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apítulo 461 - Capítulo 470

544 Capítulos

제461화

갑자기 대금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다소 다급하게 시작되더니, 이내 서서히 퍼져 나가며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맑고 청아한 음색으로 변해 갔다.민씨는 단박에 알아차렸다. 안 대인의 대금 소리였다.대금 소리가 울려 퍼지자, 수레를 끌며 선두에서 달리던 검은 말은 돌연 기세를 누그러뜨리며 진정하기 시작했다. 마차와 불과 한 자 남짓 떨어진 곳에서 검은 말은 앞발을 번쩍 치켜들고 길게 울부짖더니, 이내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세 마리의 커다란 사냥개 역시 사납게 짖어대던 것을 멈추고, 목숨을 걸고 말 떼 속으로 뛰어들었다. 말발굽을 물어뜯으며 검은 말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그러나 뒤따르던 검은 말들은 여전히 거칠게 돌진하고 있었다. 선두의 검은 말이 뒤에서 달려오던 다른 말과 세차게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몸집이 중심을 잃고 마차 쪽으로 확 기울어졌다.월 이낭은 기겁하여 질끈 눈을 감았고, 마부와 하인은 두려움에 온몸을 바들바들 떨었다.소명주는 소설아가 겁에 질려 허둥대는 모습을 똑똑히 보려고 두 눈을 부릅떴으나, 정작 소설아는 옷자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단정하게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코앞에 닥친 엄청난 재앙 앞에서도 그녀는 하늘을 유유히 흐르는 구름처럼 태연자약했다.바로 그 절체절명의 순간, 안 대인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대금을 쥐고 있었고, 새하얀 옷자락을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 같았다.안 대인은 음률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무공 또한 뛰어났다. 그가 선두의 검은 말을 향해 장력을 날리자, 검은 말이 옆으로 튕겨 나가며 뒤따르던 말 몇 마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뒤쪽의 말들이 연달아 덮쳐 왔지만, 안 대인은 마차 앞을 굳건히 가로막고 서서 달려드는 말들을 하나씩 쳐내며 막아냈다.그의 무공은 실로 대단했지만, 검은 말의 수가 너무 많은 데다 하나같이 덩치가 거대했다. 미친 듯이 날뛰는 말들을 막아내던 중, 옆으로 튕겨 나온 말 한 마리의 몸통에 세차게 부딪힌 안 대인은
Ler mais

제462화

안 대인은 끝내 월 이낭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애써 시선을 피하는 듯한 그 모습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그가 곧장 자리를 뜨지 못한 것은 부상이 생각보다 깊었기 때문이었다. 한쪽 팔 전체가 저릿저릿하게 마비되어 끊임없이 떨렸고, 두 다리에도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잠시 뒤, 쓰러진 말들이 정리되자 태복사 관리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대인, 무사하십니까? 천만다행입니다. 안 대인께서 나서서 막아주신 덕분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어서 말들을 끌고 가라!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구나. 평소에는 얌전하기만 하던 말들이 어찌 아무런 연유도 없이 갑자기 날뛴단 말이냐?”그때 한 관리가 소설아를 향해 물었다.“아가씨,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소설아가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저희는 다친 곳 하나 없습니다. 오히려 저희를 구해주신 대인께서 다치신 것 같아 걱정이네요.”태복사 관리가 백화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가, 털끝 하나 상하지 않은 마차를 보고는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안 대인의 무공이 실로 대단하십니다.”그는 다시 소설아를 돌아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헌데 아가씨께서는 그처럼 위급한 순간에 어찌 달아날 생각은 하지 않고 마차를 부수라고 하신 겁니까?”소설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멋쩍은 듯 웃었다.“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적으로 정신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앞뒤를 따져볼 겨를도 없었지요.”그녀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천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저 하늘에 계신 부처님께서 마차 안에 갇힌 가엾은 저와 이낭을 굽어살피시어 기적이라도 내려주시지 않을까 했습니다. 다행히 부처님의 자비를 기다릴 필요도 없이, 이토록 훌륭하신 대인께서 몸소 나서 저희를 구해주셨네요.”소설아는 환하게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제 마음속에서는 대인께서 곧 하늘에서 내려오신 부처님이나 다름없습니다.”소설아가 꼬박꼬박 ‘대인’, ‘부처님’이라 치켜세울수록, 안 대인의 귀에는 그 말
Ler mais

