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apítulo 471 - Capítulo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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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정녕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닙니까!”소명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저 여자가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예요! 이모님, 저 여자의 말을 믿지 마세요!”그때 한 어멈이 소명주 앞으로 다가왔다.“소 아가씨, 진정하십시오. 저분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시지요. 군주 마마와 장공주 마마께서 계시니, 그 누구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연지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목검을 휘두르며 말을 이었다.“아가씨의 본래 뜻은 저에게 다른 아가씨를 모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감히 그런 일을 할 수 없다며 거절하였는데, 아가씨께서 후작부의 규수라는 신분을 내세워 저를 협박하셨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여기까지 말하자, 그녀의 목소리가 메어오기 시작했다.“제가 비록 천한 신분이오나, 지금껏 단 한 번도 남을 해친 적은 없습니다. 오늘 일부러 아가씨와 똑같은 차림을 한 것도, 이런 방법을 빌려서라도 함부로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서 여인으로 살아가는 것만 해도 본디 쉽지 않은데, 어찌 같은 여인이 다른 여인을 곤경에 빠뜨린단 말입니까.”연지의 몸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목소리 역시 처음의 차분함을 잃고 조금씩 흔들렸다.“저 역시 한때는 번듯한 양가의 여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구한 운명에 휘말려 이 풍진 세상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저와 똑같이 차려입은 것이 그토록 굴욕적이셨습니까? 군주 마마, 제가 드릴 말씀은 모두 드렸습니다.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마지막 말을 끝으로 검무도 막을 내렸다. 연지는 손에 쥔 목검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한순간, 화청 전체가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소명주에게로 쏠렸다. 그 눈빛에는 의구심과 경멸, 그리고 은근한 비웃음까지 뒤섞여 있었다.연지는 과거 난화문에게 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그때 소설아가 사람을 보내 그녀의 신물을 돌려주었고, 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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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소설아는 설현정이 이토록 직설적으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녀는 앞으로 두 걸음 다가가 국화가 곱게 피어난 화분 앞에 섰다. 실처럼 가느다란 꽃잎을 손끝으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물었다.“설 아가씨, 누구에게 그런 말을 들으셨습니까?”설현정은 뒤에 서 있던 하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하녀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두 걸음 물러섰다.설현정은 손을 뻗어 소설아가 감상하던 국화 한 송이를 꺾어 들며 말했다.“그것까지 아실 필요는 없습니다.”소설아는 허리를 곧게 펴고 설현정의 손에 들린 꽃을 바라보았다.“제가 알기로 화친왕 전하를 연모하는 세가의 여식들은 차고 넘칩니다. 그런데 설 아가씨께서는 어찌하여 저를 찾아와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설현정은 소설아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훑어보았다.솔직히 말해 소설아는 무척 아름다웠다. 수많은 귀족 규수들 가운데서도 그녀의 미모는 단연 돋보였으며, 결코 흔하고 속된 아름다움이 아니었다.그녀에게는 사내의 환심을 사려는 억지스러운 아양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깊은 골짜기에 홀로 피어난 난초처럼, 고요하면서도 은은한 자태를 품은 채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홀로 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설현정은 소설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콧대 높은 설씨 가문의 위세 앞에서도 태연하게 고고한 척 구는 그 모습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그저 묻고 싶어서 묻는 것입니다. 묻는 데 무슨 이유라도 필요합니까?”설씨 가문의 여식인 만큼, 단아하고 기품 있는 태도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소설아는 설현정이 잠시 방심한 틈을 타 손을 뻗어, 그녀가 들고 있던 국화를 다시 빼앗아 들었다.“설 아가씨께서 굳이 저를 찾아와 이러시는 걸 보니, 혹 무언가 두려운 구석이라도 있나 봅니다?”설현정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짙은 멸시가 서려 있었다.