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 Chapter 1 - Chapter 10

30 Chapters

제1화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가 들으라고 일부러 그러는 듯 점점 더 커졌다."말해보거라, 만약 네 언니가 들이닥치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언니가 뭘 어찌 하겠습니까?"맞다, 그녀가 뭘 어찌 할 수 있겠는가?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은 분명 동생을 감싸고 돌며 큰일을 작게 만들고 작은 일은 없던 일로 할 것이다. 결국 잘못한 사람도, 소란을 피운 사람도 언제나 그녀가 될 터였다.가슴에서 한 번 또 한 번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전해졌다…손을 들어 닦아보니 얼굴이 축축했다.'분명 꿈일 뿐인데, 왜 이토록 가슴이 아린 걸까?'문이 열리고 얇은 휘장 너머로 겹쳐진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그녀를 발견하자 두 사람은 멍해졌고, 원태준은 허둥지둥 소명주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옷을 집어 들고 몸에 걸쳤다."설아야, 내 말을 좀 들어보거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다…"소명주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한 손으로 머리를 괴었다. "언니, 좀 피곤해서 언니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형부를 만났습니다."원태준도 당황한 기색을 가다듬으며 변명했다. "좀 지루해서 네 방 구경을 왔는데, 명주도 있을 줄은 몰랐다. 그저 우연일 뿐이다."이 꿈은 너무나 생생해서, 쓰레기 같은 남녀의 민낯이 현실보다 더 또렷하고 가증스러웠다.소설아는 냉정하게 명령했다. "소명주가 외간 남자와 통정하여 내실을 어지럽혔으니, 가례에 따라 가법으로 처단하겠다."그때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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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버지, 어머니, 소자는 평생 임현 낭자가 아니면 장가들지 않겠습니다!""임현 낭자가 비록 춘란원(春欄院)의 기녀라 하나 몸가짐이 깨끗합니다. 경성의 수많은 귀공자가 그녀를 위해 천금을 아끼지 않았으나, 그녀는 오직 소자 한 사람만을 허락했습니다.""부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허락해 주십시오!""만약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내년 과거 시험에도 응시하지 않겠습니다!"소설아가 문에 들어서자마자 들려온 것은 실로 어처구니없는 망언이었다.'오라버니는 여전히 이토록 어리석기 짝이 없구나. 고작 기녀 한 명 때문에 과거 시험을 담보로 협박을 하다니.'대청 안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고, 위원후(威遠侯)는 굳은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민씨는 손에 쥔 손수건을 비틀며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소설아를 본 민씨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듯 그녀를 낚아채듯 끌어당겼다."설아야, 어서 네 오라버니를 좀 말려보려거라. 네 오라버니가 미쳤나 보구나!"불과 두 시진 전, 민씨는 본인이 소설아를 곳간에 가두고 소명주에게 사과하라며 가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협박했던 사실은 까맣게 잊은 모양이었다.소설아는 필요할 때는 민씨의 딸이었지만, 필요 없어지면 언제든 내팽개쳐지는 존재였다.소설아는 시선을 내리깔며 민씨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혼인은 본래 부모의 명과 중매인의 말에 따르는 법이니, 민씨가 강경하게 반대하기만 한다면 오라버니가 기녀와 야반도주는 할 수 없을 터였다.민씨는 예나 지금이나 이기적이었다. 기어코 소설아를 악역으로 내세우려 하고 있었다.그때, 소명준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손바닥을 치켜들었다.소설아가 고개를 돌려 피했지만, 턱 끝이 손바닥에 스치고 말았다.피부가 얇은 탓에 하얀 턱에는 금세 붉은 자국이 남았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밀려왔다.소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쏘아보았다. "큰 오라버니, 지금 뭐 하는 짓입니까?""소설아, 시치미 떼지 말거라! 