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Capítulo 151 - Capítulo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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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실상은 조금 달랐다. 고홍근은 영 못 미더운 두 아들만 보면 속이 답답해졌고, 두 며느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속셈을 숨길 생각조차 없이 고씨 가문의 재산만 바라보고 있었다.처음에는 가족 식사 자리에서 두 며느리가 실제로 몸싸움까지 벌인 적도 있었다. 정작 두 아들은 옆에서 입을 다문 채 말리지도 않았다. 크게 화가 난 고홍근은 별일이 없으면 두 집 모두 본가에 오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다음 가족 모임까지는 아직 2주나 남아 있었다. 그런데 고홍근이 갑자기 모두를 불러 모으자 가족들은 이유를 짐작하기 어려웠다.“당신 생각엔 아버님이 후계자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아?”차 안에 앉아 있던 조혜가 남편 고천운의 팔을 툭 건드렸다. “요즘 하늘이 무슨 미술상도 받았다면서? 형님네는 아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더라. 아버님이 원래 하늘이 예뻐하시잖아.”“설마 정신 놓고 가업을 하늘이한테 넘기려는 건 아니겠지?”고천운은 대답하지 않고 넥타이만 매만졌다.조혜는 말할수록 속이 부글거렸다. “친손자가 멀쩡히 있는데 왜 가업을 안 넘기는지 모르겠어. 연세도 있으신 분이 대체 뭘 기다리는 거야?”“예전에도 그랬잖아. 아들이 둘이나 있는데 딸 고경란만 챙기고. 고경란이 나중에 알아서 물러나지만 않았어도...”“그만해.” 아내의 말이 점점 위험한 곳으로 흘러가자, 고천운이 표정을 굳히며 차갑게 제지했다.조혜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말을 꺼냈다. “우빈이 또 늦는 거 아니겠지? 맨날 흐트러져 있으니 아버님한테 점수 못 따는 것도 당연해.”...장남 고기성의 집에서도 고홍근이 모두를 부른 이유를 추측하고 있었다.최근 하늘의 성과가 좋았으니 고홍근이 좋은 소식을 발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가족들은 기대에 찬 채 외출 준비를 했다.“우리 딸이 역시 잘한다니까. 이번에 상도 받았으니 할아버지가 사람들 앞에서 크게 칭찬하시겠네.”고기성의 아내 양수민이 딸을 바라보며 웃었다. “엄마가 너 입으라고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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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조혜가 먼저 빈정대는 투로 입을 열었다. “형님, 요즘 하늘이 참 잘나가나 봐요. 무슨 미술상도 받았다면서요?” “제 생각에는 여자애가 밖으로 그렇게 돌아다닐 필요 있나 싶어요. 집에서 얌전히 지내는 게 제일이지.”양수민이 가볍게 웃었다. “그러게 말이에요. 딸이 너무 잘나고 자기 생각도 뚜렷하니 나도 걱정이 많아요.”“우빈이는 밖에서 돈 쓰고 노는 것 말고는 신경 쓸 게 없으니 얼마나 편하겠어요. 부럽네요.”조혜는 제대로 받아치지도 못하고 표정이 굳어졌다.조혜는 곧장 우빈에게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었다.[알았어요. 거의 다 왔어요.]귀찮다는 듯 대답하면서, 우빈은 몸에 달라붙어 있던 여자를 밀어 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이따가 눈치 좀 잘 봐. 하늘이한테 밀리지 말고. 할아버지가 회사 일은 어떠냐고 물으면 큰 프로젝트 하나 맡았다고 해. 알았어?” 조혜가 낮은 목소리로 당부했다.[네, 알았어요. 진짜 귀찮게 하시네요.]우빈은 바지를 끌어올리며 밖으로 나갔다.여자가 더 붙잡으려 하자, 우빈은 손으로 막으면서 계좌로 돈을 보냈다. 입금 알림을 확인한 여자가 활짝 웃는 사이, 우빈은 건물 아래로 내려가 눈에 확 띄는 컨버터블 슈퍼카를 몰고 사라졌다....일행은 본채 응접실로 들어갔다.상석에는 고홍근이 차를 마시며 앉아 있었고, 바로 옆 자리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나이는 하늘과 비슷해 보였다.길게 기른 머리는 자연스럽게 뒤로 묶었고, 화장기 하나 없는 피부는 맑고 환했다.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였고, 편한 옷차림으로 고홍근의 찻잔에 차를 따르고 있었다.손놀림 하나하나가 매끄럽고 자연스러워 괜히 시선이 갔다.“아버지.”가족들은 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의문을 눌러 둔 채 고홍근에게 공손히 인사했다.조혜와 양수민은 재빨리 눈빛을 주고받았다.두 사람은 혹시 고홍근이 새로 가까이하는 젊은 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다만 나이를 보니 지나치게 어려 보였다. 조혜와 양수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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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양수민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했다. 하늘은 고홍근의 친손녀였다. 주예가 정말 고경란의 딸이라고 해도 결국 외손녀다.한 다리 건너는 사이였다. 