“아가씨처럼 미천한 신분으로는 화친왕 전하의 첩실 자리조차 과분한데, 제가 아가씨를 두려워할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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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설연준은 무참히 짓밟혀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든 국화를 주워 들고, 소설아가 사라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소설아는 아직 그리 멀리 가지 않은 상태였다. 설현정이 저토록 화를 낸 것이 필시 소설아와 관련이 있을 터였다.그는 꽃을 코끝에 가져가 향을 맡더니, 이내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제법 재주가 있구나. 얼굴만 반반한 멍청이는 아니었어.”설현정은 순간 경계심을 바짝 세웠다. 큰 오라버니가 유독 소설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저 얼굴이 좀 반반할 뿐인 계집일 따름인데, 어째서 하나같이 저 여자에게 이토록 관심을 두는지 알 수가 없었다.자신의 큰 오라버니는 국공 세자였다. 훗날 국공의 작위를 이어받을 사람이기도 했다.그런 오라버니가 저런 천한 계집에게 마음을 둘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설현정의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불안감이 피어올랐다.“오라버니, 설마 저 계집을 마음에 두신 건 아니시죠? 저런 천것을 어찌…”“현정아!”설연준이 매섭게 말을 끊었다.“너는 설씨 가문의 규수다. 할머님과 태후 마마께서 평소 너를 어찌 가르치셨느냐? 어찌 네 입에서 그토록 천박한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이냐!”설현정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죄송해요, 큰 오라버니. 방금 저 아가씨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그만…”청동 거울 속 설현정은 어느새 다시 예전의 단아하고 기품 있는 설씨 가문의 아가씨로 돌아와 있었다.설연준이 차분히 말했다.“욕을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느냐? 가문에서 네게 예법과 교양을 가르친 것은 남을 욕하라고 그리한 것이 아니다.”설현정은 고개를 숙였다.“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큰 오라버니. 이제 어찌해야 할지 알겠습니다.”*소명주가 끌려간 뒤, 민씨는 그저 넋을 잃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거지?’연지는 분명 소설아에게 은자를 받고 명주를 모함하러 온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마지막에 쫓겨난 것은 명주란 말인가?연지는 자신의 명성을 지켰을 뿐만 아니라, 연화 군주에게서 품행이 고결하다는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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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설현정은 적당한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부인, 저는 급히 가보아야 할 곳이 있어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설 아가씨,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설현정이 자리를 뜨자마자, 민씨는 주체할 수 없는 흥분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소명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물었다.“어머니, 왜 그러세요?”민씨가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속삭였다.“명지야, 소설아 저 계집년이 우쭐댈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후부로 돌아가는 대로 당장 혼처부터 알아봐야겠다. 적당한 곳을 찾아 서둘러 시집을 보내 버리는 거지.”그녀는 벌써 소설아를 어디로 시집보낼지까지 머릿속으로 그려 놓고 있었다.첩을 여럿 거느린 사내의 후처로 밀어 넣든가, 아니면 제 성질을 못 이겨 전처를 몇이나 매질해 죽였다는 흉포한 홀아비에게 떠넘기든가.어느 쪽이든 소설아에게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혼처였다.정 안 되면 고자에게 시집보내어, 평생 여인으로서의 진정한 기쁨 따위는 누리지도 못하게 만드는 수도 있었다…물론 자신의 자애롭고 어진 어머니라는 평판까지 내팽개칠 수는 없었다. 겉으로는 어디까지나 소설아를 위해 혼처를 고른다는 모양새를 갖춰야 했으니, 대놓고 남의 첩실 자리로 밀어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그녀가 점찍을 혼처는 겉보기엔 틀림없이 번듯하고 흠잡을 데 없는 가문이어야 했다.소설아가 남몰래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감히 어디 가서 억울함조차 호소하지 못하게 만들 셈이었다. 제 손으로 몹쓸 사내에게 시집을 보내 놓고도, 정작 소설아로 하여금 자신에게 고마워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훗날 시댁에서 온갖 핍박을 받게 되더라도, 친정인 자신의 눈치만 살피며 고분고분하게 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민씨는 저도 모르게 음험한 웃음을 터뜨렸다.한편, 멀찍이 서서 속닥거리는 민씨 모녀를 지켜보던 설현정은 나지막이 코웃음을 치며 비아냥거렸다. "저 어리석은 멍청이들 같으니."