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31 - Capítulo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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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희미한 불빛 아래서, 그는 한참을 서 있었다.삼경이 지날 즈음, 청류가 사람들을 데리고 등불을 든 채 돌아왔다.한겨울임에도 청류는 이마에 땀을 흠뻑 흘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조원철의 서늘한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청류는 고개를 숙이며 가로저었다."세자, 곳곳을 찾아보았으나 아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세자, 아씨께서는 저택 밖으로 나가지 않으신 듯합니다."청간이 청류보다 조금 더 침착하게 덧붙였다."소인이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아씨처럼 연약한 여인이 멀리 갈 수는 없습니다. 길에서 아씨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으니, 저택 안을 마저 찾아보아야 합니다."조원철은 잠시 침묵하더니, 아무 말 없이 다가가 그의 손에서 등불을 건네받았다."정원 곳곳을 모두 찾아보았느냐?"그가 물었다."예."청간이 대답했다."다만 밤이 너무 어둡고 아씨께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시니, 소인들이 소란을 피울까 두려워 감히 소리 내어 부르지는 못했습니다…."아무리 샅샅이 뒤졌어도 이 어둠 속에서는 구석구석 완벽히 찾아내기 어려웠다는 뜻이었다.조원철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정원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발걸음은 무척 빨랐고, 목적지도 분명했다. 그는 곧장 연못 쪽으로 향했다.정자 처마 아래 꺼진 등불을 본 그의 걸음에 한층 확신이 실렸다.어릴 적, 그가 며칠 집을 비웠던 적이 있었다.조연화가 핑계를 대어 그녀에게 밥을 주지 못하게 괴롭혔었다.주방의 마음씨 좋은 어멈이 만두 몇 개를 쥐여주며 남들 눈에 띄지 않게 먹으라고 신신당부했었다.그때 그녀가 숨어 있던 곳이 바로 이 정자 아래 물가였다.그가 그녀를 찾아냈을 때는 이미 해 질 녘이었고, 그녀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만두를 갉아 먹고 있었다.그토록 처량한 와중에도 그녀는 만두 부스러기를 떼어 물속의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그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던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하지만 그라는 것을 알아본 순간, 그 시선은 안도와 억울함으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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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저택에 돌아온 직후부터 춥고 축축한 곳에 몇 시진이나 쪼그려 앉아 있었던 것이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 올렸다. 품에 안긴 여인은 온기 하나 없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는 망토를 풀어 그녀를 온전히 감싼 뒤, 번쩍 안아 들고는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강유영은 몸을 웅크린 채 추위에 떨었다.아무 소리도 내고 싶지 않았지만, 기침만은 참을 수 없었다.품 안의 그녀가 가볍게 기침을 내뱉자, 조원철의 발걸음이 멈칫했다.그는 망토 자락을 걷어 올리고 얼음장 같은 그녀의 뺨에 손을 얹었다.회랑 아래로 불빛이 가볍게 일렁였다.그녀는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시선을 피했다. 입술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유리처럼 맑은 눈동자에는 두려움과 막막함, 어찌할 바를 모르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한편으로는 체념한 듯한 기색마저 엿보였다.닿기만 해도 부서질 듯한 사기 인형처럼, 그녀는 연약하고 조용했다.조원철의 손이 움찔했다. 그는 그녀를 안고 정원을 지나 요월원으로 돌아가는 내내 단 한 번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단비와 서유는 조원철이 그녀를 안고 돌아오는 것을 보고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스러워했다.아씨를 찾았다는 사실은 기뻤지만, 세자의 품에 안긴 채 아무 미동도 없는 아씨에게 행여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마중을 나갔다가 조원철의 새파랗게 굳은 안색을 보고는 이내 슬그머니 물러섰다.지금 이 순간, 감히 나서서 세자의 심기를 건드릴 자는 아무도 없었다.조원철은 발로 방문을 걷어차고는 그녀를 안은 채 곧장 침실로 들어갔다."화로를 더 가져오거라."그가 밖을 향해 지시하며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침대 안쪽으로 굴러가더니, 입술을 꽉 깨물고 몸을 웅크렸다.