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Capítulo 181 - Capítulo 190

195 Capítulos

제181화

얼마나 달렸는지 감각도 흐려질 무렵, 옆자리의 남자가 하늘이 계속 말없이 창밖만 보고 있는 걸 걱정하며 먼저 말을 걸었다.“아가씨, 괜찮아요? 어디 불편한 데 있어요?”남자는 사투리가 짙었다. 선의로 가까이 몸을 기울여 상태를 물었지만, 목을 가다듬을 때마다 거친 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렸다. 숨결까지 가까이 느껴지자 하늘의 속은 더 심하게 울렁거렸다.“욱...!”결국 하늘은 참지 못하고 토하고 말았다.버스 안 사람들이 동시에 코와 입을 막았다.“어디서 저렇게 곱게만 자란 아가씨가 왔대. 힘든 걸 못 버티면 굳이 따라오지 말지.”그래도 옆자리 남자는 싫은 티를 내지 않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손수건을 꺼내서 하늘에게 건넸다.하늘은 그 낡은 손수건을 보자 입술을 삐죽거렸다. 결국 수백만 원짜리 명품 재킷을 벗어서 오염된 곳을 닦는 데 써야 했다.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계속 자신을 달랬다.‘현장에 도착하기만 하면 괜찮아질 거야.’출발하기 전 SNS에 올린 게시물도 떠올랐다.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며 글을 올렸다.[2주 동안 잠수. 제가 어디 가는지 맞혀 보세요.]정보가 보이지 않게 흐리게 처리한 출입증 사진도 함께 붙였다.팬들은 댓글로 하늘을 치켜세우느라 바빴다.온라인에서 만들어 온 이미지라도 지키려면 중간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하늘의 눈빛이 다시 단단해졌다....다음 날이 돼서야 하늘은 겨우 발굴 현장에 도착했다. 배정받은 실습생 숙소는 임시로 세운 조립식 패널 숙소였고, 방 안에는 2층 침대가 줄지어 놓여 있었다.하늘은 강해대학교 학생들과 같은 방을 쓰게 됐다.하늘은 먼저 밝은 얼굴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고하늘이라고 해요. 장준 본부장님 소개로 실습하러 왔어요.”학생 한 명이 바로 관심을 보였다.“장준 본부장님이 직접 보내신 거예요? 그럼 실력이 꽤 좋으시겠네요?”“아니에요. 저도 배우러 온 거예요.”하늘은 겸손하게 웃었다.“부호강 교수님 제자분들이라고 들었어요. 교수님
Leer más

제182화

하늘은 태어나면서부터 대부분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맞춰 줬다. 이렇게 대놓고 면박을 받아 본 적은 거의 없었다.눈시울이 금세 붉어졌다. 억울함은 곧 주예를 향한 미움으로 바뀌었다.‘다 임주예 때문이야.’‘임주예만 아니었으면 내가 이런 산속에서 이런 꼴을 당할 이유가 없잖아!’그때 직원 한 명이 여러 작업 구역을 돌며 사람을 찾았다.“복원기술팀 임 선생님 쪽에 보조 인력이 필요합니다. 시간 되는 분 계세요? 출토된 고서화 사전 분류 작업이라 기본만 배우면 어렵지 않습니다.”“저요! 제가 갈게요!”하늘은 구명줄이라도 잡은 듯 손을 번쩍 들었다.사전 처리, 고서화. 말만 들어도 쓰레기 정리와는 달랐다. 진짜 핵심 기술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그 임 선생님이라는 분은 내 장점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어.’‘부호강 교수처럼 인재를 보는 눈이 없는 분만 아니면 돼.’하늘은 안내 직원을 따라 복원기술팀 사무 공간으로 갔다.안쪽에는 특수 방진복과 장갑을 착용한 사람들이 정밀 장비와 핀셋을 다루고 있었다. 하늘은 처음 보는 장비들을 훑어보다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이런 곳이 나한테 어울리지. 누가 흙먼지 뒤집어쓰면서 삽질을 해.’“실습생은 이쪽입니다.”직원이 하늘을 구석 작업대로 데려가 방금 출토된 자료들을 가리켰다.“여기 있는 것들은 손상 정도를 보고 1차 분류만 하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잘못 나눠도 괜찮아요.”“뒤에서 다시 검수합니다. 대신 옮길 때는 조심하세요. 크게 흔들거나 세게 잡으면 추가 손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하늘은 속으로 시큰둥했다.‘이렇게 단순한 일이었어? 대단한 기술인 줄 알았네.’“네, 감사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겉으로는 얌전히 답한 뒤 자연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임 선생님은 어느 분이세요? 잠깐 인사를 드려도 될까요?”직원이 하늘을 힐끗 보면서 말했다.“임 선생님은 지금 아주 바쁩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방해하지 마세요.”주예는 손상된 고서화를 살리기 위해 밤새 한숨
Leer más

