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화의 입가에는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강유영을 내려다보았다.노부인은 금실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덩굴무늬가 수놓인 검붉은 저고리를 입고 그녀 곁에 자리했다. 옷매무새는 정갈했고, 엄숙함 속에 자애로움을 가장한 태도는 영락없는 대가댁 안주인의 표본 같았다.한씨 역시 딸이 왕비가 된 덕을 톡톡히 본 모양이었다. 늘 아랫목을 전전하던 그녀가 오늘은 당당히 조연화의 반대편 상석을 꿰차고 있었다.하지만 치장 면에서는 곁의 두 사람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수중에 융통할 돈이 말라붙었는지, 번듯한 새 옷 한 벌 짓지 못한 티가 역력했다.한씨가 입은 푸른빛 저고리는 천은 새것일지언정 복식은 훌쩍 철 지난 모양새였다.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꽂은 비녀도 금이긴 하나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투박한 납작 비녀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허리만은 꼿꼿이 세워 국공 부인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강유영은 시선을 내리깔고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강왕비 마마, 할머니, 어머니를 뵙습니다."조연화는 강유영의 차림새를 훑어보더니 입가에 감돌던 오만한 미소가 굳어버렸다.항상 수수하기만 하던 강유영이 오늘은 딴판이었다. 연분홍빛 비단 치마에는 금실로 섬세하게 수놓은 연꽃무늬가 반짝였다.치맛자락이 스칠 때마다 햇살을 머금은 금선이 찬란하게 빛을 흩뿌려,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지경이었다.느슨하게 틀어 올린 구름 모양의 머리에는 진주를 박아 넣은 앙증맞은 동백꽃 모양의 금비녀 하나만 꽂았을 뿐인데, 그 세공이 여간 정교한 게 아니었다.눈에 띄게 요란하진 않아도 그 값어치가 범상치 않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귓불에는 연분홍빛 보석이 박힌 앙증맞은 귀고리가 달랑거렸다. 저리 맑은 분홍빛 보석은 황실에서도 구하기 힘든 진귀한 물건인데, 강유영이 어찌 저런 물건을 가졌을까. 늘 텅 비어 있던 가녀린 목덜미에는 정교한 순금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왼쪽 손목에는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양지옥 팔찌가 움직일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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