네가 뒤에서 수작을 부려 내가 임현과 혼인하는 걸 막으려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소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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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소명주,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고나 있느냐?!"민씨는 염주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주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소명주는 민씨의 표정에 겁을 먹었다."어머니, 제 설명을 들어보십시오…"민씨는 무의식적으로 소설아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으나 허공만을 휘저었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민씨는 소설아가 오늘따라 왜 저러나 싶었다.'후부의 세자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는데, 이토록 큰일 앞에서 소설아가 이토록 침착하다니?''가장 격렬하게 반대해야 할 사람은 바로 소설아가 아닌가?'민씨는 맞은편에서 입을 꾹 다물고 서 있는 위원후를 슬쩍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이 악역은 당분간 내가 맡을 수밖에 없겠군.'이틀 정도 지나면 다시 소설아에게 뒷수습을 맡기면 될 일이었다."안 된다, 난 절대로 허락 못 한다!""난 반대다, 명준아. 네가 정녕 기녀와 혼인하겠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머리를 박고 죽는 꼴을 보게 될 게다!"민씨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기둥을 향해 달려들었다.하녀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민씨를 붙잡아 말렸고, 누구는 인중을 누르고, 누구는 억지로 물을 떠 먹이느라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한바탕 소동을 피우고 나서야 민씨는 겨우 숨을 돌렸다.민씨는 격렬하게 들썩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연신 "아미타불"을 읊조린 후에야,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명주야, 정녕 네 오라버니를 사지로 몰아넣을 작정이냐?"소명주는 한 걸음 다가와 민씨 앞에 무릎을 꿇고 그녀의 다리를 붙잡았다."어머니, 진정하시고 제 말 좀 들어보십시오. 어머니께선 늘 큰 오라버니가 출세하기를 바라셨잖습니까. 임현 낭자와 혼인하면 큰 오라버니는 분명 마음을 잡고 정진할 겁니다. 오라버니 실력이면 과거 급제는 문제 없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장원 급제까지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어머니는 장원 급제자의 어머니가 되시는 거고요."민씨의 미간에 잡힌 주름은 여전히 펴지지 않았다. 이런 논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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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대청에서 나온 소설아는 거처를 새로 옮겼다.그 연놈이 더럽힌 곳에는 단 한 발자국도 들여놓고 싶지 않았다.이 후부도 이제는 더는 머물 곳이 못 되었다. 하지만 조정의 법도상 여인은 홀로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혼인도 하지 않은 몸으로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후부를 떠나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야 했다.소설아가 하녀들을 시켜 이삿짐을 옮기게 하고, 거처를 옮긴 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소명주의 시녀가 찾아왔다. "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께서 노비를 보내 물어보라 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이제 기향원(綺香園)을 비우셨으니, 둘째 아가씨께서 그리로 거처를 옮기셔도 되겠습니까?""그러거라."소설아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하고 냉랭했다."감사합니다, 큰 아가씨."어린 시녀의 뒷모습을 보며 단이가 소설아를 대신해 분통을 터뜨렸다."큰 아가씨, 둘째 아가씨는 어찌 매번 아가씨의 물건을 뺏으려 안달인 걸까요?!""방만 뺏는 게 아니라, 아가씨의..." '정혼자까지 뺏으려 들다니.'소명주가 돌아온 뒤로 소설아가 겪은 서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단이는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고작 방 하나일 뿐인데, 원한다면 주면 그만이다."소설아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이번 생은 기니, 언젠가 명주와 결판을 낼 때가 오겠지."소명주와 소명준의 끈질긴 공세에 민씨와 위원후는 마지못해 소명준의 혼사를 허락했다.