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밤이 깊어질 즈음에, 숨겨진 마음: Chapter 821 - Chapter 830

852 Chapters

제821화

강유영은 그의 머리에 묻은 물기를 닦아내며 대답했다."그래."조원철이 말했다."사흘 뒤에 뭐라 하는지 지켜보자."강유영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돌려 조심스레 그를 살피고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람 하나만 알아봐 주실 수 있습니까.""누구냐."조원철이 물었다."저희가 어릴 적 어머니 곁에서 수발을 들던 사람입니다. 오씨 어멈에게 들었는데, 해씨라 합니다."강유영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씨 어멈이 해씨 어멈 이야기를 꺼냈을 때부터 줄곧 생각했던 일이었다.해씨 어멈이 그 당시 한씨를 곁에서 모셨다면 모든 일의 전말을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그렇다면 해씨 어멈을 찾아내 어르고 달래서라도 입을 열게 하면 출생의 비밀을 알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해씨 어멈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였다. 그녀 혼자 힘으로는 곁에 서유가 있고 청류 일행을 데려온다 해도 진상을 알아내기 어려웠다.도무지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 고심 끝에 그녀는 염치를 무릅쓰고 조원철에게 부탁하기로 했다."알아볼 필요 없다."조원철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어째서입니까."강유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그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겠느냐."조원철은 그녀를 힐끗 바라보며 되물었다.강유영은 흠칫하더니, 문득 깨달았다."해씨 어멈은 이미 입막음을 당한 겁니까."홀아비 손씨의 최후가 떠올랐다. 한씨를 돕던 금은방의 진 낭자도 행방불명이었다.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해씨 어멈은 한씨의 은밀한 비밀을 잔뜩 알고 있을 텐데, 한씨가 살려둘 리 없었다.조원철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럼 해씨 어멈 이후에 들어온 어멈들은요?"강유영이 다시 물었다.설마 한씨가 그 어멈들까지 전부 죽인 건 아닐 터였다."그 자들은 쓰기에 마땅치 않아 어머니가 내친 것이다."조원철의 말투는 여전히 평온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그녀는 뒤늦게 깨달았다.조원철은 어떻게 이리 다 알고 있는 걸까.그녀가 묻기도 전에 이미 한씨를 조사해 두었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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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험한 산길을 덜컹거리며 오랫동안 달리던 마차가 마침내 멈춰 섰다."아씨, 운귀사에 도착했습니다."서유가 휘장을 걷고 강유영을 부축해 마차에서 내렸다.강유영은 자리에 반듯하게 서서 현판에 적힌 운귀사 세 글자를 올려다보았다.그녀는 예전 조원철과 사찰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뺨을 붉혔다.조원철은 한번 이성을 잃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저지르는 사내였다."아씨, 왜 그러십니까."서유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다. 들어가자."강유영은 정신을 차렸지만 얼굴은 더욱 붉어졌다.출생의 비밀을 알아보러 와 놓고 엉뚱한 상상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유영아!"강유영이 이제 막 두어 걸음 뗐을 때, 비스듬한 쪽에서 누군가 불쑥 튀어나왔다.그녀는 깜짝 놀라 황급히 걸음을 멈췄다.서왕 서준이었다.그는 검은색 바탕에 은은한 무늬가 들어간 비단 장포를 헐렁하게 걸치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옷깃 사이로 쇄골이 드러났다. 이마 위로 흘러내린 잔머리와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에 띤 옅은 미소는 사람을 볼 때마다 묘하게 경박한 느낌을 주었다.황자의 신분임에도 한량의 분위기가 진했다."전하께서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강유영은 눈을 끔벅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그를 보자 지난번 조원철과 팔찌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일이 떠올랐다. 멀쩡한 호신용 팔찌를 끊어 먹은 장본인이었다.자연히 말투가 곱게 나갈 리 없었다.서준은 그녀의 말투에 금세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널 한 번 보겠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어찌 이리 매정하게 구느냐."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쌍한 척을 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강유영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자신을 보기 위해 고생을 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넌 모를 것이다. 네 오라비가 널 얼마나 철통같이 감싸고 도는지. 내가 국공부로 찾아가면 진국공과 함께 친히 나와서 나를 맞이하더구나. 