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Capítulo 171 - Capítulo 180

195 Capítulos

제171화

발굴 작업이 더 나아가지 못한 이유도 바로 그 작품들 때문이었다.불려 온 복원 전문가들은 핀셋으로 아주 작은 면적씩 떼어 내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런 속도라면 언제 끝날지 기약하기도 어려웠고, 작업 자체도 지나치게 섬세했다. 조금만 실수해도 작품이 손상될 수 있었다. 문화재적인 가치까지 생각하면 손실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었다.주예처럼 한지 한 겹을 통째로 분리해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설명을 들은 주예는 바로 대답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돕겠습니다.”“그러면 임주예 씨는 대회 시간을 잃게 됩니다.”장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확인했다. “이번이 마지막 라운드입니다. 마감 시간을 놓치셔도 임주예 씨 한 분 때문에 예외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주예는 잠깐 생각한 뒤 물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안 될까요?”“다른 작품은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점은 저희가 초기에 성급하게 손을 대는 바람에 공기 중에 완전히 노출됐고 손상도 일부 시작됐습니다. 더 미루기가 어렵습니다.”“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보겠습니다.”장준과 주예는 다른 사람들의 눈을 끌지 않도록 조용히 대회장을 빠져나갔다.주예의 작업실 카메라가 곧 다시 켜졌지만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참가자들이 휴식을 위해 작업실을 잠시 비우는 일은 흔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끌지 않았다.유일하게 소연만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소연은 하늘의 지시를 받고 주예 작업실의 안료를 몰래 바꿔 놓았다. 너무 티가 나면 위험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색에만 손을 댔다. 최종 순위에 주예가 들지 못하게 만들면 그걸로 충분했다.찔리는 게 있었던 소연은 주예의 작업 화면을 계속 신경 써서 봤다. 장준이 보였던 반응도 봤고, 주예의 카메라가 몇 분 동안 꺼졌던 것도 알아챘다. 화면이 꺼진 시간이 짧아 다른 사람들은 거의 눈치채지 못했다.그런데 지금은 장준과 주예가 둘 다 보이지 않았다. 소연의 가슴에 불안감이 번졌다. 두 일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소
Leer más

제172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름 한번 알려 보겠다고 별 방법을 다 쓰네요.”그 말을 듣자, 주예는 정중하게 설명해 줄 마음이 사라졌다. 일보다 나이를 앞세워 권위를 세우려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섰다.주예가 바로 말했다. “지금 하고 계신 처리는 작품 훼손을 더 빠르게 만들 뿐입니다.”이어 차분히 설명했다. “표면만 보면 건조해서 바스러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은 겹지 구조입니다. 지금처럼 가습 처리를 계속하면 안쪽의 실제 그림층에 곰팡이가 더 빨리 번집니다.”“못 믿으시겠다면 계속해 보셔도 됩니다. 다만 문화유산을 훼손한 책임까지 감당하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안경 쓴 손현은 주예의 설명 앞부분만 듣고도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아챘다.“손 팀장, 임주예 씨에게 맡기세요.” 장준이 단호하게 지시했다. 이번에는 의견을 묻는 게 아니라 명령이었다.주예는 전용 장갑을 낀 뒤 몸을 숙이고 작품을 가까이에서 살폈다.잠시 꼼꼼히 확인한 뒤 자신 있게 말했다. “큰 문제는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습니다.”“큰 문제가 없다고요? 자신감이 지나치시군.” 손현이 다시 시비를 걸었다.주예는 남자를 바라보며 비꼬듯 답했다. “제가 말한 ‘큰 문제가 없다’는 건 제 기준입니다. 팀장님께는 아주 큰 문제일 수도 있겠죠.” 이어 장준을 향해 말했다. “필요한 도구만 준비해 주세요. 하루 반이면 됩니다.”“알겠습니다.” 장준은 기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이미 저녁이 가까웠다. 장준은 다음 날 아침까지 필요한 도구를 모두 준비해 두겠다고 약속했다. 이곳의 업무는 외부에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아서, 주예의 숙소도 시설 안에 따로 마련했다. 주예는 다음 날 아침 바로 작업을 시작했다.장준은 전체 작업 과정도 영상으로 남기고 싶다고 요청했다. 주예는 동의했다. 장준은 그 영상을 다른 전문가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할 생각이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는 주예에게 정식으로 시간을 내 달라고 부탁해서, 다른 전문가들에게 기법을 체계
Leer más

