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가족부터 다시 선택할 거야의 모든 챕터: 챕터 541 - 챕터 544

544 챕터

제541화

춘경원.주모운의 태도는 몹시 겸손했고, 묻는 말에는 막힘없이 대답했다.그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가 단정했다. 방에 들어선 후로는 눈을 내리깔고 시선을 한곳에 둔 채 함부로 주위를 두리번거리지 않아, 보기에 무척 돈독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소명준이 그의 학식을 시험해 보았는데, 그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했다.민씨는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명지는 외지 사람에게 시집보낼 생각이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황성에 남게 할 거야.”주모운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부인, 소 아가씨를 제게 허락해 주시는 겁니까?! 소인, 반드시 분발하여 진사 시험에 합격하고, 황성에 남아 벼슬을 하겠습니다.”민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 후작부의 문턱은 그리 쉽게 넘을 수 있는 게 아니다.”주모운의 눈빛이 일순 어두워졌다.“부인, 소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병풍 뒤에 숨어 있던 소명지는 마음이 조마조마해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소명주가 그녀를 달랬다.“긴장하지 마렴. 어머니는 그저 저 사람을 시험하고 계신 거잖니.”소명지는 부끄러움에 양 볼을 붉게 물들이며 작게 말했다.“저 사람이 겁을 먹을까 봐 그렇죠. 제 생각에는 이쯤 물어보셨으면 충분한 것 같아요.”소명주가 웃으며 말했다.“아직 시집가기도 전부터 이렇게 안달인데, 시집가고 나면 오죽할까. 안심하거라, 명지야. 어머니께서 일부러 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으실 테니까.”소명지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주모운이 말을 이었다. “후작부의 문턱이 높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소인은 제 모든 것을 바쳐 평생 소 아가씨에게 잘할 것입니다.”민씨가 말했다. “그렇다면 데릴사위로 들어올 수 있겠느냐?”주모운은 순간 멍해졌다.소명지가 다급해졌다. “어머니께서 너무 억지를 부리시는 거 아니에요? 언니, 빨리 가서 어머니 좀 말려보세요. 어떻게 입을 열자마자 데릴사위로 들어오라고 한단 말이예요? 진사에게 데릴사위가 되라는 법이 어디 있어요?”소명주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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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소명지는 소명주를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명주 언니, 저 사람이 절 선택했어요, 흑흑.”소명주 역시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넌 어쩜 이리 참을성이 없을까. 이제 만족하니?”“흑흑흑, 네, 만족해요. 흑흑.”소설아는 두 사람의 우애 깊은 모습을 보며 그저 우습고 가소로울 뿐이었다.주모운은 참으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소명지가 주모운에게 시집가고 나면 매일같이 끝없는 연극을 보게 될 터였다.민씨가 입을 열었다. “그래, 자네 사정은 잘 알았으니 우선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편지로 알리는 게 좋겠구나. 과거 시험 방이 붙거든 그때 다시 혼담을 넣으러 오거라.”주모운은 다시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린 뒤, 울다 웃다 하며 물러갔다.소설아도 좋은 구경을 실컷 마친 뒤 주모운의 뒤를 따라 자리를 떴다.소명지는 눈물에 화장이 엉망이 된 탓에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 세수를 하고 화장을 다시 고쳤다.춘경원에는 어느새 민씨와 소명주만이 남았다.민씨가 감탄하며 말했다. “인품도 외모도 다 괜찮은데 가문이 조금 아쉽구나. 그래도 명지를 향한 진심이 있으니 그걸로 만회가 될 테지.”소명주도 거들었다.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을 만나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지요. 저는 진심으로 명지가 평생 행복했으면 좋겠어요.”민씨가 말했다.“내 생각에도 소설아의 말이 아주 일리가 없는 건 아니야. 그렇게 서둘러 승낙할 게 아니라, 사람을 보내 그의 고향을 한번 알아보게 하는 편이 낫겠어.”소명주가 말했다.“만약 정말 본처가 있다면 없애버리면 그만이지요. 시골 촌부 하나 없애는 것쯤이야 아주 간단한 일 아닙니까. 어머니, 제가 모진 것이 아니라 동생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민씨가 흐뭇하게 웃었다. “명주야, 참으로 기특하구나. 우리 위원후부의 여식이라면 마땅히 그처럼 결단력이 있어야지.”*소설아는 다시 화청으로 돌아갔다.민영하가 다가와 말했다. “설아 언니, 저한테 약속하신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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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윤청안의 사정을 모두 이야기한 뒤, 소설아가 말했다.