그 소식을 들은 소설아는 그저 살짝 웃어 보이고는, 계속해서 손에 든 장부를 넘기며 지난 몇 년간 자신이 후부의 적자를 얼마나 메꿨는지 계산했다.민씨는 경영에 소질이 없었다. 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로 후부는 매년 적자가 났고, 전답도 절반 이상 팔아치운 상태였다.하지만 후부의 주인들은 생활 수준을 낮추려 하지 않았고, 여전히 명문가의 체면을 차리며 사치를 부렸다.소설아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노부인이 자신에게 남겨준 쌈짓돈으로 향료 가게를 열었다.원래는 혼수 관리하는 법을 배우려던 것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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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하녀가 코웃음을 쳤다."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하녀가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소 공자님, 저희 주인님께서 하신 말씀이, 당신 같은 사람은 모른답니다. 그만 돌아가시지요!"'위원후부의 주인이 아파도 왕 태의는 직접 왕진을 가지 않는데, 하물며 기녀의 병을 고치겠다며 세자가 직접 찾아와 태의를 청하다니,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공자님께는 태의가 아니라 도사를 불러 몸에 붙은 잡귀나 쫓아내시는 게 좋겠습니다!"소명준은 분노로 가슴이 들썩였다."무례하다! 당장 본 세자 앞에 무릎 꿇지 못할까!"하녀는 그를 힐끗 보고는 말없이 가버렸다.'진료를 구걸하러 온 몰락한 양반 주제에 감히 태의부에서 기세등등하다니.'하녀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담겨 있었고, 소명준은 분노로 온몸을 떨었다.'왕 태의, 이 괘씸한 놈. 지난 생에 은혜를 베풀어 목숨을 구해줬건만, 하녀를 시켜 나를 모욕하다니!''이번 생에 왕 태의가 위기에 처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소명준은 소매를 휘두르며 자리를 떴다.임현에게 어의를 불러주겠다고 큰소리쳤건만 어의를 부르지 못했으니 기방으로 돌아가기도 민망하여, 연서를 시켜 의원에서 의원을 불러오게 한 뒤 후부로 돌아갔다.소명준은 회귀했지만 지난 생의 과거 시험 문제는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듯 싶었다.지난 생에 그는 이 대유(大儒)의 문하로 들어가 그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었다.왕 태의 댁에서의 일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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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어이 원씨 가문에 시집가 원씨 가문의 며느리가 되려 했으니까.'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어찌 이리 쉽게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일까?'소설아는 담담하게 그녀를 쳐다보며 대꾸했다."내가 그를 버린 거지, 그가 나를 버린 것이 아니다."소명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밀당을 하고 있는 모양이군.'"그럼 언니는 태준 오라버니가 와서 잘못했다고 빌기를 기다리십시오."'원태준이 직접 찾아오나 봐라, 그가 과연 너에게 잘못을 빌지!'그녀는 생각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회귀할 수 있겠어? 오직 나만이 하늘의 보살핌을 받는 유일한 여자야.'"언니, 너무 튕기지 마십시오. 그러다 태준 오라버니를 정말 화나게 해서 떠나보내기라도 하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원씨 가문처럼 좋은 가문은 다시 못 구할 겁니다."소설아는 원태준을 사모하고, 원태준은 오직 그녀만을 마음에 두고 있다.소명주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우월감이 피어올랐다.소설아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참 재미있었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끄거라."소설아는 기가 찼다. 회귀를 하였음에도 소명주는 여전히 이리도 철이 없었다. '겨우 내 혼담을 빼앗고자 제 평판을 스스로 더럽히는 우를 범하다니.'조금도 나아진 게 없었다.미래를 알고 있는 능력을 활용해 실속을 챙길 생각은 못 하고 말이다.소명주의 의기양양한 뒷모습을 보며 소설아는 계산을 마쳤다. 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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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만, 집안 관리인들 대부분은 민씨의 사람이었기에 민씨는 위신도 세우고 실속도 챙겼다.