제463화

그녀는 복숭아 정과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월 이낭이 먼저 먹는 것을 지켜본 뒤에야 소설아도 안심한 듯 과감하게 입을 댔다.“이낭께서 마음에 드신다면, 내일 군주 마마께 조리법을 여쭈어 저희 주방에서도 한번 만들어 보라고 할게요.”소설아 역시 복숭아 정과가 새콤달콤하니 제법 맛있다고 생각했다.월 이낭은 잠시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이내 답답함을 견디지 못했다. 지금 그녀는 소설아에게 꼼짝없이 약점을 잡힌 채 휘둘리고 있었다. 가뜩이나 회임한 몸이라 하루하루가 힘겨운데, 약점을 잡힌 채 억지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자 속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큰 아가씨, 혹시 다른 사람이 첩의 신분을 묻는다면 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합니까?”당장 반항할 수는 없었지만, 말로라도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다. 월 이낭은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은근히 비꼬듯 말을 이었다.“큰 아가씨께서 댁의 이낭을 데리고 연회에 참석하셨다는 사실이 남들 귀에 들어가면, 규율도 모른다고 손가락질하지 않겠습니까? 자칫하면 군주 마마께서도 큰 아가씨를 원망하실지 모르겠습니다.”그녀가 다시 덧붙였다.“그러니 저를 돌려보내시는 게 낫겠습니다. 아직 출가하지 않은 처녀에게는 무엇보다 명성이 중요한 법이니까요.”“그건 이낭께서 걱정하실 일이 아니에요.”소설아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이낭을 모시고 나온 건, 이낭께서 홀로 후부에 남아 계시면 위험할까 봐 걱정되어서 그런 거랍니다. 이낭께서는 명주 때문에 유산할 뻔하셨잖아요. 게다가 이낭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세자 전하의 유일한 핏줄이에요. 제가 이낭을 직접 챙겨 모시고 다니는 건 그만큼 정과 의리를 중히 여긴다는 뜻인데, 남들이 저를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칭찬하기 바쁘지 않겠어요?”소설아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빙긋 웃었다.“혹여라도 누군가 저를 헐뜯는다면, 그때는 이낭께서 나서서 제 억울함을 풀어 주셔야 해요. 소명주가 처음 이낭께 어떤 약을 먹였는지, 그 일부터 사람들에게 똑똑히 말씀해 주시고요.”월 이낭은 소설아의 속셈
Ler mais

제464화

화청 안에서 위원후부의 자리는 나란히 마련되어 있었다. 민씨는 소명주를 데리고 소설아의 곁에 자리를 잡았다.소명주는 자리에 앉자마자 참지 못하고 “앗.” 하고 짧은 신음 소리를 냈다. 상처가 당겨 통증이 여간 심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곧 자신이 꺼낼 말이 소설아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찌를 생각을 하니, 다리의 통증마저 조금은 잊히는 듯했다.소명주는 애써 몸을 돌려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설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는 보셨나요?”소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봤지.”“어때요? 예쁘시던가요?”소설아의 맑은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그녀는 소명주의 말에 숨겨진 악의를 단번에 알아차렸다.“내 외모가 설씨 가문의 아가씨만 못하다고 말하고 싶은 거지?”소명주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픽 웃었다.“언니도 제 분수는 알고 있네요. 설씨 가문의 문벌은 언니가 열 번 다시 태어난다 해도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테니까요.”소설아는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살점 하나를 도려내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걸 보면, 확실히 나보다 네가 훨씬 대단하긴 하구나.”“아니!”소명주가 눈꼬리를 매섭게 치켜올렸다. 하지만 주변에 보는 눈이 많아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애써 분을 삭인 뒤 말을 이었다.“언니, 소문 못 들었어요? 현정 언니가 이미 화친왕 전하의 왕비로 낙점되어 황제 폐하의 명을 받았대요.”소설아는 여유롭게 웃었다.“진작에 들었지.”상대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찔렀다고 생각한 소명주는 의기양양해졌다.“그런데 언니는 어째 하나도 슬퍼 보이지 않네요? 속으로는 이미 몇 번이나 울다 지쳐 쓰러졌을 줄 알았는데.”소설아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무슨 뜻이야? 설마 남의 정인을 가로채는 버릇이 또 도진 건 아니겠지? 내 정혼자를 빼앗더니, 이제는 남의 정인까지 탐나는 모양이네. 그런데 설씨 가문 둘째 아가씨는 나보다 훨씬 만만찮아 보이던데.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괜히 남의 떡을 넘보다가 되레 망신만 당하지 말고.”소명주는 상
Ler mais

