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대표님 아이 아니라고요!: Kabanata 291 - Kabanata 300

358 Kabanata

제291화

“신 상무님, 반갑습니다. 이곳 임시 책임을 맡은 한승윤 부장입니다.”한승윤은 예의를 차리는 듯하면서도 그 이면엔 묘한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신시아가 생각보다 훨씬 젊다는 사실에 놀란 듯 노골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반가워요, 한 부장님.”신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화답한 뒤, 회사 입구에 도열해 있는 임원진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새로 부임하게 된 신시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신 상무님, 안녕하십니까?”“어서 오십시오, 신 상무님.”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인사말은 하나같이 기운이 빠져 있었다.겉으로는 신임 상무을 환영하는 듯 보였지만 그저 형식적인 환영일 뿐 진심은 담겨 있지 않았다.신시아는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한 바였다. 그녀는 서류 가방을 들고 로비로 들어섰다.“30분 뒤에 회의 시작하죠. 인사팀장부터 먼저 들르라고 하세요.”곁을 따라붙던 한승윤이 그 말에 바로 제동을 걸었다.“오전 9시부터 부서별 회의가 잡혀 있습니다. 시간 조정은 좀 나중으로 미루시는 게 어떨지요? 지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인사팀장은 이른 아침부터 채용 박람회 쪽으로 인력을 보냈습니다.”거절, 그리고 또 거절. 신시아의 지시를 단칼에 잘라내는 노련한 방어였다.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지금은 여덟 시 반, 걸음을 멈춘 그녀가 한승윤을 똑바로 응시했다.“그럼 한 부장님께서 스케줄을 조정해 보시죠. 부서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뭘 하면 될까요?”이에 한승윤이 거침없이 대답했다.“지사 업무 현황부터 천천히 파악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그러자 신시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맞받아쳤다.“그건 어젯밤에 이미 다 파악했습니다. 부장님이 한태경 이사님 조카분이라는 것도요. 원래는 그 아드님이 오기로 되어 있었고, 덩달아 부장님도 상무 승진을 기대하셨겠죠. 하지만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상무 자리는 물 건너갔고요.”“너무 상심하진 마세요. 여기서 실력만 제대로 보여주신다면 제가 직접 승진시켜 드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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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주경재는 잠시 망설이더니 불쑥 물었다.“상무님, 그런데 인사팀장은 왜 찾으시는 거죠?”“왜요? 해고라도 당할까 봐 겁나요?”신시아가 핵심을 찌르자 그는 즉시 능청스럽게 웃어 보였다.“에이, 설마요. 상무님처럼 젊고 예쁘신 데다 영리하신 분이 이유 없이 사람을 자르시겠나요?”“나가 보세요.”사탕발림 같은 말에도 신시아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었다.그녀가 단호하게 자리를 비우라 명하자 주경재는 아쉬운 듯한 걸음 뗄 때마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더 이상 버틸 구실을 찾지 못하고 사무실을 나갔다.정오가 다 되어서야 인사팀장 조수연이 뒤늦게 나타났다.“죄송합니다, 신 상무님. 상무님께서 오늘 오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채용 박람회는 일주일 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라서요.”조수연은 사십 대 중반의 다부진 체격에 전형적인 커리어우먼의 인상을 풍기는 여성이었다.굵은 뿔테 안경 너머로 작지만 예리한 눈빛이 번뜩였다.“괜찮아요. 업무가 우선이니까요.”신시아는 그녀를 찬찬히 훑어본 뒤 본론을 꺼냈다.“채용 성과는 어땠나요?”조수연은 고개를 저었다.“요즘 대학생들은 눈만 높아서 말입니다. 대학 좀 나왔다고 월 2천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딱히 눈에 들어오는 인재가 없었습니다.”“난 지금 개인 비서가 필요해요.”신시아가 곧장 핵심을 찔렀다.“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했습니다.”조수연의 말투는 짐짓 난처한 척했지만, 그 이면엔 ‘어쩌라는 거냐’라는 식의 당당함이 깔려 있었다.이에 신시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본사에 연락해서 비서실에 있는 이은수 씨를 이쪽으로 발령 내세요.”조수연이 멈칫했다.“그게... 과연 그 친구가 이렇게 멀리까지 오려 할까요?”“시키는 대로 하세요.”신시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빛났다.빼어난 미모 때문에 오히려 공격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가 진지하고 엄격한 표정을 지으니 거부할 수 없는 압도적인 위엄이 흘러나왔다.조수연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어떻게든 이곳에서...”