더구나 밖에서 자란 아이가 자신의 딸과 뭘로 비교가 될까?양수민은 그렇게 판단하고 분위기를 수습하는 척 나섰다.“아가씨 딸이었구나. 어쨌든 왔으니 이제 가족이지. 임주예라고 했지? 처음 오면 불편한 게 많을 거야. 하늘이랑 동갑이니까 모르는 게 있으면 하늘이한테 물어봐.”다정한 말처럼 들렸지만 말투에는 자연스러운 우월감이 배어 있었다. “아직 마땅한 집을 못 구했으면 하늘이한테 알아봐 달라고 해. 하늘이 몇 년째 미술 쪽에 투자도 해서 인맥이랑 자원이 꽤 많거든.”양수민의 말을 듣자 고홍근의 표정도 조금 누그러졌다. 양수민은 속으로 안도했다. 적어도 방금 행동으로 어른 앞에서의 이미지는 지켜 냈다고 생각했다.하늘도 자리에서 일어나 가느다란 손을 내밀며 여유롭게 웃었다.“주예 씨, 아니, 주예야. 또 보니까 반갑네. 대회장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하게 인연이 있을 것 같더라.” “이렇게 같은 집안 사람이 될 줄은 몰랐어. 앞으로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말은 친절했지만 하늘의 태도에는 자신이 한 수 위라는 여유가 가득했다.“고마워.” 주예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양수민은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이 먼저 호의를 베풀었으면 주예가 긴장하거나 감격해도 모자랄 판인데, 너무 담담했다.평소라면 주예가 평생 가까이 가기도 어려운 집안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혈연으로 인정받았다는 이유로 벌써부터 명문가 아가씨 행세를 하는 듯해 양수민의 속이 꼬였다.‘밖에서 자라 세상 물정도 모르니 괜히 도도한 척하면서 열등감을 감추는 거겠지.’ 양수민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됐다.” 고홍근이 말을 정리했다. “집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주예는 본가에서 지낼 거다.”“네?” 짧은 한마디에 사람들이 다시 놀랐다.본가에서 산다는 건 고홍근이 주예를 특별히 곁에 두겠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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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이런 미인이 있으니 본가가 완전 금의환향이네.”고홍근은 우빈의 꼴도 못마땅한데, ‘금의환향’이라는 말까지 엉뚱하게 갖다 붙이자 속이 쓰릴 지경이었다.고홍근은 지팡이를 번쩍 들어 우빈의 종아리를 내리쳤다. “집에 가서 책이나 더 읽어! 또, 주예는 네 사촌 누나다. 밖에서 하던 가벼운 짓거리 여기서까지 하지 마!”‘사촌 누나?’우빈은 생각할 틈도 없이 입 밖으로 내뱉었다. “고경란 딸?”어머니의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부르는 말을 듣자, 주예의 시선이 곧장 우빈에게 꽂혔다. 눈빛이 매섭게 가라앉았다.상석에 있던 고홍근도 눈을 가늘게 떴다.고경란이 집을 떠났을 때 우빈은 아직 아주 어린아이였다. 고경란을 직접 기억할 리가 없었다.그런데도 이름을 아무렇지 않게 불렀고, 게다가 말투에도 존중이라곤 전혀 없었다. 집에서 부모가 고경란을 자주 입에 올렸고, 그 내용이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뜻이었다.고홍근은 그 짧은 몇 마디만으로도 뒤에 숨은 사정을 거의 짐작했다.조혜를 바라보는 고홍근의 눈에 경고가 담겼다.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조혜가 얼른 우빈의 팔을 한 번 치면서 둘러댔다.“우빈아, 그분은 네 고모야. 내가 평소에 집안 호칭 좀 제대로 외우라고 했지? 넌 귀찮다고 사람 이름만 외우니까 이런 실수를 하잖아. 정말, 얘도 참.”주예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좋은 방법이네요. 저도 집안 호칭을 잘 몰라서 걱정했거든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다른 친척들을 만날 기회도 없었고요.”말을 마친 주예는 고홍근의 표정에 스친 씁쓸함을 알아차렸다.조혜는 주예가 말 잘 듣는 아이인 줄로만 알고 금세 표정이 밝아졌다. 맞장구를 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주예가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 갔다. “외할아버지 댁에 처음 왔는데 호칭을 잘못 불러서 실수할까 걱정했어요. 이제 됐네요. 우빈이처럼 저도 이름으로 외우면 되겠어요. 그렇죠, 작은외숙모?”“너...” 제대로 한 방 먹은 조혜는 입술까지 하얗게 질렸다.우빈도 비꼬는 말이라는 걸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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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그 두 가지 표현이 나오자, 양수민과 조혜의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양수민은 원래 내세울 만한 집안 출신이 아니었다. 고기성의 아이를 가진 뒤에야 온갖 수를 써서 고씨 가문에 들어왔다.결혼 전 양수민의 집안 형편은 몹시 어려웠다. 고씨 가문에 들어온 뒤에는 매일 예절과 교양을 익히며, 누가 봐도 상류층 사모님처럼 보이도록 자신을 다듬었다.그렇게 오랜 세월 감추고 꾸며 온 과거가 주예의 몇 마디 때문에 다시 드러난 듯했다. 양수민은 애써 덮어 둔 흔적이 사람들 앞에 그대로 펼쳐진 기분이었다.조혜의 사정은 더했다. 고천운에게 원래 배우자가 있었을 때 관계를 시작했고, 결국 그 자리를 차지했다.