이내 그녀는 추월하가 머물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연화 군주의 양녀인 추월하는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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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설현정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아까 화청에서 너도 봤을 거 아니니.”추월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소명주가 확실히 심하게 굴긴 했지요.”설현정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데 연지 낭자가 애초에 누구를 모욕하려 했는지는 알고 있니?”추월하가 고개를 저었다.“몰라요. 어머니께서 서신을 찢어버리셔서 저도 보지 못했어요.”“연지 낭자가 처음부터 노린 사람은 소설아였어.”설현정은 똑똑히 보았다. 연화 군주가 서신을 끝까지 읽은 뒤 소설아에게 시선을 옮겼고, 그 눈빛에 순간 안타까운 기색이 스쳤다는 것을… 줄곧 소설아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기에 놓칠 리 없었다.처음에는 연화 군주가 어째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의아했다. 하지만 만약 연화 군주가 정말 소설아를 양녀로 들일 생각을 품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벌어진 모든 일이 하나부터 열까지 말끔하게 맞아떨어졌다.추월하가 깜짝 놀라 물었다.“어머? 두 사람은 자매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동생이 언니를 모함하려 한 거죠?”설현정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둘 다 연화 군주의 양녀 자리를 탐내고 있으니까 그렇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듣기로는 본래 연화 군주께서 소명주를 양녀로 들이려 하셨잖니. 그리고 연지 낭자는 온갖 부류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밑바닥에서 굴러먹던 기녀야. 그런 자의 말을 어떻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소설아를 감싸고 나섰을 리가 없잖아.”설현정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분명 사전에 소설아에게 두둑한 은자를 받아놓았을 거야.”“내 짐작에는 말이야. 소설아와 소명주, 두 사람 모두 연지 낭자가 이곳에 와서 공연한다는 걸 미리 알아채고는 앞다투어 찾아간 게 틀림없어. 연지 낭자 입장에서도 소명주의 말대로 소설아를 모함했다가는 제 명성까지 잃게 될 테니, 그대로 따르기는 어려웠겠지.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한바탕 연극을 벌인 셈이야. 제 명성도 지키고, 소설아에게서 받은 대가까지 챙겼으니 연지 낭자에게도 손해 볼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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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소명주는 안호연을 본 순간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아버지…”수많은 이가 보는 앞에서 질질 끌려 나갔던 일이 떠올라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했다.이곳은 다른 곳도 아닌 안호연의 저택이었다. 자신은 그의 유일한 친딸이자 이 집의 진짜 주인이 아닌가. 그렇다면 마땅히 이곳에서 가장 극진한 대접을 받아야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설움이 북받친 소명주는 결국 둑이 무너진 듯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안호연 역시 명주의 처지를 알기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명주야, 오래 머물 수가 없구나. 짧게 할 말만 하고 가마.”연화 군주가 이미 의심을 품고 있는 터라 매사에 조심해야만 했다. 이렇게 소명주를 만나러 온 것조차 엄청난 위험을 무릅쓴 일이었다.“당분간은 누워서 몸조리나 하거라. 조급해할 것 없다. 연화가 너를 수양딸로 삼도록 손을 써 보마. 소문도 잠재울 방도를 찾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말을 마친 안호연은 소명주가 미처 대답할 새도 없이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소명주는 멀어져 가는 안호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저런 분이야말로 자신이 아버지라 부를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이미 어긋나 버린 인연이라면, 차라리 평생 이대로 어긋난 채 살아도 좋았다.인연은 자신이 먼저 끊어내면 그만이었다.*한편, 소설아를 옭아맬 묘책을 떠올린 민씨는 다시금 의기양양해졌다.소설아가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를 가졌다 한들, 제 혼처를 제 맘대로 고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태후나 황제가 직접 하사혼을 내려 주지 않는 이상 말이다.민씨가 소명지의 손을 이끌었다.“가자, 군주 마마께서 계신 곳으로 가자구나.”소명지가 슬그머니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어머니, 명주 언니가 이미 소란을 피운 마당에 굳이 군주 마마를 찾아뵈었다가 또 눈총을 살 필요가 있습니까?”민씨는 입술을 삐죽였다.솔직히 말해 그녀는 이 막내딸이 영 마음에 차지 않았다. 미련한 데다 겁까지 많았기 때문이다. 