“조수연 씨가 몸담은 곳은 정씨 일가가 운영하는 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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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알았어요. 일단은 남겨두죠.”신시아는 책상 위의 해고 통지서를 다시 서랍에 넣었다.“회사 상황부터 보고하세요.”아까까지 팽팽했던 긴장감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녀의 태도가 순식간에 돌변했다.조수연은 순간 얼떨떨하면서도 묘한 굴욕감을 느꼈다.“조 팀장님, 제가 말한 건 ‘일단 여기 계시라’는 거예요.”신시아의 차가운 일침에 조수연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지금 그녀는 단순히 겁을 준 게 아니라 냉정한 현실을 똑바로 보여주어 조수연이 누구 라인에 설 것인지 선택하게끔 하고 싶었다.자신의 거취가 누구 손에 달려 있는지 조수연은 너무 잘 안다.결국 그녀가 백기를 들었다.회사 임원 대부분은 한태경이 심어놓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신시아는 허울뿐인 상무직을 맡아 사실상 권한이 완전히 박탈된 상태였다.“상황 파악했습니다. 나가보세요. 아, 이은수 씨 발령 신청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신시아는 이곳에 오기 전, 이미 이은수에게 율제시로 와 달라고 부탁했고 그녀도 흔쾌히 동의한 상태였다.그날 오후, 조수연은 이은수의 발령 신청서를 올렸고 본사 인사팀 곽 팀장님이 즉시 상부에 보고했다.임정현은 정우진 대표의 사무실을 찾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고했다.“지사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 비서님께 손발이 되어줄 만한 사람조차 없는 듯합니다.”정우진은 오른손으로 서류를 넘기며 왼손 검지 사이로 담배를 끼운 채 깊은 고민에 잠겼다.미간의 주름은 좀처럼 펴질 기미가 없었다.“전부 보내. 무엇이든 필요하면 즉시 임 비서한테 연락하라고 해.”“알겠습니다.”임정현이 고개를 끄덕인 후 한 마디 덧붙였다.“대표님, 흡연은 건강에 해로워요. 중요한 업무는 다 처리하신 것 같은데 휴식실에서 잠시 눈 붙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어젯밤 정우진은 박도영과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셨고 오늘 아침 일찍 출근했다.박도영은 지금쯤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겠지만 정우진은 마치 각성제라도 맞은 듯 쌩쌩해 보였다.눈 밑의 핏발만 아니었다면 밤을 꼬박 새웠다고는 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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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네, 알겠어요.”임정현은 정우진의 표정을 살피며 대답했다.정우진이 더는 말을 이어갈 기색이 없어 보이자 임정현이 곧장 덧붙였다.“신 상무님, 율제시에서 몸 건강히 잘 지내세요.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시고요.”“네, 알겠어요. 들어가세요, 임 비서님.”신시아는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꼈다.임정현은 정우진 앞에만 서면 꼭 기계처럼 굴었다.사실 사석에서는 꽤 서글서글한 사람이었는데 말이다.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달싹였다.한편, 임정현이 휴대폰을 막 내려놓으려는 순간 정우진이 싸늘한 눈빛을 던졌다.그 바람에 임정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대표님, 혹시 더...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정우진이 낮게 읊조렸다.“너야말로 할 말 있어?”“아, 아니요!”임정현은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정우진의 서늘한 시선과 마주치자 또다시 말을 더듬었다.“있... 없습니다!”“나가.”정우진의 얇은 입술에서 단 한 마디가 툭 떨어졌다. 그는 손에 들려 있던 재가 길게 쌓인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난 정우진은 의자에 걸쳐둔 외투를 챙겨 성큼성큼 사무실을 나섰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길이었다.차 안에서 그는 박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밤 술 한잔하자. 뭐 먹고 싶냐? 지금 예약할게.”이에 박도영이 대답했다.“나 지금 병원이야.”“그래? 그럼 퇴근하고 와.”“안돼. 오늘 밤에 수술 잡혔어.”박도영이 거절했다.“수술 몇 시에 끝나는데?”“술 담배는 몸에 안 좋아. 너무 과하면 안 돼. 자제 좀 하자.”방금 정우진의 말에 박도영은 그가 여전히 자신과 술을 마시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챘다.함께 술잔을 기울일 상대가 필요했을 뿐, 무엇을 먹느냐는 중요하지 않았다.“잔말 말고.”정우진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였다.“퇴근하고 넘어올래 아니면 내가 너희 집으로 갈까?”박도영이 반박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 이 시간에 만나는 건 좀 그래.”