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491 - Chapter 500

540 Chapters

제491화

위원후부 사람들은 하나같이 허풍을 떠는 데 선수였다.마침내 점심때가 되어서야 그 지긋지긋한 헛소리도 끝이 났다. 민씨는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성대한 상을 차렸다. 저택에 사람이 많지 않은 터라, 한 상에 둘러앉고도 자리가 넉넉했다.민씨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막 자리에 앉으려던 때였다. 소설아가 명심을 데리고 나타났다.“명주가 친정에 왔다기에 축하해 주려고 왔어.”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민씨가 물었다.“명주가 친정에 왔는데, 어찌 빈손으로 온 게냐?”소설아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하나를 주워 내밀었다.“천 리 길도 축복을 전하기 위해 오는 법이지요. 선물은 가벼워도 정은 깊답니다.”그녀는 파랗게 질린 민씨의 얼굴은 아랑곳하지 않고 명심을 데리고 원태준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소설아가 나타나자 원태준은 은근히 들뜬 기색을 보이며 이따금 그녀를 흘끔거렸다. 소설아 역시 태연하게 그의 시선을 받아주었다. 그러다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친 순간, 그녀가 원태준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 순간 원태준은 눈이 부신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을 놓쳤다.탁.젓가락이 식탁 위로 떨어졌다.소설아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저 천박한 원태준은 전생에도 툭하면 소명주와 몰래 만나곤 했다. 이번 생에서는 그토록 바라던 대로 소명주를 아내로 맞이해 놓고, 이제 와서는 또다시 자신에게 마음을 두려 하고 있었다.역시 손에 넣지 못한 것이 더 탐나는 법인가 보구나.소명주는 민씨의 소매를 꽉 움켜쥔 채 소설아를 사납게 노려보았다.민씨가 버럭 소리쳤다.“소설아, 네년이 감히! 지금 뭐가 잘났다고 웃는 게냐?”소설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전 마음대로 웃지도 못합니까?”명심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거들었다.“부인, 명주 언니가 친정에 온 기쁜 날인데, 설마 울기라도 바라시는 건 아니시죠?”민씨가 다시 물었다.“명주가 친정에 온 날에 저 아이는 뭣 하러 데려온 게냐?”명심은 이미 부인들이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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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금란전, 조회 시간.서북 지역의 구제 소식이 조정에 전해졌다.추영우가 서북에 도착하자마자 현지의 탐관오리를 잡아들였고, 구제에 필요한 은자도 모두 그 탐관오리의 재산을 몰수하여 마련했다는 내용이었다.덕분에 제때 구제가 이루어져 백성들은 큰 고통을 겪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백성을 수탈하던 탐관오리까지 척결할 수 있었다. 이에 백성들은 만민기를 올려 망극하신 황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황제는 만민기를 보고 크게 기뻐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영우가 이제 다 자라 과인의 시름을 덜어주는구나!”조정의 신료들이 모두 지켜보는 자리에서 황제가 추영우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른 것만 보아도, 그를 얼마나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삼황자는 눈을 내리깔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태자의 얼굴에는 별다른 기색이 없었다. 그저 이번 공을 셋째에게 빼앗기지만 않으면 그만이었다. 아홉째는 엄연히 자신의 사람이었으니까.서경수는 삼황자를 한 번 흘끗 바라본 뒤, 다시 태자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서경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서북 구휼이라는 일이 생각보다 건질 것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눈에 불을 켜고 서로 가겠다고 나섰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그는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 자신도 어떻게든 손을 써볼 것을 그랬다.추영우가 대탐관오리를 잡았으니, 그자가 빼돌린 뇌물이 얼마나 엄청나겠는가!서경수는 속으로 탄식했다. 자신만 좋은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이래저래 생각할수록 손해를 본 기분이었다.이 억울함을 풀려면 소금으로 벌어들인 은자에서 반드시 한 푼이라도 더 챙겨야 했다.조회가 끝나자마자 삼황자는 곧장 저택으로 돌아와 민영설을 불러들였다.“서북에 지룡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은 누구에게 들은 것이냐? 대체 어찌 된 일인지 내게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히 고하거라.”삼황자의 첩실은 수없이 많았고, 민영설은 그중 하나일 뿐이었다. 특별히 총애를 받는 편도 아니었다.언젠가 수청을 들고 난 뒤, 민영설은 삼황자의 환심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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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이번 생에는 위원후부가 반드시 전생보다 훨씬 더 큰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라, 소명주는 굳게 믿었다.