서유와 단비는 지체하지 않고 서둘러 화로를 하나씩 들고 들어와 내려놓은 뒤, 재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조원철은 침대 곁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빛을 등지고 있어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강유영은 자신을 집어삼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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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울어서 붉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울 리가 없었다. 시달리고 지쳐서 붉어진 것에 가까웠다.문득 그가 소은경의 거처에서 나올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소은경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겨 걱정하는 걸까?"묻고 있지 않느냐."그가 미간을 좁혔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투였다."아닙니다…."강유영은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제 목숨을 가장 아끼는 그녀가 스스로 얼어 죽기를 바랄 리 없었다.단지 그가 너무 두려웠을 뿐이다."아니라고?"조원철의 어조는 평온했으나, 내뱉는 말마다 뼛속까지 시린 한기가 서려 있었다."이렇게 추운 날, 이리 얇게 입고, 그 으슥한 곳에 그리 오래 숨어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 했느냐."날렵한 턱선이 팽팽하게 굳었고, 입술은 일직선으로 꾹 다물려 있었다."무서워서…."강유영은 겁에 질린 채 이불속으로 몸을 더 깊이 웅크렸다. 끝내 참지 못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바들바들 떠는 모습은 마치 눈밭에 홀로 남겨진 상처 입은 새 같아서, 보는 이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들었다."내가 무서웠느냐?"조원철의 잠긴 목소리에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났다.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속에 쌓여 있던 억울함이 밀물처럼 밀려와 도무지 주체할 수 없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그가 아니면 또 누가 무섭겠는가.눈앞의 이 사람 말고는 아무도 그녀를 그리 괴롭힌 적이 없었다.어찌 저리 뻔뻔한 질문을 할 수 있을까그가 무섭지 않았다면, 갈 곳 하나 없이 이렇게 추운 날 밖에서 오래도록 떨지도 않았을 것이다."울지 말거라."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정수리에 얹혀졌다.그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마치 부서지기라도 할세라 몹시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강유영은 되레 더 서럽게 울었다.다 이 사람 때문이었다.앞서 그가 그토록 자신을 괴롭히고 겁주지만 않았어도 오늘 이런 고초를 겪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알았으니, 그만 울거라."조원철의 말투에 어렴풋이 난감함이 묻어났다. 그는 옷을 벗고 그녀의 곁에 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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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강유영은 그가 더 이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마침내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얌전히 품에 안긴 채였다.밖에서 너무 오래 떨었던 탓일까. 이토록 몸을 녹여주고 있음에도 뼛속 깊은 곳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한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래도 전보다는 한결 나아져 몸에 서서히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조원철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이마를 맞대고 체온을 가늠했다. "어디 불편한 곳은 없느냐?"강유영은 고개를 저었다.사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한숨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터였다. 굳이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정수리에 다시 턱을 괸 조원철이 물었다. "그 자가 입을 맞추더냐?"그 말에 그녀는 몸이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귓가에 이명이 일어 당장 무어라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걸 보았다니!발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궁중 연회에서 서준이 입을 맞춘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그녀는 가슴팍에 얹어두었던 손을 무의식적으로 거두어 등 뒤로 감췄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이제 와서 추궁하려는 걸까? 어떻게 해명하지?"내게 해명할 말은 없고?"조원철은 등 뒤로 감춘 손을 끌어당겨 손아귀에 단단히 틀어쥐었다. 지독하게 잠긴 목소리였다."그, 그분이 폐하를 늙은이라 부르며, 붕어하시면 어쩌고 하길래…. 행, 행여라도 엮일까 두려워 경황없이 입을 틀어막은 것뿐입니다. 그분이 그리 나올 줄 누, 누가 알았겠습니까…."강유영은 잔뜩 겁에 질린 나머지 사실대로 털어놓고 말았다.까만 눈동자가 슬며시 굴러갔다.예전 같았으면 변명 따위는 들어주지도 않았을 텐데, 오늘은 어딘가 달랐다.