제173화

하늘의 작품은 ‘선녀강림도’였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거액을 들여 정상급 전문가 세 명을 따로 고용했고, 큰 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주제도 여러 가지 미리 준비해 두었다.금가루로 테두리 선을 정교하게 살렸고, 안료 역시 천연 광물과 식물성 재료에서 얻은 색을 사용했다. 화면만 봐도 화려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확 느껴졌다.“아주 좋습니다. 기법도, 색도, 표현도 뛰어나네요.” 장준이 칭찬한 뒤 물었다. “고하늘 씨는 이번 주제인 ‘파괴와 재생’을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하늘은 자신 있게 웃었다. “제가 사용한 안료는 모두 천연 광물과 식물에서 얻은 원료입니다. 식물을 직접 기르고 광석을 모으는 일부터 안료를 하나씩 만드는 과정까지 1년을 들였습니다.”“물론 대회 전에 개인 재료 사용을 미리 제작진에게 신청해서 허가도 받았습니다.”“제가 생각한 ‘파괴’는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는 광석과 식물이 잘게 부서져 원료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흩어진 재료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재생’으로 표현했습니다.”설명이 끝나자 심사위원들이 연이어 고개를 끄덕였다.“접근이 좋네요. 꽤 새롭습니다.”[와, 하늘 언니 진짜 대단하다.][집안도 좋고 예쁘기까지 한데 저걸 1년을 준비했다고? 끈기도 장난 아니네.][...]하늘은 이번 작품으로 9.6점을 받았다. 기쁜 표정을 숨긴 채 주예가 있는 구석을 슬쩍 바라봤다.놀랍게도 서라의 결과도 매우 좋았다. 서라는 2라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정면 승부 대신 다른 길을 택했다. 검정, 흰색, 회색 세 가지 색만으로 나무 한 그루를 그렸다. 위쪽의 메마른 가지는 파괴를 뜻했고, 나무줄기보다 열 배 넘게 크게 펼쳐진 뿌리는 강한 생명력을 드러냈다. 세 가지 무채색을 끝까지 밀어붙여 황량한 슬픔과 살아 움직이는 생명감을 동시에 표현했다.서라도 9.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이 정도의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다른 참가자들 중에도 눈에
Leer más

제174화

“1분을 기다리는 동안 특별한 안료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름은 ‘휘발성 안료’입니다.”주예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소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반 시청자들 가운데는 ‘휘발성 안료’라는 말을 처음 들어 보는 사람이 많았다. 채팅창에도 호기심 섞인 반응이 빠르게 올라오기 시작했다.“처음 쓸 때는 일반 안료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점성이 조금 더 강한 정도죠.”주예는 잠시 말을 멈춰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모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공기에 오래 노출되면 색이 빠르게 날아갑니다. 그림 전체를 이 안료로 칠했다면 이틀 정도 지나면 색이 거의 사라지고, 결국 흰 종이만 남게 됩니다.”주예와 눈이 마주치자, 소연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면서 입술까지 하얗게 질렸다. ‘임주예가 알고 있었어!’사실 이틀 전 장준이 주예를 데리고 대회장을 나간 뒤에도 두 사람은 안료 이야기를 나눴다. 장준이 먼저 물었다. “임주예 씨, 배색이 평소 스타일과 너무 다른데 이유가 있습니까?”주예는 안료에서 발견한 문제를 그대로 설명했다. 예선 때 작품이 바뀐 사건과 같은 사람이 손을 댄 것 같다는 추측도 덧붙였다.장준의 표정은 바로 굳어졌다. “알겠습니다. 이건 제가 맡겠습니다.”약속한 1분이 끝나자 주예가 말했다. “이제 보이기 시작하네요.”말이 끝난 직후 작품에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됐다.황량한 들판에 쓰러져 있던 백호의 일부분 색이 서서히 옅어졌다. 휘발성 안료의 색이 빠지자, 칙칙하게 죽어 있던 몸 위로 붉은 금빛 결이 하나씩 살아났다. 웅크린 듯 접혀 있던 자세도 서서히 풀리면서 금방이라도 몸을 일으켜 달려들 듯한 형상이 드러났다.색이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빠지도록 치밀하게 계산해 둔 덕분에, 멈춰 있는 그림이 아니라 한 장면 한 장면 살아 움직이는 듯한 효과까지 만들어졌다.사람들이 그 변화를 보고 놀라고 있을 때, 더 강한 연출이 이어졌다.매미 날개처럼 얇은 겉면 한지가 갑자기 저절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자, 백
Leer más