제183화

처음 이틀 동안 하늘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배우는 척했다. 운 좋게 눈에 띄는 기회를 잡으면 단번에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의욕도 사라졌다. 맡겨지는 일은 대부분 보조 작업뿐이었고, 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니 금세 지루해졌다.더 견디기 힘든 건 숙소 환경이었다.바람이 새어 들어오는 조립식 패널 숙소, 몸을 돌릴 때마다 삐걱거리는 2층 침대, 따뜻한 물로 씻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하는 공동 샤워실까지. 하늘에게는 모든 것이 고역이었다.셋째 날이 되자 하늘은 결국 버티지 못했다. ‘임 선생님’이 누구인지, 부호강 교수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지 같은 일도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사전 분류해야 할 고서화가 거의 정리되자, 하늘은 직원에게 다른 팀에서 도와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둘러댄 뒤 자리를 빠져나왔다.주변에서 자신을 특별히 관리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자, 아예 현장을 몰래 벗어났다.밖에서 기다리던 고급 의전 밴에 올라서 공수해 온 신선한 회를 먹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장준 본부장은 여기 있지도 않아.’‘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누가 실습생 하나를 하루 종일 지켜보겠어?’하늘도 완전히 생각 없이 행동한 건 아니었다. 프로젝트 종료까지는 아직 열흘 남짓 남아 있었다. 2일에 한 번씩 현장에 얼굴을 비추며 계속 일한 것처럼 보이게 하면 충분하다고 계산했다. 프로젝트만 끝나면 참여 경력은 화려한 이력으로 남을 터였다.하늘은 핸드폰을 꺼냈다. 앞서 교수들이 모여 있을 때 각도를 교묘하게 맞춰 몰래 찍어 둔 사진 몇 장을 보정한 뒤 SNS에 올렸다.[여러 분야의 교수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주예가 이번 현장에 온 목적은 두 가지였다.첫째는 발굴 과정에서 손상된 고서화를 긴급 처리해서 훼손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일이었다. 둘째는 배접과 층을 분리하는 핵심 기술 몇 가지를 현장 복원팀 교수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일이었다.주예는 이틀 연속 밤을 새웠다. 가느다란 손가
Leer más

제184화

“20년이나 지났잖아. 이제는 다들 그냥 넘어가는 거겠지.”“그런데 안쪽 사정이 따로 있다는 얘기도 있어. 고경란이 오빠한테 모함을 당했다는 말도 돌더라.”“쉿. 그런 건 들어도 모른 척해야지. 함부로 입에 올릴 얘기가 아니야.”“...”전협은 승합차를 몰고 산길을 내려갔다.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지 올 때만큼 심하게 흔들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일주일 동안 정재 소식을 듣지 못했지만, 주예는 먼저 메시지를 보내서 묻지 않았다. 한참 창밖을 보던 주예가 아무렇지 않은 척 전협에게 물었다.“요즘 심 회장님께도 계속 보고하셨어요?”주예가 말한 회장님은 정재였다.주예는 전협이 자신의 상황을 정재에게 전달한다는 걸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주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병원에 갔을 때 정재가 곧바로 나타났던 일도, 고씨 가문에서는 조심하라고 미리 경고했던 일도 설명되지 않았다.‘나더러 고씨 가문을 조심하라고 해 놓고, 본인은 왜 굳이 그 집안과 혼담을 진행하는 건데?’주예는 가슴 한쪽이 답답해졌다.전협은 주예가 이렇게 대놓고 묻자 드물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헛기침을 한 뒤, 주예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최근에는 회장님께 직접 들은 소식은 없습니다. 집안 일을 처리하시느라 바쁘신 것 같습니다.”전협은 룸미러로 주예의 반응을 살피며 정재를 변호하듯 말을 덧붙였다.“그래도 회장님께서 임주예 씨 일정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제가 보낸 내용은 전부 읽음으로 표시가 됩니다. 매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확인하고 계신 건 확실합니다.”“그렇군요.”주예는 더 묻지 않고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전협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서씨 집안의 그 미친놈이 만만한 상대일 리 없었다. 전협은 주예에게 사실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재는 며칠 동안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틀 전에는 항구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어깨에 총상까지 입었다. 다행히 치명적인 부위는 아니었다.가원시는 애초에 서씨 집안의
Leer más

