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나는 곧바로 사람을 불러 구조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강빈의 여동생을 쓰레기 수거함에 버린 채, 혼자 차 안으로 들어가 피해자인 척하며 구조를 기다렸다.그 탓에 강빈의 부모는 구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때를 놓쳤고, 여동생에게 남아 있던 생존 가능성마저 사라졌다.‘그 가짜 강규나...!’앞뒤 사정을 모두 맞춰 보자, 강빈의 가슴속에서는 규나를 향한 전에 없던 증오가 치밀었다.‘세 사람의 목숨이야.’‘우리 집안을 산산조각 낸 장본인이 바로 그 가짜 강규나였어!’강빈은 이를 악물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입가에 가느다란 핏자국이 배어 나왔다.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봤다.20년이 흐르는 동안 이 일대도 제법 개발이 되어 상가와 주택들도 들어섰다. 예전처럼 인적조차 드문 황량한 곳은 아니었다.다행히 한밤중이라 대부분 잠든 시각이었다. 최고급 세단 두 대에서 남자 둘과 건장한 경호원들이 우르르 내리는 모습을 누군가 봤다면, 적잖은 소란이 벌어졌을 터였다.두 사람은 사방을 훑으며 20년 전 쓰레기 수거함이 어디쯤 있었는지, 강빈의 여동생이 어느 곳에 버려졌을지 머릿속으로 되짚어 봤다.하지만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자리에는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세월은 잔인할 만큼 많은 것을 지워버렸다.강빈도 이런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직접 와 보지 않으면 더 이상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강빈은 넋이 빠진 채 돌아서며 목에 걸린 옥 펜던트를 계속 문질렀다. 살갗 안으로 파고들 만큼 세게 쥔 그 물건은 부모가 남매에게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다. 강빈의 것은 용 문양, 여동생의 것은 봉황 문양이었다.서로 한 쌍을 이루는 문양처럼 남매도 평생 무사하고 복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 담긴 물건이었다.그 바람이 이런 결말을 맞을 줄은 누구도 몰랐다....진후와 계속 연락이 닿지 않자, 박효주는 결국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박효주가 단호하게 지시한 탓에, 해고될 각오까지 한 비서가 진후의 집무실로 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