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apítulo 791 - Capítulo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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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1화

강유영은 마음이 내내 불안했다."별일 아니다."조원철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나는 네가 나를 저잣거리로 끌고 나가 망신이라도 줄 요량인 줄 알았다.""아닙니다!"강유영은 펄쩍 뛰며 부인했지만,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그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마치 가만히 있어도 그녀의 속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그렇다 해도 상관없다."조원철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주변이 어두워 강유영은 그의 표정을 뚜렷이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까닭 모르게 그 짧은 웃음소리를 듣자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분노와 서러움이 스르르 녹아내렸다.순간 덩달아 웃을 뻔했지만 꾹 참아냈다.고작 웃음 한 번에 이렇게 쉽게 마음이 풀리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줏대가 없었다."저 혼자 들어가겠습니다. 오라버니께서도 이만 돌아가 쉬십시오."요월원에 당도해 회랑 아래에 다다르자, 강유영은 걸음을 멈추고 짤막한 인사를 건넨 뒤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조원철은 묵묵부답인 채 손을 뻗어 문을 열어주었다.방 안에는 불이 훤히 밝혀져 있었다.강유영의 시선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탁자 위였다. 그곳에는 물건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그중에서도 서준이 사주었던 토끼 연등이 단연 눈에 띄었다.서유는 그녀의 명을 차마 어기지 못해서 처소로 챙겨와 올려둔 모양이었다.그녀는 반사적으로 조원철의 눈치를 살폈다.조원철 역시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녀를 곁눈질했다."들어가겠습니다. 이만 가보십시오."강유영은 억지로 시선을 피하며 쫓기듯 방 안으로 들어섰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침소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침소 문지방을 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저 물건들을 보고 또 한바탕 화를 낼까 봐 내심 조마조마했다.그때, 바깥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유영은 무심코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보았다.조원철이 탁자 앞에 선 채 허리를 숙여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주워 품에 안고 있었다. 그녀가 고쳐 그렸던 사람 형상의 연등까지 잊지 않고 챙겨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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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2화

"됐다. 대충 빗질만 하면 그만이다."강유영은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화장대에서 비녀 하나를 집어 들어 머리를 대강 틀어 올리고는 치마를 챙겨 입었다."어서 들라 하거라."어멈에게 흐트러진 꼴을 보이는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서유는 그녀가 어느 정도 매무새를 갖춘 것을 확인하고서야 방을 나섰다.강유영은 의자에 앉아 눈을 비비며 따뜻한 차 한 잔을 따랐다."아씨를 뵙습니다."방에 들어선 화씨 어멈은 공손히 허리를 굽혀 예를 표했다.이 어린 아가씨가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을 움켜쥐고 세자의 비호까지 든든하게 받으니, 결코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님을 진작에 깨달았다.처음 심부름을 할 때만 해도 내심 불만이 없지 않았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강유영을 대할 때마다 뼛속 깊이 우러나오는 경외감이 생겼다.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세자를 쏙 빼닮아 훗날 필시 범상치 않은 인물이 될 상이었다.그녀는 눈치가 빨랐다. 시키는 대로 순순히 따르기만 하면 이 아씨가 자신을 해코지할 일은 없다는 것을 확신했다."어멈, 어서 오세요."강유영은 찻물을 한 모금 머금고 잔을 내려놓으며 손짓했다."앉아서 편히 말씀하시지요."약점을 쥔 이후로 어멈은 제법 쓸모 있는 수족 노릇을 해왔다.그녀 역시 수고하는 어멈에게 다정한 얼굴을 내비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다.서유가 작은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아닙니다, 앉을 틈이 없습니다."화씨 어멈은 손사래를 치며 물러섰다."노부인 곁을 오래 비울 수 없으니 드릴 말씀만 여쭙고 곧장 돌아가겠습니다.""무슨 일인데요."강유영이 시선을 들어 어멈을 응시했다.