그는 말을 다 듣고도 화내는 기색이 없었다. 이대로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걸까?"어찌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기어이 밖에 숨어서 추위에 떨고 있었느냐."조원철이 손을 입가로 끌어당겨 손바닥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불처럼 뜨거운 입술이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을 만큼 덴 듯한 열기에 강유영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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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다음부터는 오늘 같은 짓을 두 번 다시 벌이지 말거라."조원철은 진지한 얼굴로 경고했다.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마음속으로는 자그마한 반발심이 일고 있었다.애초에 그가 먼저 그토록 괴롭히지 않았다면, 어찌 오늘 같은 일을 벌였겠는가.도리어 자신을 탓하고 있으니, 애당초 모든 것이 조원철의 잘못이었다."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게냐."대답이 없자 조원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들여다보았다.강유영은 그의 손을 밀어내고 고개를 홱 돌려버린 채,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또다시 몸을 얼게 둔다면, 오씨 어멈 또한 밖으로 내쫓아 몇 시진이고 얼려버리겠다. 앞으로 네 몸에 상처를 입힌다면, 오씨 어멈에게도 똑같은 상처를 입힐 것이다."조원철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 억양 하나 없는 덤덤한 어조였으나 그 안에는 숨 막히는 압박감이 깃들어 있었다."오씨 어멈이 무슨 상관입니까?"그 말에 화가 치민 강유영이 조원철을 힘껏 밀쳤다.정말이지 야속한 사내였다.그녀가 오씨 어멈을 각별히 여긴다는 사실을 알고 번번이 이를 빌미로 협박을 일삼다니. 그게 사내가 할 짓인가 싶었다.그러나 힘껏 밀쳐보아도 조원철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품에 더욱 꽉 끌어안을 뿐이었다."오라버니께서 어멈에게 정녕 그리하시지는 않겠지요."강유영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디 한 번 시험해 보거라."조원철의 어조는 서늘했다.강유영은 말문이 막힌 채 홧김에 몸을 돌려 그를 외면해 버렸다.침소 안이 고요해지고, 그녀의 몸에도 점차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오늘 일은 이쯤에서 넘어간 듯싶어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그의 단단한 품에 기대어 있자니 눈꺼풀이 무겁게 가라앉아, 어느새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왔다."밤에 탕약은 챙겨 먹었느냐?"정수리 위로 조원철의 물음이 떨어졌다.강유영은 가늘고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었지만 눈은 뜨지 않았다. 졸음이 쏟아져 내린 탓에 대답은 웅얼거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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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밖은 벌써 해가 중천에 떴건만, 아씨가 여태 깨어나지 않자 서유는 슬슬 마음이 조급해졌다."내가 들어가 볼게."단비 역시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어젯밤 조원철이 아씨를 품에 안고 돌아왔을 때부터 몸 상태가 어떤지 걱정도 되고, 간밤에 대체 어딜 다녀온 것인지 묻고 싶기도 했다.침소 안은 휘장이 굳게 내려진 채 쥐 죽은 듯 고요했다."아씨, 일어나서 탕약 좀 드시고 다시 주무셔요."단비가 나직이 부르며 휘장을 걷어 올리고 침상 안을 살폈다.그러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강유영의 조막만 한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미간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숨소리마저 거친 것이 무척 고통스러워 보였다.황급히 이마에 손을 얹어보니 불덩이처럼 뜨거웠다.어쩐지 불러도 대답이 없더라니, 몹쓸 열병이 난 것이 분명했다. 조원철이 굳이 몸을 덥히는 탕약을 달이라고 명한 것을 보면, 필시 간밤에 찬바람을 쐬어 풍한이 든 모양이었다.잠시 멍하니 서 있던 단비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서둘러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왔다."아씨께선 깨어나셨어?"서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열이 펄펄 끓고 계셔. 단단히 풍한에 걸리신 것 같아. 어서 가서 장 의원님을 모셔 와!"단비가 사색이 된 얼굴로 다급히 손짓했다. 한시가 급했다."풍한이라고? 당장 다녀올게!"그 말에 서유 역시 새파랗게 질려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정월 초이튿날, 본래라면 한씨는 기쁜 마음으로 친정에 가야 할 날이었다.그러나 그녀는 꼼짝도 하기 싫은지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심기가 몹시 불편해 보였다.어제 준비한 계획은 완벽했다. 경화 공주의 손을 빌려 강유영을 제거하려 했건만, 서준이 그토록 강유영을 감싸고돌며 일을 산통 낼 줄 누가 알았겠는가.경화 공주 또한 무능했다. 