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우리는 STJ커플입니다만?: Chapter 31 - Chapter 34

34 Chapters

31화. 평행우주의 남자들

주말 오후.희수는 재원의 무릎을 베고 누워 틱톡을 보고 있었다.화면 속에는 ‘남자가 여자를 찐사랑할 때 나오는 신호’라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영상 속 남자]카톡 텀? 1분도 안 걸림.하루 종일 “뭐해?”, “밥 먹었어?”, “보고 싶어”를 입에 달고 산다.여자가 “심심해” 하면 바로 영상 통화 건다.희수는 폰을 재원 쪽으로 쓱 돌렸다.“자기야. 이거 봐. 사랑하면 원래 이렇게 연락이 끊기질 않는대. 궁금해서 미쳐야 정상이라는데?”재원은 보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건조하게 대꾸했다.“할 일 없나 보네.”“뭐? 야! 관심이자 사랑이잖아!”“업무 시간에 폰만 붙들고 있는 건 무능한 거다. 그리고 계속 물어보면 스토커지 그게 사랑인가.”“...아오, 낭만이라곤 없는 인간.”희수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그래, 너한테 뭘 바라냐.하지만 희수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상상 극장’이 펼쳐지고 있었다.***[SCENE 1. 편의점 재회]겨울 편의점 앞. 희수가 차가운 딸기우유를 들고 서 있다.저 멀리서 남친이 달려온다.도착하자마자 희수를 와락 끌어안는다.“많이 기다렸어? 미안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네.”“아냐, 나도 방금 왔어.”“손 차가운 거 봐. 이리 줘.”그는 희수의 얼음장 같은 손을 잡아, 자신의 따뜻한 코트 주머니 속에 쑥 넣는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 손을 깍지 낀다.(희수 상상: 하... 그래, 이게 연애지. 녹는다 녹아.)겨울 편의점 앞. 희수가 차가운 딸기우유를 들고 서 있다.저 멀리서 재원이 패딩 주머니에 손을 꽂고 터벅터벅 걸어온다.희수 앞에 딱 멈춰 서서 한마디.“왔나.”끝. 포옹? 없다.재원의 시선이 희수의 손에 들린 딸기우유에 꽂힌다.“이거 뭐냐.”“어? 딸기우유.”“손 시리게 찬 걸 왜 들고 있나.”재원은 희수의 손에서 차가운 우유를 휙 뺏어간다.그러고는 자기 패딩 주머니에 우유를 넣어버린다. (희수 손 말고, 우유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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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잠금해제

재원은 ‘서울말’을 쓴다.아니, 정확히 말하면 ‘완벽하게 세팅된 표준어’를 구사한다.회사에서는 물론이고, 희수와 연애를 시작한 후로도 그는 늘 단정하고 딱딱한 말투를 유지했다. 그것은 재원에게 단순한 언어가 아니었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입는 단단한 ‘갑옷’이었다.그런데.언제부턴가 그 견고한 갑옷에, 자꾸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주말 오후, 재원의 집.희수는 소파에 누워 재원의 허벅지를 베고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다.영화가 지루해진 희수가 장난기가 발동해 재원의 볼을 콕콕 찔렀다.“자기야.”“어.”“나 심심해. 놀아줘.”재원은 보던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영화 봐라. 결제해 줬잖아.”“아, 재미없어. 자기가 더 재밌어.”희수가 재원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파고들었다. 평소라면 “하지 마라”, “가만히 있어라”라고 표준어로 통제했을 타이밍이었다.그런데 재원은 책장을 넘기며, 무심코 한숨처럼 툭 내뱉었다.“아, 마… 고마해라.”“......”희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재원을 올려다보았다.‘고마해라.’저 짧고 굵은 사투리 억양.사실 처음은 아니었다.요즘 들어 재원은 당황하거나, 졸리거나, 혹은 이렇게 희수가 귀찮게 굴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사투리가 튀어나오곤 했다.희수는 그게 묘하게 좋았다.그래서 더 보채기 시작했다.“아이~ 자기야아~ 한번만 봐줘~ 이거 몰라? 응?”희수가 재원의 책을 뺏어 들고 눈앞에서 흔들었다.재원은 그제야 희수를 내려다보았다.난감함, 귀찮음, 그리고 숨길 수 없는 귀여워함이 뒤섞인 표정.그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더니, 또다시 필터 없는 본체가 튀어나왔다.“하… 진짜 우예압니까, 이걸.”“......!”희수는 입을 틀어막고 킥킥거렸다.‘우예압니까’라니. ‘어떻게 합니까’의 저 무방비한 사투리 버전.그건 마치 “네가 너무 좋아서 내가 이길 수가 없다”는 항복 선언처럼 들렸다.희수는 벌떡 일어나 앉아 재원의 목을 끌어안았다.“자기야. 방금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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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대화의 기술

