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위층은 호텔 객실이었다.주예는 미리 예약해 둔 방으로 성아를 데려가서 준비해 둔 드레스 한 벌을 건넸다.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으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뭐? 또 사람 마음 헷갈리게 해 놓고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남자야? 나는 그 오빠는 좀 다른 줄 알았는데. 남자는 결국 다 비슷하다니까.”성아가 화를 냈다.‘또’라는 말이 가리키는 이전 남자는 당연히 진후였다.“심정재는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어. 우리 사이가 어떤지 정한 적도 없고.”주예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이 더 깊이 빠지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하는 경고인지, 정재는 애초에 자신을 속인 사람이 아니라고 성아를 설득하려는 건지 주예 자신도 분명히 알지 못했다.정재가 자신을 챙겨 준 건 진심이었다.‘우리가 계속 남매 같은 사이로만 지냈다면 오히려 편했을까.’여자친구는 바뀔 수 있어도 여동생처럼 아끼는 사람의 자리는 하나뿐일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주예의 생각은 저도 모르게 계속 뻗어나갔다.그 표정을 본 성아는 주예가 정재를 꽤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마음이 약해진 성아가 목소리를 낮췄다.“나는 네가 또 다칠까 봐 그러는 거야. 겨우 한 번 큰일 겪고 빠져나왔는데, 또 비슷한 데로 들어가면 안 되잖아.”“응.”주예는 성아를 바라보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커다랗고 맑은 눈, 부드럽게 이어지는 허리선과 허리 옆에 보이는 나비 모양의 옅은 모반까지 더해지니 여자 친구인 성아가 봐도 눈길이 갔다.성아는 이런 주예를 보며 걱정이 더 커졌다.‘이렇게 사람을 쉽게 믿는 얼굴이니까 전에 한진후한테도 속은 거 아니야?’성아는 갑자기 연애 상담가라도 된 듯 진지하게 가르치기 시작했다.“다음에 심정재 만나면 다른 말 하지 말고 바로 물어.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성아는 손가락까지 펴 가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심정재가 ‘나한테 계획이 있어’,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설명 못 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다 너를 위해서야’, ‘나만 믿고 밖에서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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