제175화

주예를 옹호하던 글도 곧 거세게 몰려드는 의혹 글에 묻혔다.온라인 반응이 점점 커지자, 실시간 여론을 확인하던 부연출이 감독에게 다가가 상황을 보고했다.감독은 장준을 바로 찾아가서 온라인 반응을 설명한 뒤 제안했다. “다음 참가자로 빨리 넘어가죠. 우선 시청자들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게 좋겠습니다.”장준은 그럴 필요 없다고 대답했다.장준은 감독에게 카메라를 자신 쪽으로 돌려 달라고 한 뒤 마이크를 들었다. “먼저 휘발성 안료는 제작진을 통해 지급된 물품이 맞습니다.” “다만 담당 직원이 제작진의 승인 없이 안료에 휘발성 성분을 몰래 섞은 뒤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목적은 대회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데 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소연은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향해 있어서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안료를 바꾸는 일은 돈으로 매수한 다른 스태프에게 시켰다. 자신까지 추적해 올 증거는 없다고 믿었다.장준이 설명을 이어 갔다. “임주예 씨는 사실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발견한 뒤 불평부터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휘발성 안료를 빠르게 구분했고, 바로 대응 방식을 찾아 불리한 조건을 작품의 장점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처럼 인상적인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전국예술진흥원 본부장인 장준의 말은 무게가 컸다. 설명이 나오자 온라인 분위기는 바로 뒤집혔다. [와, 임주예 씨는 진짜 실력으로 운까지 바꾸네. 너무 대단한데?][이건 거의 확실함. 나 방금 주예 씨가 안료를 처음 받았을 때 녹화 영상을 다시 봤는데, 손 움직임이랑 표정을 보면 그때 바로 이상한 거 눈치챈 것 같아.][헐, 누가 일부러 방해한 거였어? 주예 씨가 대체 누구한테 찍힌 거야?][...]장준은 말을 더했다. “지금 말씀드린 내용은 모두 내부 촬영 영상과 관련 자료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회가 끝나는 대로 관련자를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습
Leer más

제176화

하늘은 2위를 차지했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무대 아래에서는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수많은 카메라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환한 조명을 받고 있는 주예를 향했다.‘왜! 왜 하필 임주예야!’하늘 자신은 웬만한 일에는 흐트러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다. 아무리 큰 일이 생겨도 명문가 아가씨다운 우아한 태도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런데 주예만 눈앞에 나타나면 감정이 뜻대로 통제되지 않았다.하늘은 주예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눈에 서린 독기도 더는 감춰지지 않았다.소연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조사실을 나왔다.새벽의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자 몸이 흠칫 떨렸다.지난밤 내내 이어진 6시간가량의 집중 조사와 관련 직원의 진술까지 더해지면서, 소연의 책임은 사실상 확정됐다.실형을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예술심의위원회에서 영구 제명됐고, 그토록 자랑하던 자격 인증도 현장에서 취소됐다. 날이 밝기도 전에 업계 전체에 소연이 저지른 짓이 쫙 퍼질 터였다. 이제 소연의 경력은 완전히 끝난 셈이었다.소연은 돈에 눈이 멀어 이렇게 큰 대회에서 손을 쓴 자신이 미웠다. 그보다 더 원망스러운 사람은 하늘이었다. 왜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 하나를 못 견뎌하며 이런 일을 벌이게 만들었는지 원망이 치밀었다.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넓은 도로에는 인기척도 거의 없었다.그때 검은 의전 밴 한 대가 소연 앞에 멈춰 섰다. 소연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창문이 내려가더니, 그 안에서 차갑고 담담한 주예의 얼굴이 드러났다.“누가 시킨 거죠?”주예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아무도 시키지 않았어요.”소연은 반사적으로 부인했다.내부 조사에서도 같은 대답을 했다. 주예의 앞날이 너무 밝아서,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워질까 질투해서 일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예전에도 신인을 견제하다 문제가 된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조사관들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소연에게는 다른 계산도 있었다. 모든 책임을 혼자 떠안으면 그 대가로 하늘에게 도움을 요구할 수 있었다.“고하늘.”주예는 소
Leer más