그러니 이 집안의 살림권을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었다.더군다나 이 엉망진창인 상황을 소명주에게 맡길 수는 더더욱 없었다.이것이 민씨가 대국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소설아를 즉시 처리하지 않은 이유였다.소설아는 아직 이용 가치가 컸다.소명주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작은 소리로 설득했다. "어머니, 저에게도 돈을 벌 방법이 있습니다."그녀는 회귀한 몸이고, 지난 생에 소설아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 그녀의 화장대에서 향료 비법을 찾아냈었다.향료 가게라면 소명주도 차릴 수 있었다.게다가 다음 달이면 기온이 급격히 치솟아 북쪽에는 가뭄이, 남쪽에는 홍수가 나고 곳곳에 역병까지 돌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지금 미리 얼음과 곡식, 약재를 비축해 두었다가 그때 팔기만 하면 막대한 이익을 남길 수 있을 터였다.지난 생의 정보를 알고 있는 그녀라면 장사 면에서 결코 소설아에게 뒤처지지 않을 것이었다."어머니, 저를 믿어주십시오.""만약 제가 잘 못 한다 싶으면 그때 다시 언니에게 넘기면 되잖습니까." 소명주는 민씨의 팔을 붙잡고 아양을 떨었다. "어머니."민씨가 한숨을 내쉬었다. "집안에 은자가 부족하다."장원이 연말에 한 번씩 은자를 보내오는데, 벌써 7월이니 그동안 보내온 은자는 진작에 바닥난 상태였다.지금의 지출은 전부 소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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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단이는 소설아의 명령을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큰 아가씨, 넘겨주시면 안 됩니다. 그건 노부인께서 아가씨께 남겨주신 혼수인데요…"'아가씨는 안 그래도 후부에서 어렵게 지내시는데, 향료 가게까지 내주시면 앞으로 어떻게 산단 말인가?'"됐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어서 집 문서를 찾아서 부인님께 갖다 드리거라. 지체하지 말고."소설아가 눈짓하자 단이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문득 예전에 큰 아가씨가 자신에게 가짜 골동품을 사오라고 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큰 아가씨가 그렇게 쉽게 향료 가게를 내줄 리가 없었다.'큰 아가씨께는 분명 대책이 있을 거야, 내가 아가씨의 계획을 망쳐서는 안돼.'"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단이는 향료 가게의 집문서와 점원들의 계약서를 가져왔다.민씨는 집문서 중에서 하나를 골라 거드름을 피우며 건네주었다."이건 애초에 노부인이 네 혼수로 남겨준 가게니, 네가 가져가거라.""네 몫은 내가 탐내지 않으마. 나는 그저 후부의 것만 되찾으려는 것뿐이다."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부인님께서는 참으로 사리에 밝으시군요."사람을 시켜 계약서를 챙기게 한 민씨의 얼굴에 자애로운 기색이 떠올랐다."설아야, 향료 가게가 지금의 규모를 갖추기까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비법도 있었지만, 네 공로도 적지 않았지.""나는 시비를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 마땅히 줄 보상은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원하는 게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보거라.”소명준이 차갑게 말했다."소설아, 어머니께서 이렇게까지 배려해 주시는데 어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거라."소설아는 고개를 숙여 웃었다.'정말이지 보살 같은 마음씨네, 만금의 가치가 있는 향료 가게를 가로채고는 약간의 보상을 던져주며 감사히 여기라니.'소설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제 처소에 작은 주방 하나를 만들고 싶습니다."소명준이 비웃음을 흘렸다."작은 주방이라니? 너도 끼니를 제대로 못 챙길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지?""명주가 너처럼 음흉한 줄 아느냐?!"소명주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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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소설아는 오 어멈과 연서가 소명주에게 굽신거리며 은혜를 갚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았지만, 마음속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연서는 앞으로도 분명 또 사고를 칠 것이다.