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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Auteur: 손발 땀쟁이
전협은 결정을 내렸다. 비교적 폭이 넓은 커브 구간에서 핸들을 강하게 꺾어서 차를 도로 한가운데 가로로 세웠다.

“임주예 씨, 여기 계세요. 제가 붕어빵이라도 사 올... 아니, 상황을 좀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전협은 자신의 말에 혀를 씹을 뻔했다. 어색하게 인사를 건넨 뒤 차 문을 전부 잠그고 창문까지 올렸다.

주예는 묘하게 어린애 취급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협은 여유롭게 검은 셔츠를 벗었다. 안에 입은 민소매 차림이 되자 단단하게 잡힌 근육이 드러났다.

차에서 내린 전협은 승합차 쪽을 향해 도발하듯 손짓했다.

승합차 안의 두 남자는 차에서 내린 사람이 키가 크고 마른 젊은 남자 한 명뿐인 걸 보고 웃었다.

“가자. 내려서 우리가 상대해 주지.”

누런 이를 가진 남자와 문신 남자는 서로를 보고 웃으며 차 안에 있던 쇠파이프를 챙겼다.

...

5분 뒤, 전협은 묵직한 쇠파이프를 한 손에 들고 서서 바닥에 쓰러진 두 남자를 내려다봤다.

두 사람의 얼굴은 여기저기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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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97화

    사모님들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 주예가 화를 억누른 것만으로도 모자라 고홍근의 이름까지 꺼낼 줄은 몰랐다.그 일은 고홍근에게 있어서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될 상처였다. 그 사건 이후 고씨 집안과 척질 생각이 아니라면 누구도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 고씨 집안과 서씨 집안이 수십 년째 불편한 관계를 이어 온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경울시의 다른 유력 집안들 중 서씨 집안과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곳도 거의 없었다.가장 앞에서 이야기하던 여자가 곧바로 억지웃음을 지었다. “주예 씨, 저희도 그냥 어디서 들은 얘기를 옮긴 것뿐이에요. 사실이라고 할 수도 없고요.”“사실인지 아닌지는 할아버지께 여쭤 보면 되겠죠.” 주예는 해맑은 척하면서 웃었다. “최인영 사모님, 윤해주 사모님, 이원희 사모님...” 한 명씩 이름을 짚어 부르며 자신이 여기 있는 사람들을 모두 알고 있다는 걸 은근히 보여 줬다.사모님들의 표정이 하얗게 굳어졌다. 고홍근이 자신들의 집안 사업에 보복이라도 할까 걱정이 된 것이다.사실 주예의 핸드폰에는 녹음된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겁을 먹는 걸 보니, 남의 이야기를 함부로 떠들고 다닌 대가로는 충분했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마음을 졸이며 편하게 잠들지 못할 게 분명했다.결국 사모님들은 체면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 자리에 서 있던 주예는 몸이 점점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뺨에도 열이 올랐다. 조금 전 마신 술이 독했던 건가 싶었다. 이마를 짚으며 몸을 움직이자 발밑이 휘청거렸고 제대로 서 있기도 어려웠다.그때 옆을 지나던 누군가가 무심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위에 올라가서 좀 쉬어요.”그제야 주예는 자신이 방을 예약해 뒀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천천히 엘리베이터로 향해 비틀거리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멀리서 주예가 엘리베이터에 타는 걸 본 성아가 따라가려고 했지만, 마침 강빈이 앞을 막는 바람에 신경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주예는 흐려진 시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96화

    주예는 연회장 한쪽 구석에 기댄 채 창문을 조금 열었다. 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오자, 뜨겁고 복잡했던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성아는 여기저기 다니며 음식과 술을 맛보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강빈은 그런 성아를 자꾸 힐끗거렸다.주예에게는 오늘 연회에 온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어머니의 과거에 관한 단서를 조금이라도 더 찾는 일이었다. 마음을 가다듬은 주예는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를 오가면서 귀를 기울였다.오늘 온 손님 중에는 고씨 집안의 옛일을 아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경란 말이야...” 구석에서 사모님 몇 명이 나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예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중간에 파티션이 있어서, 신경 써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주예가 있는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자리였다.“고경란이 그때 무슨 일을 벌였는지 이제 기억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텐데. 딸이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네.”“그러게. 저 차림 좀 봐. 허리까지 드러내고 다니는 거 보면 엄마랑 별반 다를 것도 없나 봐.”주예는 저절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아직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아, 저 술 괜찮던데? 꼭 한번 마셔 봐.” 대화가 갑자기 다른 쪽으로 흘렀다. 마음이 급해진 주예는 마침 옆에서 건넨 술잔을 받아 아무 생각 없이 한 모금 마셨다.술이 목을 뜨겁게 훑고 내려갔다. 차가운 술이 잠시나마 속에서 끓던 초조함을 눌러 줬다.“그래서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빨리 말해 봐.” 결국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다시 옛이야기를 꺼냈다.“그때 말이지.”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모이자 이야기를 알고 있던 여자가 우쭐한 표정으로 웃었다. “고경란이 서장엽과 정략결혼을 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20년 전 고씨 집안 축하 연회에서 무슨 이유인지 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상태로 서장엽이 있던 방에서 나왔다더라고. 그 모습이 정말... 말도 못할 정도였대.”“그래도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한 사이였잖아. 보기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95화

