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결혼 끝, 후회는 사절입니다: Chapter 191 - Chapter 195

195 Chapters

제191화

연회장에 들어선 강빈은 두 사람을 보자 또다시 묘한 익숙함을 느꼈다.먼저 주예에게 시선이 갔다. 서늘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눈길을 붙잡았고, 이목구비에서도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 났다. 진후는 아예 넋을 잃고 바라봤다. 자신이 알던 주예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기억 속 주예는 작고 여린 데다 순한 인상이었지만, 눈앞의 주예는 달랐다. 차갑고 맑은 분위기에 고급 맞춤 드레스까지 더해지자,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다.강빈은 자연스럽게 주예 옆에 있는 성아를 바라보다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비볐다. 분명 처음 보는 여자였다. 그런데 왜 성아까지 낯이 익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미치겠네.’강빈은 정말 신경과나 안과에라도 가 봐야 하나 싶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디선가 본 것처럼 느껴지는 게 영 이상했다.주예는 진후를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예에게 이혼한 전남편은 이제 남이나 다름없었다. 진후는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빠르게 다가왔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 있어?” 속으로는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강빈에게 조금 고맙기까지 했다.주예는 진후를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정말 몰라?”기가 막혔다. 주예의 어머니는 고경란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전남편이었던 진후까지 그 이름을 모른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나 싶었다. 고홍근이 보낸 초대장에는 오래전 잃어버린 외손녀가 고경란의 딸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도 진후는 고경란이라는 이름조차 낯설어했다.주예는 ‘한진후’라는 사람을 이제 다 알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번번이 새로운 벽을 보게 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진후는 잠시 굳었다. 주예의 말에 다른 뜻이 담겨 있다는 걸 눈치채고 머리를 굴렸다. “설마 고홍근 회장님이 당신한테도 초대장을 보낸 거야?”진후는 이제야 앞뒤가 맞는다고 생각했다. 주예가 주변에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니, 고홍근도 여전히 주예를 한 대표의 아내로 알고 초대장을 보낸 모양이었다. 최근 주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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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뭐라고?’ 진후는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처럼 굳은 채 주예의 뒷모습만 노려봤다. 어느새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제수씨가 고씨 집안 사람이었구나.” 강빈이 감탄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후를 힐끗 보니, 전처를 되찾으려는 길이 더 험난해질 것 같았다. 조금 전 주예를 보며 느꼈던 묘한 익숙함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고씨 집안과 강씨 집안은 예전부터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 그 느낌은 착각이었을 거라고 여겼다.그 뒤로 고홍근이 무슨 말을 더 했는지 진후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시선에는 사람들 한가운데 서 있는 주예만 담겼고, 가슴 한쪽이 설명하기 어렵게 쓰렸다.진후는 옆에서 직원이 건넨 술잔조차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잔 안에는 로제 샴페인이 들어 있었다. 멍한 상태로 잔을 받아 든 진후는 단숨에 한 잔을 비웠다.고홍근의 소개가 끝나자 손님들은 다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였다. 여러 사람이 고홍근에게 다가가 축하 인사를 건넸고, 자연스럽게 주예 주변으로도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입구에서 주예의 차림이 초라하다며 눈살을 찌푸리던 사모님들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다가왔다.그때 연회장 문이 다시 열리고 남녀 두 사람이 들어섰다. 남자는 짙고 뚜렷한 이목구비 때문에 언뜻 혼혈처럼 보였고, 눈매에는 위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경울시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얼굴이었지만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서장엽이었다. 서장엽이 데리고 온 여자는 흰 드레스를 입고 여린 인상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고홍근이 막 되찾았다고 소개한 손녀와 이목구비가 묘하게 닮아 있었다.고홍근도 그쪽을 보자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서장엽, 내가 너한테 초대장을 보낸 기억은 없는데?”“참 서운하게 말씀하시네요. 예전엔 저를 조카라고 불러 주셨잖아요. 외손녀를 찾으셨다기에 옛날 생각도 나서 한번 와 봤어요.”서장엽은 뻔뻔한 얼굴로 거리낌 없이 웃었다.“흥. 우리 집안은 너 같은 귀한 손님까지 모실 형편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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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심정재, 하... 너도 왔네. 제법이야.”서장엽은 눈을 가늘게 뜨고 정재를 바라보며 느긋하게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 없었지만, 서장엽이 거리낌 없이 정재의 이름을 부른다는 사실에 놀랐다.당장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어 보이자, 고홍근은 손님들에게 다시 연회를 즐기라고 말했다. 정재는 진석을 불러서 서장엽의 움직임을 한시도 놓치지 말라고 조용히 지시했다.하늘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정재에게 매달릴 수도 없어서 그대로 서 있었다. 곧 친한 여자들이 모여들면서 부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 언니, 심 회장님이 언니 지켜 주려고 온 거 맞죠? 곧 좋은 소식이 있는 거 아니에요?” 하늘은 수줍은 척 고개를 숙였지만 눈에는 우쭐한 기색이 감추지 못했다.조금 전 서장엽에게서 각자 기회를 보자는 말을 들은 규나는 혼자 움직이고 있었다. 미리 연회장 직원 한 명을 돈으로 매수해 놓고서 때를 기다리는 중이었다.그런데 고홍근이 되찾았다는 외손녀가 주예라는 걸 알게 되자, 질투가 이성을 집어삼켰다. 