33화. 대화의 기술 (Defense OFF)재원과의 연애는 ‘번역’이 필요했다.희수는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나의 ‘서운함’ 표현이 그에게는 ‘비난’으로 들린다는 것.나의 ‘이유 확인(왜?)’이 그에게는 ‘심문’으로 느껴진다는 것.그래서 그가 입을 닫고(회피), 방어막을 치는(통제) 것이다.‘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그의 방어막이 켜지기 전에, 내가 먼저 ‘안전한 신호’를 보내는 것.희수는 비장한 마음으로 휴대폰 메모장에 [대화의 기술 v.3.0]을 띄워두고, 실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금요일 저녁. 평소라면 데이트 약속을 잡거나, 최소한 저녁 식사 여부라도 공유해야 할 시간.[19:00]연락이 없다.[20:00]여전히 없다.[21:00]희수의 인내심 게이지가 빨간불을 켰다.평소의 희수라면 이렇게 보냈을 것이다.[자기야, 왜 연락이 없어? 바빠? 기분 안 좋아? 나 기다리는데 너무한 거 아냐?]하지만 희수는 멈췄다.이 문장은 재원의 뇌에서 다음과 같이 번역된다.‘너는 나를 방치했다(비난) + 이유를 대라(심문) + 넌 나쁜 놈이다(확정).’결과는 뻔했다.[일했다.] [피곤하다.] (방어 및 회피)희수는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메모장에 적어둔 ‘방어 OFF 대화법’을 적용해 문장을 조립하기 시작했다.Step 1. 선언 (비난 아님)“자기야, 이건 비난하려는 게 아니라 내 상황을 설명하는 거야.”Step 2. 정보 (나의 관점)“자기가 평소엔 연락을 잘하다가 갑자기 없으니까, 내가 상황을 잘 몰라서 오해할 뻔했어.”Step 3. 감정 (짧게 1줄)“그래서 혼자 기다리다가 조금 불안했어.”Step 4. 요청 (명확한 해결책)“다음엔 바쁘면 ‘바쁨’이라고 두 글자만 보내줘. 그럼 나도 편하게 내 할 일 할 수 있을 것 같아.”전송.희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봤다.‘과연... 통할까?’1분 뒤.숫자 1이 사라졌다.그리고 ‘입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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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시스템 오류 보고서

34화. 재원 시점 – 시스템 오류 보고서 (System Error)재원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아니, 원래 이런 사람이었기에, 지금의 자신이 낯설게 느껴졌다.***[06:11] 기상[06:12] 출근 준비그의 하루는 분 단위로 설계되어 있다.눈을 뜨면 이불을 개고, 물을 마시고, 정해진 순서대로 씻는다.이 루틴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히 성실해서가 아니다.그렇게 해야만 ‘잡생각(감정)’이 끼어들 틈이 없기 때문이다.재원에게 감정은 불필요한 데이터였다.쌓이면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면 통제가 안 된다.그래서 그는 ‘정보’와 ‘규칙’으로 하루를 꽉 채운다.그렇게 평생을 안전하게 살아왔다.‘희수’라는 버그가 침입하기 전까지는.***[오류 1: 보고 누락에 대한 과잉 반응]희수는 자주 물었다.“왜 연락 안 된다고 화를 내? 내가 어린애야?”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공포를 느끼는 거였다.재원에게 9시 이후의 연락 두절은 단순한 ‘무응답’이 아니다.‘사고가 났나?’ (안전 확인)‘아니면... 나에게 질렸나?’ (관계 종료의 공포)이 두 가지 가설이 머릿속을 지배하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하지만 그는 “걱정돼서 미치겠다”고 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그래서 손가락 끝에서 나가는 문자는 고작 이런 비꼬는 말이었다.[버스를 3시간이나 기다리나 보네?]‘연락이 없네? 걱정되게.’라는 말 대신, ‘아직도 버스 타령이냐’며 비꼬는 그 텍스트 뒤에.식은땀을 흘리며 휴대폰을 꽉 쥐고 있는 자신이 있다는 걸, 희수는 모를 것이다.***[오류 2: 감정 대화의 회피]희수가 입을 삐죽이며 “왜?”라고 물을 때, 재원은 숨이 막혔다.그녀의 감정적인 질문은 그에게 ‘공격’ 신호로 감지되었다.“왜 표현 안 해?” = “넌 자격 미달이야.”“서운해.” = “넌 나를 아프게 했어.”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던져주고 답을 내놓으라니.뇌 회로가 하얗게 타버릴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도망쳤다.“예예.”“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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