널 만나고 싶다 하니, 혼인도 안 한 후원의 처자가 외간 사내를 만나는 것은 예법에 어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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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강유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대웅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유영아, 오늘 사찰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이냐. 불공을 드리러 왔느냐, 아니면 기원하러 온 것이냐."서준이 고개를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주지 스님을 뵈러 왔습니다. 여쭐 것이 있어서요."강유영은 대웅전 문턱 밖에 서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사찰 안에는 신도들도 많고 승려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옷차림을 보아하니 모두 평범한 승려들일 뿐, 주지 스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아, 주지 스님을 찾는 것이었느냐."서준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전하께서 주지 스님과 친분이 있으십니까."강유영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말투로 보아하니 그런 듯했다."네가 필요하다면, 친분이 없어도 만들어야지."서준이 농을 던지며 웃었다."장난치지 마십시오."강유영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바쁘실 텐데 그만 가보십시오. 따라오지 마시고요."그녀는 중대한 일로 온 것이라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농담이다. 주지 스님과는 아주 잘 아는 사이니 내가 안내하마."서준은 한 걸음 물러나더니 몸을 돌려 앞장서려 했다.강유영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그의 말이 진심인지 장난인지 알 수 없었다."가자꾸나."서준은 그녀가 따라오지 않자 고개를 돌려 웃으며 말했다."내가 널 속이기라도 하겠느냐. 이 시간이면 필시 주지원에서 불공을 드리고 계실 것이다.""정말입니까."강유영은 그 말을 듣자 조금 믿음이 갔다.거짓말 같지는 않았다."내가 널 속인다면 평생 너와 혼인하지 못하는 벌을 받겠다."서준은 장난기 어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헛소리 마십시오."강유영은 그를 가볍게 흘겨보고는 뒤를 따랐다.서준은 과연 운귀사 내부를 훤히 꿰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따라 복잡한 길을 지나 주지원에 다다랐다."주지 스님께 내가 왔다고 전하거라."서준은 문 앞을 지키는 동자승에게 손짓했다.동자승은 합장을 하고 안으로 달려갔다.잠시 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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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운귀사는 제법 큰 사찰이라, 선방의 살림살이는 소박하면서도 청아한 멋이 있었다. 방 안에는 소색 방석 하나와 낮은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고, 탁자 위 청자병에는 마른 연꽃이 꽂혀 있었다. 벽에는 관음보살의 화상이 걸려 있었다.회공 스님은 선방에 들어서자마자 보살 화상 앞에 단향 한 자루를 피웠다.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향기가 감돌아 고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전하, 유영 아씨, 앉으시지요."그가 몸을 돌려 자리를 권했다."거기 앉거라."서준은 강유영을 가볍게 밀며 자리를 내어주었다.강유영은 그의 말대로 자리에 앉았다.원래는 서준을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자신의 출생이 이토록 곡절이 많으니, 필시 남모를 비밀이 숨겨져 있을 터였다.하지만 회공 스님이 서준을 다소 어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자 잠시 생각을 바꾸었다.자신은 회공 스님과 일면식도 없었고, 내세울 것이라곤 진국공부의 양녀라는 허울뿐인 신분이었다. 이 신분으로는 누구 하나 압박할 수 없었다.보아하니 회공 스님은 애초에 그녀를 만날 생각조차 없었던 듯했다. 서준이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면 이미 문전 박대를 당했을 것이다.당연히 그녀가 물을 질문에 회공 스님이 순순히 대답할 리도 만무했다.하지만 서준이 나선다면 회공 스님도 체면을 구겨가며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할 것이다.서준은 별생각 없이 회공 스님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동자승이 찻물을 내왔다."유영아, 묻고 싶은 게 무엇이냐. 어서 물어보거라."서준은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띠고 강유영을 바라보았다."주지 스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십수 년 전, 제가 이 사찰에서 태어난 것이 맞습니까."강유영은 까만 눈동자를 반짝이며 회공 스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아미타불."회공 스님은 눈을 내리깔고 불호를 외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여신도께서 농담도 잘하십니다. 소승의 이 사찰은 의원이 아니라 부처님을 모시는 곳인데, 어찌 여신도께서 이곳에서 태어나셨단 말입니까."그는 시선을 아래로 둔 채 강유영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서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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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강유영은 서준도 예전에 자신을 속인 적이 많으니, 이번 일로 빚을 갚는 셈 치자고 속으로 위안했다."