제465화

월 이낭이 대답했다.“저도 잘 모릅니다. 정 궁금하시다면 부인께서 직접 그 대인께 여쭤보시지요.”민씨가 다시 캐물으려던 찰나, 곁에 있던 노란 옷을 입은 부인이 불쑥 물었다.“이 부인은 댁과 무슨 사이이신가요? 보아하니 몸이 꽤 불편해 보이시는데요.”민씨가 월 이낭의 신분을 밝히려는 순간, 소명주가 재빨리 끼어들었다.“부인, 이분은 저희 집안의 먼 친척 되십니다. 회임한 뒤 반년 동안이나 저택에만 갇혀 지내셨으니 무척 답답하셨을 겁니다. 마침 의원께서도 만삭이 되면 자주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오늘 저희가 모시고 나온 것이랍니다.”노란 옷을 입은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만삭에는 바깥바람도 쐬고 자주 걸어 다니는 게 좋지요.”그러고는 월 이낭을 바라보며 덧붙였다.“혹여 몸이 불편하시거든 언제든 제게 말씀하세요. 사람을 시켜 곁채로 모셔 가 편히 쉬실 수 있도록 해드릴 테니까요.”월 이낭이 가볍게 예를 표했다.“부인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소명주는 다른 사람들이 월 이낭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될까 두려워 민씨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그만 말하라는 눈치를 주었다. 민씨는 노란 옷을 입은 부인에게 거듭 사과와 감사를 표한 뒤에야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잠시 후 노란 옷을 입은 부인이 자리를 뜨자, 민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머니, 소설아가 입은 옷차림이며 장신구는 그쪽에 단단히 일러두셨지요?”소명주가 민씨의 귓가에 대고 나직이 물었다.민씨는 소명주의 손을 꽉 잡고 다정하게 토닥였다.“이미 사람을 시켜 일러두었단다. 심지어 그년이 틀어 올린 머리 모양까지 하나하나 빠짐없이 알려 두었지. 안심하렴. 오늘은 기필코 그년을 크게 망신당하게 만들 테니까.”곁에서 두 사람이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던 소명지는 눈빛이 어두워졌다.예전에는 어머니가 무슨 일이든 자신에게 속속들이 털어놓았다. 그런데 언니가 제 살을 도려내는 고통까지 감수하며 어머니를 구해낸 뒤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소명지가 불쑥 대화에 끼어들
Ler mais

제466화

민씨는 오랫동안 안호연을 보지 못했던 터라, 그에게 털어놓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명주가 제 살을 도려냈을 때 느꼈던 뼈에 사무치는 고통, 위원후에게 모욕당한 억울함, 소설아에게 핍박받으며 겪었던 괴로움… 그 모든 일들이 하나하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고, 오직 안호연만이 이 답답한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안호연이 어째서 월 이낭을 구해주었는지, 또 월 이낭과는 대체 무슨 사이인지도 따져 묻고 싶었다.민씨는 그가 너무나 보고 싶은 나머지, 지금 이곳이 밀회를 나누기에는 얼마나 부적절한 장소인지조차 완전히 잊고 말았다. 자신을 이곳까지 데려온 사람이 다름 아닌 연화 군주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렸다.민씨의 눈에 연화 군주는 그저 어리숙하고 별다른 꿍꿍이도 없는 여인에 불과했다. 오만한 민씨는 연화 군주를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그저 관사 어멈이 길을 잘못 든 것뿐이며, 모든 것이 우연히 벌어진 일이라고만 여겼다.“호연…”민씨는 애틋한 눈빛을 띤 채 침상 곁에 다가가 섰다. 문밖에 선 관사 어멈은 숨을 죽인 채 방 안의 기척을 살피고 있었다…부상을 입은 안호연은 약을 먹고 잠시 쉬던 중이었다. 어렴풋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고, 눈앞에 들어선 사람이 민씨임을 확인하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질 만큼 화들짝 놀랐다.“부인, 방을 잘못 찾아오신 것 같소만?!”평소보다 한층 높아진 목소리에는 엄격한 기색이 역력했다.민씨가 입을 열어 무언가 설명하려 하자, 안호연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나직하게 “쉿.” 하고 신호를 보냈다.민씨는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하, 하인들이 착각한 모양이군요. 당장 나가겠습니다.”그 직후 민씨는 옷가지를 품에 끌어안은 채 허둥지둥 방을 빠져나와 관사 어멈을 향해 호통을 쳤다.“안에 사내가 있지 않느냐! 도대체 길을 어떻게 안내한 게야?!”깃의 단추가 두 개나 풀려 있어 옷매무새가 꽤나 흐트러져 있었다.“하마터면 옷을 훌렁 벗을 뻔했지 않느냐…
Ler mais

