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Capítulo 141 - Capítulo 150

195 Capítulos

제141화

주예가 엘리베이터에서 막 나오자, 정재의 아파트 문이 철컥 열렸다.생각하던 사람이 바로 나타나자 주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정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문 앞에 서 있었다. 셔츠 깃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눈 밑에는 밤을 꼬박 새운 흔적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정재가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제야 들어오는 거야? 난 아예 이사 간 줄 알았네.”“응. 사흘 뒤에 이사할 거야.”주예는 바로 말뜻을 알아듣지 못했다. ‘이사’라는 말을 듣자 고씨 집안으로 들어갈 일이 먼저 떠올라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정재가 헛웃음을 흘렸다. “참 달래기 쉽네. 조금 잘해 주니까 바로 돌아가? 너 머리라도 다친 거야?”주예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재가 고홍근이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일을 말하는 걸로 생각했다. ‘소식 하나는 정말 빠르네.’주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좋든 싫든 가야 해. 내가 직접 마주해야 할 일이 있어.”어머니가 예전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고홍근이 왜 말을 아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주예의 눈에 담긴 단호한 기색을 보자, 정재의 속에서는 오히려 화가 더 거세게 치밀었다.“직접 마주해? 너 한진후 아내 노릇에 무슨 책임감이라도 생겼어? 이제 와 반성이라도 한 거야? 예전에 제대로 못 했으니 다시 들어가서 잘해 보겠다는 거야?”그제야 주예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지금 무슨 소리야?”“온라인에 그렇게 다정한 척 사진까지 뿌렸잖아. 동물원도 갔고.”“혹시 질투하는 거야?”주예는 이제야 정재가 뭘 오해했는지 알아차렸다. 정재의 표정을 바라보면서도 당장 촬영의 전후 사정을 설명하지는 않았다.정재는 주예를 흘겨봤다. “꿈 깨.”주예도 어린애는 아니었다. 정재가 자신에게 강한 소유욕을 보인다는 정도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주예는 일부러 더 장난을 쳤다.“질투 아니면 됐어. 우리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데이트도 하고 사진도 엄청 찍었거든. 진후 씨하고 손잡고 걸으니까 정말 낭만적이더라.”말을 하는 주예는 속으로 올라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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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안 가. 앞으로도 절대 안 가. 당신도 이제 나 찾지 마.”주예는 진후를 피하다 못해 아예 정재의 등 뒤로 숨었다.주예가 등 뒤로 숨어들자, 방금 전까지 끓어오르던 정재의 분노는 놀랄 만큼 빠르게 가라앉았다.어릴 때도 그랬다. 옆집에 살던 시절 주예는 사고만 치면 정재의 집으로 쏙 숨어들거나, 정재의 옷자락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잔뜩 굳어 있던 정재의 눈매가 완전히 풀렸다.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면서 넓은 어깨로 뒤에 선 주예를 빈틈없이 가렸다.진후도 키가 큰 편이었지만 정재는 진후보다 반 뼘가량 더 컸다. 날카로운 눈매로 위에서 내려다보니 눌러 오는 기세가 더욱 확연했다.주예가 정재 뒤로 숨는 모습을 본 진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진후의 시선이 주예와 정재 사이를 오가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주예야, 심 회장님하고... 언제 이렇게 가까워진 거야?”주예는 입술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긴장한 탓이었다. 정재가 갑자기 마음대로 굴면서 지금 해서는 안 될 말을 꺼낼까 봐 걱정이 됐다.주예는 둘의 관계를 진후가 아는 것 자체는 상관없었다. 다만 지금은 괜한 변수가 생기기 쉬운 때였다.게다가 정재는 이런 관계에 대해서 주예와 제대로 이야기한 적도 없었다. 어쩌면 정재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정재는 등 뒤에서 전해지는 주예의 긴장을 알아차린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희는...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입니다.”진후가 멈칫했다. 안도할 틈도 주지 않고 정재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지난번 한 대표님께서 직접 저희를 소개해 주셨잖습니까? 나중에 저도 우리가 이웃이라는 걸 알게 됐고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잘 맞는 부분도 많았습니다.”정재가 말을 덧붙였다. “말이 잘 통하면 원래 오래 알던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습니까? 한 대표님도 잘 아시지요?”정재의 눈에 장난기 섞인 기색이 스쳤다.“회장님은 농담도 잘하시네요.”