어멈이 이리 아침 댓바람부터 달려와 보고할 정도라면, 십중팔구 노부인이 또 자신을 해코지할 흉계를 꾸미는 것이 분명했다."실은 그게...."화씨 어멈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오늘 아침 일찍 국공 부인께서 노부인 처소로 드셨습니다. 대뜸 아씨와…."어멈은 뒷말을 잇지 못하고 눈치를 보며 강유영의 안색을 살폈다."망설이지 말고 말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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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예법 상 여인은 시집을 가면 사흘째 되는 날 친정을 찾았다.조연화는 정월 초여드렛날에 혼인하여 십이 일에 이미 친정에 다녀갔다.오늘은 벌써 정월 십육 일이었다."아이고, 친정 나들이에 날짜가 어딨겠습니까. 그저 혼인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새색시라 해지기 전에 돌아가야 한다는 법도만 지키면 그만입지요."화씨 어멈이 혀를 차며 설명했다.강유영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계속 말씀해 보세요.""국공 부인의 계략은 이러합니다. 노부인께서 핑계를 대어 아씨를 부르시면, 아씨께서 강왕비 마마께 찻물을 올리게 하실 작정입니다. 왕비 체면이 있으니 아씨께서도 감히 거역하진 못할 거라 계산한 게지요."화씨 어멈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그 찻물에 미리 손을 써두어 왕비 마마께서 마시고 쓰러지시면, 아씨께서 왕비 마마를 독살하려 했다며 즉각 관아에 고발할 심산입니다. 이는 참수형을 면치 못할 대역죄 아니겠습니까!"어멈은 제 일처럼 발을 구르며 두 손을 탁 마주쳤다. 참으로 독한 계략에 애가 타는 눈치였다."그런 흉계를 꾸미고 있었군요. 잘 알았으니 일러주어 감사합니다, 어멈."강유영은 눈꼬리를 휘어 부드럽게 웃으며 서유에게 눈짓했다.서유가 품에서 큼지막한 은자 뭉치를 꺼내 화씨 어멈의 손에 쥐여주었다."기별을 잘 전해주신 노고입니다. 아씨께서 내리시는 상이니 거두셔요."화씨 어멈은 놀란 눈으로 강유영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제 목줄이 아씨 손에 쥐여 있는 처지라 억지로 첩자 노릇을 하는 판에, 이리 융숭한 상급까지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받아두세요. 오랫동안 입을 놀려 목이 탈 테니 가시는 길에 좋은 차라도 사 드세요."강유영은 온화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랫사람을 부릴 때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써야 한다는 조원철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다.화씨 어멈을 무력으로 굴복시켰으니, 이제는 두둑한 은혜를 베풀어 확실한 심복으로 묶어둘 차례였다."망극하옵니다, 아씨! 정말 감사합니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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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4화

정오 무렵, 따스한 봄볕이 뜰 안을 가득 채웠다. 초봄의 온기가 진국공부의 차가운 청석 바닥마저 부드럽게 데우고 있었다.강유영이 뜰을 거닐자, 볕을 머금은 나뭇잎 사이로 부서진 빛무리가 그녀의 말간 얼굴 위로 아른거렸다.서유는 양손을 다소곳이 모은 채 그녀의 뒤를 바짝 따랐다."아씨, 노부인께서 제 출입을 금하시면 어찌합니까?"서유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지략이라면 걱정하지 않았다. 이제 아씨는 노부인과 한씨 무리쯤은 스스로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단이 생겼다.허나 상대가 돌연 폭력이라도 쓴다면 밖에서 대기하던 자신이 제때 돕지 못해 몸이라도 다칠까 두려웠다."걱정 말거라."강유영이 고개를 돌려 방긋 웃어 보였다."내 이걸 챙겨왔으니."그녀는 소맷자락을 살짝 걷어 올려 품에 숨겨둔 단도의 손잡이를 슬쩍 내보였다.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자들 소굴로 들어가며 아무런 방비도 갖추지 않을 리 없었다.언제부턴가 단도를 품고 다니는 것은 그녀의 오랜 습관이 되어버렸다."다행이옵니다. 하오나 부디 매사에 조심하셔야 합니다. 지난번 아씨께서 제 단도로 왕비 마마를 위협하신 적이 있으니, 저들도 필시 대비하고 있을 겁니다."서유는 노파심에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나도 잘 알고 있으니 염려 말거라."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노부인의 처소인 춘휘원 쪽을 바라보았다. 흑단 같은 눈동자가 결의로 반짝이며, 걸음은 어느새 빨라지고 있었다.이번 일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된 판이었다.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피가 끓어올랐다.자신이 쳐둔 그물에 저들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어떤 꼴을 당할지, 그 결과를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하고 싶었다.의기양양한 강유영의 뒷모습을 보며 서유도 가슴을 쓸어내렸다.저토록 당차고 위풍당당한 자태라니. 세자께서 아씨를 곁에 두고 가르칠 때 원했던 모습이 바로 저런 모습이었을 것이다.춘휘원 대문을 들어서자 회랑 아래 서성이는 화씨 어멈과 수많은 하인들이 눈에 들어왔다.낯선 얼굴들도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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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5화