제467화

연화 군주는 손에 꽉 힘을 주어 금비녀를 뚝 부러뜨렸다. “두 사람이 정말 그렇고 그런 관계란 말이냐?”도 어멈이 대답했다. “제가 안쪽의 동태를 좀 더 자세히 살피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민씨 부인이 겉옷을 품에 안은 채 수치심과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뛰쳐나왔습니다. 민씨 부인의 말로는, 침상에 앉아 옷을 갈아입으려 했는데 방 안이 어두워 침상에 사람이 누워 있는 줄 미처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마터면 그 사람 위에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민씨 부인이 방에서 나올 때, 옷깃의 매듭 단추가 풀려 있었습니다.”연화 군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이야기만 들어서는 두 사람이 특별한 사이인 것 같지는 않았다.하지만 한 번 마음속에 피어난 의심은 그리 쉽게 사라지는 법이 아니었다.누군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자신의 의심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게 되는 법이었다. 연화 군주 역시 이대로 쉽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이미 한 번 떠보았으니 오늘은 더 이상 움직이기 어렵겠구나. 너는 먼저 가서 벌을 받거라. 내 나중에 따로 보상해 주도록 하마.”도 어멈은 머리를 조아려 감사의 뜻을 표한 뒤 물러났다.민씨가 다시 화청으로 돌아왔을 때도 안색은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소명주가 물었다.“어머니, 무슨 일이세요?”민씨는 곁채에서 안호연과 마주친 일을 소곤소곤 털어놓았다. 하지만 일부러 목소리를 완전히 낮추지는 않았다.“대체 자리를 어떻게 배정한 건지, 하마터면 옷을 훌렁 벗을 뻔했지 뭐냐. 방 안에 외간 남자가 떡하니 있는데…”말하는 내내 그녀의 눈시울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소명지는 즉시 분통을 터뜨리며 욕을 해댔다. “노비 주제에 밥만 처먹고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한단 말이야! 제가 군주 마마께 가서 반드시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고 해명을 받아내겠어요!”소명지의 분노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서, 도무지 꾸며 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오히려 민씨가 그녀를 말렸다.“됐단다, 명지야.
Ler mais

제468화

민씨와 소명주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문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두 사람이 앉은 자리는 화청 안쪽 깊숙한 곳이었기에, 밖을 보려면 고개를 한껏 꺾어야만 했다. 이는 몹시 경박해 보이는 데다, 명문가 규수가 취할 만한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소명지가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어머니, 언니. 고작 기녀일 뿐인데 저렇게까지 신경 쓰실 필요 없잖아요.”주변에 앉은 이들은 하나같이 내로라하는 명문가의 귀부인과 규수들이었다. 민씨와 소명주의 유난스러운 행동은 이미 주위의 시선을 끌고도 남은 터였다.소명지의 핀잔을 듣고 나서야 민씨는 슬며시 고개를 제자리로 돌렸다. 앞을 똑바로 바라보려던 찰나, 옆자리에 앉은 부인과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민씨는 머쓱하게 웃으며 얼버무렸다. “저 기녀가 대체 무슨 대단한 재주를 가졌기에, 군주 마마의 저택까지 와서 공연을 다 하는지 그게 궁금해서요.”보통 화연에는 여성 이야기꾼이나 유랑 극단을 부르지, 제아무리 이름난 기녀라 해도 연회에 초청해 공연을 벌인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옆자리의 부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부인께서 잘 모르시는군요. 저 연지 낭자는 경성에 명성이 자자한 이랍니다. 거문고와 바둑, 서예와 그림에 능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그중에서도 제일가는 특기는 단연 검무랍니다. 웬만해선 사저로 공연을 나오지 않는 콧대 높은 낭자이니, 부인께서도 오늘 제대로 눈 호강을 하실 겁니다.”민씨는 건성으로 웃어 보였다. “아, 그렇군요. 그럼 두 눈 크게 뜨고 기대해 봐야겠습니다.”“어머, 오네요.”바깥의 인기척으로 보아 연지가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씨도 소명주도 짐짓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앞만 바라보았다.연지는 목검 한 자루를 품에 안은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이윽고 상석에 다다른 그녀가 나긋하게 인사를 올렸다. “장공주 마마, 연화 군주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연지 낭자는 가냘픈 체구에 분홍빛 덩굴무늬가 수놓인 짧은
Ler mais