진후는 어색하게 웃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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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정재의 시선은 주예의 입술에 박혀 있었다. 주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나라도 꺼내면 무슨 짓이든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나...” 주예는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핑계를 찾았다.정재가 차갑게 웃었다. 주예를 너무나 잘 알기에, 정재는 저 표정만 봐도 또 무슨 잔꾀를 굴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어차피 좋은 대답은 못 들을 것 같았다. 정재는 더 묻는 것도 귀찮다는 듯 주예의 손목을 잡고 집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현관문이 쾅 닫히자마자 정재가 주예에게 몸을 기울였다.“읏...” 주예의 입술이 거칠게 빨리면서 눌렸다.“한진후가 여기도 키스했어?”정재의 목소리는 서로 맞닿은 입술 사이에서 흐릿하게 새어 나왔다. 거친 숨소리가 함께 섞였다.“응?” 주예는 정신없이 이어지는 입맞춤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머릿속에서 수십 발의 불꽃이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았다.“한진후가 여기도 키스했냐고.”정재의 입술이 매끈한 턱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더니 결국 하얀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그제야 뭘 묻는지 깨달은 주예는 발끝에서부터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온몸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올랐다.주예가 대답하지 않자 정재의 속에서 타오르던 열기는 더 거세졌다. 새하얗고 매끄러운 목덜미를 향해 더 세게 입술을 눌렀다.“여기는?”“여기도?”정재는 한 번 물을 때마다 다른 자리에 짙은 붉은 흔적을 남겼다. 주예가 뭐라고 답하는지, 아예 답을 할 수 있는지는 관심도 없는 듯했다.결국 숨이 막힐 만큼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한 주예가 온 힘을 다해 정재를 밀어냈다.거울을 보지 않아도 목에 붉은 자국이 잔뜩 남았다는 건 뻔했다. ‘이제 며칠 동안 대체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정재는 이제야 만족한 듯 멈췄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주예를 놓아주기로 한 모양이었다.정재는 긴 팔을 뻗어 주예를 가볍게 안아 들었다.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다.“나랑 자자.”주예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잠깐, 진도가 너무 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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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작업실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주예는 겉옷을 벗어 걸었다. 머플러에 손이 닿자 잠깐 멈췄다가 다시 손을 내렸다. 하마터면 그대로 머플러를 벗을 뻔했다.주예는 속으로 또 한 번 정재를 욕했다.“선배, 문 앞에 계신 분은 누구예요?”“아, 그림 복원 맡기러 온 사람이야. 벌써 한 시간 넘게 저기 서 있어.”종수는 오늘 작업실에서 한지를 정리하고 있었다.“왜 안으로 들어오라고 안 하셨어요?”“들어오라고 했는데 안 들어오겠대.”종수가 하던 일을 멈췄다. “아침에 한 번 왔었어. 나랑 스승님이 다 봤는데 그림이 너무 심하게 망가져서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해. 억지로 복원한다 해도 그림 자체 가치가 복원비 절반에도 못 미치고.”“그래서 스승님도 나도 그냥 포기하라고 했어. 우리도 이 일은 맡기 어렵다고 했고.”종수가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왜 아직 안 가고 계세요?”“그림을 팔아서 사람을 살려야 한다는 거야. 가족이 수술비를 기다리고 있나 봐. 그런데 재료비조차 마련을 못 했어.” “우리도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지만, 손상 부위가 작으면 또 몰라도 이 정도면 들어가는 품이 너무 커. 스승님도 나도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가 없어.”주예는 창밖을 바라봤다. 찬바람 속에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서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젊은 남자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주예에게는 깊은 슬픔이 느껴졌다. 오래전 자신도 저렇게 한 자리에 서서 작은 희망 하나를 간절히 기다렸던 기억이 떠올랐다.“제가 한번 해볼게요.”“생각 잘 한 거야? 이건 정말 큰 작업이야. 정신도 체력도 엄청 들어가고 조금만 잘못 건드리면 전부 망가져.” “그리고 너는 전국미술콩쿠르 3라운드 준비도 해야 하잖아.”“결정했어요. 한번 해 볼게요.” 주예가 답했다.주예가 예전의 주예 자신을 떠올렸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종수는 더 말리지 않았다.