규나는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잔뜩 힘이 들어갔다. 주예의 얼굴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어딘가 자신과 닮은 구석이 있는 얼굴이었다. ‘왜 좋은 건... 전부 임주예 차지야?’‘한진후도, 고씨 집안도, 저 비싼 맞춤 드레스까지!!’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규나의 머릿속으로 여러 장면이 스쳤다. 강씨 집안에서 지내던 동안 규나는 원하는 건 뭐든 다 손에 넣고 살았다. 귀하게 떠받들어지던 딸이었기에,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없었다. 늘 다른 사람들이 규나를 부러워했다. 살면서 이 정도로 누군가를 질투한 건 딱 두 번이었다. 한 번은 지금, 또 한 번은 20년 전 교통사고 현장이었다.그때 강씨 집안의 어린 여자아이 얼굴과 눈앞의 주예 얼굴이 겹쳐 보였다. 규나의 눈동자가 확 굳어졌다. 주예의 허리 부근에 나비 모양의 모반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20년 전 비가 내리던 밤, 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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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그렇다. 규나는 이제 강빈까지 미워하게 됐다.규나는 주예의 팔을 놓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 이내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주예를 보며 말했다. “가족을 찾은 건 아직 축하도 못 했네. 축하해.”‘뭐야, 진짜.’주예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고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 규나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몰라도 지금 모습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자신이 고씨 집안의 손녀가 아니라고 의심한다 해도 두려울 이유가 없었다.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은 고홍근도 이미 알고 있었다.그때 진후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규나가 주예에게 달려든 걸 보자 억눌러 두었던 분노가 터졌다. 멀리서 전 여자친구에게 붙잡혀 있던 강빈이 진후에게 눈짓으로 규나부터 잡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또 놓치면 곤란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큰 소란을 만들 수는 없었다. 진후는 규나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아, 아파!”규나는 가련한 표정으로 신음했지만, 진후는 더 이상 그런 모습에 흔들리지 않았다. 주예에게서 떼어 내듯 규나를 확 잡아당겼다. 규나가 비틀거리며 넘어질 뻔해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진후는 주예를 돌아봤다. 거칠던 눈빛이 금세 누그러졌다. “괜찮아?”말을 마치자 머리 위로 다시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동시에 아랫배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열기가 치솟았다.‘둘이 지금 뭐 하는 거야?’ 주예는 차갑게 바라봤다. 역시 둘은 천생연분이었다. 나란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문득 진후가 규나는 자신이 오랫동안 찾던 그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지금 모습을 보면 둘 사이는 이미 금이 간 모양이었다.‘꼴좋네.’규나가 진후의 손에서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리자 진후는 놓칠까 봐 주예에게 설명했다. “나중에 다시 올게. 일단 규나부터 데리고 나가서 강빈 형님의 사람들에게 넘길 거야. 여기 있어.” 주예가 오해할까 봐 자신의 행선지를 설명하다니, 진후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주예는 애초에 진후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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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정재는 자연스럽게 한 걸음 더 다가와서, 주예를 차가운 대리석 세면대와 자신의 몸 사이에 가두듯 세웠다.“주예야.”낮게 부르는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다.정재는 눈앞의 주예를 한참 바라보다, 얼굴을 목덜미 가까이에 묻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며칠 동안 쌓였던 피로가 그제야 가라앉는 듯했다. 오늘 밤의 주예는 눈을 떼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다.“나 오늘 밤 P국으로 가. 한 달 정도 있어야 해.” 정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떠나기 전에 눈앞의 주예를 충분히 보고 싶었다.주예도 정재를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연회장에서 정재의 정략결혼 이야기를 들었던 게 떠오르자 가슴이 답답해졌다. 막 정재를 밀어내려던 때, 가까이 붙은 정재에게서 특유의 서늘한 향과 함께 아주 희미한 피 냄새가 느껴졌다.주예의 표정이 굳었다. “당신 다쳤어?”정재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주예가 알아차린 게 놀라웠지만 대충 넘기려고 했다. “안 다쳤어. 네가 괜히 예민한 거야. 왜, 내가 걱정돼?” 정재는 장난스럽게 말을 돌려 주예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하지만 주예는 그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 정재를 똑바로 바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어디 다쳤는데? 나한테 보여줘.”마음이 약해진 정재가 막 사실대로 말하려고 하는데, 복도 모퉁이에 드리운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몰래 엿듣는 사람이 있었다.정재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주예가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짧게 눈짓을 보낸 뒤 일부러 선을 그었다. “임주예, 내가 다쳤든 말든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오늘은 선을 넘었어. 다음부턴 이러지 마.”주예는 정재의 눈짓을 이해했다. 일부러 연기한다는 걸 알면서도 정략결혼 이야기가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면서 아팠다. 만약 이게 연기가 아니라 진심이었다면 많이 아팠겠지만, 그렇다고 매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들자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그래도 주예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넘겼다. “걱정 마. 난 오늘 연회 주최자니까 손님 상태를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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