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81 - Capítulo 790

852 Capítulos

제781화

이 순간, 강유영은 차마 그의 곁으로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강유영."조원철이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두렵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온종일 그를 기다린 대가가 고작 소은경과 함께 연등을 구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니.밤이 깊어서야 갑자기 나타나 대뜸 오라고 부르는데, 어찌 저리도 당당한 건지. 그녀는 무조건 그의 지시를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그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그녀를 지배하고 조종했다."세자, 유영이는 자네를 따라가고 싶지 않은 눈치인데?"서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재밌다는 듯 실실 웃었다."정 바쁘면 먼저 가시게. 우리는 조금 더 구경하다가 내가 나중에 진국공부로 바래다줄 테니."조원철은 그를 철저히 무시한 채, 강유영의 얼굴만 뚫어지라 응시하며 서늘하게 내뱉었다."날 자극하지 말거라."강유영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따스한 연등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붉어진 눈시울 아래, 물기를 머금은 까만 눈동자가 처연하게 흔들렸다.그가 내뱉은 짧은 한마디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 음성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짧은 말 속에는 수많은 경고가 담겨 있었다.오씨 어멈, 은밀한 밤의 일들, 길거리에서 서준을 상대로 주먹다짐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벌일 수 있는 두려운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는 이성을 잃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녀는 결국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그를 향해 걸어갔다.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위를 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유영아, 저자를 두려워할 것 없다…."서준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만류하려 했다.그 역시 조원철의 말에 담긴 서늘한 경고도, 강유영이 잔뜩 겁에 질린 것도 단박에 알아챘다.하지만 서준의 마음 한구석은 오히려 한결 가벼워졌다.강유영이 저리 억지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그녀의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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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버리지 마."강유영이 단호한 목소리로 서유를 불러 세웠다.이미 몇 걸음 물러나던 서유는 그 말에 화들짝 놀라 제자리에 멈춰 섰다.세자의 명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평생 모셔야 할 진짜 주인은 아씨였다.아씨가 버리지 말라 하시면 따르는 것이 도리였다.하지만 세자께서 불같이 진노하실까 두려웠다.서유는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살피며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늘 세자를 두려워하고 눈치를 보던 아씨였는데 언제 이렇게 바뀐 걸까."버리라고 했다."조원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강유영을 응시하며 낮게 말했다."제가 직접 고른 겁니다. 제 맘에 들어 산 것이니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강유영은 시선을 툭 떨어뜨린 채 자신의 발끝만 내려다보았다.그를 마주하는 것이 두렵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컸다.대체 무슨 권리로 이러는 걸까.온종일 그를 애타게 기다린 그녀를 버려두고, 정작 본인은 소은경과 다정하게 연등을 구경하지 않았던가.그녀와 서준 둘 다 혼인하지 않은 독신 남녀였다. 서준이 호의로 사준 물건을 받는 것이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이리 난리란 말인가.어느 순간부터인가, 그녀는 예전처럼 그를 무작정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시키는 대로 맹목적으로 순종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스로의 의지와 생각이 또렷해져 있었다.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온전한 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니까, 서준이 준 물건을 기어이 간직하겠다는 뜻이냐?"조원철의 미간이 무섭게 패며 눈빛이 완전히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렇습니다."강유영은 감히 그와 눈을 맞추진 못했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그녀는 자신의 세상이 오직 그 하나로만 채워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이 물건들을 누가 주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설령 서준이 아닌 다른 이가 주었더라도 기꺼이 남겨두었을 것이다.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을 작정이었다.