어서 말하게. 입을 열지 않겠다면 당장 사람을 풀어 조사할 테니."서준은 긴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눈매를 가늘게 뜬 채 위협적으로 회공 스님을 응시했다.회공 스님은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두 손을 모아 불호를 읊었다."아미타불.""이제 말하려나 보구나."서준은 고개를 돌려 웃음 띤 얼굴로 강유영에게 속삭였다.강유영 역시 화공 스님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그녀는 까만 눈동자를 크게 뜨고 스님의 얼굴을 주시했다. 단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십수 년 전, 한 여인이 이 사찰의 선방에서 여자아이를 낳은 적이 있습니다."회공 스님은 굳게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뗐다."그 여인이 누구입니까."강유영은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스님이 말하는 그 여인이 바로 그녀의 생모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진실에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 들었다.회공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소승은 그 여인의 진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스님, 말을 하려거든 끝까지 해야지. 반쪽짜리 대답이 무슨 소용인가."서준이 탁자를 내리치며 따져 물었다."스님의 절에 머물던 사람인데 생김새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소승의 말은 진실입니다."회공 스님은 두 사람의 시선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담담히 대답했다."그 여인은 사찰에 들어올 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습니다. 소승은 그저 산달이 다 되어 배가 부른 모습만 보았지요. 그리고 당시 그 곁을 지키던 사람이 바로 국공 부인이었습니다."그는 강유영을 바라보았으나 시선의 끝은 그녀가 아닌, 까마득한 과거의 기억을 더듬고 있는 듯했다."그때 국공 부인은 회임 중이 아니었습니까."강유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가장 중요한 맹점을 짚어냈다.한씨는 늘 그녀가 조연화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다. 회공 스님의 말대로라면 그때 한씨 역시 배가 불러 있어야 했다."국공 부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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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명색이 부처님을 모시는 몸이면서 자비심이라곤 조금도 없군. 유영이가 이 사찰에서 태어나 그토록 긴 세월 고초를 겪었는데, 그 악독한 국공 부인을 타이르지도 않았단 말인가."서준은 불만스러운 듯 입술을 비죽이며 코웃음을 쳤다."소승은 출가한 몸이니 세속의 일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회공 스님은 다시 두 손을 모아 불호를 외었다."거짓 자비로군."서준이 쏘아붙였다."그만하십시오."듣다 못한 강유영은 그를 말렸다.서준은 즉시 표정을 바꾸고 그녀를 향해 멋쩍게 웃었다."진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강유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공 스님에게 인사를 올렸다."아씨, 당치 않으십니다."회공 스님도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뜸을 들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실은 소승도 진실을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허나 근래 들어 누군가 계속 찾아와 함부로 입을 놀리면 운귀사의 사람들을 몰살하겠다고 협박을 해왔습니다. 워낙 잔혹한 자들이라 믿지 않을 수 없었고, 사찰에 있는 수많은 제자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도 없었지요. 부디 오늘 일은 밖으로 내지 말아 주십시오.""누가 스님을 협박했습니까."강유영이 무심결에 물었다.회공 스님을 협박한 자는 분명 한씨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씨에게 사찰의 승려들을 몰살할 만큼 뛰어난 수하들이 있을 리 없었다. 한씨의 수하가 아니라, 오히려 한씨를 협박해 은자를 뜯어내는 자들일 확률이 높았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한씨를 협박하는 자들의 배후에는 거대한 세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한씨가 그들에게 이 일을 사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살기가 등등하고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자들이었습니다."회공 스님의 눈빛에 두려움이 스쳤다."어디서 온 자들인지, 정체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주지 스님, 염려 마십시오. 이 일은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강유영은 다시 한번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선방을 나섰다."유영아, 같이 가자."