 가 조상님들께 인사를 올려야 했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뒤를 따랐다.비록 조연화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조연화의 혼례에는 부모가 곁을 지키고, 풍성한 혼수가 따르며, 든든한 오라비가 배웅을 해주었다. 자신에 비하면 참으로 복 받은 여인이었다.청설원 안팎으로는 붉은 비단과 붉은 꽃이 내걸려 있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조원철은 회랑 아래에서 걸음을 멈췄다."세자를 뵙습니다."시종들이 일제히 예를 갖췄다.조원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유영에게 들어가라는 눈짓을 했다.강유영이 막 안으로 발을 들이려던 참이었다.방 안에서 채하가 종종걸음으로 나오더니 강유영에게 손짓했다."길 좀 비키시지요."강유영은 시녀의 무례한 태도에도 개의치 않고 한쪽으로 비켜섰다.채운이 화려하게 치장한 조연화를 부축하며 방 안에서 걸어 나왔다.주변에는 각 방의 첩부인들이 시녀와 유모들을 거느리고 조연화의 주위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었다.한씨는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조연화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조사예와 조월아도 그 자리에 있었다."네가 웬일이냐?"조연화는 한쪽으로 비켜선 강유영을 흘끗 쳐다보며 물었다.오늘 조연화는 뭇사람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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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눈치가 빠른 이들이니, 굳이 겉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 속내를 자연스레 알아차렸다.강유영은 개의치 않았다.애초에 이들과는 이렇다 할 교류도 없었고, 이들이 자신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 적도 없었다.조연화 본인의 경사스러운 날에 스스로 보기 안 좋은 짓을 자초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그저 한 발짝 물러난 방관자로서 지켜볼 뿐,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작은 나무 상자가 열리며, 진주 귀걸이 한 쌍이 모습을 드러냈다.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상자 안으로 쏠렸다.두 알의 진주는 영롱한 빛깔에 은은한 광택을 머금고 있었다. 둥근 달처럼 맑은 빛을 뿜고 있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뜰 안은 고요해졌고, 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이토록 알이 굵은 진주는 귀한 물건이었다. 더구나 두 알의 크기가 똑같고 티 하나 없이 맑았으니, 성 하나와 맞바꿀 정도는 아니더라도 몹시 값나가는 물건임이 틀림없었다.진국공부의 양녀인 강유영이 조연화에게 건네는 선물치고는 차고 넘칠 만큼 훌륭했다.사람들은 조연화가 더 이상 꼬투리를 잡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하지만 조연화는 한 걸음 다가가 상자에서 귀걸이 한 짝을 꺼내 눈높이로 들어 올리더니 비웃음을 흘렸다. "고작 이거냐?"주변 사람들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강유영이 이토록 귀한 물건을 내놓았음에도 조연화가 흠을 잡을 줄은 몰랐다.가만히 따져보면, 자신들이 건넨 선물 중에도 강유영이 내놓은 이 귀걸이 한 쌍보다 나은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조연화가 다분히 고의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명백했다.강유영은 조연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살짝 내리고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강유영, 오늘 문을 나서 시집을 가면 나는 곧 강왕비다." 조연화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쏘아보며 손에 든 귀걸이를 가볍게 흔들었다. 두 눈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네가 감히 내게 이런 걸 선물이라고 내미는 게냐?"강유영이 어떤 물건을 내밀었든, 애초에 그녀에게 톡톡히 면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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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뜰 안에는 사람들이 많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든 시선이 조연화와 강유영에게 쏠려 있었던 터라, 입구 쪽에 서 있는 조원철을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강유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연화를 비롯한 뜰 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입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그곳에 서 있는 조원철을 발견하자, 일순간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선물은 본래 각자의 성의를 보는 법이니 트집을 잡을 일이 아닙니다.""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진주 귀걸이가 예사 물건도 아니지 않습니까.""같은 집안 자매들끼리 너무 따지지 맙시다…."누군가 먼저 나서서 황급히 분위기를 수습했다.그러자 방금 전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좋은 사람 행세를 하며 거들기 시작했다.물론 강유영을 감싸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본래 조연화는 곧 강왕비가 될 몸이었다. 강왕이 아무리 무능하다 한들, 그는 어엿한 친왕이자 황제의 형님이었다. 조연화에게 잘 보여두면 장차 이득이 될 것이 뻔했다.하지만 강유영이 조원철의 이름을 입에 올린 이상 상황이 달랐다.조원철은 일전의 식량 창고 일로 폐하의 꾸지람을 들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깊은 신임을 받고 있었다.강왕과 조원철은 애초에 비교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주색에 찌든 늙은 강왕은 그저 친왕이라는 허울만 남은 채, 황제의 형님이라는 신분을 믿고 황도에서 횡포를 부리는 자였다. 진정한 권세를 거머쥔 조원철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황도 내에서 조원철의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뭇 황자들이 하나같이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안달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사람들이 다급히 만류하고 나선 것은 순전히 조원철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너도 참."한씨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조연화의 등을 떠밀며 꾸짖었다."너의 큰오라비는 매사에 공명정대한 사람이잖니. 어릴 적부터 집안 자매들끼리 우애 깊게 지내라 가르쳤고, 너도 평소에는 잘 따르더니 오늘따라 웬 억지더냐? 어서 유영이에게 사과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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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어미 말이 안 들리느냐?"한씨는 분위기가 차갑게 식자, 참지 못하고 조연화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그녀는 조연화의 귓가에 바짝 다가가 나직하게 타일렀다."사소한 일에 참을성이 없으면 큰일을 그르치는 법이다."강유영을 처리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나, 오늘 당장 나설 일은 아니었다.결국 어릴 적부터 애지중지 키운 보람이 있는지, 조연화는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어도 어머니의 말에는 어느 정도 순응하는 편이었다.그녀는 이를 꽉 물고 강유영을 노려보더니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미안하다."쥐어짜 낸 그 한마디가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한계였다.성질대로라면 벌써 강유영의 뺨에 손이 날아갔을 것이다.이 수모는 일단 삼키기로 했다.앞으로 시간은 많았다.일개 양녀에 불과한 강유영이 장차 당당한 강왕비가 될 자신에게 어떻게 맞설 수 있을지 두고 볼 참이었다."물건을 고른 이는 제가 아니니, 아씨께서는 큰오라버니께 사과하시면 됩니다."강유영은 눈웃음을 지으며 화사하게 미소 지었다. 그렇게 말 한마디로 모든 책임을 조원철에게 넘겨버린 것이다.굳이 이 소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다.조원철이 책임을 묻든 그냥 넘어가든 그녀와는 무관한 일이었다.조연화는 입술을 꾹 다물고 다시 조원철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조원철은 묵묵히 서 있을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하지만 눈빛이 싸늘한 것이 그가 몹시 불쾌하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자, 자, 이리 경사스러운 날에 다들 사소한 일로 기운 빼지 맙시다."매파가 웃으며 황급히 분위기를 수습했다."이제 세자께서 들어오시어 아씨를 업고 사당으로 가 선조들께 인사를 올리시지요."매파 입장에서는 혼례를 서둘러 끝마치고 두둑한 삯이나 챙겨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조원철을 쳐다보았다.이는 황도 명문가에서 여식을 시집보낼 때 따르는 풍습이었다.신부가 문을 나설 때는 친정의 흙먼지 한 톨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의미로 발이 땅에 닿아서는 안 되었다.보통은 집안의 오라버니나 남동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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