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가 하나 있긴 한데, 오늘 마침 집에 볼 일이 있어 돌아갔습니다."진 부인은 민망함을 꾹 누르며 애써 웃어 보였다."언니도 아시겠지만, 제 형편이 언니와는 비교할 수가 없지요. 시녀를 하나라도 두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한답니다."한씨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사촌 자매가 마주 앉아 옛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경수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지내느냐?"한씨는 빈 찻잔을 내려놓으며 슬쩍 화제를 돌렸다.경수는 진 부인의 외동아들이었다."그 녀석 말입니까."진 부인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언니 앞에서는 굳이 숨길 필요 없겠지요. 그 녀석은 어릴 적부터 도통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글공부도, 무예도 영 소질이 없어 온종일 빈둥거리기만 한답니다. 눈만 높고 딱히 할 줄 아는 일도 없어 제 속만 시커멓게 타고 있지요."진 부인 슬하의 유일한 혈육이니, 평소에 너무 애지중지 감싸며 오냐오냐 키운 탓이었다."며칠 전 국공 나으리께서 돌아와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청천의 병마사에 빈자리가 하나 났다는구나. 네가 아이를 멀리 떠나보낼 결심만 섰다면, 제법 괜찮은 자리일 게다."한씨가 느릿하게 말을 흘렸다.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아쉬울 게 뭐 있겠습니까!"진 부인은 놀라움과 기쁨에 들떠 어쩔 줄을 몰라하다가 애써 침착함을 되찾았다."하지만 경수는 워낙에 병약하여 무공도 익히지 못해서, 행여 고생을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진 부인은 한씨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속내가 깊고 이득이 없는 일에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 성정이었다.진 부인의 친정은 본래 한씨 가문보다 형편이 한참 안 좋았고, 그 탓에 혼처 역시 한씨와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한씨는 줄곧 그녀를 깔보며 오랜 세월 왕래조차 거의 끊고 지냈다.그런데 돌연 집까지 찾아와 아들의 번듯한 벼슬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니, 진 부인 입장에서는 하늘에서 떡이 뚝 떨어진 격이었다.하지만 대가 없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