명주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제 편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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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연화 군주의 태도가 다시 누그러지자, 주변 부인들 역시 그녀의 눈치를 살피느라 더는 민씨를 함부로 업신여기지 못했다.그렇게 민씨는 다시 의기양양해졌다.‘연화, 이 멍청한 것. 다루기가 어찌나 쉬운지.’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고 돌아온 이연주는, 연화 군주와 민씨가 살갑게 붙어 담소를 나누는 꼴을 보고는 답답하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은밀히 사람을 시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초지종을 알아본 뒤, 민씨를 다른 곳으로 떼어내고 나서야 연화 군주를 끌고 가 속닥거렸다.“어찌 또 저 여인과 저리 사이좋게 지내는 거니? 지난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벌써 다 잊은 거야?”연화 군주는 얕은 한숨을 쉬며 민씨의 속을 떠보려 했던 일을 털어놓았다.“얼마 전 태후 마마의 궁에서 어린 환관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한 번 확인해 보려던 것인데, 하마터면 애꿎은 사람을 의심할 뻔했지 뭐야.”이연주는 연화가 마침내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속으로 깊이 안도했다. 하지만 연화는 워낙 단순한 성정이라, 남이 옆에서 몇 마디 거들기만 해도 금세 그 의구심을 거두어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이연주는 즉시 화들짝 놀란 척하며 맞장구를 쳤다.“설마? 하긴, 안 대인과 민씨라니…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연화 군주가 미간을 찌푸렸다.“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이연주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깊은 한숨을 몇 번 내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내가 예전에 듣기로는, 안 대인이 젊었을 적에 저 민씨와 혼담이 오갈 뻔했다더라.”연화 군주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그렇게 중요한 일을 어째서 이제야 말해 주는 거야!”이연주가 억울하다는 듯 대꾸했다.“듣고 나면 네가 속상해할 게 뻔한데, 내가 무슨 염치로 먼저 꺼내겠어? 네가 먼저 수상하다고 짚어 내지 않았더라면, 난 평생 입을 다물고 있을 생각이었는걸.”연화 군주는 손사래를 쳤다.“말해 줬어도 소용없었을 거야. 내가 직접 떠보며 확인해 봤건만,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런 내색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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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이번 화연을 위해 연화 군주는 거금을 들여 아주 희귀한 국화 화분 하나를 들여왔다. 겹겹이 포개진 꽃잎의 중심은 봉오리처럼 둥글게 오므라들어 맑고 선명한 녹빛을 띠었고, 그 바깥을 둘러싼 꽃잎들은 활짝 펼쳐지며 곱고 은은한 붉은빛을 머금고 있었다.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푸른빛을 띤 국화가 붉은 치마를 곱게 두른 듯한 모습이었다.워낙 귀하고 보기 드문 품종이라 세상에 이 화분 하나뿐이었다. 때문에 연화 군주는 전담 하녀까지 곁에 두고 애지중지하며 돌보고 있었다.“군주 마마, 이리 어여쁜 꽃을 대체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지난번 단왕비 마마의 화연에서도 이처럼 귀하고 빼어난 꽃은 처음 보았습니다.”연화 군주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어느 어린 벗이 내게 선물로 준 것이란다.”그녀가 말한 ‘어린 벗’은 다름 아닌 소설아를 가리키는 것이었다.“마침 그 아이가 화초 가게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 진귀한 화초가 필요하거든 언제든 찾아가 보거라.”연화 군주는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던 하녀에게 일렀다.“설아는 어디 있느냐? 가서 그 아이를 이리 불러오거라. 어느 부인께서 꽃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전하고.”연화 군주가 소설아를 입에 올리는 어조에는 친근함과 다정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그 곁에 서 있던 추월하는 시선을 내리깐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본래 어머니에게 딸이라고는 자신 하나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디서 굴러들어 온 계집애가 어머니의 총애를 나누어 가지려 하고 있었다.추월하는 속이 쓰리고 못마땅했지만, 겉으로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소 아가씨는 참으로 손재주가 빼어나신가 봐요. 꽃을 잘 가꾸실 뿐만 아니라 향을 만드는 솜씨도 뛰어나시다면서요. 경성에서 소문난 그 향로 가게도 소 아가씨가 운영하시는 곳이지요?”그러자 한 부인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그 소문난 가게가 소 아가씨의 것이었습니까? 그곳 향로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요!”