젊은 남자가 작업실 안으로 들어왔지만 온몸에 바깥의 찬 기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주예가 복원을 맡겠다는 말을 하자 남자의 눈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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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복원 끝났어요.” 주예의 목소리에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안도감이 묻어났다.작업대 위의 그림은 찢어지고 끊겼던 부분이 어디였는지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었다.젊은 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림부터 보지 않고 가장 먼저 주예를 바라봤다.주예는 더 버티기 힘든 듯 몸이 휘청거렸다. 반사적으로 손을 뻗으려던 남자는, 주예가 스스로 작업대를 짚고 서는 걸 보고는 조용히 손을 거뒀다.“왜 그러세요? 마음에 안 드는 곳이 있나요?” 젊은 남자가 한참 동안 말이 없자, 주예가 의아하게 여기면서 물었다.“아... 아닙니다.” 젊은 남자는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숙였다.그는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을 다루듯 그림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그리고 문을 나서려다 걸음을 멈추고 주예를 향해 정중하게 말했다.“임주예 선생님, 저는 진찬이라고 합니다.”...주예가 작업실을 나왔을 때 눈은 이미 그쳐 있었다. 며칠 동안 이어진 고강도 복원 작업 탓에 몸이 완전히 지쳐 있었다. 지금 바라는 건 침대에 쓰러져서 아무것도 모르고 푹 자는 것뿐이었다.“당신...”“왜 여기 있어?” 사람을 확인한 주예의 걸음이 멈췄다. 작업실 주소를 진후에게 알려 준 걸 처음으로 후회했다.며칠 내내 긴장한 채 일하다가 이제 막 힘이 풀린 탓인지 몸은 언제든 쓰러질 것처럼 무거웠다.진후까지 보이니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진후는 오늘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표정과 눈길은 부드럽고 다정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단번에 시선을 빼앗길 만한 모습이었지만, 주예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이틀 동안 당신이 살고 있는 그 집에 갔는데 없더라. 메시지도 답이 없었고. 작업실에 있을 것 같아서 왔어.” 진후는 주예가 자신을 무시한 일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사람처럼 부드럽게 말했다.며칠 전 주예의 ‘고백’을 들은 뒤, 진후는 주예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한다고 더 굳게 믿고 있었다.“방금 나간 사람 누구야?” 진후는 자연스럽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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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진후는 곧바로 상황을 짚었다. 이혼합의서에 자신의 서명이 들어갔다는 건 누군가가 서명을 받아 냈다는 뜻이었다. 진후는 곧장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대표님, 이건 저도 참 난처합니다.]수화기 너머 변호사는 좀처럼 말을 잇지 못했다.변호사를 이토록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더구나 자신의 이혼과 관련된 일이라면, 떠오르는 사람은 손에 꼽을 필요조차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진후는 전후 사정을 거의 알 수 있었다.바로 자신의 어머니 박효주였다.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머릿속을 메웠다. 최근 주예가 보였던 태도, 박효주가 서류에 서명해 달라던 날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던 표정까지.조금 전 주예가 보여 준 차갑고 단호한 눈빛은 진후가 붙들고 있던 마지막 자기 기만마저 깨트려버렸다. 이제는 잔인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주예는 진심이었다. 진후를 버린 것이었다.진후는 갑자기 숨이 막히는 듯했다. 매서운 바람에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진후는 넋이 빠진 채 자리를 떠났다. 곁에 세워 둔 마이바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눈 쌓인 길을 정처 없이 걸었다.차에서 내릴 때 코트도 챙기지 않았다. 얇은 정장 차림은 흩날리는 눈발 속에서 금세 차갑게 식어 갔지만, 진후는 추위조차 느끼지 못했다.빵!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가며 하마터면 진후를 칠 뻔했다.미처 피하지 못한 진후의 몸을 차량의 사이드미러가 거세게 훑고 지나갔다.그대로 튕겨 나간 진후는 아스팔트 위를 몇 바퀴나 거칠게 굴렀다.운전자가 창문을 내리고 소리쳤다. “앞도 안 보고 다녀요?” 차는 그대로 멀어졌다.진후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거친 노면에 쓸린 손바닥 살이 벗겨지면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진후는 멍하니 두 손만 내려다봤다.문득 병원 앞에서 주예를 봤던 날이 떠올랐다. 주예도 그때 이렇게 넘어졌다. ‘주예도 이렇게 아팠을까? 상처도 이렇게 처참했을까?’뒤늦게 따라온 마이바흐가 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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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주예는 차에서 내렸다. 