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Chapter 301 - Chapter 310

358 Chapters

제301화

이은수가 즉시 자세를 바로잡았다.“아, 맞다. 언니 이제 상무님이시죠!”“들어와요.”신시아가 먼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고 이은수는 뒤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아까 인사팀 조 팀장이라는 사람이 전출 절차 밟으러 오라던데 저 지금 올라가 볼까요? 한참 기다리시는 것 같아서요.”신시아는 서류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아 그녀에게도 앉으라고 손짓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은수 씨 고용 계약은 본사 소속 그대로 놔둘 겁니다.”이은수는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왜요? 저 그럼 다시 본사에 돌아가야 하는 거예요?”이에 신시아가 답했다.“이쪽 상황이 좀 복잡해요. 은수 씨는 이것만 기억해요. 앞으로 누가 무슨 일을 시키든 무조건 내 핑계를 대고 나한테 미뤄요. 알겠죠?”그 말에 이은수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무슨 상황인데요? 설마 내부에 스파이라도 있어요?”“스파이라기보다는 흔한 사내 권력 다툼이에요.”신시아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이은수를 보며 그녀가 당황할까 봐 안심시키려 덧붙였다.“걱정 말아요. 정 대표님이 다 알아서 처리해주실 테니 우린 그저 맡은 일만 잘하면 돼요.”본래 이은수의 계획은 신시아라는 든든한 동아줄을 잡고 적당히 눈치껏 월급루팡이나 하며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었다.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지금이라도... 관두겠다고 하면 늦은 거죠?”신시아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삼켰다.“너무 늦었죠. 우린 이제 한배를 탔어요. 회사 안에서는 우리 둘이 전부라고 보면 돼요. 서로 의지하며 버텨야지 어쩌겠어요.”이은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갔다.신시아가 뭐라 더 말하려 할 때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상무님.”주경재의 목소리였다.“들어와요.”신시아는 이은수를 향해 괜찮다는 눈짓을 한번 보내고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주경재가 문을 열고 성큼성큼 들어섰다.“상무님, 죄송합니다. 어제 과음했더니 5분 지각했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자리에 앉아 있는 이은수를
Read more

제302화

신시아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무력감을 느꼈다.게다가 그 벼락은 자신이 직접 불러들인 것이었다.“방금 내가 한 말 잊었어요? 이 회사에서 우리 편은 은수 씨랑 나랑 둘뿐이라니까요.”이은수의 얼굴이 굳어지며 눈가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갔다.“그럼... 주 비서님은 나쁜 쪽 사람이겠네요?”신시아는 대답 대신 눈썹을 살짝 치켰다.“아, 진짜 아깝다.”이은수의 흥분이 눈에 띄게 사그라들었다.“완전 존잘인데, 벌써 애 이름까지 다 지어놨단 말이에요.”“은수 씨가 주 비서님한테 홀려서 내 계획까지 망쳐놓는다면 그땐 어디에 묻힐지 무덤부터 고민해야 할 거예요.”신시아의 말은 농담 반 진담 반이었으나 눈빛만큼은 더없이 진지했다.이에 이은수는 화들짝 놀라며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손가락 사이로 웅얼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으으, 아니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유혹을 뿌리치겠다고 맹세할게요!”신시아는 이은수가 말귀를 잘 알아듣고 충성심 하나만큼은 확실하기에 데려왔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니 문득 불안감이 밀려왔다.“아무튼 내 말 명심하고 그만 나가 봐요. 주 비서님한테 회사 안내나 받으시죠.”이은수는 하늘에 대고 맹세했다.“상무님, 걱정 마세요. 저는 죽어도 상무님 사람입니다. 배신 같은 건 절대 안 해요!”신시아가 손을 내저었다.“나가봐요.”“시아 언니, 언니는 정 대표님 옆에서 그렇게 오래 일하고도 그 유혹을 다 뿌리쳤잖아요. 저도 그 점 꼭 배울게요!”신시아에게 하는 말인 듯 보여도 사실 이은수는 제 허벅지를 힘껏 꼬집으며 스스로에게 경고장을 날렸다.“반드시 언니를 본받아서 걸크러쉬 넘치는 커리어 우먼이 되는 거야.”마치 전장으로 떠나는 전사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사무실을 나가는 이은수의 뒷모습을 보며 신시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이은수는 그 첫 만남의 강렬한 설렘을 뒤로하고 주경재 앞에서 더 이상 중심을 잃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대표님, 신 비서님께 전달해 드렸던 몇몇 인물들에 대한
Read more