제177화

진후의 손이 컵을 꽉 움켜쥐었다.문득 병원 입구에서 마주쳤던 주예가 떠올랐다. ‘그때 주예가 그렇게 심하게 아팠던 건가?’‘내가 그날 뭘 하고 있었지?’그는 가짜 규나를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있었다. 주예는 원래 몸이 튼튼하니 누가 돌봐 줄 필요도 없다고 말하기까지 했다.가슴 한쪽이 묵직하게 아려 왔다.“사모님께서 최근 전국미술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셨습니다.”비서의 목소리가 진후를 회상에서 끌어냈다.“최근 그룹에 대한 대중 반응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사모님 때문에 호감을 갖게 됐다는 후기가 많고, 계열사 예술 관련 제품의 판매량도 오르고 있습니다.” “아직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흐름은 상당히 좋습니다.”진후는 씁쓸하게 웃었다. 눈가까지 뜨거워졌다.주예가 자신과 한씨 가문을 떠나면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주예가 떠난 뒤에 한씨 가문은 오히려 그녀가 만든 호의와 관심의 혜택을 받고 있었다.가슴을 조이는 통증이 올라오면서 진후는 숨쉬기조차 버거웠다.주예를 잃어버린 사람이 바로 진후 자신이기에....온라인에서 한씨 가문을 좋게 평가한 글들을 성아가 캡처해 주예에게 보내 줬다.주예는 자신 때문에 한씨 가문이 뜻밖의 이득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한씨 가문에 좋은 일을 해 줄 생각은 없었다. 주예가 원하는 건 완전히 관계를 정리하는 일이었다.이혼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힐까 생각하던 때 핸드폰이 울렸다.[임주예 선생님, 장준입니다.]“예, 안녕하세요.”[대회도 끝났는데 혹시 시간이 되시면 발굴 현장에 직접 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번에 출토된 고서화 상태가 아주 좋지 않습니다.][전문가들이 임 선생님 영상대로 작업을 시작하긴 했는데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영상만으로 익히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오히려 손상이 생기는 사례도 있고요.]장준의 목소리가 한층 진지해졌다.[전국예술진흥원 본부장 자격으로 임 선생님께 정식으로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프로
Leer más

제178화

고홍근은 눈앞의 손녀를 바라봤다. 재능이나 기품은 주예보다 조금 부족해도 어릴 때부터 곁에서 키운 아이인 만큼 자신과는 더 친숙했다.“전국미술콩쿠르 2위라니, 잘했다.”고홍근이 웃으며 칭찬했다.‘2위가 뭐가 잘했다는 거야.’하늘의 입가가 잠깐 비틀렸지만 금세 표정을 정리했다.“주예가 더 대단하죠. 1위잖아요. 어디서 배웠는지 실력이 정말 좋더라고요.”고씨 가문의 손녀로 태어나서 어릴 때부터 이름난 스승들에게 배운 자신이 주예에게 졌다는 사실은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스승이 도해산이니 네가 진 것도 이상할 건 없지.”“도해산 선생님이요?”하늘은 손에 든 홍삼차를 떨어뜨릴 뻔했다. 도해산은 은퇴한 지 오래였지만 한때 ‘화단의 최고 거장’으로 불리던 인물이었다.“하지만 도해산 선생님은 오래전에 은퇴하시면서 더는 제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하늘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20년 전 마지막으로 받은 제자가 바로 주예다.”질투가 독처럼 가슴 안쪽을 파고들었다. 어머니의 배경도, 스승도, 전공 실력도 자신이 주예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하늘은 속으로 자신을 달랬다.‘괜찮아. 임주예가 결혼한 상대는 한진후잖아.’‘임주예가 고씨 가문에 온 뒤로 한진후는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한씨 가문에서도 버림받은 게 분명해.’‘나는 달라. 나는 곧 가장 힘 있고 나를 사랑하는 정재 오빠와 결혼하게 될 거야.’그리고 사업과 경력에서도 곧 주예를 눌러 버릴 수 있다고 믿었다. 콩쿠르 1위쯤은 길게 보면 결정적인 경력이 아니었다. 하늘은 자신이 그 대형 프로젝트에 들어가기만 하면 훨씬 오래 남는 명예가 생길 터였다.“할아버지, 전국예술진흥원에서 요즘 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출토된 고서화 복원과 관련된 일이라고 하더라고요.”“제가 거기서 배울 수 있다면 업계에서 제 자리를 굳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우리 가문이 전국예술진흥원과 인연을 만드는 데도 좋을 것 같고요.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고홍
Leer más