    정재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더 다가와서, 주예를 차가운 대리석 세면대와 자신의 몸 사이에 가두듯 세웠다.“주예야.”낮게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정재는 눈앞의 주예를 한참 바라보다, 얼굴을 목덜미 가까이에 묻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며칠 동안 쌓였던 피로가 그제야 가라앉는 듯했다. 오늘 밤의 주예는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나 오늘 밤 P국으로 가. 한 달 정도 있어야 해.” 정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떠나기 전에 눈앞의 주예를 충분히 보고 싶었다.주예도 정재를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연회장에서 정재의 정략결혼 이야기를 들었던 게 떠오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막 정재를 밀어내려던 때, 가까이 붙은 정재에게서 특유의 서늘한 향과 함께 아주 희미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주예의 표정이 굳었다. “당신 다쳤어?”정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주예가 알아차린 게 놀라웠지만 대충 넘기려고 했다. “안 다쳤어. 네가 괜히 예민한 거야. 왜, 내가 걱정돼?” 정재는 장난스럽게 말을 돌려 주예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하지만 주예는 그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정재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어디 다쳤는데? 나한테 보여줘.”마음이 약해진 정재가 막 사실대로 말하려고 하는데, 복도 모퉁이에 드리운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몰래 엿듣는 사람이 있었다.정재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예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짧게 눈짓을 보낸 뒤 일부러 선을 그었다. “임주예, 내가 다쳤든 말든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오늘은 선을 넘었어. 다음부턴 이러지 마.”주예는 정재의 눈짓을 이해했다. 일부러 연기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략결혼 이야기가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면서 아팠다. 만약 이게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면 많이 아팠겠지만, 그렇다고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그래도 주예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넘겼다. “걱정 마. 난 오늘 연회 주최자니까 손님 상태를 확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94화

    그렇다. 규나는 이제 강빈까지 미워하게 됐다.규나는 주예의 팔을 놓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이내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주예를 보며 말했다. “가족을 찾은 건 아직 축하도 못 했네. 축하해.”‘뭐야, 진짜.’주예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규나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몰라도 지금 모습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자신이 고씨 집안의 손녀가 아니라고 의심한다 해도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은 고홍근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때 진후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규나가 주예에게 달려든 걸 보자 억눌러 두었던 분노가 터졌다. 멀리서 전 여자친구에게 붙잡혀 있던 강빈이 진후에게 눈짓으로 규나부터 잡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또 놓치면 곤란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큰 소란을 만들 수는 없었다. 진후는 규나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아, 아파!”규나는 가련한 표정으로 신음했지만, 진후는 더 이상 그런 모습에 흔들리지 않았다. 주예에게서 떼어 내듯 규나를 확 잡아당겼다. 규나가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해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진후는 주예를 돌아봤다. 거칠던 눈빛이 금세 누그러졌다. “괜찮아?”말을 마치자 머리 위로 다시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동시에 아랫배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열기가 치솟았다.‘둘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주예는 차갑게 바라봤다. 역시 둘은 천생연분이었다. 나란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문득 진후가 규나는 자신이 오랫동안 찾던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지금 모습을 보면 둘 사이는 이미 금이 간 모양이었다.‘꼴좋네.’규나가 진후의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리자 진후는 놓칠까 봐 주예에게 설명했다. “나중에 다시 올게. 일단 규나부터 데리고 나가서 강빈 형님의 사람들에게 넘길 거야. 여기 있어.” 주예가 오해할까 봐 자신의 행선지를 설명하다니, 진후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주예는 애초에 진후가 어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93화

    “심정재, 하... 너도 왔네. 제법이야.”서장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재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장엽이 거리낌 없이 정재의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에 놀랐다.당장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보이자, 고홍근은 손님들에게 다시 연회를 즐기라고 말했다. 정재는 진석을 불러서 서장엽의 움직임을 한시도 놓치지 말라고 조용히 지시했다.하늘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정재에게 매달릴 수도 없어서 그대로 서 있었다. 곧 친한 여자들이 모여들면서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 언니, 심 회장님이 언니 지켜 주려고 온 거 맞죠? 곧 좋은 소식이 있는 거 아니에요?” 하늘은 수줍은 척 고개를 숙였지만 눈에는 우쭐한 기색이 감추지 못했다.조금 전 서장엽에게서 각자 기회를 보자는 말을 들은 규나는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미리 연회장 직원 한 명을 돈으로 매수해 놓고서 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그런데 고홍근이 되찾았다는 외손녀가 주예라는 걸 알게 되자, 질투가 이성을 집어삼켰다. 규나는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잔뜩 힘이 들어갔다. 주예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어딘가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얼굴이었다. ‘왜 좋은 건... 전부 임주예 차지야?’‘한진후도, 고씨 집안도, 저 비싼 맞춤 드레스까지!!’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규나의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이 스쳤다. 강씨 집안에서 지내던 동안 규나는 원하는 건 뭐든 다 손에 넣고 살았다. 귀하게 떠받들어지던 딸이었기에,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늘 다른 사람들이 규나를 부러워했다. 살면서 이 정도로 누군가를 질투한 건 딱 두 번이었다. 한 번은 지금, 또 한 번은 20년 전 교통사고 현장이었다.그때 강씨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 얼굴과 눈앞의 주예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규나의 눈동자가 확 굳어졌다. 주예의 허리 부근에 나비 모양의 모반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20년 전 비가 내리던 밤, 규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192화