제303화

정우진은 덤덤한 목소리로 덧붙였다.“확인해 봐. 문제 있으면 바로 말하고.”신시아가 답했다.“네.”“지금 바로 확인해.”신시아가 전화를 끊기 전에 정우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지금 바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혹시 문제가 있으면 즉시 보고하라는 뜻이었다.그녀는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이메일을 열어 몇몇 인물의 자료를 확인하기 시작했다.통화는 계속 연결된 상태였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신시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네, 대표님, 아무 문제 없습니다.”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흐르자 그녀가 다시 한번 불렀다.“대표님?”“그럼 됐어.”정우진은 짧게 말을 내뱉고 전화를 끊었다.뚜뚜, 통화가 끊긴 종료음만이 규칙적이고 힘차게 울렸다.신시아는 몇 초간 화면을 응시하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휴대폰을 옆에 치우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휴대폰을 힐끗거리고 있었다.예상대로 정우진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다.[안전을 위해 매일 정시에 안부 전화.]비즈니스 세계가 전쟁터라지만 설마 회사에서 사람을 해치기라도 할까?대체 왜 전화 보고까지 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속으로 툴툴거리면서도 정중히 답장을 보냈다.[네, 알겠습니다, 대표님.]경원시의 밤은 화려하고 유혹적이었다.정씨 가문 본가.정우진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에는 화기애애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은유라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풀 메이크업으로 기현주 옆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한창 정씨 가문의 두 어르신과 담소를 나누는 중이었다.권미희는 억지웃음을 짓느라 턱이 다 얼얼했다.정우진이 들어서는 것을 보자마자 어르신은 재빨리 손짓했다.“우진이 왔어? 얼른 밥 먹자.”권미희는 정다슬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녀 다슬이도 이 숨 막히는 자리에서 빼주려는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한편 기현주가 은유라에게 눈짓을 보냈다. 신호를 받은 은유라는 곧장 정우진에게 다가가 그의 외투를 받아들려 손을 뻗었다
Read more

제304화

정우진은 젓가락을 쥔 손을 멈칫하며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은유라를 곁눈질했다.그녀의 눈빛에는 기쁨과 흥분이 순식간에 차올랐지만 이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은유라도 짐짓 복잡한 감정을 담은 눈빛으로 정우진과 시선을 맞췄다.“돌아가고 싶으면 데려다줄게.”정우진이 얇은 입술을 열었다.이에 은유라가 되물었다.“그럼 돌아가고 싶지 않으면?”그 꼴을 지켜보던 정다슬이 입술을 삐죽이며 은유라의 말투를 소리 없이 흉내 냈다.기현주가 식탁 밑으로 그녀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앗’ 하는 소리와 함께 정다슬이 의자에서 펄쩍 뛸 뻔했다.겨우 진정한 그녀는 즉시 의자를 끌어 권미희 쪽으로 바짝 붙었다.권미희는 경고에 찬 눈길로 며느리 기현주를 쏘아보았다.“남고 싶으면 그냥 남겠다고 하지. 뭘 저렇게 뜸을 들여.”할머니라는 든든한 뒷배가 생기자 정다슬은 더욱 거침이 없어졌다.왜 은유라랑 친구가 될 수 없냐고?같은 여자가 봐도 빙빙 돌려 말하는 은유라의 태도가 견딜 수 없으니까.‘입은 말을 하라고 있는 거지, 수수께끼 풀라고 있는 게 아니잖아? 차라리 다들 말 못 하는 벙어리가 돼서 수어나 하지 그래?’부엌에서 일하는 가정부들의 달그락거리는 소음이 정다슬의 푸념을 적당히 덮어주었다.은유라는 물론이고 바로 옆에 앉은 기현주조차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권미희는 다 들었지만 웃음이 터지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정다슬의 머리를 가볍게 톡 쳤다.이에 정다슬은 혀를 쏙 내밀고는 이내 정우진을 바라보았다.“돌아가기 싫으면 남아.”정우진은 태연하게 음식을 씹으며 덧붙였다.“내 방에서 자.”은유라의 심장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이 마구 요동쳤다.옆에 앉은 남자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침향 냄새, 빳빳하게 다려진 흰 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탄탄하고 다부진 체격. 그것은 은유라가 밤마다 수없이 안고 싶다고 꿈꿔왔던 모습이었다.오늘 밤, 그의 방에서 잔다니!구경꾼 모드로 진지하게 앉아 있던 정다슬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은유라는 입이
Read more