“군주 마마, 혹시 저희를 대신해 한마디 일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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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안호연은 연화 군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평소 질투가 많은 그녀를 의식해 그는 다른 여인들과 거리를 두었고, 누구에게도 특별히 잘해 주는 법이 없었다. 하물며 제 몸을 던져 남을 구하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게다가 그녀가 아는 그는 남의 일에 굳이 끼어드는 성미도 아니었다. 남을 구하려다 제 몸까지 다치는 것은 더더욱 그의 성정과 맞지 않았다.무엇보다 그는 줄곧 소설아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런 그가 소설아를 구했다는 것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다.그렇다면… 혹시 월 이낭을 구하려 했던 것인가?그것 역시 말이 되지 않았다.후작부 세자의 후첩이 대체 무슨 연유로 그와 엮일 일이 있단 말인가?그렇다면 혹시 안호연은 그녀가 설아를 수양딸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서야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일까?과연 그는 그녀에게 다정했다. 만약 정말 그런 것이라면, 앞으로 수양딸을 들이는 일도 순조롭게 진행될 터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연화 군주는 벅차오르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잠시 후, 어린 하녀가 돌아와 아뢰었다.“군주 마마, 안 대인께서 채비를 마치는 대로 곧 오시겠다고 하셨습니다.”그렇다면 다행히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반 식경도 지나지 않아 안 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은은한 달빛을 닮은 빛깔의 장포가 그의 고아하고 수려한 풍모를 한층 돋보이게 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풍채가 훤했으나, 부상을 입은 탓인지 입술은 조금 창백해 보였다.“안 대인께서 온 힘을 다해 저희를 구해 주신 은혜를 제가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당장 생명을 구해 주신 이 큰 은혜에 보답할 능력은 없으나, 훗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온 힘을 다해 대인의 근심을 함께 나누고, 베풀어 주신 선의가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소설아는 월 이낭을 부축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안 대인에게 큰절을 올리려 했다.연화 군주가 급히 만류했다.“월 이낭은 그만두거라. 몸도 무거운데 무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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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월하가 쓰러졌다!”연화 군주의 안색이 확 변했다. “어찌 된 일이냐? 여봐라, 어서 월하를 방으로 안고 가거라!”“부인, 내가 하겠소.”안호연이 한 걸음 나서며 월하를 번쩍 안아 들었다.“부군, 몸도 다치셨으면서요.”연화 군주가 걱정스럽게 말했다.“괜찮소. 월하쯤이야 거뜬히 안을 수 있소.”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사람을 안은 채 성큼성큼 해당원을 향해 걸어갔다.“어서 의원을 모셔 오너라!”연화 군주도 안 대인의 뒤를 따라 황급히 자리를 떴다.추월하가 돌연 기절하는 바람에, 연화 군주가 수양딸을 들이려던 일도 어쩔 수 없이 중단되고 말았다.연화 군주가 자리를 비우자 사람들도 하나둘 뿔뿔이 흩어졌다.화원에는 설현정과 소설아, 그리고 월 이낭만 남게 되었다.설현정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속을 알 수 없는 얄미운 미소를 지었다.월 이낭은 설현정을 힐끗 살피고는 먼저 입을 열었다. “큰 아가씨, 그럼 저는 이만 화청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아는 것이 많을수록 명줄만 짧아지는 법. 그녀는 소설아의 일에 조금도 엮이고 싶지 않았다.설현정은 멀어지는 월 이낭의 뒷모습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보아하니 아가씨의 꿍꿍이가 보통이 아닌가 봅니다?”소설아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설 아가씨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통 모르겠군요.”설현정도 굳이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쏘아붙였다. “군주 마마의 수양딸이 되려던 아가씨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소설아는 고개를 들어 상대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수양딸이라니요?”그러다 이내 무언가 깨달은 듯 화사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 방금 군주 마마께서 저를 수양딸로 삼으려 하셨던 거군요!”소설아는 가볍게 예를 표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누가 군주 마마의 수양딸이 되는 행운을 거머쥐었나 몹시 궁금해하던 참이었거든요. 알고 보니 그 행운아가 바로 저였네요!”그녀가 부드러우면서도 생기 넘치게 미소 짓자,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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