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61 - Capítulo 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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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조연화는 명색이 진국공부의 적녀이거늘, 이런 식으로 친정문을 나서는 것은 퍽이나 보기 흉했다.하지만 조원철은 한 번 뜻을 정하면 굽히지 않는 강직한 성정이라 억지로 밀어붙일 수 없었다. 이대로 적당히 넘어가는 수밖에 없었다.조연화는 아버지의 신발을 덧신고 걸음을 옮겼다. 뺨을 타고 서러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마지막으로 강유영이 있는 쪽을 노려보았다.그러면서 오늘의 이 수모는 반드시 갚아주리라 작심했다.강유영은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인 조연화가 청설원을 나서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았다.조원철은 누이를 사당까지 업어주지는 않았으나, 옆에서 함께 걸음을 맞추며 함께 걸어가기는 했다.강유영은 청설원 입구로 다가가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피를 나눈 친남매이니 조원철 역시 조연화를 내심 아끼고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치였다.그녀는 곧장 자신의 처소로 돌아갔다. 정원 앞쪽에서 열리는 연회에 참석할 생각은 없었다.저녁에는 강왕부에서도 잔치가 열릴 예정이었다.진국공부 사람이라면 응당 참석해야 했고 그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하지만 오늘 조연화가 대놓고 시비를 걸어왔으니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한씨와 가식적인 인사를 나눌 이유도 없었다.이제 한씨는 그녀를 쥐고 흔들 수 없었다.요월원으로 돌아온 그녀는 대충 배를 채우고 침상의 휘장을 내린 채 낮잠을 청했다.병을 앓고 나니 기운이 딸리고 조금만 움직여도 지쳤다.풍한이 나은 지 며칠 지나지 않은 터라 아직 몸이 무겁고 나른했다.그렇게 까무룩 잠이 들어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쯤에야 겨우 눈을 떴다."단비야, 지금 몇 시냐?"그녀는 기지개를 켰다. 여전히 몸이 찌뿌둥해 침상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바깥을 향해 나른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강왕부 연회에 늦을 것이다."조원철이 다가와 침상 휘장을 걷어 올렸다.강유영은 잠이 덜 깬 눈을 끔벅이며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오라버니께서 어찌 여길…?"지금쯤이면 강왕부에 가 있어야 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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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강유영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순간 당황한 그녀는 발버둥을 치며 그의 등에서 벗어나려 했다.누이의 혼례 때도 업어주지 않은 그가 도리어 그녀를 업다니. 행여 남들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참으로 남사스러운 일이었다."갈 테냐?"조원철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물었다."내려주십시오. 가겠습니다."강유영은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얌전히 대답했다.조원철은 그제야 몸을 숙여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고는, 밖에서 단비를 불러들여 머리를 빗질하게 했다.조원철은 뒤에서 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그가 한바탕 실랑이를 벌인 덕분인지, 그녀는 아까처럼 축 처져 있지 않았다. 머리를 곱게 틀어 올리고 비녀를 꽂자, 동거울에 비친 얼굴에는 한결 화사한 생기가 돌았다.*조연화는 꽃가마 안에서 머리에 쓴 붉은 너울을 살짝 들추고는 가마 창틈으로 바깥을 내다보았다.밖에서는 폭죽 터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고, 강왕부가 깔아놓은 붉은 비단은 긴 거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신부를 맞이하는 행렬이 굽이굽이 길게 늘어섰다. 예물 함을 멘 이들, 부채를 든 이들과 징을 치는 이들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어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구경 나온 백성들이 행렬을 뒤따르며 구경값으로 뿌리는 돈을 주웠다.여느 집 못지않게 성대하고 왁자지껄한 혼례 행렬이었다.맨 앞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나이 든 신랑만 빼면, 다른 모든 것이 조연화의 마음에 쏙 들었다.여덟 사람이 멘 꽃가마가 강왕부 대문 앞에 안착했다."신랑은 가마 문을 여시오!"매파가 목청을 높여 외쳤다.붉은 혼례복을 입고 커다란 붉은 꽃 장식을 두른 강왕은 희희낙락하며 말에서 내렸다. 비계가 가득한 뚱뚱한 몸을 뒤뚱거리자, 주름진 늙은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그는 가마 곁으로 다가가 문을 가볍게 열었다."신부 내리시오!"매파는 여전히 목청을 돋우며 가마의 휘장을 걷어 올렸고, 사람들은 안에서 조연화를 부축해 냈다.조연화는 매파의 부축을 받으며 밖으로 걸음을 내디뎠다.붉은 너울이 시야를 가린 탓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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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강왕 전하의 명이십니다. 