편한 후드 티와 긴 바지를 입은 수수한 차림이었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모습이었다.사람을 쉽게 곁에 두지 않는 듯한 주예의 태도는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정재와 오래 지내다 보니 차갑고 절제된 기품까지 자연스럽게 닮아 있었다.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홍근과 박 집사는 속으로 감탄했다.“앞으로는 나랑 이 본가에서 지내자.”고홍근이 주예의 손을 잡자, 주예는 들고 있던 짐을 자연스럽게 가사도우미에게 건넸다.“방은 다 정리해 놨어. 네 엄마가 예전에 쓰던 방이야. 그동안 손대지 않고 그대로 보관해 왔다. 지내면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 말해.”“네, 감사합니다.” 주예는 담담하게 고개만 끄덕였다.고홍근의 말을 듣고도 주예의 마음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필사적으로 그 빈자리를 메우려 하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고홍근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보상일지도 몰랐다.“다들 결혼하고 나가 살아서 본가는 조용하다. 나 같은 늙은이랑 같이 사는 게 싫지는 않겠지?”“괜찮아요.” 주예가 가볍게 웃었다.“그래, 그럼 됐다. 우선 밥부터 먹자. 며칠 안에 식구들도 전부 불러서 정식으로 소개해 줄게. 하하하.”저녁 식사는 누가 봐도 공을 많이 들인 상차림이었다.전채만 세 종류가 나왔고, 메인 셰프가 직접 테이블까지 음식을 올렸다. 식탁에는 두 사람뿐인데도 코스가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 서른 가지 가까운 요리가 차례로 나왔다.사용된 식재료 중에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평생 한 번 구경하기도 어려운 것까지 있었다.고홍근이 주예를 시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최대한 성대하게 준비해서, 고씨 가문이 주예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 주고 싶었을 뿐이었다.주예는 단정하게 자리에 앉았다. 평범한 후드 티도 주예의 우아함을 가리지 못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은제 커트러리를 든 모습은 식사 자체를 하나의 정갈한 의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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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남자의 콧등에는 금테 안경이 걸려 있었다. 굳게 감긴 눈은 평소의 차가운 인상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도톰한 입술은 살짝 벌어져 있었고, 술기운 탓에 붉고 촉촉하게 젖어 유난히 선명해 보였다.성아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강빈이었다.성아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강빈을 옮기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강빈의 눈꺼풀이 가늘게 들렸다. 취기가 가시지 않아서 성아의 얼굴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갈라진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규나야?”그 이름을 듣자마자 성아는 속이 뒤집혔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강빈을 발로 차 버리고 싶었다.그런데 강빈은 갑자기 상체를 일으키더니 성아를 와락 끌어안았다. 평소 누구도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던 남자가 울음을 터뜨렸다. “동생아... 내 동생...”규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몰라도, 성아는 그 여자에게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면 반가울 것 같았다.하지만 눈앞에서 강빈이 이토록 처절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자, 이유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약해졌다.강빈은 성아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동생아, 나... 내가 찾았어. 드디어 찾았어.”‘강규나가 사라진 건가? 그거라면 정말 축하할 일인데.’성아는 속으로는 신이 나서 강빈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위로쯤은 해 줄 수 있었다.강빈은 성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뜨거운 눈물과 진한 술 냄새가 함께 피부에 닿았다.평소에는 방송이나 잡지에서만 볼 수 있던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그것도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울고 있는 모습이었다. 성아는 괜히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고, 평소에는 있지도 않던 보호본능까지 솟구쳤다.성아는 홀린 듯 지나가던 택시를 세워 강빈을 근처 호텔로 데려갔다.길 건너편에서는 강빈의 경호원 세 명이 멀어지는 택시를 멍하니 바라봤다.