*위원후부.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방 어멈은 풀려났다. 아무래도 민씨 곁에서 부릴 만한 마땅한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었다.방 어멈은 여전히 민씨 곁을 지켰지만, 예전처럼 총애받는 심복은 아니었다. 그 자리는 이미 조 어멈이 차지한 뒤였다.방 어멈은 언제 민씨에게 입막음을 당할지 몰라 하루하루 가슴을 졸이며 지냈다. 결국 그녀는 민씨가 외출한 틈을 타 몰래 소설아를 찾아갔다.소설아는 방 어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짙은 경멸이 어려 있었다. 제 발로 찾아와 머리를 조아린다 한들, 주인을 배신한 노비를 어찌 좋게 볼 수 있겠는가. “큰 아가씨, 이 늙은 종은 다른 건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제 목숨 하나만 부지하게 해 주십사 간청 드릴뿐입니다.”방 어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한껏 웅크렸다.소설아가 무심하게 웃으며 말했다.“방 어멈, 네가 나와 조건을 따질 처지는 아니지 않느냐.”방 어멈은 다급히 다른 패를 꺼내 들었다.“큰 아가씨께서는 부인께서 새로 손을 잡은 뒷배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소설아는 손에 든 향시를 만지작거리며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안 대인, 안호연을 말하는 건가?”방 어멈은 얼굴에 떠오른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큰 아가씨,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그녀는 속으로 크게 탄식했다.어쩐지 부인께서 큰 아가씨를 당해내지 못하시더라니. 이렇게 되면 부인은 큰 아가씨 앞에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이나 다름없지 않은가.방 어멈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그럼 큰 아가씨께서는 둘째 아가씨가 누구의 핏줄인지도 아십니까?”소설아는 소명주가 위원후와 외실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씨가 그 진실을 알고 있었다면, 소명주에게 그토록 지극정성으로 잘해줄 리 없었다.소설아는 애써 내색하지 않은 채 물었다.“누구의 핏줄이지?”방 어멈은 선뜻 대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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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명주야, 내 친딸아! 어미가 너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느냐!!” 여씨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이 채 닫히기도 전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입과 눈을 파르르 떨었다.여씨는 예전에 위원후가 밖에서 몰래 들인 외실이었다. 위원후는 한동안 그녀를 끼고 돌다가 이내 흥미가 떨어지자, 돈 몇 푼을 쥐여 주고는 매정하게 내쫓아 버렸다.딸자식이 딸려 있으면 새살림을 차리기 어려웠기에, 여씨는 소명주를 다른 집에 팔아넘겼다. 지금은 어느 대장장이에게 시집을 가 그럭저럭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사는 처지였다.그런데 자신이 버렸던 친딸이 후부로 돌아가 고귀한 적출 아가씨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여씨는 금방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출 듯 연신 눈을 깜빡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필시 하늘이 자신을 도와, 늘그막에 큰 복이 터진 것이라 굳게 믿었다.소명주는 하녀 채홍 한 명만 대동한 채 여씨를 만나러 나왔다. 소명주가 눈짓을 보내자, 채홍이 밖으로 나가 점원에게 음식을 내오라 일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탁 위에는 진수성찬이 가득 차려졌다.음식이 모두 나오자 채홍은 방을 물러나 문을 닫았다.여씨는 식탁에 놓인 통닭구이를 보며 군침을 꿀꺽 삼키더니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눈을 깜빡이는 것은 여씨의 오랜 고질병이었다. 조금만 흥분해도 쉴 새 없이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깜빡거렸는데, 위원후가 그녀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도 바로 이 흉한 버릇 때문이었다. 긴 세월이 지났건만, 이 흉측한 버릇은 조금도 고쳐지지 않은 모양이었다.“어머니, 시장하시면 어서 드세요. 어차피 다 어머니를 위해 시킨 음식들이니까요.”소명주가 나직하게 말했다. “드시면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지요.”여씨가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명주 너도 어서 먹으렴.”여씨는 곧장 닭 다리 하나를 집어 들더니 게걸스럽게 뜯기 시작했다. 소명주가 젓가락을 들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을 본 그녀는, 자신이 쪽쪽 빨며 입에 대던 젓가락으로 닭고기를 한 점 집어 소명주의 그릇에 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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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이따금 소명주를 찾아가서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을 심산이었다.