“기저귀 차고 같이 뛰어놀던 사이인데 한밤중에 만나는 게 뭐가 이상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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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하지만 정우진은 박도영과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우정을 저버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더 할 말 있어?”은유라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우리 아빠가 그 기사 막느라고 얼마나 애썼는지 몰라.”“다음부턴 안 막아도 된다고 전해드려. 난 항상 떳떳하게 살아왔으니까.”정우진은 조금도 고마워하는 기색이 없었다.이에 은유라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그래도 박도영이...”“유라야.”불현듯 정우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그런 말은 네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지.”은유라 역시 그들 두 사람과 함께 자란 사이였다.결국 그녀는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몇 초 후, 정우진은 전화를 끊었다.귓가에 들려오는 뚝 끊긴 통화 연결음, 은유라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침대 위로 휴대폰을 내던졌다.“왜 그래?”문가에 선 손연경이 휴대폰을 던지는 그녀를 보고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우진이가 거절했어?”“회사 일이 바쁘대요.”이미 수없이 들어온 변명, 손연경은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딸을 달랬다.“백영 그룹이 워낙 규모가 크잖아. 그래도 이제 신시아가 나갔으니 더 이상 너희 결혼에 방해될 사람은 없어.”“아니요. 박도영이 남았어요.”은유라가 고개를 들고 엄마 손연경을 바라보았다.“어젯밤에 우진 오빠가 도영이랑 술 마시고 한밤중에 클럽에서 나왔대요. 내 친구가 사진 찍어서 보내줬다니까요? 보세요!”그녀는 돌아서서 휴대폰을 챙겨 사진을 손연경에게 들이밀었다.“아니, 이런...”손연경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도영이 얘도 제 아빠 닮아서 동성애자인 거니? 너 도영이랑 그렇게 오래 알고 지냈으면서 아무 눈치 못 챘어?”은유라가 낮게 소리를 질렀다.“아니까 방어하려는 거잖아요!”은유라의 말에 손연경의 안색이 돌변했다.“정말이야?”“아휴,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요!”그녀는 손연경을 밀쳐내듯 지나쳐 옷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잠시 후, 옅은 분홍색 원피스로 차려입은 은유라가 밖으로 나왔다.“나 도영이 만나고 올게요.”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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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전화가 끊기기도 전이었다. 은유라는 박도영을 뒤쫓아 나와 붙잡고 늘어졌다. 하지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숨죽인 상태였다.박도영이 마침내 전화를 끊었다.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는 코앞에서 잔뜩 겁에 질린 채 길을 막아서는 은유라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야, 너 이러기야? 우리끼리 다 망해서 득 될 게 뭔데? 후회할 짓 하지 마!”“후회 안 해. 기껏해야 우진이랑 등지면 그만이지. 내 명예 따위는 진작 바닥났거든.”박도영이 냉랭한 얼굴로 쏘아붙였다.그 말에 은유라의 태도가 눈에 띄게 수그러들었다.“아까는 내가 너무 충동적이었어. 잘못한 거 인정해...”박도영이 덥석 말을 잘랐다.“유라야, 나 여자한테 손 안 대. 그렇다고 너 따위가 함부로 구는 건 좀 아니지. 방금 때린 그 뺨 두 대, 지금 여기서 갚아. 아니면 어디 끝까지 가보든가.”갚으라니? 어떻게?그가 여자한테 손을 안 대니까 은유라 스스로 제 뺨을 때리라는 건가?그녀는 목이 턱 막혔다. 아까 박도영을 후려칠 때 있는 힘껏 휘둘렀던 손바닥이 화끈거리며 저렸다.한편 박도영은 반쪽 얼굴이 여전히 벌겋게 부어올랐고 음울한 표정은 소름 끼칠 정도로 위압적이었다.“도영아...”은유라는 몸이 움찔거렸다.박도영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 남자가 진작 자신을 갈기갈기 찢어놓았을 터였다.그녀가 당장 움직일 기미가 없자 박도영은 짐짓 그녀를 지나쳐 엘리베이터로 향했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려는 순간, 뒤에서 찰싹하는 귀싸대기 소리가 두 번 들려왔다.박도영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은유라의 얼굴에는 선명한 붉은 손자국이 남았다. 맞아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엔 수치심이 가득했다.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 박도영이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유라야, 넌 정말 신시아한테 비빌 수가 없다. 감히 비교 상대가 안 돼. 네가 어떻게 제 무덤을 파는지 끝까지 지켜볼게.”천천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이 은유라의 찰나적인 질투심을 가로막았다.