더 이상 조원철의 뜻대로 휘둘리며 살고 싶지 않았다."다시 말해보거라."조원철이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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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강유영."조원철이 다가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강유영은 반사적으로 비틀어 빼내려다 손에 쥐고 있던 관복 연등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등불이 툭 꺼져버렸다.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버둥거렸지만, 사내의 억센 손아귀를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고개 들거라."조원철이 그녀를 바짝 끌어당겼다.강유영은 고개를 들기는커녕 도리어 턱을 가슴까지 푹 수그렸다.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여 속이 끓어올랐다.조원철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쥐고 강제로 얼굴을 들어 올렸다.은은한 등불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붉게 달아오른 눈가와 긴 속눈썹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물기를 가득 머금은 까만 눈동자는 고집스럽게 허공을 향한 채, 끝내 그와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또 우는구나."그가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었다."울지 않았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흔들어 그의 손길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더 이상 이 사람을 위해 눈물 따위 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럴 가치조차 없었다."내 잘못이다. 널 기다리게 해놓고 약속을 저버렸으니. 자, 이만 나와 함께 연등을 보러 가자꾸나."조원철은 다시 한 걸음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오라버니께서 저와 함께하실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강유영은 거칠게 손을 빼내며 치밀어 오르는 설움을 꾹꾹 억눌렀다.참았던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줏대 없는 꼴이었다.그가 이리 가볍게 잘못을 인정하기만 해도 또다시 마음이 흔들리고 다가가고 싶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이제는 자신이 왜 흔들리는지 분명히 깨달았으니, 두 번 다시 그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을 작정이었다."강유영."조원철은 한숨을 내쉬며 미간을 짚었다."정 구경하기 싫다면 그만 저택으로 돌아가자꾸나.""제 발로 가겠습니다."강유영은 매정하게 몸을 돌려 걸음을 뗐다.조원철은 너무도 가볍게 그녀의 가녀린 손목을 다시 잡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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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그는 여인을 애틋하게 아끼거나 보듬을 줄 아는 성정이 아니었다.그의 지독한 소유욕을 오늘 처음 겪는 것도 아니었다.대체 어디서 그런 객기가 솟구쳐 그를 도발했을까. 필시 눈에 콩깍지가 씌어 미치지 않고서야 서준에게 시집가겠다는 실언을 내뱉었을까."어찌 말이 없느냐?"조원철이 바짝 조여왔다.강유영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작은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짙게 깔려 있었다.그렇게 뒷걸음질 치다 어느 순간 차갑고 단단한 벽이 등에 닿았다. 그제야 그녀는 막다른 길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퇴로가 없었다.그는 이미 숨결이 닿을 만큼 바짝 다가와, 칠흑 같은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물기를 머금은 까만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워져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본능적인 공포가 그녀를 지배하며,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달아나라고 부추겼다.그녀가 몸을 비틀어 뛰쳐나가려던 찰나, 조원철이 그녀의 팔을 낚아채 제 앞으로 다시 끌어당겼다."어딜 가는 게냐."서릿발 같은 음성이 귓가를 때렸다.강유영은 사력을 다해 발버둥 쳤다.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면, 이성을 잃은 그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두려웠다.하지만 그녀의 연약한 저항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조원철은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목을 틀어쥐어 머리 위로 들어 올리더니, 차가운 벽돌에 꾹 짓눌렀다. 남은 한 손으로는 그녀의 뒤쪽 벽을 짚었다.단단한 가슴팍이 그녀의 몸을 옴짝달싹 못 하게 짓눌렀고,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옭아맸다.이런 자세로는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계속 말해 보거라."조원철이 그녀의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뚫어지라 쳐다보며, 어디 그 입으로 더 상처가 될 말을 내뱉어 보라는 듯이 말했다.강유영은 고개를 틀어 그의 시선을 피했다. 얼음장처럼 차갑고 억눌린 그의 기세에 절망감마저 밀려왔다.