만인 앞에서 폐하께 망신을 당한 것도 모자라 심복 시녀까지 잃지 않았던가.보지 않아도 뻔했다. 경화 공주는 분명 이 모든 책임을 그녀에게 돌릴 터였다.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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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좋은 생각이다."한씨는 단박에 생기를 되찾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채비하거라. 경화 공주부로 가야겠다."풍씨 어멈은 대답과 함께 한씨의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다만 간밤의 일로 경화 공주의 심기가 단단히 뒤틀려 있을 것입니다. 부인께서 지금 찾아가 부탁을 청하신다 한들 좋은 낯을 보긴 어려울 터이니, 부디 화를 꾹 참으셔야 합니다.""알고 있다."한씨 역시 제 손으로 옷깃을 매만졌다.경화 공주의 불같은 성정을 그녀라고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지금 찾아가는 것은 그야말로 공주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주러 가는 꼴이었다.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강유영이 살아있는 한 하루하루가 목줄을 죌 뿐이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강유영은 몽롱한 와중에 온몸이 쑤시고 끊어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펄펄 끓는 열기 탓에 숨조차 쉬기 버거웠다.단비와 서유의 부축을 받아 탕약을 한 차례 먹은 뒤, 다시 까무룩 선잠에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정신이 한결 맑아져 있었으나, 뼈마디 하나하나 저릿하게 쑤셔왔다."목말라…."간신히 입을 떼었지만 목소리는 쉬어 갈라진 데다 개미 기어가는 소리만큼 작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반쯤 걷어 올려진 휘장 밖으로 침소 안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서유도 단비도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마른기침을 몇 번 내뱉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무언가 이상했다.단비는 그녀가 앓아누운 것을 뻔히 알면서 곁을 비울 아이가 아니었다.무언가 급한 변고가 생긴 게 분명했다.타는 듯한 갈증에 강유영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순식간에 어지럼증이 일며 눈앞이 새카매졌다.그녀는 침상에 걸터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에야 이불을 걷어내고 신발을 신었다. 화장대와 벽을 번갈아 짚어가며 탁자를 향해 한 걸음씩 위태롭게 발을 내디뎠다.힘겹게 탁자에 닿아 찻주전자를 들어 올렸지만, 안은 텅 비어 있었다.고개를 돌려 살피니 화로 안의 숯불마저 언제 꺼졌는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그녀는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어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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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다행히 등 뒤가 벽이었다.강유영은 벽에 몸을 기댔다. 온몸에 시린 한기가 스며들었다. 방 안의 화로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얇은 속적삼 한 벌이 전부였다."요월원을 모시던 것들은 이미 다 잡혀갔습니다."어멈은 거리낄 것이 없었다."수고스럽게 하지 마시고 곱게 이 약을 드시지요. 제 손을 직접 쓰게 만들면 아씨 꼴만 흉해질 것입니다."어멈의 목소리에는 상대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확신이 가득했다. 평소의 강유영이라도 어멈의 억센 완력을 당해내기 어려웠다. 하물며 지금처럼 병든 몸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약 한 사발이 아니라 열 사발을 억지로 들이붓는다 해도 막을 방도가 없었다.강유영은 극심한 고통에 숨을 몰아쉬었다. 도망치려 했으나 다리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바짝 마른 목구멍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어멈이 탕약을 들고 다가왔다."정 싫다 하시니, 소인이 직접 수발을 드는 수밖에요."어멈은 곧장 손을 뻗었다. 벽에 기댄 강유영은 피할 새도 없이 옷깃을 움켜잡혔다.강유영은 이를 악물고 남은 힘을 다해 어멈이 든 약그릇을 내리쳤다.상대가 이토록 다급하게 약을 먹이려 드는 것을 보면 필시 탕약에 뭔가가 들었을 것이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면 저 그릇부터 엎어버려야 했다.그녀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열병에 시달리는 몸에는 쥐어짤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장대한 체격의 어멈은 그릇을 단단히 쥐고 버텼다. 새카만 탕약은 겉으로 약간 엎질러졌을 뿐이었다."어딜 감히!"어멈은 흉악한 본색을 드러내며 손을 들어 강유영의 뺨을 후려쳤다.억센 손찌검에 강유영의 고개가 힘없이 돌아갔다. 열이 오르던 뺨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고, 얼얼한 통증에 절로 눈물이 맺혔다."마시라니까!"어멈은 억센 손아귀로 강유영의 턱을 우악스럽게 틀어쥐고는 기어이 약을 들이부으려 했다.