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복은 자식이 타고나는 거야.”정태석은 세상만사 초연한 태도였다.“애초에 시아랑 결혼할 때도 당신이 어떻게든 간섭해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잖아. 지금도 마찬가지야. 우진이도 다 자기 뜻대로 할 거야.”권미희는 그를 쏘아보았다.“당신은 손주나 빨리 보고 싶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거죠?”정태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말을 바꿀 수 있을는지 고민 중이었다.“저리 소파 가서 자요!”권미희는 신경질적으로 베개를 던졌다.“당신 얼굴만 봐도 짜증 나니까.”정태석은 말없이 베개를 주워 소파 베드로 향했다.한편 권미희의 화가 금세 가라앉았지만, 관심사가 어느덧 정태석에게서 멀어졌다.대체 정우진이 왜 은유라와 결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지, 혹여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안 되겠어. 반드시 확인해야 해.’그날 밤, 은유라는 결국 떠나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식탁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정확히 말하자면 기현주의 기분이 몹시 좋아 보였다.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경제 일간지를 훑으면서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엄마, 오늘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정다슬은 몹시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른들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마.”기현주의 말투는 퉁명스러웠지만, 귀에 걸린 입꼬리는 내려올 줄 몰랐다.“얼른 밥 먹어, 늦겠다.”“네, 네.”정다슬은 순순히 밥을 먹으며 권미희와 눈빛을 교환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할 따름이었다.권미희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기현주의 기분 변화 따위에는 애초에 관심이 없다는 태도였다.식사가 끝날 무렵, 정다슬이 냅킨을 집어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인데 은유라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녀의 안색이 썩 좋지만은 못했다.기현주는 보던 신문을 옆으로 치우며 다정하게 물었다.“어제 너무 늦게 잔 거 아니야? 안색이 왜 이렇게 어두워? 피곤하면 좀 더 자고 내려오지 그랬어. 여긴 우리끼리인데 뭘 어때. 우진이 그 녀석이랑 비교하지 마. 걔는 원래 타고나길 강철 체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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