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재, 하... 너도 왔네. 제법이야.”서장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재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장엽이 거리낌 없이 정재의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에 놀랐다.당장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보이자, 고홍근은 손님들에게 다시 연회를 즐기라고 말했다. 정재는 진석을 불러서 서장엽의 움직임을 한시도 놓치지 말라고 조용히 지시했다.하늘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정재에게 매달릴 수도 없어서 그대로 서 있었다. 곧 친한 여자들이 모여들면서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 언니, 심 회장님이 언니 지켜 주려고 온 거 맞죠? 곧 좋은 소식이 있는 거 아니에요?” 하늘은 수줍은 척 고개를 숙였지만 눈에는 우쭐한 기색이 감추지 못했다.조금 전 서장엽에게서 각자 기회를 보자는 말을 들은 규나는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미리 연회장 직원 한 명을 돈으로 매수해 놓고서 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그런데 고홍근이 되찾았다는 외손녀가 주예라는 걸 알게 되자, 질투가 이성을 집어삼켰다. 규나는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잔뜩 힘이 들어갔다. 주예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어딘가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얼굴이었다. ‘왜 좋은 건... 전부 임주예 차지야?’‘한진후도, 고씨 집안도, 저 비싼 맞춤 드레스까지!!’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규나의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이 스쳤다. 강씨 집안에서 지내던 동안 규나는 원하는 건 뭐든 다 손에 넣고 살았다. 귀하게 떠받들어지던 딸이었기에,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늘 다른 사람들이 규나를 부러워했다. 살면서 이 정도로 누군가를 질투한 건 딱 두 번이었다. 한 번은 지금, 또 한 번은 20년 전 교통사고 현장이었다.그때 강씨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 얼굴과 눈앞의 주예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규나의 눈동자가 확 굳어졌다. 주예의 허리 부근에 나비 모양의 모반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20년 전 비가 내리던 밤,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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