이토록 분노로 이글거리는 상태라면, 무슨 말을 하든 결코 그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매번 그를 마주할 때마다 이토록 무력하게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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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가슴이 터질 듯한 압박감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그대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주먹을 쥐고 힘을 다해 그를 때렸다.그제야 그는 마지못해 입술을 떼어냈다. 붉게 달아오른 눈가와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눈동자 속엔 소용돌이치는 감정이 역력했다. 이마를 맞댄 채로 숨을 몰아쉬는 그의 커다란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춤을 쓰다듬고 있었다.강유영은 퉁퉁 부어오른 입술을 달싹이며 차가운 벽에 허물어지듯 기대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그때, 눈앞의 사람이 다시 한번 꿈틀거리더니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후끈한 숨결이 뺨에 닿았다."제, 제가 잘못했습니다…."잔뜩 겁에 질린 그녀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입술을 틀어막고 애원했다.그의 성정은 많이 겪어서 잘 알고 있었다. 이성을 잃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저지를 사람이었다.조원철은 그녀의 손을 치워내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다가들었다."여기서, 여기서 또 제게 그러실 작정이면… 차라리 절 죽이십시오!"수치심과 분노에 눈이 뒤집힌 강유영은 두려움도 잊은 채 그의 뺨을 매섭게 때렸다.굳이 그의 손을 빌릴 것도 없었다.만약 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그가 끝내 그녀를 범한다면, 스스로 죽어버릴 작정이었다.짝!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두 사람의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멈췄다.조원철의 뺨에는 선명한 붉은 손자국이 남았다. 그는 말없이 시선을 내리깔고 그녀를 응시했다.강유영은 본능적으로 벽을 파고들 듯 물러섰지만, 차갑고 단단한 벽돌 외에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기담 속에 나오는 신선들처럼 벽을 뚫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도술이라도 부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서준의 일로 가뜩이나 화가 난 사람의 뺨을 올려붙였으니, 펄펄 끓는 기름 가마에 불씨를 던진 꼴이 아닌가.이제는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내가 진정 이런 길바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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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이대로 국공부까지 그에게 업혀서 돌아간다면 이만한 망신이 없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채 몸을 돌려, 마지못해 휘장을 걷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고개를 푹 수그렸다.조원철도 곧장 뒤따라 마차에 올랐다.그의 꼿꼿한 옷자락과 검은 가죽 장화가 그녀의 시야를 스쳐 지나갔다.고개를 들지 않아도 그가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순간 그녀는 흠칫 놀랐다. 그가 마차에 오를 때 그 관복 연등을 함께 들고 들어온 것이다.설마 그 연등의 얼굴이 자신의 모습을 본떠 고쳐 그렸다는 걸 눈치챈 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심장이 쿵쿵 뛰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서준의 일, 연등, 뺨을 때린 것, 거기다 어깨를 물어뜯기까지 했으니, 이 모든 일이 겹쳐 그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었다.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가는 내내 두 사람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숨 막히는 정적만이 마차 안을 무겁게 짓눌렀다.강유영은 가슴이 답답해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예전 같았으면 이 숨 막히는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진작에 납작 엎드려 용서를 구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마차가 완전히 멈춰 설 때까지, 강유영은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자리를 지켰다.조원철에게 뒤통수를 보인 채 끝까지 고집을 부렸다.사실 속으로는 심장이 터질 듯 두려웠다.방에 들어가 문이 닫히고 나면, 단단히 화가 난 그를 막아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조원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짜고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제 발로 걷겠습니다."그제야 참지 못하고 강유영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조원철은 들은 체 만 체하며 한 팔로는 그녀의 허리를 감고 다른 한 팔로는 무릎 밑을 받쳐 단숨에 안아 들고는 마차 밖으로 나섰다.