신시아보다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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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드레스 자락이 발목을 스치며 사뿐거릴 때마다 신시아의 하얀 살결이 은근하게 드러났다.계단을 오르던 중 그녀는 발끝에 치맛단이 밟히고 말았다.“도와드릴까요, 상무님?”주경재가 몸을 숙여 치맛자락을 정리해주려 했다.다만 신시아는 손을 뻗어 스스로 자락을 걷어 올렸다.“아뇨, 괜찮아요.”그녀는 성큼성큼 두어 계단을 더 올라가더니 치맛단을 놓고 거침없이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주경재는 그녀보다 키가 한 뼘 정도 컸지만, 그녀의 빠른 걸음을 따라잡으려면 보폭을 길게 늘여야 했다.3층, 드넓은 연회장은 화려함과 귀티가 곳곳에 배어났다.화려한 문양으로 조각된 양문형 나무문이 카펫 위로 펼쳐지고 종업원이 문을 열자 웅장한 연회장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양복을 차려입은 상권의 거물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값비싼 드레스로 치장한 여자들은 저마다 화려함을 뽐냈다.술 냄새와 향수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찔렀다.신시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다잡고 연회장 안으로 발을 들였다.“저분은 누구지?”“우리 율제 상권에 언제 이런 미인이 나타난 거야?”인파 속에서 호기심 어린 속삭임과 농담이 오갔다.그때, 마흔쯤 되어 보이는 한 여자가 신시아를 발견하곤 눈이 커졌다. 그녀의 시선은 걷잡을 수 없이 신시아를 좇았다.“사모님, 저분은...”그녀 곁에 있던 한 사모님이 물었다.“글쎄...”고씨 일가 고현조의 아내 민여정이 입꼬리를 어색하게 끌어 올렸다.“누군지 잘 모르겠네요. 가서 여쭤봐야겠어요.”곧이어 그녀는 남편 고현조에게 다가가려 했다.하지만 미처 걸음이 닿기도 전에 고현조가 먼저 신시아게게 다가갔다.“백영 그룹 신 상무님 되시죠?”옅은 회색 양복 차림의 고현조는 중년 남성의 차분함과 더불어 적절한 젠틀함을 풍기고 있었다.신시아는 손을 내밀며 그의 악수에 응했다.“네, 고 대표님.”“상무님이 이렇게 젊은 분이실 줄은 몰랐네요.”고현조는 점잖게 손을 거두고 안경을 고쳐 썼다. 안경 너머로 그녀를 훑는 눈빛에는 계산적인 탐색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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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초면인 데다 보는 눈이 많은 자리였다. 신시아는 굳이 자신의 신상을 털어놓고 싶지 않았다.마음만 먹으면 파헤칠 수 있는 정보라 해도 이렇게 대놓고 떠벌릴 이유는 없었다.“죄송해요, 신 상무님. 제 아내가 상무님을 보니 너무 젊어서... 저희 아들과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서 반가운 마음에 실례를 범했네요.”고현조가 또다시 민여정의 옆구리를 슬쩍 찔렀다.민여정은 자기 관리를 잘해 겉보기엔 30대 같았지만, 눈빛만큼은 세월의 풍파를 견딘 50대 중년의 깊이가 서려 있었다.신시아는 그녀를 두어 번 더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묘한 이질감이 피어올랐다.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해합니다. 오늘 고 대표님의 귀한 자리에 초대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앞으로 율제에서 잘 부탁드립니다.”“천만에요. 이쪽으로 오시죠.”고현조는 손을 뻗어 신시아를 연회장 안쪽으로 정식 안내했다.주최자인 그는 신시아에게 주요 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해주었다.한편 신시아는 몸 상태를 핑계 삼아 정중히 술잔을 피했다. 대신 곁을 지키던 주경재가 술을 받았고 상대가 한 잔을 마실 때 석 잔을 들이켰다.상대들도 더는 토를 달지 못하고 그런 방식으로 술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나눴다.두 시간 뒤, 연회가 끝났다.신시아는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아 인사불성이 된 주경재를 차에 실었다.그는 완전히 정신을 놓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상태도 아니었다.차에 타자마자 좌석에서 바닥으로 미끄러진 주경재는 몸을 웅크린 채 트림하며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신시아는 운전기사에게 한승윤과 연락해 주경재의 주소를 확인하고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지시했다.기사가 통화하러 나간 사이, 차 안에는 신시아와 주경재만 남았다.술과 담배 냄새가 진동하자 그녀는 창문을 반쯤 내리고 네온사인 가득한 거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꺽... 걱정 마세요. 제가 끝까지 잘 감시하겠습니다. 꺽!”주경재는 딸꾹질을 해대면서도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전 그저 부장님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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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신시아와 같은 처지의 불쌍한 직장인 임정현도 이 시간까지 잠들지 않은 듯 즉각 답장이 왔다.