제469화

연지는 가냘프고 늘씬한 체구에 피부가 눈처럼 희었고, 이목구비에는 타고난 요염함이 물씬 풍겼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분홍빛 옷도 그녀가 입으니 기막힌 운치가 살아났다. 분홍빛 옷이 연지를 돋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연지의 눈부신 미모가 비로소 그 옷을 완성한 셈이었다.반면 소명주는 피부가 다소 가무잡잡한 편인 데다, 이목구비 역시 평범하고 오밀조밀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가 화려한 분홍빛 옷을 두르고 있으니, 사람들의 시선은 옷 색깔에만 머물 뿐 정작 소명주의 얼굴은 속절없이 묻혀버리고 말았다.게다가 두 사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으니,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레 둘의 모습이 저울질 될 수밖에 없었다. 굳이 자세히 살피지 않고 단 한 번 흘끗 보는 것만으로도 둘 사이의 우열은 극명하게 갈렸다.이내 앞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귀부인과 규수들의 시선이 소명주에게로 쏠렸다. 소명주는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 등줄기가 따끔거렸다. 그 참담함에 당장이라도 제 몸에 걸친 치맛자락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은 심정이었다.곁에 있던 소명지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명주 언니, 어쩌자고 저 연지 낭자와 똑같은 옷차림을 하고 온 거예요그 소리를 들었는지 연지 낭자 역시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나긋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 차림이 참 고와 보여 이렇게 입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저기 계신 낭자께서도 같은 생각을 하셨나 봅니다. 이쯤 되면 서로 안목이 통했다고 해야 할까요?”그러나 소명주는 이를 악물고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천한 기녀 따위와 안목이 통하다니, 불쾌하기 짝이 없네!'연지가 농담을 던져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했건만, 소명주에게는 그 호의를 받아들일 여유조차 없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친 다리까지 갑자기 욱신거리며 격한 통증을 일으켰다. 분명 다리가 아픈 것인데도, 그 통증이 심장까지 옥죄어 오는 듯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타들어 갔다.소명주는 홱 고개를 돌려 소설아
Ler mais

제470화

연지는 소명주를 향해 고개를 갸우뚱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가씨 말씀은, 제 옷차림이 아가씨를 모욕했다는 뜻인가요?”타고난 자태는 요염하기 그지없었지만,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는 비굴함도 거만함도 없이 당당한 기색이 묻어났다.소명주가 싸늘하게 쏘아붙였다.“그럼 아니란 말이냐? 나처럼 뼈대 있는 명문 후작부의 적출 아가씨가 천한 기녀와 똑같은 차림으로 나섰으니!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결국 내가 아니겠느냐!”연지는 시선을 내리깐 채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록 제 신분이 미천하여 아가씨께 비할 바는 못 되오나, 이리 많은 분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저를 이토록 깎아내리실 것까지야 있겠습니까.”좌중의 사람들도 이제야 대충 사정을 눈치챘다. 연지는 애초에 농담을 섞어 어색해진 분위기를 부드럽게 넘기려 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소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기어이 그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꼬투리를 잡는 바람에, 일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그때 한 부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군주 마마, 공주 마마. 아무리 보아도 이 일은 미심쩍은 구석이 많사오니, 명명백백하게 시비를 가려보시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그저 옷의 색깔이나 매무새가 비슷한 정도라면 우연이라 치부할 수 있겠사오나, 자잘한 장신구 하나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다니요. 아무래도 그 뒤에 누군가의 꿍꿍이가 있는 듯합니다.”또 다른 규수가 거들었다.“도대체 저 소 아가씨가 누구에게 그토록 밉보였기에 이리 지독한 망신을 당한 것인지 원…”사람들의 여론이 은연중 자신을 동정하는 쪽으로 기울자, 소명주는 속으로 은근히 기뻐했다.그녀는 기고만장해진 얼굴로 연지를 쏘아보았다. “너는 하늘을 우러러 맹세할 수 있느냐! 오늘 이 옷차림이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그 어떤 간악한 속셈도,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일도 없다고 말이다! 하늘의 신명께서 굽어살피고 계신다! 연지, 넌 지금 당당히 맹세할 수 있겠느냐?!”그 순간, 연지의 얼굴에 순간적
Ler mais
ANTERIOR
1
...
4546474849
...
55
ESCANEIE O CÓDIGO PARA LER NO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