대청으로 나가 일가친척들과 인사를 나누고 하객들에게 술을 올리라 하셨습니다."나이 든 상궁은 고개를 숙인 채 겉으로는 공손하게 말했으나, 말투에는 조금도 존중이 담겨 있지 않았다."뭐라고?"조연화는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단숨에 붉은 너울을 벗어 던지며 눈앞의 상궁을 쏘아보았다.신방에 들어와 아직 신랑이 너울을 벗겨주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강왕은 그녀더러 대청으로 나가 하객을 맞고 술을 올리라 명한 것이다. 이는 신부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왕비 마마,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전하께서는 워낙 격식을 차리지 않는 분이십니다. 가시지요."상궁은 손을 들어 조연화에게 일어날 것을 재촉했다."가지 않겠다." 조연화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가서 전하께 전하거라. 아직 너울도 벗지 않았으니 밖으로 나가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는다고."여기서 순순히 물러서면 강왕은 앞으로 더욱 기고만장해질 것이 뻔했다. 역겨움을 꾹 참고 억지로 시집온 터라, 처음부터 강왕이 제멋대로 굴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상궁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잠시 후, 둔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조연화는 단번에 강왕이 왔음을 알아차렸다.그녀는 황급히 붉은 너울을 주워 들어 다시 얼굴을 가렸다."내가 사람을 보내 왕비더러 앞으로 나와 하객들에게 술을 올리라 청했건만, 어찌하여 싫다 하였느냐?"강왕의 목소리에는 실실거리는 웃음기가 묻어 있을 뿐 딱히 화가 난 기색은 아니었다. 평생 주색에 빠져 산 탓인지 성정 자체는 느긋한 편이었다."아직 너울도 벗지 않았는데 전하께서 다짜고짜 술을 올리라 하시니, 대체 무슨 뜻입니까?"조연화는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첫날부터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으나 도저히 불쾌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만큼 강왕이 진저리치게 싫었다."내 잘못이구나. 자, 저울대를 가져오라."강왕이 손짓하자 상궁이 곧장 저울대를 대령했다.저울대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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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대청 안은 이내 예전의 활기를 되찾았다. 언성을 높여 떠드는 사람, 농담을 주고받는 사람 등 신부가 등장했을 때의 어색하던 기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경화야, 오늘 네 숙모가 왕부에 들어왔으니 너도 숙모에게 술 한 잔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강왕은 조연화를 데리고 경화 공주 앞으로 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경화 공주를 거만하게 굽어보며 입을 열었다.그는 일전에 경화 공주의 손아귀에서 조연화를 구해주었었다. 그때를 계기로 조연화도 그에 대한 태도를 바꿔 혼인에 동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늘 같은 자리에서 그는 마땅히 경화 공주 앞에서 황숙의 위엄을 내세우며 조연화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던 것이다.대청 안의 하객들은 소리 낮춰 담소를 나누면서도 대다수가 이쪽의 동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경화 공주는 얼굴이 망가진 뒤로 갈수록 광기가 심해진다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지난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진국공부의 여식들을 표적으로 삼고 굴욕을 주기도 했다.그런데 조연화가 강왕에게 시집가 단숨에 경화 공주의 웃어른이 되었으니 형세가 묘하게 뒤집힌 셈이었다.경화 공주가 오늘 또 무슨 해괴한 짓을 벌여 딴지를 걸지 다들 속으로 궁금해하고 있었다."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숙부님. 마땅히 술을 올려야지요."경화 공주는 사근사근하게 대답하며 술잔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연회를 즐기는 와중에도 얼굴에 면사포를 쓴 그녀는 두 눈만 내놓은 채 빙긋이 웃으며 조연화를 바라보았다.조연화는 강왕 곁에 서서 아무 말도,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숙부님께서 이런 절세가인을 왕비로 맞으신 점, 경하드립니다. 그리고 강왕비가 되신 숙모님께도 경하드립니다."경화 공주는 눈웃음을 치며 조연화를 향해 술잔을 들어 올렸다.강왕은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공주의 어깨를 두드렸다."오냐, 제법 철이 들었구나. 앞으로 네 숙모와 사이좋게 지내거라.""자, 잔을 받으시오."강왕이 고개를 돌려 곁에 선 조연화를 재촉했다.조연화는 경화 공주의 눈을 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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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경화 공주는 손가락으로 강왕을 가리키며 눈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원앙 수놓은 이불 속 짝을 이룬 이 밤…."