제185화

“그게...”조혜는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우빈은 전화조차 받지 않았고 어디서 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시아버지 앞에서는 둘러대야 했다.“지사에서 야근 중이에요. 워낙 멀어서 끝나고 오면 한밤중이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고홍근은 눈꺼풀을 들어 조혜를 한 번 바라봤을 뿐 더 묻지 않았다. 우빈이 실제로 뭘 하고 있는지 고홍근도 대강 알고 있었다.고홍근은 다시 하늘을 보며 드물게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이번 기회는 잘 잡았어.”할아버지의 칭찬을 들은 하늘은 속으로 안도했다. 최근 들어 고홍근이 자신에게 유난히 차갑다고 느껴져서 내심 불안했었다.대화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쏠리자 하늘은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오늘 가족들이 모인 진짜 이유가 다음 날 주예의 연회 준비라는 사실조차 잠시 밀려났다. 하늘은 입가에 번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감췄다.앞서 팀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방진복을 입고 전문 장비 앞에 서 있는 사진 몇 장이면 하늘이 프로젝트에서 꽤 중요한 일을 맡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SNS에서 팬들은 이미 하늘을 ‘예술계의 여신’처럼 떠받들고 있었다. 특히 하늘이 은근히 방향을 잡아 주자, 일부 팬들이 주예와 비교하며 주예를 깎아내렸다. 그런 반응이 하늘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었다.팀원들이 게시물을 볼 가능성도 걱정하지 않았다. 올리기 전에 이미 대충 확인해 뒀다. 연배가 있는 팀원들은 SNS 계정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계정이 있어도 거의 접속하지 않았다.게다가 하늘은 자신이 어떤 핵심 작업을 했다고 명시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이 멋대로 추측한 것뿐이었다. 게시물 문구도 겉으로는 충분히 겸손했다.하늘은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제가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에요. 실습생으로 들어가서 많이 배우고 온 정도예요.”마침 그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주예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주예는 하늘이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관심도 없었다. 가족들에게 짧게 인사한 뒤 바로 방으로 올라가서 쉬려고 했다.고
Leer más

제186화

“고씨 가문이라고요? 오빠... 내일 그 연회에 저도 같이 가도 될까요?”규나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다. 부탁하는 태도에는 비굴할 정도의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서장엽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장해가 규나를 발로 걷어찼다.“네가 뭔데 우리 형한테 ‘오빠’라고 불러?”규나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손바닥이 바닥에 쓸리면서 피가 배어 나왔다. 이를 악문 얼굴에 사나운 기색이 스쳤지만, 금방 감추면서 순종적인 표정을 만들었다.“제가 잘못했습니다, 회장님. 내일 연회에 저도 데려가 주실 수 있을까요?”“내가 널 왜 데려가야 하지?”서장엽은 규나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렸다. 흥미로운 물건이라도 살피듯 얼굴을 천천히 들여다봤다.규나가 잠깐 보였던 적의를 서장엽이 못 봤을 리 없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을 증오하는 사람이 한둘도 아닌데 규나 하나가 더해진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규나는 서장엽의 시선을 정면으로 버텼다. 남자의 압박감에 몸이 더 심하게 떨렸지만 결국 용기를 내서 말했다.“한씨 가문 후계자인 한진후가 예전에 저한테 많이 집착했습니다.” “제가 다시 접근할 수 있다면 회장님께 필요한 정보를 빼내고, 해신그룹을 흔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서장엽은 말없이 규나를 바라봤다. 정말 마음속으로 계산하고 있는 듯했다.규나는 속으로 숨을 삼켰다.‘가능성이 있어.’그날 밤 구출된 뒤 규나는 자신을 데려간 서장해가 뱃속 아이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처음에는 구원이라고 생각했다. 운이 자신을 살려줬다고 믿었다. 게다가 서씨 집안은 가원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집안이었으니, 앞으로의 삶도 보장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하지만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이곳은 규나에게 또 다른 지옥이었다. 서장해는 규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얼마 뒤 유산까지 하고 나자, 집안에서 규나의 처지는 더 어려워졌다.어느 날 규나는 우연히 서장해와 서장엽의 대화를 엿들었다. 자신이 임신한 것조차 두 사람이 짜
Leer más