강유영은 당장이라도 무언가로 얼굴을 푹 가리고 싶었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급한 대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마차를 몰던 청류는 어찌나 눈치가 빠른지, 마차가 멈추자마자 저만치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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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독기 어린 말을 내뱉었지만, 막상 그가 거칠게 밀어붙이자 눈물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그의 입술이 점차 그녀의 입술을 떠나 이마로, 뺨으로, 그리고 쇄골로 내려앉았다.그녀의 피부는 방금 짜낸 타락처럼 부드럽고 매끄러웠다.그리고 그는 그 부드러움을 남김없이 삼키려는 탐욕스러운 포식자였다.평소의 그 여유롭고 절제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거친 손길이었다."흐읍……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읏……."강유영은 양손으로 그를 필사적으로 밀어내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애원했다."개에게 물린 셈 치겠다 하지 않았느냐."조원철은 차갑게 쏘아붙이면서도 입술의 움직임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굶주린 짐승처럼 허겁지겁 그녀를 탐하는 꼴은 평소의 고고하고 기품 있는 진국공부 세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강유영은 물 밖으로 내던져진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며 이리저리 몸부림을 쳤다. 옥구슬 같은 땀방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아직도 서준에게 시집갈 테냐."그가 으르렁거리며 다그쳤다."아닙니다, 안 가겠습니다……."강유영은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굵은 눈물이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지금 흐르는 눈물은 수치심도 분노도 아니었다.순전히 그가 밀어붙이는 압도적인 공포에 짓눌려 터져 나온 것이었다."제가,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런 헛소리 안 하겠습니다……. 오라버니, 제발 살려주십시오…… 흑……."강유영은 그의 머리를 밀어내던 손을 거두고 처절하게 매달렸다.한참이 지나서야 조원철은 비로소 그녀를 놓아주었다.그가 그녀의 발목을 놓아주고 다시 몸을 일으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강유영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피하며 울먹이는 소리로 반항했다.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그녀는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었다.파렴치한 인간이었다.어떻게 또 이런 짓을 벌이는지 끔찍했다."달구나."조원철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뺨을 감싸 쥐고 강제로 입술을 짓눌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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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방금 뭐라 했느냐."조원철이 바짝 따라붙어 그녀의 턱을 잡아 강제로 고개를 돌려세웠다.강유영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젖은 속눈썹을 내리깔고 끝내 시선을 피했다. 붉게 부어오른 입술이 서러움에 움찔거렸다.일말의 존중도 없이 이토록 함부로 대하는 것은 그녀를 능멸하는 짓이나 다름없었다."다시는 그런 헛소리를 담지 마라."조원철이 그녀의 뺨을 가볍게 쥐며 서늘하게 경고했다."헛소리가 아닙니다.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강유영은 고집스레 고개를 비틀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눈물이 베갯잇으로 굴러떨어져 둥근 자국을 남겼다."매일같이 오라버니께 핍박당하며, 평생 빛도 못 보고 쥐죽은 듯 살아야 합니다. 그러다 국공부 식구들에게 이리저리 이용당하고 끝내 오라버니마저 제게 싫증을 느끼는 날엔……."그의 보호막이 걷히는 순간, 한씨를 비롯한 저택 사람들에게 뼈도 못 추리게 잡아먹힐 것이 뻔했다.어차피 그때 가선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을 터였다."강유영!"조원철이 미간을 팍 구기며 그녀의 말을 매섭게 잘랐다.어찌 그런 참담한 생각만 품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가 그녀의 뺨을 단단히 쥐고 똑바로 마주 보게 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젖은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시선을 내리깔았다."어디 한 번 더 입에 올려 보거라."그가 이마를 맞댄 채 낮고 엄중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았다.강유영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그의 얼굴이 너무 가까웠다. 훅 끼쳐오는 뜨거운 숨결이 고스란히 뺨에 닿았다. 눈을 살짝만 치켜떠도 곧게 뻗은 그의 속눈썹 가닥수까지 다 헤아릴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여기서 또 거슬리는 말을 내뱉었다간 방금 전의 그 짓을 다시 겪어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밀려왔다.입이 꾹 다물어졌다."다시는 그런 말은 입에 올리지 말거라."