주예가 말한 ‘유명한 피아노 재원’은 조혜가 아니라 고천운의 전 배우자를 가리킨 표현이었다.오래 묻혀 있던 이런 사정을 하늘과 우빈은 전혀 모르고 있는 눈치였다.양수민은 늘 하늘에게 부모 모두 이름난 집안에서 자랐다고 말해 왔다. 하늘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으며 자신의 배경을 자랑스러워했다.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어머니 양수민의 출신은 하늘이 들어왔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를 가능성이 컸다.하늘은 양수민을 한 번 바라봤다. 평소라면 맹목적인 믿음만 담겨 있었을 눈빛에 처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의심이 섞였다.이내 하늘의 시선이 주예에게 박히더니 질투가 속에서 뒤틀렸다. ‘왜? 왜 저 여자 엄마만 그렇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거야?’반대편에서는 우빈이 하필 건드리면 안 될 부분을 정확히 건드렸다. “어머니, 피아노도 치실 줄 아셨어요? 전 왜 한 번도 못 들었죠?”그 말에 조혜의 인내심이 완전히 끊어졌다. 조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하늘아, 네 엄마라고 뭐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양수민도 예전에...”“그만해!”“입 다물어!”고홍근과 고천운이 거의 동시에 호통쳤다.두 사람의 고함에 조혜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불쾌한 표정으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주예는 차가운 눈으로 눈앞의 소동을 바라봤다. 확실해진 것은 하나였다.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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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아들이 도무지 눈치를 못 채자, 조혜는 결국 자신이 직접 말을 꺼내려고 했다.하지만 고홍근은 조혜가 입을 열 기회조차 주지 않고 먼저 말을 잘랐다.“됐다. 식사 중에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밥이나 먹어.”식사가 끝난 뒤 다른 가족들은 하나둘 돌아갔다. 하늘은 끝까지 우아한 걸음을 유지하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본가에는 가족마다 전용으로 쓰는 방이 하나씩 있었고, 그 방은 하늘을 위해 따로 마련된 곳이었다.가구와 장식품도 전부 하늘의 취향에 맞춰 배치돼 있었다. 1년에 며칠 머물지도 않지만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평소에도 누군가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뜻이었다.하늘이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밖에서 유지하던 온화한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하늘은 비싸고 정교한 장식품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팔을 거칠게 휘둘렀다. 선반 위 물건들이 한꺼번에 바닥으로 쏟아졌다. 눈가의 작은 점은 일그러진 표정을 더 차갑고 독하게 보이게 만들었다.하늘은 주먹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보석을 촘촘히 붙인 네일 끝이 손바닥 살을 깊이 파고들었다.‘임주예를 두 번이나 조사했는데, 왜 일찍 죽은 엄마 쪽은 확인할 생각을 못 했지!’‘재수 없는 여자. 진짜 재수 없어.’‘임주예 엄마 고경란도 똑같아. 임주예도 똑같고. 그 집안은 전부 마음에 안 들어!’아무도 볼 수 없는 방 안에서, 하늘은 속에 눌러 두었던 악의와 분노를 남김없이 쏟아냈다....같은 시각, 한씨 저택.“진후야, 손이 이게 뭐야. 빨리 치료부터 받아.”진후의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된 걸 보고 놀란 박효주가 곧장 주치의를 불렀다.“임주예 같은 애가 네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애초에 둘이 결혼할 때부터 엄마는 반대했어.”“그 집안 배경으로는 우리 집과 맞지도 않았고. 이혼했으면 끝이 난 거지. 주예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너한테 없었던 것 같아.”박효주는 진후를 달래려는 듯 계속 말을 이어 갔다.조금 전 진후가 잔뜩 화가 난 채 집으로 들이닥쳤을 때부터 박효주는 이유를 알아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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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권수영은 말을 이어 갔다. “돌이킬 수 있을 때는 바로잡고, 이미 늦었으면 앞으로 가. 너는 해신그룹을 이어받을 사람이야.”“여자 한 명 붙잡겠다고 매일 이러는 꼴이 뭐냐? 이혼합의서 건도 내가 동의한 일이니, 전부 네 엄마 탓으로 돌리지는 마.”“할머니까지요?” 진후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굳었다.“주예는 괜찮은 아이야. 다만 우리 집과 인연이 여기까지였던 거지. 네가 만든 결과를 주예 탓으로 돌리지 마. 또 하나.” 권수영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한씨 가문 대를 끊을 수는 없어. 