문을 잠가 놓은 뒤에도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려면, 수시로 문을 열어야 할 테니까.문이 열릴 때마다 만약 나쁜 마음을 먹은 자가 몰래 들어오기라도 한다면, 후부의 손실은 작은 문제지만 아가씨들의 명예가 더럽혀지는 것은 큰 일이었다.지난 생에 바로 하인들이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다가, 가난한 선비가 후부로 몰래 숨어들어와 둘째 아가씨와 밀회를 즐긴 적이 있었고, 둘째 아가씨는 그 가난한 선비와 결혼하겠다고 생떼를 썼다.그뿐만이 아니었다. 연서는 소명준까지 꼬드겨 노름판에 발을 들이게 했다.그 사실을 알고 연서를 내쫓았을 때, 소명준이 직접 찾아와 만류했지만 소설아는 끝내 뜻을 굽히지 않았고, 체면을 구긴 소명준은 마음속에 앙금을 품게 되었다.오 어멈 또한 부인의 측근이라는 점을 믿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집안의 재물을 긁어모았다.만약 엄하게 다스리지 않는다면 다른 하인들도 본받을 텐데, 그럼 어떻게 되겠는가?아랫사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뿌리부터 썩어 들어가는 법이다.아무리 거대한 나무라도 개미 떼가 뿌리를 갉아먹는 것을 견뎌낼 수는 없다.소명주는 겉치레만 할 줄 알지 그 깊은 뜻은 보지 못한다. 후부의 살림을 소명주에게 넘겼으니, 이제 몰락까지 머지않았다.원하는 것을 손에 넣은 민씨는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설아야, 넌 처신이 신중하지 않고 꼼꼼하지 못하며, 사람을 대하는 것도 부족하구나. 만약 계속 살림을 맡고 싶다면 앞으로 명주에게 많이 배우거라. 내가 너에게 살림을 맡기기 싫은 게 아니라, 네가 큰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 그러는 것이다."익숙한 압박을 들으며 소설아는 그저 웃어넘겼다.그녀는 누구보다 신중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 또한 모두에게 칭찬을 받았으며, 겉은 수려하고 속은 총명하기가 그지없어, 그 누구도 감히 따를 자가 없었다.그녀가 뛰어난 것은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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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소설아가 단이를 데리고 주루로 향하자, 단이는 여 어멈이 떠날 때 지었던 흉측한 표정이 떠올라 겁이 덜컥 났다."큰 아가씨, 여 어멈이 부인님 앞에서 아가씨를 모함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무서울 게 뭐가 있느냐?"소설아가 담담히 웃었다."부인님께서는 이미 내게 이리도 매정하신데, 여기서 더 나빠질 게 무엇이겠느냐?"지난 생에 그녀는 민씨에게 온갖 아양을 떨었지만, 민씨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후부로 안겨 들어온 그 순간부터, 그녀는 민씨에게 평생 감사하며 살아야 할 존재였다.후부의 덕을 보았으니 모든 것을 바쳐야 했고, 조건 없이 헌신하며 후부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목숨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그래서 그들이 그녀를 독살할 때도 조금의 가책도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그녀는 민씨가 키운 아이가 아니라 노부인이 키운 아이였다. 노부인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그녀에게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었다."다음에 또 여 어멈이 뒤에서 험담하는 걸 보거든, 당장 다가가서 그 입을 찢어버리거라.""예?"단이가 멍하니 눈을 크게 떴다."큰 아가씨, 노비는… 노비는 못 합니다.""어린 하녀들 훈계할 때처럼 하면 된다."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책임질 테니."단이 역시 그녀처럼 민씨의 사람들에게는 3할의 두려움과 7할의 비위를 맞추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그토록 헌신했건만, 결국 돌아온 것은 죽음뿐이었다.그녀는 이제 민씨에게서 완전히 마음이 떠났고, 민씨처럼 짐승만도 못한 인간에게 잘해줄 가치는 없었다.그녀는 조금씩 단이의 사고방식부터 바꿔놓을 생각이었다."큰 아가씨, 정말 멋지십니다."단이가 눈을 반짝이며 소설아를 동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큰 아가씨가 계속 이렇게 당당하다면, 앞으로는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지금의 큰 아가씨가 좋았다.식사를 마친 소설아는 단이를 데리고 당씨 가문으로 향했다."설아야, 웬일이냐?"당유화가 반갑게 그녀를 안아주었다.소씨 가문과 당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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