조원철이 그녀의 정수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단호하게 타일렀다."신경 끄십시오……."꾹꾹 눌러 담았던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며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했다. 그녀는 억지로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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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강유영, 넌 아직도 나를 믿지 못하는 게냐."조원철은 그녀를 더 꼭 끌어안으며 가녀린 등을 천천히 다독였다.강유영은 입꼬리를 올려 허탈하게 웃었지만, 두 눈에선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믿어달라는 말이 가소로웠다.과거의 묵은 일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당장 오늘만 해도 그렇다. 온종일 목이 빠지게 기다린 자신을 내팽개치고 소은경을 만나러 간 사람이었다.대체 무얼 근거로 믿음을 논하는지 알 수 없었다."내게 시간을 조금만 다오."조원철이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괸 채 일정한 박자로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강유영은 아무런 대꾸 없이 소리 죽여 흐느끼기만 했다.시간을 달라니 우스운 소리였다.차라리 그 시간에 전당포나 서둘러 되찾아, 하루빨리 이곳을 떠나 두 번 다시 그와 마주치지 않는 편이 백번 나았다.한참 뒤, 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이제 요월원으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밤도 깊었고 더 이상 이 처소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그에게 처음 몸을 빼앗겼던 곳도 바로 이 침소였다.그 끔찍한 기억을 마주하기도, 이곳에 더 머무르기도 싫었다."약조하거라."조원철이 품에서 그녀를 살짝 떼어내더니 턱을 들어 올려 눈을 맞추게 했다."무엇을 말입니까."강유영은 붉어진 눈시울로 그를 바라보았다. 젖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눈동자엔 영문을 모르겠다는 기색이 역력했다.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대뜸 약조를 하라니 그 의중을 짐작할 수 없었다."다시는 아까와 같은 허튼소리를 입에 담지 않겠다고 약조하면 돌려보내 주마."조원철의 올곧은 시선이 그녀를 꿰뚫어 보았다.강유영은 멍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한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아직도 그 말에 꽂혀 있을 줄은 몰랐다.그저 울화가 치밀어 홧김에 던진 빈말일 뿐이었는데, 자신의 약조가 그에게 그리 대단한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었다."그리고 두 번 다시 엉뚱한 마음을 품지 않겠다는 다짐도 받아야겠다."조원철이 덧붙였다.강유영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었다.애당초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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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옥청원의 대문을 나서 조금 걷던 강유영은 멈칫 걸음을 멈췄다.등 뒤로 바짝 따라붙는 조원철의 발소리가 들려왔다.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웠건만, 그는 등불 하나 챙겨 들지 않은 듯했다.그녀는 등불을 가지러 발길을 돌렸다."어딜 가는 게냐."조원철이 길을 가로막았다."등불을 챙겨 오려고요."강유영이 짧게 대꾸하고는 그를 비켜 지나쳐 옥청원으로 돌아가려 했다."여기 있다."조원철이 간결하게 잘라 말했다.강유영이 의아하여 돌아보니, 조원철이 대문 앞에 세워진 마차 쪽으로 다가가 무언가를 꺼내 오는 참이었다.그가 불씨를 불어 불을 밝히자, 그의 손에 들린 연등이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강유영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것은 다름 아닌 그녀가 저잣거리에서 샀던 바로 그 사람 형상의 연등이었다. 붓을 덧칠해 빙그레 웃던 얼굴을 차갑고 뚱하게 바꿔버렸던 바로 그 연등.그녀가 이 연등을 사서 입꼬리를 고쳐 그린 이유는, 조원철의 얄미운 얼굴을 떠올렸기 때문이다.이 연등을 들고 저잣거리를 활보하며, 늘 자신을 괴롭히는 조원철이라는 사람을 조리돌림 시키려던 얄팍한 속셈이었다.하지만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본인과 맞닥뜨려버렸으니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게다가 아까 조원철은 서유에게 서준이 사준 물건들을 전부 버리라 명했고, 이 인형 연등도 바닥에 나뒹굴며 불이 꺼진 상태였다.마차에 오럴 때 그가 변덕을 부려 기어코 주워 탔던 모양이었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 보란 듯이 불을 밝혀 그녀 눈앞에 들이밀고 있었다.자신을 빗대어 그린 걸 눈치챈 것이 분명했다.조원철은 한 손에는 연등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낚아채어 앞장서 걸었다.도둑이 제 발 저린 강유영은 차마 손을 빼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푹 숙인 고개로 고분고분 그의 뒤를 따랐다."이 연등, 나를 본떠 만든 것이냐."조원철이 느긋한 목소리로 정곡을 찔렀다."아닙……."강유영이 반사적으로 부인하려다 입을 꾹 다물었다.조원철이 고개를 슬쩍 돌려 그녀를 곁눈질했다.희미한 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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