제305화

기현주는 감정을 추스르며 억지웃음을 지었다.“아버님, 전 혹시라도 결혼식 세부 사항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너무 아쉬울까 봐 그랬어요. 우진이한테는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이잖아요.”“꼭 그렇지만은 않지.”권미희가 국을 조금씩 맛보며 말했다.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은유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이내 푸르게 변해갔다.“어머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기현주의 미소가 굳어졌다.“뭐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예요!”권미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저놈 성질머리 같아서는 나중에 유라가 못 살겠다고 이혼하자고 하면 어쩔 거야. 또 다른 사람 찾아야 하지 않겠어?”“그럴 리가요!”기현주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유라가 우진이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면서 우진이 성격 다 알 텐데 정 못 견디겠으면 지금껏 같이 있었겠어요?”그녀는 은유라를 돌아보며 물었다.“그렇지, 유라야?”은유라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물론이죠.”“아, 배불러.”별안간 정다슬이 할머니, 할아버지께 웃으며 말했다.“두 분 천천히 드세요.”그녀가 일어서자 권미희도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나도 이제 다 먹었어. 차나 한잔 타 와서 거실에서 이야기 좀 하자.”정다슬은 알겠다며 방향을 틀어 찻상으로 향했다. 곧이어 녹차 한 주전자를 내온 그녀는 권미희와 함께 거실로 가 자리를 잡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유라도 식사를 마치고 방으로 올라갔다.기현주가 거실로 걸어오며 정다슬에게 말했다.“다슬아, 오빠랑 유라한테 과일 좀 갖다 주렴.”“싫어요.”정다슬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냥 현숙 아줌마 시키세요.”“얘가 뭘 모른다니까.”기현주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정다슬을 훈계하듯 말했다.“유라랑 우진이 곧 결혼할 사이야. 앞으로 잘 지내야지. 외간 사람들이 흉보면 어쩌려고 그래?”정다슬은 마지못해 권미희를 쳐다보며 도움을 청했다.“다녀오너라.”그러나 이번엔 권미희조차 그녀를 감싸주지 않았다.기현주
Read more

제306화

예고도 없이 불쑥 ‘신시아’라는 이름이 튀어나왔다.그 한마디에 은유라의 기분은 순식간에 바닥을 쳤다.“그건 옛날이야기잖아요! 앞으로 다시는 신시아 이름 꺼내지 마세요. 저는 다슬 씨 올케가 될 사람이고 다슬 씨한테는 윗사람이니까 예의 지켜요. 안 그러면 나도 가만히 안 있을 테니까!”정다슬은 워낙 성격이 급해 뱉어놓고 나서야 아차 싶었다. 신시아를 언급한 건 아무래도 경솔했다.이미 떠나간 사람이고 관계도 끝났는데 괜히 애꿎은 사람을 입방아에 올리며 미움만 더 산 꼴이었다.하지만 은유라의 태도가 그녀의 성질을 다시 한번 긁어놓았다.“내가 틀린 말 했어요? 올케 자리 가지고 유세 떨지 말아요. 우리 오빠랑 진짜 결혼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 난 평생 오빠 동생이지만 유라 씨는 아니잖아요.”은유라는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오빠 방 좀 쓴다고 아주 기고만장해졌네요? 나중에 진짜 결혼이라도 하면 내 등골을 휘게 할 기세인데요?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그래요? 다 시아 언니가 쓰던 침대인데 좀 알고 나대시죠! 꼴불견이야 정말!”정다슬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독설을 내뱉었다.하지만 은유라의 얼굴이 사색이 된 걸 본 순간 그제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망했다. 이번엔 제대로 사고 쳤어.’은유라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그녀는 냅다 도망쳤다.아래층으로 내려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방금 한 말을 기현주가 듣게 된다면 권미희가 나서도 그녀를 보호할 수 없을 터였다.하지만 후회는 잠시였다. 정다슬은 여전히 자신이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신시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나서야 수화기 너머로 신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다슬 씨.”이제 막 퇴근하려던 참이라 신시아는 회사 건물 입구에 서 있었다.“언니, 나 큰일 났어요.”정다슬은 방금 있었던 일을 모조리 쏟아냈다.찔리는 구석이 있어 신시아를 언급했다는 말은 쏙 빼고 그저 은유라와 크게 한판 붙었다는 사실만을 전했다.“은유라 그 여자
Read more