제187화

“나는 괜찮아. 너야말로 얼굴이 많이 상했네. 무슨 일 있어?”강빈이 찻잔 하나를 건넸다.“그냥... 여러 일이 있었습니다.”진후는 힘없이 웃었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강빈은 억지로 캐묻지 않았다. 대신 최근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운 소식을 꺼냈다.“이건 너도 기뻐할 거야. 내 여동생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후가 벌떡 일어났다.“형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빈은 자신이 찾아낸 옥 펜던트와, 오래전 쓰레기 수거함 근처에서 어린 여자아이를 구조했다는 기록을 관계 기관에서 확인한 일을 차근차근 설명했다.“보육원까지는 찾아갔는데 거기서부터 기록이 끊겼어. 누군가 일부러 흔적을 지운 것 같더라.”강빈은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오히려 그래서 살아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해. 죽은 아이의 존재를 누가 굳이 그렇게 철저하게 감추겠어?”“정말 다행입니다.”연달아 좋지 않은 일만 겪던 진후도 오랜만에 진심으로 기뻐했다.하지만 강빈은 진후의 표정이 여전히 무겁다는 걸 알아차렸다.해신그룹은 최근 큰 인수 작업까지 마무리해서 사업이 잘 풀리고 있었다. 회사 일이 아니라면 개인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컸다.“제수씨는 요즘 괜찮아?”강빈은 미안한 듯 한숨을 쉬었다.“전에 규나인 척하던 그 여자 때문에 너희 부부 사이가 틀어진 데는 나도 책임이 있어.”“형님 잘못 아닙니다. 제가 어리석었던 겁니다.”진후는 빈말로 자신을 탓한 게 아니었다.예전에는 주예가 조용하고 온순해서 손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불평도 잘 하지 않으니 세심하게 챙길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주예가 자신의 생활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깨달았다. 자신은 주예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다.“여자 마음은 조금 더 달래 주고, 기다려 주면 풀릴 때도 있어. 너 정도면 제수씨도 언젠가는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겠어?”강빈은 제법 경험 많은 사람처럼 충고했다. 정작 결혼한 적은 없지만 연애는 끊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주예는
Leer más

제188화

강빈은 진후의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대강 짐작했다.한숨을 내쉬며 진후의 어깨를 두드렸다.서재 안에는 한동안 진후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강빈은 진후가 절망 직전까지 몰린 모습을 보고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한참 뒤 진후의 호흡이 조금 가라앉자 강빈이 조용히 말했다.“우리 집안에 강정혁이라는 사람은 없어.”‘규나...!’진후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간 듯 소파에 주저앉았다. 발목이 소파 다리에 세게 부딪혔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후회가 숨을 막았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이제야 주예가 조금도 미련을 보이지 않은 이유가 이해됐다. 왜 그렇게 단호하게 돌아섰는지도 알 것 같았다.‘주예는 평생 나를 용서하지 않겠지.’장인의 빈소에 규나를 데리고 갔던 날까지 떠올랐다. ‘그때 주예는 나를 보며 어떤 심정이었을까?’‘분명 나를 증오했을 거야.’진후는 허리를 숙인 채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웃음은 점점 일그러졌고, 결국 눈물 한 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다음 날, 고씨 가문의 연회가 열렸다.고씨 가문은 경울시에서도 손꼽히는 정예호텔의 대연회장을 통째로 예약했다.이 호텔은 원래 별빛호텔이라는 이름이었지만, 한 달 전 주인이 바뀌면서 정예호텔로 이름도 변경됐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고홍근은 새 소유주가 정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전날부터 호텔 직원들은 연회 준비에 매달렸다. 일부 식재료는 해외에서 항공으로 들여와야 해서 운송 일정을 미리 맞춰야 했다. 아침에 호주에서 손질한 최상급 소고기가 저녁 연회 식탁에 올라올 정도였다.장식도 대충 넘어가는 부분이 없었다. 카펫의 무늬 방향까지 맞춰야 했다. 고홍근이 세세하게 챙긴 데다가, 호텔의 실제 주인인 정재 쪽에서도 다른 일정은 뒤로 미루고 이번 행사에 필요한 인력을 우선 배치하라고 지시해 둔 상태였다.연회 시작은 저녁 7시였다.5시가 지나면서 호텔 앞에는 고급 차량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고씨 가문 방계 친족과 재계, 문화계 인사들이
Leer más