“어머니, 많이 드시고 술도 맘껏 드세요.”소명주가 의도적으로 비위를 맞추며 권한 탓에, 여씨는 술 한 병을 고스란히 다 비우고 말았다. 결국 혀가 잔뜩 꼬이더니, 이내 눈을 감고 그 자리에서 곯아떨어졌다.“어머니, 왜 그러세요? 어머니?”소명주는 여씨의 뺨을 툭툭 쳐보았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제야 밖에서 채홍을 불러들였다.“어서 이 사람을 마차로 옮기자꾸나.”두 사람은 양쪽에서 여씨를 부축해,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간신히 마차에 실었다. 채홍은 잿빛 옷으로 갈아입고 큰 삿갓을 눌러쓴 채 마부로 위장하여 마차를 교외로 몰았다.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여씨는 한층 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인적이 드문 교외에 도착하자, 소명주와 채홍은 이불로 둘둘 만 여씨를 함께 끌어내렸다.채홍이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아, 아가씨. 정말로 사람을 죽이는 건가요?”소명주가 이를 악물며 다그쳤다.“너는 군주 마마를 모시는 수석 하녀가 되어 장차 듬직한 호위 무사에게 시집가고 싶으냐? 아니면 서녀의 하녀로 남아 평생 변변찮은 사내에게 시집가고, 네 딸까지 노비로 살게 하고 싶으냐?”채홍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아가씨, 저는 군주 마마 곁의 수석 하녀가 될 겁니다!”“그럼 됐다. 내 말대로 해라.”두 사람은 이불에 싸인 여씨를 들어 가파른 비탈 아래로 내던졌다. 비탈길을 굴러떨어진 여씨가 '풍덩' 하고 강물에 빠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소명주는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채홍아, 어서 가자. 누가 보기 전에!”여씨가 확실히 죽었는지 확인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두 사람은 허둥지둥 그 자리를 도망쳤다.마차에 오르자 소명주는 오히려 더 극심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심장은 북소리처럼 쿵쾅거렸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뒤처리가 더 무서운 법이었다. 전생에 소설아를 독살할 때는 온 집안이 합심하여 벌인 일이었기에 뒤를 봐줄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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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강물에서 구조된 여씨는 금의위 직속 비밀 감옥인 진무사 조옥으로 끌려갔다.마른옷으로 갈아입고 불가에 앉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에 덜덜 떨고 있었다.소설아는 발 뒤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여씨가 심문 받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솔직히 말해, 소명주는 여씨와 판박이였다. 두 사람을 나란히 세워두면 누가 봐도 영락없는 모녀지간이었다. 굳이 긴말을 할 필요도 없이 그저 여씨를 민씨 앞에 데려다 놓기만 해도, 단번에 의심을 살 것이 분명했다.그러니 소명주가 하루라도 빨리 제 어미를 없애버리려 안달이 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위 천호가 매서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당장 불어라! 민씨의 진짜 딸을 어디로 팔아넘긴 것이냐?”“내, 내가 어찌 된 거지? 여긴 어딥니까? 난 분명 우리 명주랑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명주는? 명주는 어디로 갔습니까? 설마 우리 명주도 무슨 변을 당한 겁니까?”여씨가 위 천호의 말을 못 들었을 리 없었다. 그저 일부러 딴청을 피우는 것뿐이었다. 민씨의 친딸을 찾아냈다가 소명주가 후부에서 쫓겨나기라도 한다면, 자신에게도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여씨는 구미호 뺨치게 영악한 여자였다. 머리를 굴리느라 그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위 천호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쏘아붙였다. “이 멍청한 여편네야! 네년에게 술을 먹인 게 누구고, 널 강물에 빠뜨린 게 누군지 정말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냐!”여씨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다시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명주가 날 해치려 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십시오! 제 손으로 낳은 친딸인데, 친 어미한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위 천호가 콧방귀를 뀌었다. “키워준 정은커녕 제 핏줄을 팔아넘긴 주제에. 그런 딸년이 먼저 제 발로 찾아왔는데 수상하다는 생각도 안 들었더냐? 네년의 존재 자체가 그 애한테는 눈엣가시였을 테지. 너만 죽어 없어지면, 그 애는 영원히 위원후부의 진짜 적출 아가씨로 살 수 있을 테니까!”여씨는 억울하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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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위 천호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마라! 