제307화

그렇지만 정다슬이 나갈 때, 정우진은 짐짓 엄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었다.“앞으로는 들어올 때 노크 좀 하고.”정다슬은 대충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그래서 그 후로 두 사람은 본가에서 하룻밤을 묵는 일을 최소화했다.어쩌다 머물게 되는 날이면 정우진은 문을 잠그는 버릇이 생겼다.신시아는 지난 2년간의 결혼 생활에 특별한 추억이 많지 않다고 여겼었다.그러나 어쩐지 정다슬의 전화 한 통에 잊고 지냈던 조각들이 봇물 터지듯 밀려들었다.마중 나온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고 뒷좌석 문을 열었다.신시아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차에 올라탔다.정우진이 매일 밤 퇴근 후 안부 전화를 하라고 했지만 이제 와서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은유라와의 단란한 시간을 방해할 필요는 없으니까.반쯤 내려간 창문 사이로 찬 밤바람이 스며들어 몸을 으스스하게 만들었다.신시아는 차 안에 비치된 담요를 꺼내 몸에 둘렀다.“상무님, 민 사모님께서 내일 오후에 새로 오픈하는 본인 소유의 회원제 살롱으로 차를 마시러 오라고 청하셨습니다.”앞 좌석에 앉은 주경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가시겠습니까?”신시아는 그제야 정신을 다잡았다.지금 그녀에게 주어진 실권은 별로 없었고 업무량도 줄어들어 시간이 넉넉한 편이었다.그녀는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고개를 저었다.“화환만 보내요. 안 갈 테니까.”“하지만 민 사모님 말씀으론 내일 그곳에 율제 상권의 내로라하는 사모님들이 전부 모인다고 합니다. 인맥을 쌓을 좋은 기회라 상무님께 직접 소개해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주경재는 몸을 돌려 제법 분석하는 투로 말을 이었다.“저는 그래도 상무님이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신시아도 당연히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회사 내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부의 권력을 끌어들여 자신의 입지를 다져야 했다.하지만 지금 가장 큰 변수는 임신이었다. 이 소식을 최대한 늦게 알리고 싶었다.눈썰미 좋은 사모님들 앞에서는 자칫 몸 상태가 탄로 날 위험이 컸다.“
Read more

제308화

김지원은 연한 베이지색 잠옷 위에 회색 앞치마를 두른 채 주방에서 나왔다.“야식 다 됐어. 얼른 손 씻고 와서 먹어.”신시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겉옷을 벗어 걸어둔 뒤,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방으로 향했다.“냄새만 맡아도 군침 도네. 너 요리 실력 정말 많이 늘었다.”김지원의 얼굴에 뿌듯함이 스쳤다.“그럼. 우리 빈이 이유식 만들어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아이를 갖게 된 후 김지원은 많이 변했다.예전의 그녀는 ‘여자의 손은 세상을 다스리는 것이지 부엌일 따위에 적시는 게 아니다’라고 큰소리치던 사람이었건만 이제는 빈이의 이유식 식단을 고민하며 틈만 나면 요리를 연구하고 있었다.3분 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해물 칼국수가 식탁에 올랐다.신시아는 뜨거운 면을 뒤섞으며 김지원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빈이 요즘 별 탈 없이 잘 적응하고 있지?”김지원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턱을 괴었다.“응, 아주 순해. 나 닮아서 얼마나 수더분한지 몰라. 다만 적당한 시터 이모님을 아직 못 구해서 그게 고민이야.”며칠 동안 아이를 직접 돌보면서 김지원의 넘치는 모성애도 조금씩 고갈되고 있었다.신시아가 차분하게 대꾸했다.“급할 거 없어. 천천히 찾아봐. 요즘 인터넷 보면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학대하는 일도 많다잖아. 대충 아무나 구할 순 없지.”“그나저나 너한테 딱 맞는 산후조리원은 내가 이미 알아봐 뒀어. 조만간 시간 내서 한번 다녀오자. 거기가 워낙 유명해서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거든.”사실 신시아는 지금 예약하는 것도 이미 늦은 감이 있었다.다행히 그 조리원 원장이 김지원의 열렬한 팬이라 어렵게 예약 자리를 확보하게 되었다.신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좋아. 내일 회사 가서 일정 확인해 보고 언제 갈 수 있을지 알려줄게.”“오케이.”김지원이 고개를 들어 현관의 시계를 보았다.“밥 먹고 얼른 자. 내일도 출근해야 하잖아. 먼저 올라간다.”“아니, 잠깐만.”신시아가 다급하게 그녀를 붙잡았다.“조금만 더 있다가 가.”뭔가 이
Read more