조연화의 입가에는 오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는 잔뜩 거드름을 피우며 강유영을 내려다보았다.노부인은 금실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덩굴무늬가 수놓인 검붉은 저고리를 입고 그녀 곁에 자리했다. 옷매무새는 정갈했고, 엄숙함 속에 자애로움을 가장한 태도는 영락없는 대가댁 안주인의 표본 같았다.한씨 역시 딸이 왕비가 된 덕을 톡톡히 본 모양이었다. 늘 아랫목을 전전하던 그녀가 오늘은 당당히 조연화의 반대편 상석을 꿰차고 있었다.하지만 치장 면에서는 곁의 두 사람과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수중에 융통할 돈이 말라붙었는지, 번듯한 새 옷 한 벌 짓지 못한 티가 역력했다.한씨가 입은 푸른빛 저고리는 천은 새것일지언정 복식은 훌쩍 철 지난 모양새였다. 반듯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꽂은 비녀도 금이긴 하나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투박한 납작 비녀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허리만은 꼿꼿이 세워 국공 부인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강유영은 시선을 내리깔고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강왕비 마마, 할머니, 어머니를 뵙습니다."조연화는 강유영의 차림새를 훑어보더니 입가에 감돌던 오만한 미소가 굳어버렸다.항상 수수하기만 하던 강유영이 오늘은 딴판이었다. 연분홍빛 비단 치마에는 금실로 섬세하게 수놓은 연꽃무늬가 반짝였다.치맛자락이 스칠 때마다 햇살을 머금은 금선이 찬란하게 빛을 흩뿌려, 보는 이의 눈을 멀게 할 지경이었다.느슨하게 틀어 올린 구름 모양의 머리에는 진주를 박아 넣은 앙증맞은 동백꽃 모양의 금비녀 하나만 꽂았을 뿐인데, 그 세공이 여간 정교한 게 아니었다.눈에 띄게 요란하진 않아도 그 값어치가 범상치 않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귓불에는 연분홍빛 보석이 박힌 앙증맞은 귀고리가 달랑거렸다. 저리 맑은 분홍빛 보석은 황실에서도 구하기 힘든 진귀한 물건인데, 강유영이 어찌 저런 물건을 가졌을까. 늘 텅 비어 있던 가녀린 목덜미에는 정교한 순금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왼쪽 손목에는 잡티 하나 없는 투명한 양지옥 팔찌가 움직일 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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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노부인은 조용히 시선을 들어 강유영을 바라보았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것이 내심 못마땅한 기색이었다.하지만 진국공부의 노부인답게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한씨 역시 찻잔을 든 손을 멈칫하며 머리를 굴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게 무슨 짓이냐."조연화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강유영에게 물었다."내가 일어나라 명하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일어서다니."조연화가 강유영이 인사하는 걸 보지 못했을 리 없었다. 오히려 고개 숙인 강유영의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강유영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이 그저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일어나란 명을 내리지 않은 것도 다분히 고의였다.조연화가 강왕에게 시집간 이유는 경화 공주에게 보복하기 위함이었다. 그 목표는 혼례 당일 공주의 면사포를 벗겨낸 순간 어느 정도 달성한 거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런 거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앞날은 기니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그녀가 기꺼이 강왕에게 시집간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강유영 때문이었다.강유영은 조원철이라는 뒷배를 믿고 사사건건 조연화의 심기를 긁었다.오늘은 조연화가 강왕비가 된 후 처음으로 강유영과 대면하는 날이었다. 당연히 왕비로서의 위세를 마음껏 과시한 뒤 강유영의 숨통을 조여놓을 계획이었다.그런데 강유영이 겁도 없이, 명이 떨어지기도 전에 멋대로 인사를 거두고 일어설 줄은 몰랐다.물론 이는 그녀를 문책할 수 있는 좋은 핑계였다.강유영은 고개를 들고 맑은 눈으로 조연화를 똑바로 마주 보았다. 곧이어 나긋나긋한 음성이 흘러나왔다."왕비 마마께서는 왕부의 집안일로도 바쁘실 텐데, 감히 오래 시간을 끌어 심기를 어지럽힐까 염려스러웠습니다. 오라버니께 듣자 하니, 폐하께서도 늘 인사란 마음이 동하는 것이 우선이니 진심이 담겼다면 족하다 하셨다 들었습니다. 어엿한 왕비가 되셨으니 누구보다 폐하의 뜻을 앞장서 따르심이 옳지 않겠습니까."물론 이는 일어선 후에 급조해 낸 거짓말이었다. 