한 번만 더 헛소리를 늘어놓으면 그 주둥이를 찢어버릴 테니!”뒤에 큰 아가씨가 듣고 계시지 않은가! 위 천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다시 물었다.“그 보따리상의 이름이 무엇이고, 고향이 어디인지 아느냐?”여씨는 검지를 뻗어 자신의 턱을 톡톡 가리키며 말했다.“성은 오 씨고, 별명은 대식이라 했습니다. 턱 이쯤에 점이 하나 있고, 고향은 함평이라 했습니다.”위 천호는 심문을 마치고 은자를 툭 던졌다. “어디 가서 꽁꽁 숨어 지내는 게 좋을 거다. 소명주가 네년이 살아있다는 걸 알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니.”민씨의 친딸을 찾기 전까지는 여씨의 쓸모가 아직 남아 있었다.“나리, 그 벼락 맞을 불효막심한 년은 이제 저도 두 번 다시 찾지 않을 겁니다!”여씨는 은자를 받아 챙기며 연신 굽신거리며 물러갔다.여씨가 떠나자, 위 천호가 발을 걷어 올리며 물었다. “큰 아가씨, 더 분부하실 일이 있으십니까?”소설아가 차분히 대답했다. “함평으로 사람을 보내 한번 알아보세요. 찾더라도 먼저 그들에게 우리의 정체를 들켜서는 안 됩니다. 그들이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야겠습니다.”여씨의 말대로라면 민씨의 친딸이 팔려 간 것이 아니라, 유모와 오대식이라는 자에게 친딸처럼 길러졌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고 있을 터였다. 아이가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굳이 그 삶을 뒤흔들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혹여라도 고달프고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면, 그때는 자신이 나설 생각이었다.위 천호는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예, 큰 아가씨. 당장 함평으로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수고스럽겠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위 천호.”함평이라… 어쩐지 귀에 익은 지명이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곳은 주모운의 고향이 아니던가?*소명주는 감히 사건 현장으로 직접 가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혹시라도 여씨가 정말 죽지 않았을까 싶어 며칠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채홍은 주인의 눈 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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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소명주는 민영설의 서신을 받자마자 벅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민씨에게 알렸다. “어머니, 아무래도 삼황자 전하께서 저를 부르시려는 모양입니다.”민씨는 기쁜 마음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정말이냐?”소명주가 품에서 서신을 꺼내 보였다. “정말이에요! 어머니, 어서 이것 좀 보세요!”서신의 내용을 확인한 민씨는 두 손을 모아 쥐고 연신 불경을 읊조렸다. “명주야, 이 기회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삼황자 전하께서는 훗날 황위에 오르실 제왕의 상을 타고나신 분이 아니더냐.”“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저 역시 태자 전하보다는 삼황자 전하께서 차기 황제가 되실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해요.”소명주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활짝 웃었다. “어머니, 저는 이미 다 생각해 두었어요. 삼황자 전하의 편에 서서 훗날 전하께서 용상에 오르실 때 큰 공을 세울 거예요! 전하께서 황위에 오르시면 제게도 군주 작위를 내려주시겠지요. 그리되면 어머니 역시 군주의 어미가 되시는 거니, 앞으로는 연화 군주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셔도 될 거예요.”민씨는 감격에 겨워 소명주를 와락 품에 끌어안았다. “오냐, 우리 명주. 그때가 오거든 네 두 오라버니도 잊지 말고 잘 이끌어 주어야 한다.”“염려 마셔요, 어머니. 전하의 신임을 얻는 대로 오라버니들을 전하께 천거할 테니까요!”“아이고, 우리 명주. 넌 진정 이 어미의 복덩이란다. 내 너를 위해 솜씨 좋은 예절 상궁을 하나 모셔오마. 삼황자 부에 가기 전에 궁중 예의범절을 단단히 익혀두어 행여라도 흠잡힐 일 없게 하거라.”“어머니의 세심하신 배려에 감사드려요.”한바탕 호들갑을 떤 뒤, 민씨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그나저나 명심 그 천한 계집이 또 무슨 수작을 부리진 않더냐?”“낭군께서 글공부에 매진하셔야 하니, 시어머니께서 명심 그년을 단단히 단속하고 계셔요. 덕분에 요 며칠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답니다.”명씨가 말하기를, 원태준이 곧 과거 시험을 치러야 하니 부부 사이의 정을 나누는 데 너무 힘을 쏟으면 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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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소명주는 머릿속에 남은 끔찍한 기억을 지워버릴 새로운 자극이 절실히 필요했다.