시 한 구절을 채 다 읊기도 전에, 연회장에 있던 호사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모아 남은 구절을 외쳤다."한 그루 배나무가 해당화를 덮었네!"곧이어 대청 안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폭소가 터져 나왔다.강유영은 고개를 숙인 채 젓가락으로 꿀에 절인 앵두를 집어 들며 남몰래 입술을 달싹여 웃음을 지었다.경화 공주가 이 시구를 읊은 것은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강왕에게 시집간 조연화를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이 자리에 그 뜻을 알아듣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지만 강왕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껄껄 웃으며 경화 공주를 가리켰다."이 녀석 참…."조연화를 부인으로 맞이한 일이 내심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는 그저 어리석고 무능한 노인네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진국공부의 꽃같이 아리따운 적녀를 얻었으니 어찌 의기양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연화는 경화 공주의 농간에 벌레라도 삼킨 듯 속이 뒤집혔다.그녀는 경화 공주의 얼굴을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두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예전부터 그녀와 경화 공주 사이에는 앙금이 깊었다. 해묵은 감정에 새로운 원한이 겹쳐지니, 본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얼굴에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저만치 앉은 진국공부 사람들의 안색도 썩 좋지 않았다.진국공은 말없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한씨는 손톱이 살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꽉 쥔 채 경화 공주를 매섭게 쏘아보았다.오직 조원철만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온한 기색을 유지했다."숙모님, 어찌 저를 그리 보십니까? 저는 그저 두 분이 맺어진 것이 기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경화 공주는 조연화가 분통을 터뜨리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강왕을 향해 웃었다."숙부님, 오늘 밤에는 살살 다루시지요. 행여나 아리따운 꽃이 다치기라도 할까 염려스럽습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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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대청을 가득 메운 하객 중 그 얼굴의 흉터가 경화 공주의 역린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면사포 너머로 공주의 얼굴을 힐끔거리기만 해도 날벼락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그런데 조연화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감히 보는 눈이 이리 많은 곳에서 공주의 면사포를 벗겨냈단 말인가.제대로 사고 한번 친 셈이었다.강유영은 경화 공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그녀 역시 다친 이후 공주의 맨얼굴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 흉측한 상처에 내심 깜짝 놀랐다.동시에 약간 찔리는 구석도 있었다.어찌 되었든 그 화살을 쏜 범인은 바로 그녀였다.그렇다고 죄책감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경화 공주는 사사건건 그녀에게 시비를 걸고 괴롭혔다. 산에서 사냥을 하던 때만 해도, 그녀가 기지를 발휘하지 않았다면 필시 공주의 손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그것에 비하면 고작 얼굴에 흉터 하나 남긴 정도로 끝낸 것은 꽤나 자비로운 처사였다.경화 공주는 얼굴에 서늘한 기운이 닿자 수많은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멍하니 굳어버렸다.조연화가 감히 제 얼굴의 면사포를 벗겨낼 엄두를 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우두커니 서 있던 그녀는 한참 뒤에야 비로소 상황을 파악했다."아악!"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눈앞의 탁자를 거칠게 뒤엎었다. 그릇과 젓가락, 술과 안주가 순식간에 바닥에 나뒹굴었다."무엄하구나! 당장 끌어내 목을 쳐라!"그녀는 악을 쓰며 바깥의 호위들을 불러들여 당장 조연화의 목을 치라고 패악을 부렸다."전하, 고정하십시오. 왕비 마마께서 그저 장난을 치신 것뿐입니다.""그렇습니다. 왕비 마마는 전하의 웃어른이시니 이리 무례를 범하셔서는 아니 됩니다….""전하, 부디 진정하십시오. 이만 공주부로 돌아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경화 공주가 길길이 날뛰자 몇몇 사람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를 붙들고 만류했다.강유영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경화 공주가 뜻밖에 패악을 멈추는 것을 보고 속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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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조연화는 손에 쥔 술잔을 꽉 움켜쥐었다. 