제309화

신시아는 칼국수를 먹으면서 김지원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맞장구를 치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그날 밤 신시아는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경원, 정씨 저택.은유라는 막 샤워를 마친 상태였다. 엉덩이를 간신히 덮는 붉은색 슬립 원피스 사이로 하얀 허벅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그녀는 발코니 문을 열고 나와 수줍은 듯 정우진을 바라보았다.정우진이 뒤를 돌아 그녀를 힐끗 보았다. 무슨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남자의 귀에 들려온 것은 신시아가 전화를 끊으며 들려온 종료음이었다.그는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통화 종료 화면을 응시하는 눈빛이 서서히 깊게 가라앉았다.잠시 후, 정우진은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졸리면 일찍 자. 난 이만 가볼게.”그는 은유라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침실을 가로질러 문 쪽으로 걸어갔다.은유라는 멍하니 서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뒤를 쫓았다.“어디 가?”“내일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 본가에서 가기엔 너무 멀어서 라움 별장으로 가야겠어.”“라, 라움 별장?”은유라는 어안이 벙벙했다.분명 자기 방에서 자고 가라고 한 것 아니었나?당연히 함께 자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정우진은 이미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은유라가 상황을 파악하고 빠르게 그를 뒤쫓았다.“오빠, 이렇게 늦었는데 그냥 가지 마. 내일 30분 일찍 일어나면 되잖아.”“아니야.”정우진은 손목시계를 매만지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계단을 내려갔다.“오빠가 가면 나는...”‘나도 데려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네 집처럼 편하게 쉬어. 예전에도 머물러 봤잖아.”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던 정우진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힐끗 보았다.“일찍 자.”그는 짧은 인사와 함께 문을 열고 나섰다.은유라는 당장이라도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거절을 허용하지 않는 그의 서늘한 표정에 다리가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 없었다.따라가 본들 무슨 소용일까?정우진은 애초에 여기 남을 생각이 없었다.정
Read more

제310화

“자식 복은 자식이 타고나는 거야.”정태석은 세상만사 초연한 태도였다.“애초에 시아랑 결혼할 때도 당신이 어떻게든 간섭해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야. 우진이도 다 자기 뜻대로 할 거야.”권미희는 그를 쏘아보았다.“당신은 손주나 빨리 보고 싶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죠?”정태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말을 바꿀 수 있을는지 고민 중이었다.“저리 소파 가서 자요!”권미희는 신경질적으로 베개를 던졌다.“당신 얼굴만 봐도 짜증 나니까.”정태석은 말없이 베개를 주워 소파 베드로 향했다.한편 권미희의 화가 금세 가라앉았지만, 관심사가 어느덧 정태석에게서 멀어졌다.대체 정우진이 왜 은유라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지, 혹여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안 되겠어. 반드시 확인해야 해.’그날 밤, 은유라는 결국 떠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식탁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정확히 말하자면 기현주의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경제 일간지를 훑으면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엄마,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정다슬은 몹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른들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마.”기현주의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귀에 걸린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얼른 밥 먹어, 늦겠다.”“네, 네.”정다슬은 순순히 밥을 먹으며 권미희와 눈빛을 교환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권미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기현주의 기분 변화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다.식사가 끝날 무렵, 정다슬이 냅킨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인데 은유라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의 안색이 썩 좋지만은 못했다.기현주는 보던 신문을 옆으로 치우며 다정하게 물었다.“어제 너무 늦게 잔 거 아니야? 안색이 왜 이렇게 어두워? 피곤하면 좀 더 자고 내려오지 그랬어. 여긴 우리끼리인데 뭘 어때. 우진이 그 녀석이랑 비교하지 마. 걔는 원래 타고나길 강철 체력이
Read more
PREV
1
...
2930313233
...
3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