건정제가 정말 그런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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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노부인이 재차 입을 열었다.조연화는 득의양양하게 미소를 지었다.강유영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며 다가가 쭈그려 앉았다. 곧이어 주먹을 쥐고 조연화의 다리를 가볍게 두드리기 시작했다.조연화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눈앞에 쪼그려 앉은 강유영을 내려다보며 비웃음을 띠었다. 얼굴에는 우월감과 쾌감이 가득했다.방 안은 조용했고, 강유영의 손이 옷감에 닿는 미세한 마찰음만이 울려 퍼졌다.강유영은 번갈아 움직이는 제 손등만 내려다보며 묵묵히 다리를 주물렀다. 일말의 굴욕감이나 억울함조차 비치지 않는 평온한 얼굴이었다.그 태도에 조연화는 속이 불쾌해졌다.다리 아래 쪼그려 앉아 시중을 들고 있으면서도 고고한 척하는 모습이라니, 누구 보라고 저러는 건가 싶었다.그래서 그녀는 짐짓 무심한 척 툭 내뱉었다."솜씨가 제법이구나. 내 수발을 드는 시녀들보다 훨씬 낫구나."강유영을 시녀와 비교하며 깎아내리려는 말이었다."왕비 마마, 농담도 참 짓궂으십니다. 유영 아씨는 태생부터 사람 수발드는 걸 잘하시는데, 저희 같은 것들이 감히 비견되겠습니까."채하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쳤다.조연화가 국공부에서 겪었던 일들을 채하도 똑똑히 보았고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지난 일 년 남짓, 강유영은 몰라보게 기가 살았었다.어렵게 모시던 아가씨가 왕비 자리에 올랐으니, 이 기회를 틈타 강유영을 철저히 모욕하며 복수해야 하지 않겠는가.이 말을 듣고도 강유영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었다. 오히려 안색이 굳은 것은 곁에 앉은 한씨 쪽이었다.강유영이 맑은 눈동자를 들어 조용히 한씨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그 시선에 한씨는 바늘방석에 앉은 듯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강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무언의 경고가 무슨 뜻인지 한씨는 명확히 알 수 있었다.조연화가 강유영에게 계속 모욕을 주면, 강유영이 국공부 장부에 관한 일을 꺼낼 것이었다. 그러면 노부인에게 변명할 길이 없었다.한씨는 마음속으로 승복할 수 없었지만 강유영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이를 꽉 깨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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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8화

이건 보통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너!"그 말을 들은 조연화는 분을 참지 못한 채 다리를 홱 빼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유영의 말에 담긴 조롱을 그녀가 못 알아들었을 리 없었다. 조연화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강유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높이 치켜든 손이 당장이라도 뺨을 후려칠 기세였다.강왕과의 혼인은 조연화에게 이미 입에 올려선 안 될 역린이었다.첫날밤, 강왕이 다가와 입을 맞추려 했을 때 그녀는 토악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억눌러야 했다.어떻게든 참아내며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을 간신히 넘겼지만, 일이 끝난 후 침상을 박차고 나가 헛구역질을 해대야 했다.다행히 강왕이 혼례연에서 술을 많이 마신 탓에 일찍 곯아떨어졌고, 채하가 도와준 덕에 강왕은 구토 사실을 알지 못했다.강왕과 잠자리를 갖는 것은 그야말로 악몽이었다.게다가 혼인한 지 며칠 되지 않았다고, 강왕은 신선함을 핑계로 기루도 다른 첩실의 처소도 가지 않았다. 관직도 없고 조회도 나가지 않으니 하루 종일 조연화만 지키며 그 역겨운 짓을 요구했다.매일 역겨움을 억누르며 강왕을 보며 웃고 수발을 들다 보니 조연화는 미쳐버리기 직전이었다.오늘 핑계를 대어 친정으로 피신한 것도, 어머니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이대로 가다간 할 일을 하기도 전에 강왕 때문에 병이 나서 앓아누울 것만 같았다."제가 말실수라도 했나요?"강유영은 깜짝 놀란 척 뒤로 물러서다 넘어지는 시늉을 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절묘하게 조연화의 손찌검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설마 연화 언니께서는 그 고된 일을 하면서 힘들기는커녕 즐거워하셨단 말씀입니까."강유영은 잔뜩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에서 나오는 말은 상대의 가슴을 후벼팠다.단어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조연화의 가장 아픈 상처를 찔렀다."죽어, 강유영!"극대노한 조연화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강왕과 부부로 지내는 게 즐겁다니, 강유영이 직접 겪어보라고 하고 싶었다."연화야!"한씨가 기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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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9화