마음속이 시리고 서러워 무어라 형용할 길이 없었다."두 분께서 백년해로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제가 먼저 한잔 올리지요."서준은 말을 마치자마자 빙긋 웃으며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대청 안에는 하객들의 웃음소리와 수군거리는 소리가 뒤섞였다.강유영은 서준을 보며 덩달아 웃음이 날 뻔했다.시야 한구석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조원철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는 황급히 웃음을 삼켰다.행여 자신이 웃는 모습을 보고 서준 때문에 웃었다며 또 트집을 잡을까 두려웠다.하지만 서준의 말은 참으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조연화의 나이가 몇이고, 강왕의 나이가 몇인가.강왕은 이미 흰머리가 희끗희끗한데, 서준은 그런 두 사람에게 백년해로를 기원했다. 대체 어떻게 함께 늙어가고 어떻게 백 년을 함께한단 말인가? 강왕이 세상을 떠나면 조연화더러 순장이라도 하라는 뜻일까?"허허, 오냐. 조카의 마음 씀씀이가 기특하구나."강왕 역시 기분 좋게 웃으며 잔을 비웠다.조연화의 안색은 두꺼운 분칠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몹시 굳어 있었다.서준의 뼈 있는 조롱을 알아듣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의 눈빛에 담긴 조소가 고스란히 느껴졌다.깊은 원한을 가진 경화 공주에게는 강하게 반격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준에게는 그럴 수가 없었다.온 마음이 그를 향해 있었고, 오직 그에게 시집가기를 소원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함정에 빠져 강왕에게 시집오게 되었다.원망일까?당연히 원망스러웠다.하지만 방금 경화 공주에게 했던 것처럼 모질고 단호하게 굴 수는 없었다.그가 두렵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그를 놓지 못했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손에 든 술을 삼켰다.강유영은 눈앞에 놓인 음식들을 내려다보며 슬슬 부로 돌아가 쉬고 싶어졌다.오늘 밤 구경거리는 아마 이쯤에서 끝일 터였다.서준은 실권이 없는 경화 공주와는 달랐다. 그는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조연화가 감히 서준을 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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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그는 술을 꽤 마시긴 했으나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고개를 든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뺨으로 가져갔다.별다른 흑심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귀여운 동물을 보면 무심코 쓰다듬고 싶어지는 충동에 가까웠다.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며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지금 진심이십니까?""그럼."서준은 손을 거두고는 드물게 진지한 얼굴을 했다."내 진심을 의심하는 것이냐?""진심이라면 제가 무탈하기를 바라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째서 취할 걸 뻔히 알면서 굳이 술을 권하십니까?"강유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정색하고 따져 물었다.서준은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숨을 가볍게 들이마시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살폈다."듣고 보니 네 말이 맞구나."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자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강유영은 두 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시선을 들어 그를 내려다보았다.속으로 쾌재를 불렀다.술을 거절할 요량으로 급조해 낸 핑계였는데, 이토록 즉각적으로 서준을 납득시킬 줄은 몰랐다."그럼 억지로는 권하지 않으마. 차라도 한잔 따라줄 테니 그건 괜찮겠지?"말을 마친 그는 주전자를 들어 그녀의 빈 잔을 가득 채워주었다."그거야 어렵지 않지요."강유영은 잔을 들어 그와 가볍게 부딪쳤다. 그리고는 찻물로 술을 대신하여 기분 좋게 잔을 비웠다."착하네."서준이 또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강유영은 얼른 그의 손을 밀어냈다."저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라면 이런 자리에서 함부로 손대지 마십시오. 남들은 저를 가벼이 여길 것이고, 뒷말이 돌게 될 겁니다."그녀는 똑같은 논리를 한 번 더 써먹으며 그를 밀어냈다.서준은 허공에 멈칫했던 손을 거두며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터뜨렸다."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하마.""누가 전하를 찾고 계시네요. 어서 가보십시오."강유영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어서 그를 돌려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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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그녀를 응시했다. 평소의 서늘한 눈빛과는 달리 부드러운 온기가 서려 있었다."이리 오거라."