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강유영은 차마 그의 곁으로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강유영."조원철이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강유영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두렵기도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오기가 치밀어 올랐다.온종일 그를 기다린 대가가 고작 소은경과 함께 연등을 구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었다니.밤이 깊어서야 갑자기 나타나 대뜸 오라고 부르는데, 어찌 저리도 당당한 건지. 그녀는 무조건 그의 지시를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그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그녀를 지배하고 조종했다."세자, 유영이는 자네를 따라가고 싶지 않은 눈치인데?"서준이 어깨를 으쓱하며 재밌다는 듯 실실 웃었다."정 바쁘면 먼저 가시게. 우리는 조금 더 구경하다가 내가 나중에 진국공부로 바래다줄 테니."조원철은 그를 철저히 무시한 채, 강유영의 얼굴만 뚫어지라 응시하며 서늘하게 내뱉었다."날 자극하지 말거라."강유영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들었다.따스한 연등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었다. 붉어진 눈시울 아래, 물기를 머금은 까만 눈동자가 처연하게 흔들렸다.그가 내뱉은 짧은 한마디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 음성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짧은 말 속에는 수많은 경고가 담겨 있었다.오씨 어멈, 은밀한 밤의 일들, 길거리에서 서준을 상대로 주먹다짐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벌일 수 있는 두려운 일들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는 이성을 잃으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을 사람이었다.그녀는 결국 천천히 발걸음을 떼어 그를 향해 걸어갔다.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위를 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유영아, 저자를 두려워할 것 없다…."서준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만류하려 했다.그 역시 조원철의 말에 담긴 서늘한 경고도, 강유영이 잔뜩 겁에 질린 것도 단박에 알아챘다.하지만 서준의 마음 한구석은 오히려 한결 가벼워졌다.강유영이 저리 억지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그녀의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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