해시, 서재의 불이 꺼지고 원태준이 막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채홍이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도련님, 작은 마님께서 한참을 기다리셨습니다.”원태준은 한동안 몸조리를 한 덕분에 몸의 상처가 말끔히 아물었고, 얼굴도 예전 모습을 거의 되찾았다. 기운도 제법 돌아왔다. 게다가 사흘이나 꾹 참고 지냈으니, 몸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었다.예전 시랑부에 살 때만 해도 서재에서 시중을 드는 이들은 모두 하녀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까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혼인한 뒤로는 서재를 드나드는 시중꾼이 죄다 사내종뿐이었다.채홍을 보자 원태준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냉큼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았다.“얼마나 기다린 것이냐? 손이 어찌 이리 찬 게야? 다 얼어붙었구나.”채홍은 기겁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급히 손을 빼냈다.“도, 도련님. 저는 춥지 않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작은 마님께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원태준은 채홍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무얼 그리 겁내느냐? 조만간 내 너를 첩으로 들일 텐데. 명주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 게다.”채홍은 소스라치게 놀랐다.“도련님, 저희 작은 마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리 없습니다.”작은 마님은 분명 자신을 군주부의 호위무사와 혼인시키고, 노비 신분에서도 벗어나게 해주겠다고 하셨다.원태준이 씩 웃었다.“그럼 내가 지금 당장 가서 명주에게 직접 물어보마.”채홍은 두려움에 질려 횡설수설했다. “아닙니다, 도련님. 제발, 제발 아무 말씀도 마십시오.”원태준은 심기가 불편해졌다. “뭘 그리 소스라치게 놀라느냐? 거울 좀 보거라, 널 첩으로 들여준다는 건 너를 그만큼 높게 쳐준다는 뜻이다! 따라올 필요 없다. 참으로 흥이 깨지는구나!”원태준은 채홍을 지나쳐 서쪽 정원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채홍은 그의 뒤를 따르며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훔쳐냈다.“부군, 오셨습니까.”속이 비치는 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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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소명주는 이를 악물었다. “좋습니다, 그럼 저도 부군과 함께 가보겠습니다.”원태준이 만류했다. “명주야, 다리 상처가 갓 나아 몸도 아직 약한데, 병이라도 옮으면 어쩌려고 그러느냐.”소명주는 고개를 다소곳이 숙이며 부드럽게 말했다. “부군의 염려에 감사드립니다. 그럼 문을 열어두고 부군을 기다리겠습니다.”원태준이 말했다. “그럴 것 없다. 먼저 자거라. 심이를 보고 바로 서재에 가서 잘 테니. 곧 과거 시험이기도 하고, 좀 더 복습하고 자고 싶구나. 일찍 일어나면 네 단잠을 깨울까 염려되기도 하고.”소명주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끼며 일어나 원태준이 옷 입는 것을 도왔다. “부군, 고뿔에 걸리지 않게 든든히 입으셔요.”원태준이 떠난 뒤에도 소명주는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방금 전 두 사람이 부부의 정을 나누던 중, 원태준이 그녀의 허벅지를 쓰다듬다가 순간 흠칫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원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명주는 자신이 꺼림칙한 존재가 된 듯한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이게 다 소설아 그 천한 년 때문이었다. 그년만 아니었다면 어찌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겪었겠는가! 지금 다리에 남은 그 커다란 흉터는 너무나도 흉측했다.'안 되겠다. 채여진을 찾아가 흉터 없애는 연고라도 얻어내야겠어.' 듣자 하니 궁에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는 미용 비방이 많다고 했다.소명주는 생각할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아 그녀는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주방에 일러 보양식을 좀 끓이라고 해라. 이따가 내가 직접 부군께 가져다드려야겠다.”유시가 되기도 전에 일찍 저녁을 먹은 데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힘을 뺐으니, 부군도 십중팔구 출출하실 터였다.보양식이 완성되자, 소명주는 직접 찬합을 들고 서재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해 보니 서재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인들에게 묻고 나서야 원태준이 아직 명심의 처소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녀는 명심의 마당 입구로 다가갔다.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방 안에서 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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