어머니가 차를 마시라 한 것은, 잠시 후면 강유영을 손봐줄 기회가 자연스레 온다는 암시였다.조연화는 강유영을 서늘하게 바라보고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조연화 옆에 놓여 있던 화로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손난로가 식었구나. 가서 따뜻한 것으로 바꿔오거라."조연화는 턱을 치켜들고 강유영에게 하인 부리듯 명을 내렸다.강유영은 입술을 꾹 다문 채 바닥에 떨어진 화로를 주워들고 밖으로 나갔다.이런 일을 강유영이 직접 할 필요는 없었다.밖에는 하녀들이 준비해둔 화로가 있어 그것으로 바꿔주었다.강유영은 화로를 들고 방으로 돌아와 두 손으로 바쳤다.조연화는 강유영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띤 채 화로를 받아 품에 안았다."네 다도 솜씨가 좋다 들었다. 한 잔 내와 보거라."조연화는 의자에 기대어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왕비 마마께선 누구에게 그런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전 어려서부터 다도를 배운 적이 없어 어찌하는지 모릅니다. 어머니께서 제일 잘 아실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강유영은 미소를 지으며 한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어릴 적 강유영은 대가댁 규수들이나 배우는 다도 같은 기예는 고사하고, 국공부에서 평안하게 머무는 것조차 사치였다. 조연화는 조사예를 데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강유영을 괴롭히고 핍박했다.이런 사실은 한씨와 조연화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와서 강유영의 다도 솜씨가 좋다고 하니 우스울 뿐이었다.한씨는 찔리는 구석이 있어 조연화를 툭 치며 말했다."네 동생은 어릴 적부터 그런 걸 배우기 싫어했단다. 할 줄 모르는 게 당연하지."속으로는 뒤끝이 길다며 강유영에 대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약점 좀 잡았다고 옛날 이야기를 들먹이며 기어오르려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오늘만 지나면 세상에 강유영은 없을 것이니 다행이었다. 한씨는 딸에게 의지해 노부인에게서 관가의 권한을 되찾고, 은자도 한몫 챙겨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이다."그럼 그냥 찻물이나 한 잔 따라 오너라."조연화는 미간을 찌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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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0화

강유영은 휘장을 걷고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이 안 보이는 각도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찻잔을 가볍게 두 번 두드렸다.손톱 밑에 숨겨져 있던 미세한 백색 가루가 찻물 속으로 떨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조연화가 그녀를 모함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려 한다면 기꺼이 이 일을 사실로 만들어줄 것이다.차라리 아무것도 못하고 억울함을 당하는 것보다는 그게 나았다.장 의원의 약방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강유영 역시 웬만한 독초와 약재의 효능은 대강 알고 있었다.이 가루는 그녀가 서유를 시켜 급히 시중에서 사 온 약재였다.조연화가 이토록 필사적으로 자신을 해치려 드는데, 교훈을 좀 남겨주는 건 지나친 처사가 아니었다."차가 왔구나."한씨가 강유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연화에게 눈짓을 주었다."가져오거라."조연화는 손을 뻗으며, 경멸과 웃음이 섞인 눈길로 강유영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강유영, 이번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천한 양녀가 감히 말대꾸를 할 때 성을 낼 필요가 없었다. 곧 죽을 계집에게 화를 내어 무엇하겠는가.강유영은 두 손으로 찻잔을 바친 뒤 한 걸음 물러섰다. 한 손을 등 뒤로 돌려 손톱 끝에 묻어 있던 남은 약가루를 튕겨냈다.조연화는 찻잔을 받아 들고 입가로 가져가며 가볍게 입김을 불었다."방금 막 내린 찻물이니 데지 않게 조심하거라."노부인이 손녀를 아끼는 다정한 낯빛으로 일렀다.조연화는 어찌 되었든 어엿한 강왕비였다. 강왕이 무능하다 할지라도 왕비라는 자리는 진국공부에 적잖은 이득을 가져다줄 터였다.그래서 노부인도 예전보다 손녀에게 한층 마음을 쓰고 있었다.조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찻물을 불더니, 잔기슭을 따라 얕게 몇 모금 마셨다."화씨 어멈."노부인이 밖을 향해 소리쳤다."예, 노부인. 부르셨습니까."화씨 어멈이 재빨리 휘장을 걷고 들어와 인사를 했다."부엌에 일러 점심을 차리라 하거라. 사예와 월아도 불러 강왕비와 정오에 함께 식사하도록 하고."노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분부했다.자매간의 사이가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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