제179화

“네, 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부장님!”하늘은 장준이 허락하자 연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장준의 사무실을 나온 뒤 하늘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프로젝트에 들어간 뒤 얻을 경력과 관심을 상상하자, 최근 잃었던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났다....주예와 전협은 거친 산길을 꼬박 하루 넘게 달린 끝에 발굴 현장에 도착했다.현장은 깊은 산속에 있어서 진입로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았다. 차가 계속 흔들리는 바람에 주예의 안색마저 창백해졌다. 전협은 몇 번이나 쉬었다 가자고 말했지만, 주예가 괜찮다며 버티는 탓에 목적지까지 그대로 달렸다.차에서 내리자 철저하게 통제된 발굴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출입 통제선 안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인원들이 바쁘게 오갔다.“잠깐만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관계자 외에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의전 밴을 본 외곽 경비 담당 직원이 다가와서 길을 막았다.주예가 설명하려던 때 뒤쪽에서 서른 살 안팎의 단정한 여성이 빠르게 걸어왔다.“임주예 선생님 맞으시죠? 장준 본부장님께 연락받았습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현장 조정 책임자 조민입니다.”“반갑습니다, 조 선생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주예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짧게 몸을 추스른 뒤 곧바로 현장에 들어가 상황부터 확인했다.반쯤 개방된 통로 근처에는 중년 교수가 학생 몇 명을 데리고 정밀 발굴 작업을 하고 있었다.“이쪽은 강해대학교 고고학과 부호강 교수님과 학생들입니다. 교수님이 전체 발굴 진행을 지도하고 계세요.” “교수님, 이분이 새로 오신 복원기술 자문 임주예 선생님입니다.”조민이 서로를 소개했다.“그래.”부호강은 모자를 눌러쓴 채 고개도 제대로 들지 않았다. 대답만 짧게 하고 손은 계속 움직였다.주예가 자세히 살펴보니 부호강은 라텍스 장갑을 낀 채 아주 부드러운 붓으로 들러붙은 흙을 조심스럽게 털어 내고 있었다.“교수님, 그 방향으로 쓸어 내시면 종이 섬유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문제를 알아차린 주예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부
Leer más

제180화

주예는 조금 놀랐다.“네. 임필수 교수가 제 아버지예요. 교수님은 아버지를 아세요?”“네 아버지랑 예전에 같이 일했다. 강해대학교에 있을 때만 해도 네 사진을 들고 다니면서 우리한테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 “자기 딸이 남다르게 재능이 좋고 가장 큰 자랑이라고 늘 말했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난 게 아쉽네.”주예는 그제야 두 사람의 인연을 이해했다.부호강이 말을 이었다.“그때 나는 다른 지역 프로젝트에 나가 있어서 네 아버지 장례에도 못 갔다.”부호강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주예를 흐뭇하게 바라봤다.“이렇게 잘 자란 걸 보니 기특하네. 네 아버지가 알았다면 정말 기뻐했을 거야.”두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조금 전 주예에게 날을 세운 남학생은 단번에 표정이 굳어졌다. 그래도 속으로는 아버지가 교수였다고 자기 실력까지 증명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버텼다.부호강은 이내 표정을 진지하게 바꿨다.“아까 문제가 있다고 했지? 어디가 문제인지 자세히 말해 봐.”주예는 앞에서 짚었던 구조와 미세 입자의 이동 원리를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설명을 다 들은 부호강이 감탄했다.“그래서 내가 계속 손끝 느낌이 이상했던 거구나. 뭔가 걸리는데 이유를 못 찾고 있었어.”구경하던 학생들의 표정이 제각각으로 변했다. 특히 아까 큰소리치던 남학생은 귀까지 붉어져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은 표정이었다.부호강과 인사를 마친 주예는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을 받으며 핵심 복원기술팀으로 이동했다.문을 열자 여러 팀원들이 쉴 새 없이 일하고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원로들도 적지 않았다. 몇 사람은 대형 화면 앞에 모여서 주예의 배접 분리 작업 영상을 돌려 보면서, 앞에 놓인 손상된 고서화를 두고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이상하네. 영상이랑 똑같이 했는데 왜 내 것만 여기서 바로 찢어지는 거야?”연륜이 느껴지는 곽동훈 교수가 머리를 긁적거렸다.고개를 들던 곽동훈은 주예를 보자 눈을
Leer más
ANTERIOR
1
...
151617181920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