서준이 뒤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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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사실 경성을 떠나기 전까지는 혼인을 생각할 마음이 없었다. 평생 홀로 늙어갈 각오까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말을 서준에게 할 수는 없으니, 일단 부모님을 찾는 일을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다."그럼 내가 대신 알아봐 주마. 기다리고 있거라."서준은 그 말을 듣고도 기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의욕을 불태웠다."전하께서는 나서지 마십시오. 조정 일만으로도 바쁘실 텐데 어서 돌아가십시오."강유영은 그의 호의를 거절하고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서준은 기둥에 기대어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그곳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발걸음을 옮겼다.강유영은 종종걸음으로 마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멀리서 마차 곁에 서 있는 조원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단출한 푸른색 장포 차림이었으나 꼿꼿한 자태는 여전했다."어찌 오셨습니까."강유영은 깜짝 놀라 서둘러 다가가 당황한 기색으로 그를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운귀사의 마구간에는 신도들의 마차와 말들이 많아 오가는 사람도 잦았다. 조원철이 이곳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다 남의 눈에라도 띄면 또 입방아에 오를 것이 뻔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지금은 다들 사찰 안을 구경할 시간이라 주변에는 인적이 없었다.조원철은 죄를 지은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며 주위를 살피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두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덥석 잡아 번쩍 들어 올려 마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자신도 상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아씨, 출발할까요?"밖에서 서유가 물었다."가자꾸나."강유영이 대답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조원철을 슬쩍 살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앞만 주시할 뿐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차 안에서 묘한 냉기류가 흘렀다."오늘은 짬이 나지 않아 산에 오지 못한다 하시지 않았습니까."강유영은 긴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몰래 그의 안색을 살피고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서준과 마주친 일 때문에 또 화가 난 것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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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이틀 뒤에 어머니께서 뭐라 하시는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강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조원철은 진국공부의 적장자였고 진국공은 그를 중히 여겼기에 반역의 난리 속에서도 그를 황궁으로 데려가 숨긴 것이었다."아씨……."마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밖에서 서유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러느냐."강유영은 몸을 곧게 세우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밖을 보십시오. 경화 공주의 마차가 아닙니까?"서유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강유영은 마차 창문의 휘장을 살짝 열어 틈새로 밖을 내다보았다.어느새 마차는 진국공부 대문 근처에 다다라 있었다.바로 앞쪽에 경화 공주의 마차가 막 멈춰 선 참이었다."잠시 멈춰서 기다리거라."강유영이 다급히 지시했다.서유가 말고삐를 당기자 마차가 멈춰 섰다.강유영은 계속 밖을 살폈다.앞선 마차가 완전히 멈춰 서고, 시녀가 잰걸음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사람을 부축했다.과연, 화려한 차림의 경화 공주가 마차에서 내렸다.경화 공주는 진국공부 대문 앞에 서서 현판을 올려다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곁에 선 시녀에게 무언가 지시하더니 국공부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경화 공주가 방문한 것을 보니 필시 어머니를 찾으러 온 모양입니다."강유영은 쥐고 있던 휘장을 내리고 조원철을 돌아보았다."일단 국공부로 들어가자."조원철이 서유에게 명했다.마차는 곁문을 통해 진국공부 안으로 들어섰다.강유영은 마차에서 내리려는 조원철을 붙잡고는 여전히 휘장 틈새로 밖을 주시했다."잠깐만요. 공주가 아직 멀리 가지 않았습니다."경화 공주가 두려운 것은 아니었다.다만 공주는 본래부터 조원철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니, 조원철이 그녀의 마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다면 곤란해질 수 있었다.