    ‘뭐라고?’ 진후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굳은 채 주예의 뒷모습만 노려봤다.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제수씨가 고씨 집안 사람이었구나.” 강빈이 감탄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후를 힐끗 보니, 전처를 되찾으려는 길이 더 험난해질 것 같았다. 조금 전 주예를 보며 느꼈던 묘한 익숙함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고씨 집안과 강씨 집안은 예전부터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그 느낌은 착각이었을 거라고 여겼다.그 뒤로 고홍근이 무슨 말을 더 했는지 진후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시선에는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는 주예만 담겼고, 가슴 한쪽이 설명하기 어렵게 쓰렸다.진후는 옆에서 직원이 건넨 술잔조차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잔 안에는 로제 샴페인이 들어 있었다. 멍한 상태로 잔을 받아 든 진후는 단숨에 한 잔을 비웠다.고홍근의 소개가 끝나자 손님들은 다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여러 사람이 고홍근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고, 자연스럽게 주예 주변으로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주예의 차림이 초라하다며 눈살을 찌푸리던 사모님들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그때 연회장 문이 다시 열리고 남녀 두 사람이 들어섰다. 남자는 짙고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언뜻 혼혈처럼 보였고, 눈매에는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경울시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서장엽이었다. 서장엽이 데리고 온 여자는 흰 드레스를 입고 여린 인상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고홍근이 막 되찾았다고 소개한 손녀와 이목구비가 묘하게 닮아 있었다.고홍근도 그쪽을 보자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서장엽, 내가 너한테 초대장을 보낸 기억은 없는데?”“참 서운하게 말씀하시네요. 예전엔 저를 조카라고 불러 주셨잖아요. 외손녀를 찾으셨다기에 옛날 생각도 나서 한번 와 봤어요.”서장엽은 뻔뻔한 얼굴로 거리낌 없이 웃었다.“흥. 우리 집안은 너 같은 귀한 손님까지 모실 형편은 안 돼.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6화

    진후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마치 어디까지나 주예를 배려하는 사람처럼 들렸다.하지만 주예는 진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 말들은 결국 진후 자신이 품고 있는 보잘것없는 죄책감을 덜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진후는 주예가 늘 그랬듯 알아서 사양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그래.” 주예가 받아들였다.“응? 뭐라고 했어?” 진후가 멈칫했다.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좋다고. 이제 몸도 거의 다 나았고, 당신 친구들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주예는 가볍게 웃었다.‘어차피 앞으로는 만날 일도 없을 테니까.’...다음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5화

    “사모님?”여주댁이 문을 살짝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아직 안 주무셨어요?”“응...”주예는 대답하려 했지만 목이 잔뜩 잠겨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겨우 숨 섞인 소리만 흘러나왔다.여주댁은 급히 안으로 들어와 주예의 이마에 손을 대 보더니 화들짝 놀랐다.“어머, 이게 무슨 일이에요? 열이 너무 심하잖아요.”“비를 좀 맞아서 그런가 봐요.”주예는 힘겹게 웃어 보였다.“약은 먹었어요.”“이렇게 있으면 안 되죠.”여주댁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이대로 열이 더 오르면 큰일 나요.”여주댁은 곧장 핸드폰을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4화

    주예는 가슴이 답답하게 막혀 왔다.그리고 숨을 깊게 들이쉰 뒤, 진후의 SNS 계정을 다시 열었다.화면이 넘어가자 진후가 기록해 둔 일정들이 줄줄이 떠올랐다.[규나 건강검진][규나 항공권, 호텔 예약][규나 생일][규나...]주예와 관련된 기록은 맨 아래까지 내려가서야 하나 나왔다. 3년 전, 혼인신고를 한 날이었다.주예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손끝이 조금씩 식어 갔다.‘정말 끝까지 이랬네.’주예는 올라오려는 감정을 꾹 눌러 삼킨 채 다른 폴더를 열고 나서, 진후가 최근에 사들인 부동산, 주식 거래 내역

  •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제3화

    밤, 7시 반.주방 안에는 뜨거운 김이 가득 차 있었다.도미찜은 찜기 위에서 김을 올리고 있었고, 갈비찜은 자작하게 졸아들고 있었으며, 두부는 반듯한 모양으로 가지런히 썰려 있었다. 냄비에 담긴 육수는 불 위에서 천천히 끓고 있었다.진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짙은 색 코트 안에는 날렵하게 재단한 수트를 받쳐 입고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조금 풀어져 있었다.주예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진후의 매서운 눈매가 조금 누그러졌다.주예는 주방에서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기척이 들렸는데도 주예는 돌아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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