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귀사는 제법 큰 사찰이라, 선방의 살림살이는 소박하면서도 청아한 멋이 있었다. 방 안에는 소색 방석 하나와 낮은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 청자병에는 마른 연꽃이 꽂혀 있었다. 벽에는 관음보살의 화상이 걸려 있었다.회공 스님은 선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살 화상 앞에 단향 한 자루를 피웠다.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향기가 감돌아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전하, 유영 아씨, 앉으시지요."그가 몸을 돌려 자리를 권했다."거기 앉거라."서준은 강유영을 가볍게 밀며 자리를 내어주었다.강유영은 그의 말대로 자리에 앉았다.원래는 서준을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자신의 출생이 이토록 곡절이 많으니, 필시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하지만 회공 스님이 서준을 다소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잠시 생각을 바꾸었다.자신은 회공 스님과 일면식도 없었고, 내세울 것이라곤 진국공부의 양녀라는 허울뿐인 신분이었다. 이 신분으로는 누구 하나 압박할 수 없었다.보아하니 회공 스님은 애초에 그녀를 만날 생각조차 없었던 듯했다. 서준이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면 이미 문전 박대를 당했을 것이다.당연히 그녀가 물을 질문에 회공 스님이 순순히 대답할 리도 만무했다.하지만 서준이 나선다면 회공 스님도 체면을 구겨가며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서준은 별생각 없이 회공 스님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동자승이 찻물을 내왔다."유영아, 묻고 싶은 게 무엇이냐. 어서 물어보거라."서준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띠고 강유영을 바라보았다."주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십수 년 전, 제가 이 사찰에서 태어난 것이 맞습니까."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회공 스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아미타불."회공 스님은 눈을 내리깔고 불호를 외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여신도께서 농담도 잘하십니다. 소승의 이 사찰은 의원이 아니라 부처님을 모시는 곳인데, 어찌 여신도께서 이곳에서 태어나셨단 말입니까."그는 시선을 아래로 둔 채 강유영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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