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하지 않으면 나한테는 심씨 집안의 위기를 해결해 줄 힘도 없어.’ 주예는 속으로 씁쓸하게 웃었다.“잘 있어. 나 간다.” 정재는 주예의 어깨를 끌어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고씨 저택.하늘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마스크팩부터 헤어 스타일링, 메이크업, 맞춤 의상까지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신경 써서 손질했다. 오늘 정재가 온다는 생각에 들뜰 수밖에 없었다.정재의 벤틀리가 저택 안으로 들어왔지만 하늘은 곧장 달려나가지 않았다. 지나치게 먼저 달라붙는 여자는 정재가 거들떠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늘은 정문 앞에 단정한 자세로 서서 정재를 기다렸다.“정재 오빠, 오셨어요.” 정재가 차에서 내려 가까이 오고 나서야 하늘은 얌전하게 고개를 숙였다.눈앞의 하늘을 바라보면서, 정재는 하늘이 그동안 벌였던 불쾌한 일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제야 처음으로 하늘의 생김새를 똑바로 보면서 기억해 뒀다.정재의 시선이 자신에게 오래 머무르자, 하늘은 심장이 빨리 뛰었다.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재벌가 아가씨다운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이쪽으로 오세요. 제가 응접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세요.” 하늘은 안쪽을 가리키며 먼저 걸었다.하늘이 앞에, 정재가 뒤에 선 채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정재의 시선이 계속 따라오는 듯하자 하늘은 긴장을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아무 화제나 꺼냈다. “오빠, 요즘 미술계 소식 보셨어요? 화가 로즈가 국제 미술상을 받았고, 온라인에 작업 이야기도 올렸더라고요.”“그래?” 정재가 관심을 보였다. “자세히 말해 봐.”정재가 드물게 자신의 화제에 관심을 보이자, 하늘은 정재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고 더 확신했다. 주제를 잘 고른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로즈 작품을 계속 눈여겨보고 있었어요. 이번 수상자 중 C국 출신은 로즈 한 명뿐이라서 C국에도 의미가 크거든요.”“그래? 넌 로즈 그림의 어떤 점이 좋던데?”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