대표가 멀찍이 따라오며 안전만 지키라고 했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라고 한 적은 없었다.경호원 중 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대표님이 먼저 안으셨잖아. 괜히 끼어들지 말고 철수하자.”호텔 방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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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강빈은 고개를 숙이면서 그대로 성아의 입술을 덮었다.성아의 머릿속에서 붙들고 있던 마지막 이성이 완전히 끊어졌다.‘규나든 뭐든, 이제 알 게 뭐야.’성아는 먼저 강빈의 목을 끌어안고 더 깊게 입을 맞췄다.두 사람은 술기운과 뜨거운 열기로 뒤섞인 깊은 밤을 함께 보냈다....다음 날 아침, 두꺼운 암막 커튼 사이로 옅은 햇빛이 스며들었다.강빈은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 속에서 눈을 떴다. 지난 며칠 동안 이렇게 깊이 몇 시간이나 잔 건 처음이었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침대 옆 협탁에서 안경을 찾았다.하지만 손끝에 닿는 건 헝클어진 침대 시트뿐이었다.여기는 강빈의 방이 아니었다.강빈이 눈을 크게 떴다. 흐트러진 침구와 바닥에 떨어진 셔츠가 시야에 들어왔다.공기에는 아주 옅은 향수 냄새가 남아 있었다. 지난밤의 장면들이 토막토막 잘린 필름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대체 누구였지?’...한편 성아는 이미 택시 안에 앉아 있었다.성아는 강빈이 깨기 전에 빠져나온 걸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오랫동안 좋아하던 남자와 밤을 보냈고, 강빈은 몸도 훌륭했다. 선명한 식스팩에 침대에서도 능숙했고, 신체 조건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 정도면 내가 완전히 이득 본 거지.’그래도 강빈과 다시 얽힐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두 사람이 서 있는 쪽이 달랐고, 성아와 규나는 절대로 좋게 지낼 수 없는 사이였다. 이 부분만큼은 절대 타협할 수 없었다.지난밤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 둘 생각이었다.“어젯밤 제 객실에 같이 온 여자, 투숙자 정보 확인해 줘요.”강빈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고객님, 시스템상 해당 객실에는 고객님 한 분만 투숙하신 것으로 확인됩니다.]“같이 온 사람은요?” 강빈이 이를 악물었다.[죄송하지만 등록된 투숙객은 한 분뿐입니다.]프런트 직원은 옆 직원에게 몇 마디 확인한 뒤 다시 설명했다.[어젯밤 동행하신 여성분은 고객님을 모셔다드리기만 하고 숙박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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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어르신, 그 목걸이를 주우셨던 날 주변에 누가 있었거나 특별히 눈에 띄는 일이 있었던 건 없습니까?”강빈의 마음은 타들어 갔지만 최대한 차분하게 물었다.“없었지. 내가 원래 아침잠이 없어서 5시나 6시쯤 나갔을 거야. 그 시간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어.” 노인은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말했다.강빈은 실망했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답이기도 했다.“영감, 그날 아침에 쓰레기 수거함에서 애를 발견했다는 얘기 있었잖아요. 그것도 잊었어요?” 곁에 있던 노인의 아내가 끼어들었다.“뭐라고요? 아이요?” 강빈의 눈빛이 단번에 날카로워졌다.“아, 맞다!” 노인이 무릎을 탁 쳤다. “그때 동네가 꽤 떠들썩했어. 쓰레기 수거함 안에서 여자아이가 나왔다고 했지. 아주 어린애였는데 얌전했다고들 했어.”“그 아이는 어디로 갔습니까?” 강빈의 목소리가 떨렸다. “살아... 살아 있었습니까?”“살아 있었으니까 경찰서로 데려갔겠지. 어느 집에서 잃어버린 애라고 생각했어.”강빈은 왜 이 가능성을 더 일찍 떠올리지 못했는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그동안 강빈은 당시 쓰레기 수거함이 있던 위치와 수거 차량의 이동 경로만 집요하게 추적했다. 아주 작은 흔적이라도 찾고 싶었지만, 정작 답이 바로 눈앞에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오래된 경찰 기록을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을 일이었다.강빈은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확인 절차를 알아보게 했다.희망이 생기자, 며칠째 무너져 있던 강빈에게 다시 힘이 돌아왔다.강빈은 경울시에서 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었고 법무팀도 움직임이 빨랐다. 오래 지나지 않아 20년 전 기록을 찾아냈다.기록에 따르면 20년 전 11월 20일 새벽, 한 주민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수거함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었다.처음에는 쥐가 들어간 줄 알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려서 안을 들여다봤다.그 안에는 추위에 온몸이 새파랗게 질린 어린 여자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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