[대표님께서 직접 보고받겠다고 하십니다.]신시아는 테이블 모서리에 팔꿈치를 괸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숙였다.화면 위로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여 정우진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일단 몇 명의 이름을 보냈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두 번째 텍스트를 작성하던 와중에 정우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신시아는 손이 움찔하며 휴대폰이 무릎 위로 떨어졌다.그녀는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낚아채듯 집어 들고 주방에서 나오던 김지원을 향해 쉿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했다. 그러고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전화를 받았다.“네, 대표님.”“전화로 말해. 문자는 알아보기 힘드니까.”깊은 밤, 정우진의 목소리는 매혹적으로 낮게 깔려 있었다.“임 비서님께 이 사람들을 조사해보라고 말씀해주세요. 한씨 가문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수화기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전화가 끊겼나 싶을 정도로 고요해서 신시아는 화면을 확인했다.분명 연결되어 있는데 혹시 정우진이 잠든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정우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게 다야?”“네, 대표님.”그의 말투에는 신시아가 보고한 업무량이 너무 적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오늘 하루 그녀가 꾀를 부렸다는 투였다.하지만 고작 두 시간 남짓한 연회에서 한씨 가문과 엮여 있을 만한 인물을 정확히 간파해낸 건 그녀가 그만큼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는 증거였다.연회가 끝난 지금, 신시아는 몸도 마음도 완전히 녹초가 된 상태였다.정우진이 덧붙였다.“율제 쪽 날씨가 괜찮다고 하던데.”‘네?’신시아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칠흑 같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녀가 무심코 대답했다.“네, 뭐... 무척 어둡네요.”옆에 있던 김지원은 그녀가 말을 더듬고 엉뚱한 대화에 빠진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어 휴대폰에 귀를 기울였다.“적응할 만해?”정우진의 뜬금없는 말에 김지원은 숨을 들이켰다. 두 눈이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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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별일 없어. 그냥 너랑 술 한잔하려고 핑계 좀 댄 거야.”박도영이 짐짓 태연하게 대꾸했다.“혹시나 넌지시 물으면 네가 화낼까 봐 술 마시자고 꼬드길 명분이 필요했거든.”정우진은 옆에 있던 티슈 케이스를 집어 그에게 던져버렸다.“죽고 싶어 환장했네.”박도영은 날렵하게 티슈 케이스를 받아내더니 씩 웃으며 테이블 위에 도로 내려놓았다.“나 간다.”...“도대체 무슨 상황이야?”전화가 끊어지자마자 김지원이 보챘다.“한밤중에 정우진이 웬 전화?”신시아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답했다.“업무 보고.”“뭐? 백영 그룹이 기상청이니? 날씨 보고도 하게?”김지원은 접시를 그녀 앞으로 밀어주며 옆자리에 앉았다.“솔직하게 말해봐, 대체 무슨 일이야?”‘그러게, 대체 무슨 일이었을까?’신시아는 방금 나눈 통화 내용을 곱씹었다.엄연히 상하 관계를 벗어난 대화는 없었지만 묘하게 끈적이는 느낌이었다.“정말 업무 보고였어. 그냥 잡담 조금 섞인 정도?”김지원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신시아가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기에 망정이지 두 사람이 뒤에서 몰래 재결합이라도 한 건 아닐까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이혼한 전남편이 심야에 전화를 걸어 멀리 떨어져 있는 전처에게 안부를 묻고 날씨 타령이라니...“아휴, 질기다 질겨. 얼굴을 볼 수 없다고 전화로라도 붙잡고 싶은가 봐.”신시아는 음식을 조금씩 먹으며 침묵했다.초반에는 업무 때문에 연락이 잦겠지만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자연스레 연락이 줄어들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우진이 결혼 준비로 바빠지면 이 업무는 임정현에게 넘어갈 테고 그는 더 이상 직접 나서지 않을 터였다.아무튼 신시아는 미래의 두 사람이 평행선처럼 다시는 얽힐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근데 말이야, 정우진 혹시 후회하고 있는 거 아닐까? 네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고 마음이 불편해서...”“오늘 좀 희한한 일을 겪긴 했어.”김지원이 이 통화 하나를 빌미로 또다시 황당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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