준비해. 맞선 자리를 알아볼 테니까.”...다음 날 아침, 하늘은 평소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하늘은 주방으로 내려가 할아버지 아침 간식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따로 있었고, 하늘은 옆에서 지시만 했다.평소 본가 요리사가 만든 맛과 다르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유명 특급 호텔의 디저트 셰프까지 따로 불렀다. 고씨 가문의 가사도우미들에게 맡기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였다.고홍근은 평소 집에서 먹는 음식에 익숙해서 한입만 먹어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차릴 사람이었다.오전 7시 반쯤, 하늘은 고홍근의 아침 운동이 끝날 때가 됐다고 생각해 정갈한 푸드 박스를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하늘은 여섯 시부터 일어나서 움직였다. 주예의 방 앞을 지날 때 일부러 걸음을 멈추고 안쪽 소리를 들어 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주예가 아직 자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런데 식당에서 간식을 하나씩 꺼내 놓고 있는데, 고홍근과 주예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들어왔다.“주예야, 아까 네가 알려 준 동작 정말 괜찮더라. 하하, 몸이 한결 가벼워졌어!”고홍근은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운동하는 습관도 아주 좋아. 요즘 젊은 애들은 건강하다고 밤새고 늦잠 자는 경우가 많은데 넌 다르구나.”“외할아버지는 기본 체력은 좋으세요. 다만 근육이 조금 뭉쳐 있고 순환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에요.” “단 음식이랑 튀긴 음식만 줄이시고,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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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마침 그 미술상을 꾸준히 다뤄 온 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있었다. C국 출신 작가가 처음으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한 크리에이터는 큰 자부심을 느꼈고, 진심 어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로즈’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요청했다.주예처럼 해외에서 활동 기반을 만들려 애쓰는 C국 출신 작가들에게, 이런 국제 미술상은 좀처럼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오랫동안 서구 중심의 미적 기준이 주류를 차지해 온 탓이 컸다.그래서 로즈의 이번 수상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C국 작가들에게 큰 용기와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건이 됐다.주예는 그런 이유로 인터뷰 요청을 받아들였다. 단,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 조건이었다.온라인 연결만 하면 되는 인터뷰라 진행 자체는 간단했다. 그래도 주예는 고씨 저택에서 촬영하고 싶지 않아서 아파트로 돌아가기로 했다.아파트 문 앞에 도착하자, 초췌한 남자 한 명이 복도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주예를 본 남자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어젯밤에 어디 갔었어?”진후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고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주예는 진후라는 걸 확인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긴 왜 왔어? 한 대표, 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한 대표’라는 차가운 호칭이 진후의 가슴을 찔렀다.인터뷰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주예는 진후와 실랑이할 생각 없이 곁을 지나서 바로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규나는 떠났어. 앞으로 다른 사람도 없을 거야.”진후는 마치 약속하듯 단정해서 말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주예는 진후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당신... 나 미워해?” 진후가 주예의 팔을 붙잡고 힘겹게 물었다.주예는 시선을 내렸다. 진후의 두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가벼운 상처는 아닌 듯했다.주예는 딱 한 번 보고 아무 반응 없이 시선을 돌렸다.“당신을 미워하냐고? 한진후, 이혼했으면 이제 남이야. 미워할 것도 없어. 당신과 결혼한 것도 후회하지 않고, 떠난 것도 후회하지 않아.”