경화 공주는 제멋대로 구는 데 익숙한 자라, 괜한 일로 얽히게 되면 골치가 아파질 것이 뻔했다.그녀는 오로지 출생의 비밀을 캐내어 전당포를 되찾고 멀리 떠날 생각뿐이었다. 다른 일에는 최대한 엮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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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한씨는 사실 줄곧 경화 공주를 피해 다니고 있었다.비록 앞서 하려던 두 가지 일은 모두 성사되지 않았지만, 경화 공주가 그녀를 도와주려다 시녀까지 잃은 것은 사실이었다.억지를 부리며 물고 늘어지는 경화 공주의 성정을 아는데, 하물며 자신 때문에 손해까지 보았으니 어련하겠는가."내가 알기로 지금 진국공부의 안살림은 노부인께서 맡고 계신다던데. 국공 부인께서는 대체 무슨 일로 그리 바쁘게 지내시는 건가?"경화 공주는 한씨의 체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정곡을 찔렀다.그 말을 들은 한씨는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감히 화를 내지는 못하고 어색하게 웃음만 흘렸다."예전에 부인을 돕느라 내 시녀를 하나 잃었지. 그 후엔 강유영 곁의 사람을 잡으라고 내 사람까지 보내주었고."경화 공주는 시선을 거두고 여유롭게 찻물을 음미했다."국공 부인께서도 그에 합당한 보답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나?"경화 공주가 말하는 보답이란 당연히 조원철을 뜻했다. 굳이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한씨가 알아들었을 것이라 짐작했다.요즘 한가하여 입궁할 때마다 종종 조원철과 마주치곤 했다.차가운 얼굴에 건장한 체격을 보고 있노라면, 볼수록 마음이 동했다.그토록 차가운 사내가 붉어진 얼굴로 숨을 몰아쉬며 욕망을 갈구하는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전하께서도 참 농담도 잘하십니다. 강유영은 아직 저리 멀쩡히 살아 있는데, 제가 어찌……."한씨는 감히 대놓고 반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며 경화 공주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그 속뜻은 명백했다. 강유영이 죽은 것도 아니고 일도 성사되지 않았는데, 보답을 내놓으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었다."강유영이 죽지 않았으니 내 사람은 개죽음을 당한 것이고, 내 수하들은 헛수고만 했다는 뜻인가?"경화 공주는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몸을 똑바로 세웠다. 눈매가 매섭게 치켜올라가 있었다.감히 발뺌을 하려 들다니, 제 명을 재촉하는 짓이었다."아닙니다."한씨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부인했다."수고비 명목으로 은자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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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청류는 회랑 기둥에 기대어 단비가 가져다준 고기 전병을 베어 물며 따분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마당 입구로 누군가 들어서는 모습에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살피더니 웃으며 다가갔다."청운 형님, 이제 오십니까.""그래."청운은 짧게 대답하고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청류는 그를 따라가며 물었다."경화 공주와 국공 부인은 무슨 대화를 나눴습니까?."청류는 본래 성격이 활달하고 무리 중 호기심이 가장 많은 자라, 청운을 보자마자 묻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청운은 손을 내저으며 계속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그러십니까. 제게도 좀 알려주십시오."청류는 그가 입을 다물자 오히려 호기심이 동해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비켜라."청운이 그의 손을 쳐냈다."에이, 치사하십니다."청류는 입을 비죽이며 퉁명스럽게 다시 기둥에 가 기댔다.오랜 세월 함께 일해왔으니 청운의 성격을 모를 리 없었다. 이렇게까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중요한 일일 것이다.경화 공주와 국공 부인 사이에 대체 무슨 말이 오간 것일까."청운, 돌아오셨습니까."강유영이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조원철과 방 안에서 저녁을 먹던 중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평소 같으면 이리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 테지만 상대가 무려 경화 공주와 한씨였다.그들이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꼭 알아야 했다.두 사람 모두 그녀에게 악의를 품고 있으니, 이번 만남도 십중팔구 그녀를 함정에 빠뜨릴 모의였을 것이다. 미리 저들의 계획을 알아두어야 대비할 수 있었다."아씨."청운은 강유영을 보자 방금 전 청류에게 보이던 귀찮은 기색을 싹 지우고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격식 차릴 것 없어요. 들어오세요."강유영은 뒤로 물러서며 길을 내어주었다. 청운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강유영은 아직 밥을 다 먹지 못했기에 다시 식탁 앞에 앉아 젓가락을 들었다.조원철은 막 식사를 마치고 대야에 손을 씻고 있었다."세자."청운이 다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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