“윤청안과 그 하녀의 일을 네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감당할 수만 있다면 내가 나서서 힘을 써보마. 십중팔구는 성사될 게야.”민영하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손에 쥔 손수건을 비틀어 쥐었다.그토록 귀티 나고 반듯한 데다 난초와 옥나무처럼 훤칠한 도련님이 하녀와 그런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솔직히 말해 그녀는 보국공부의 드높은 문벌이 마음에 들었고, 어떻게든 높은 가문으로 시집가고 싶었다.하지만 윤청안과 하녀의 일은 확실히 그녀를 망설이게 했다.“괜찮다, 천천히 생각하거라. 결정이 서면 사람을 보내 알려주면 돼. 급할 거 없으니 사나흘동안 잘 고민해보거라.”소설아가 가볍게 웃었다. “보국공부처럼 드높은 가문에 이런 흠마저 없었다면, 너나 내게 차례가 올 리도 없었겠지.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이란다. 결국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지.”민영하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모녀는 한 시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신중하게 의논했고, 그 끝에 그녀는 다시 소설아를 찾아왔다.“설아 언니, 저 할게요.”“어머니께서는 오히려 이 편이 장점도 있다고 하셨어요. 제가 시집가서 그 하녀를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시어머니께서 반드시 절 감싸주시고 갑절로 예뻐해 주실 거라고요. 시어머니께서 막내아들을 편애하시니, 손윗동서들도 감히 절 함부로 대하지 못할 테고요. 살다 보면 날이 갈수록 좋아지겠죠. 그러다 아이도 하나둘 낳고 남편과 서로 존중하며 지내다 보면, 적어도 보국공부 적자의 정실부인으로서 평생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테니까요.”그녀는 덧붙였다. “그래요. 도련님은 인물도 훤칠하고 학식도 뛰어나니, 성격이 조금 오만한 것만 빼면 흠잡을 데가 없잖아요. 어느 집이든 말 못 할 사정은 있는 법이에요. 가문이 떨어지는 곳에 시집가면 오히려 추잡한 일이 더 많을지도 모르죠. 저만 어떻게든 제 삶을 잘 꾸려 나가면 되는 거잖아요.”소설아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니께서 참으로 사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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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소명지는 또다시 크게 난동을 부렸다.그 후로도 그녀는 틈만 나면 그 하녀를 찾아가 꼬투리를 잡으며 괴롭혔고, 어른들이 뒤를 봐준다는 것을 믿고 몹시 안하무인으로 굴었다.처음에는 보국공 부인도 소명지의 편을 들어주었지만, 몇 번씩이나 소란을 피우는 것을 본 뒤로는 그녀가 어리석고 독살스럽다 여겨 그저 한쪽 눈을 감아버렸다.보국공부의 하인들 역시 강한 자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에게는 강한 법이었다. 소명지가 남편의 총애도 얻지 못하고 시어머니의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자, 앞에서는 굽신거리면서도 뒤에서는 그녀를 무시하며 따르지 않았다.전생에 소명지가 보국공부에서 그토록 고달프게 살았던 데에는, 이렇듯 그녀 스스로 자초한 탓이 컸다.소설아와 민영하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소명지가 다가왔다. 옷을 갈아입고 분단장을 새로 한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쳐흘렀다.“민영하, 내가 버린 남자를 네가 주워 가려 한다며?” 소명지는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눈을 치켜뜬 채 비아냥거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조롱과 의기양양함, 오만함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남자를 민영하가 제 발로 찾아가 매달린다는 소문을 이미 들은 터였다.민영하도 조금도 기죽지 않고 맞받아쳤다. “소명지, 너 제정신이야? 보국공부의 적출 공자를 네가 이리저리 고르고 잴 처지나 된다고 생각해? 넌 사람 볼 줄도 모르고, 제 복을 누릴 줄도 모르지. 나중에 내가 호의호식하며 사람들의 떠받듦을 받는 걸 보고 뼈저리게 후회나 하지 마. 보국공부 같은 명문가를 놓친 걸 평생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걸. 난 또 누가 이렇게 멍청한가 했더니, 명문가를 마다하고 한미한 집안에 시집가다니. 참으로 딱하기도 하지.”소명지는 주모운과의 혼사가 결정된 기쁨에 흠뻑 빠져 있었기에, 누군가 자신의 훌륭한 낭군을 헐뜯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그녀는 소명주에게 바짝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내가 하나 알려줄까? 윤청안은 그 천한 년과 평생 백년해로하겠다고 맹세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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