제189화

하늘을 발견한 여자들은 곧장 듣기 좋은 말을 쏟아냈다.“하늘 언니, 오늘 진짜 예뻐. 역시 우리 고씨 가문 아가씨다운 분위기야.”“그러니까. 그런데 오늘 정식으로 소개한다는 손녀는 대체 어떤 사람이야?”“뭐 대단하겠어? 밖에서 평범하게 살다가 갑자기 이런 집에 들어온 거지.”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계 친척인 고인혜였다.“어릴 때부터 본가에서 자란 것도 아니라며. 이런 자리에서는 금방 티가 나지 않겠어?”인혜는 말을 하면서도 하늘의 반응을 살폈다.하늘이 나무라지 않고 가볍게 웃기만 하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했다.“오늘 음식이나 장식만 봐도 처음 보는 게 많을걸?”주변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하늘 언니, 그래서 오늘 주인공은 어디 있어?”누군가 연회장을 둘러봤지만 누가 주예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하늘은 자연스럽게 입구 쪽 주예를 한 번 바라봤다.여자들도 그 시선을 따라가다가 옆모습만 보이는 주예를 발견했다.잠깐 말이 끊어졌다.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도 주예가 가진 차분하고 선명한 분위기는 쉽게 무시하기 어려웠다.인혜가 혀를 찼다.“흥. 분위기만 잡으면 뭐 해. 비싼 드레스도 자기 옷처럼 못 입으면 빌려 입은 것처럼 보이잖아. 자란 티는 못 숨기지.”인혜는 질투가 치밀어 올랐다.고씨 가문 방계라 생활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최고급 맞춤 드레스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평소에도 하늘의 비위를 맞추며 얻은 명품 가방 몇 개를 자랑하는 처지였다.그런데 주예는 돌아오자마자 인혜가 꿈꾸던 것들을 너무 쉽게 손에 넣었다. 그래서 입으로라도 깎아내리고 싶었다.하늘은 충분히 사람들의 관심을 즐긴 뒤에야 부드럽게 말했다.“그만해. 같은 집안에서 만났으면 다 가족인데 사이좋게 지내야지. 나는 귀한 손님이 오신 것 같아서 인사드리고 올게.”멀리서 강해상공인협회 회장 조국진이 로비로 들어오고 있었다.하늘의 눈빛이 환해졌다. 자세를 가다듬은 뒤 자연스럽게 다가갔다.“아저씨, 와 주셔서 감
Leer más

제190화

연회장 위층은 호텔 객실이었다.주예는 미리 예약해 둔 방으로 성아를 데려가서 준비해 둔 드레스 한 벌을 건넸다.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으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뭐? 또 사람 마음 헷갈리게 해 놓고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남자야? 나는 그 오빠는 좀 다른 줄 알았는데. 남자는 결국 다 비슷하다니까.”성아가 화를 냈다.‘또’라는 말이 가리키는 이전 남자는 당연히 진후였다.“심정재는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적도 없어. 우리 사이가 어떤지 정한 적도 없고.”주예는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이 더 깊이 빠지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하는 경고인지, 정재는 애초에 자신을 속인 사람이 아니라고 성아를 설득하려는 건지 주예 자신도 분명히 알지 못했다.정재가 자신을 챙겨 준 건 진심이었다.‘우리가 계속 남매 같은 사이로만 지냈다면 오히려 편했을까.’여자친구는 바뀔 수 있어도 여동생처럼 아끼는 사람의 자리는 하나뿐일 거라는 생각까지 들었다.주예의 생각은 저도 모르게 계속 뻗어나갔다.그 표정을 본 성아는 주예가 정재를 꽤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마음이 약해진 성아가 목소리를 낮췄다.“나는 네가 또 다칠까 봐 그러는 거야. 겨우 한 번 큰일 겪고 빠져나왔는데, 또 비슷한 데로 들어가면 안 되잖아.”“응.”주예는 성아를 바라보며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커다랗고 맑은 눈, 부드럽게 이어지는 허리선과 허리 옆에 보이는 나비 모양의 옅은 모반까지 더해지니 여자 친구인 성아가 봐도 눈길이 갔다.성아는 이런 주예를 보며 걱정이 더 커졌다.‘이렇게 사람을 쉽게 믿는 얼굴이니까 전에 한진후한테도 속은 거 아니야?’성아는 갑자기 연애 상담가라도 된 듯 진지하게 가르치기 시작했다.“다음에 심정재 만나면 다른 말 하지 말고 바로 물어. ‘우리 무슨 사이야?’라고.”성아는 손가락까지 펴 가며 말을 이었다.“그런데 심정재가 ‘나한테 계획이 있어’, ‘사정이 있어서 지금은 설명 못 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다 너를 위해서야’, ‘나만 믿고 밖에서 하는 말
Leer más
ANTERIOR
1
...
151617181920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