쾅!문이 부서질 듯한 굉음과 함께 누군가 난폭하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화들짝 놀란 어멈이 고개를 돌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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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그는 한 걸음씩 강유영을 향해 다가갔다.그걸 지켜보는 어멈의 낯빛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 그의 발걸음 소리가 숨통을 옥죄는 것 같았다.어멈은 경악에 차 조원철을 쳐다보았다.조원철은 어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그는 다가가 몸을 굽혀 벽에 기대어 있던 강유영을 안아 올렸다.강유영은 그의 품에 파고들며 바짝 조여 있던 마음을 완전히 놓았다. 옷깃을 꽉 움켜쥔 채 지친 두 눈을 감았다. 몸은 차가웠다 뜨거웠다를 반복하며 쉴 새 없이 떨려왔다.이제야 상황이 명확해졌다.이 어멈은 한씨가 보낸 자였다. 공금을 빼돌린 일로 한씨를 협박했으니, 병든 틈을 타 목숨을 거두려 한 것이다.참으로 악독한 심보였다.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을 목격한 어멈은 입을 떡 벌린 채 눈을 둥그렇게 떴다.명색이 남매인 세자와 강유영이 어찌 저리 다정할 수 있단 말인가.어멈은 넋을 잃고 바라보느라 당장 눈앞에 닥친 처지마저 까맣게 잊었다.조원철은 강유영을 안고 침상으로 돌아가 이불을 덮어주고는 꼼꼼히 여며주었다.그러고 나서야 몸을 돌려 어멈을 내려다보았다.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어멈은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세자, 소인은 부인의 명을 받아 유영 아씨를 모시러 온 것입니다. 소인이 속으로 아씨를 얕잡아본 탓에 험한 손버릇이 나갔습니다. 모두 소인의 불찰이니,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부디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어멈은 횡설수설하며 사정없이 제 뺨을 후려쳤다.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납작 엎드려 비는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경성 내에서 세자가 이치에 밝은 인물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강유영의 뺨을 한 대 쳤으니, 이쪽에서 몇 대 더 치면 무마될 수 있을 거라 여겼다.조원철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어멈 앞에 섰다."어머니가 너를 보냈다고?"그가 무미건조하게 물었다."예, 예."어멈은 뺨 치는 것을 멈추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조원철이 두려운 나머지 스스로에게 독하게 손을 쓴 탓에, 얼굴은 붉게 부어올라 보기 흉한 몰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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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죽음이 두려웠던 어멈은 한씨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구명줄이라도 만난 듯 다급히 기어가 그녀의 다리를 부여안았다."세자께서 마시라 하시면 마실 것이지."한씨는 다리를 빼내며 고개를 돌려 풍씨 어멈에게 눈짓했다.풍씨 어멈이 다가가 조원철의 손에 들린 탕약을 받아 들었다."국공 부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부인께서 소인에게 유영 아씨를 해치라 시키지 않으셨습니까! 서둘러 흔적을 남기지 말라 하셨으면서. 또…."한씨가 매정하게 나오자 어멈은 다급해졌다. 부인이 무슨 지시를 내리고 어떤 약속을 했는지 속사포처럼 모조리 불어버릴 기세였다."무슨 헛소리냐? 국공 부인께서 유영 아씨를 해치려 하셨다면 어찌 오늘까지 기다리셨겠느냐! 어릴 적에 손을 쓸 기회가 얼마나 많았는데!"풍씨 어멈은 어멈의 턱을 틀어쥐고 손에 든 그릇을 입가에 바짝 대어 억지로 약을 들이부었다.이럴 때는 무조건 빨리 들이붓는 것이 상책이었다. 자칫하면 저 어멈이 모든 것을 발설해 버릴 것이다.어멈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두 손으로 그릇을 밀쳐내는 통에 약이 절반 넘게 쏟아졌다.하지만 풍씨 어멈은 재빠르게 움직여 기어이 약 두 모금을 억지로 먹였다.조원철은 싸늘한 눈으로 세 사람을 지켜보았다.강유영 역시 고요히 상황을 지켜보았다. 몹시 허약해진 탓에 눈을 치켜뜨는 것조차 버거웠다.약이 넘어가고 숨을 몇 번 쉬기도 전에, 어멈의 몸이 힘없이 무너지며 바닥에 널브러졌다.어멈의 두 눈이 번쩍 뜨이더니 목구멍에서 컥컥거리는 소리가 났다. 가슴을 부여잡고 몇 번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미동도 하지 않았다.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있는 품이 몹시도 억울한 듯했다.그 참상을 지켜보는 강유영은 가뜩이나 오들오들 떨리던 몸을 주체하지 못해, 이제는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떨었다.조원철이 제때 오지 않았다면 지금 저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그녀였을 것이다."게 아무도 없느냐. 헛소리를 지껄이는 이 실성한 어멈을 당장 끌어내라."한씨가 차갑게 명했다.풍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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