“내 마음에서 당신은 이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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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서구권에서 주류로 평가받는 미적 기준을 묻는 사람도 있었고, 색채 운용 기법이나 공모전 출품 절차를 질문하는 사람도 있었다.주예는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답했다.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기법과 노하우도 숨김없이 공유했다.이해관계는 전혀 없이 창작자끼리 작품과 기술만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주예에게 오랜만의 즐거움을 안겨줬다.로즈의 인터뷰는 아쉬움이 남는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주예는 접속을 종료한 뒤 곧 인터뷰 일을 머릿속에서 지웠다.주예는 몰랐지만, 해당 크리에이터는 밤새 인터뷰 영상을 짧은 클립으로 편집해 수상 인증 화면과 함께 올렸다. 영상은 예상 밖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국제 미술상 첫 수상 C국 청년 작가’라는 점을 앞세운 제목은 보는 사람들의 자부심을 강하게 자극했다.게시된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서 영상 공유 수가 가파르게 늘었다. 온라인에서는 ‘로즈’의 실제 정체를 찾아보려는 움직임까지 생겼다.하지만 주예는 아직 이런 움직임을 알지 못했다. 주예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3라운드 준비에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3라운드는 개인전이면서 주제가 정해지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오직 참가자 개인의 실력으로 완성해야 했다.주어진 시간은 3일이었다. 참가자들은 운영진이 마련한 숙소와 작업 공간에서 생활해야 했고, 작업 과정 전체가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사실상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고 편법을 쓸 여지도 없었다.대회가 가까워질수록 주예에게 중요한 건 컨디션을 안정시키고, 예전에 그렸던 작품들을 다시 익히는 일이었다. 제한 시간이 짧기 때문에, 주제를 받은 뒤 이전 작품에서 활용했던 구도를 응용할 수 있다면 구상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만큼 실제로 붓을 움직일 시간도 더 확보할 수 있었다.준비를 충분히 해 두고 현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 많은 경우에는 그 두 가지가 타고난 재능보다 더 큰 차이를 만들었다.어느새 저녁이 됐다. 주예는 길게 한숨을 내쉰 뒤 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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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전협은 결정을 내렸다. 비교적 폭이 넓은 커브 구간에서 핸들을 강하게 꺾어서 차를 도로 한가운데 가로로 세웠다.“임주예 씨, 여기 계세요. 제가 붕어빵이라도 사 올... 아니, 상황을 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전협은 자신의 말에 혀를 씹을 뻔했다.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 뒤 차 문을 전부 잠그고 창문까지 올렸다.주예는 묘하게 어린애 취급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전협은 여유롭게 검은 셔츠를 벗었다. 안에 입은 민소매 차림이 되자 단단하게 잡힌 근육이 드러났다. 차에서 내린 전협은 승합차 쪽을 향해 도발하듯 손짓했다.승합차 안의 두 남자는 차에서 내린 사람이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자 한 명뿐인 걸 보고 웃었다.“가자. 내려서 우리가 상대해 주지.” 누런 이를 가진 남자와 문신 남자는 서로를 보고 웃으며 차 안에 있던 쇠파이프를 챙겼다....5분 뒤, 전협은 묵직한 쇠파이프를 한 손에 들고 서서 바닥에 쓰러진 두 남자를 내려다봤다. 두 사람의 얼굴은 여기저기 멍이 들고 부어 있었다.전협은 정재에게 전화를 걸어서 방금 벌어진 일을 공손하게 보고했다. 주예의 운전기사를 맡은 뒤부터 전협은 정재에게 직접 상황을 보고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회장님, 두 사람은 돈을 받고 움직였다고 합니다. 뒤에서 지시한 쪽은 가짜 신분증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팔다리 못 쓰게 만들어서 경찰서 앞에 내려놔.]정재가 차갑게 지시했다.“알겠습니다, 회장님.”전화를 끊은 정재의 표정은 어둡게 굳어 있었다.벌써 세 번째였다.첫 번째는 누군가 정재의 계정에 손을 대서 주예와 정재 사이에 7년짜리 오해를 만들었다.두 번째는 주예가 불륜 상대라는 거짓 소문을 퍼뜨린 일이었다.세 번째가 바로 오늘 일이었다.매번 단서를 따라가 보면 끝에는 돈을 받고 움직인 사람만 남았다. 의뢰인의 신분증은 가짜였고, 처리 방식도 세 번 모두 거의 같았다.더 깊이 파도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정재는 전부 하늘이 한 일로 간주할 생각이었다.정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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