그가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왜 이러십니까? 보는 눈이 많습니다."강유영은 황급히 손을 빼내며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내 마차에 타고 가거라."조원철이 다시 다가와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제 마차로 가겠습니다."강유영은 차마 대놓고 그를 밀어내지 못했다.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다행히 어두운 밤이라 아직 그들을 주시하는 이는 없는 듯했다.여기서 거절했다가 그가 고집이라도 부리면 오히려 이목만 더 끌 것이 뻔했다.조원철은 먼저 그녀를 부축해 마차에 오르게 한 뒤, 자신도 뒤따라 올라탔다.휘장이 내려지며 마차 안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청류가 마차를 몰기 시작했다. 자갈길 위로 굴러가는 바퀴 소리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렸다.마차 천장에 매달린 유리등이 내부를 환하게 밝혔다.강유영은 피로가 몰려와 마차 벽에 기댄 채 반쯤 눈을 감았다.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조원철이 줄곧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아까 서준이 다가와 술을 권한 일 때문일까?하지만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서준의 손길조차 닿지 않게 피했다. 그토록 철저하게 서준을 밀어냈건만, 설마 이걸로 또 트집을 잡을 생각일까?그녀는 조심스레 곁눈질로 동태를 살피려던 순간, 그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살짝 취기가 오른 그는 평소의 냉랭하고 딱딱한 표정 대신 미간에 부드러움이 서려 있었고, 뺨에는 옅은 홍조가 감돌았다. 아무 말 없이 고요히 앉아 있는 자태가 참으로 고결하고 귀티가 흘러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오늘 아주 잘했다."조원철이 불쑥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결 맑고 부드러웠다.강유영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잘했다니?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서준과 거리를 둔 것, 아주 잘했어."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손을 가져와 자신의 넓은 손바닥으로 감싸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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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술기운이 밴 그의 뜨거운 입술이 덮쳐왔다. 도저히 밀어낼 수 없는 강압적인 입맞춤이었다.강유영은 미처 피할 새도 없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본능적으로 두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밀어냈으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뒷덜미를 단단히 감쌌고, 다른 한 손은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아 제 품으로 바짝 당겨 안았다.그녀는 고개가 젖혀진 채 그의 거친 입맞춤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했다. 숨결마저 모두 빼앗겨버린 듯했다.허리를 비틀며 밀어냈지만 한 치도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쇠사슬처럼 굳센 그의 팔이 그녀를 뜨거운 품속에 꼼짝 못 하게 가뒀다.고개를 돌려 피하려 해도 그는 틈을 주지 않고 따라붙어,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쥐고 고정시켰다. 감송향과 술 냄새가 훅 끼쳐오며 그녀를 완전히 집어삼켰다.처음에는 그저 두려웠다.하지만 숨이 막혀오자 이내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정신이 몽롱해진 채 그가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 그저 입맞춤 사이로 아주 짧은 숨이라도 쉴 수 있기만을 바랐다.어느 틈엔가 그의 두 손이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다.입맞춤은 어느새 애틋하고 다정하게 변해 있었다. 온 마음을 다해 아끼고 보듬는 듯한 손길이었다. 방금 전의 강압적인 기세는 사라졌다.그럼에도 여전히 뜨겁고 깊었다. 마치 그녀를 통째로 삼켜 뼛속 깊이 새겨 넣으려는 듯 강렬했다.강유영은 거친 숨을 내쉬며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랐다.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며 그의 품에 힘없이 기댔다.그녀가 한계에 달했음을 눈치챈 조원철은 아쉬운 듯 그녀의 입술을 한 번 더 꾹 누르고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강유영은 두 뺨이 붉게 물든 채, 까만 눈동자에 물기가 고여 있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새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입술은 얼얼했고, 심장은 거세게 뛰었다. 머릿속은 엉클어져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는 여전히 그녀의 뺨을 감싸 쥔 채였다.그녀는 차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길고 촘촘한 속눈썹을 내리깐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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