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의 평가는 객관적이고 냉정했다. 계단 아래에는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아리따운 귀족가 영애들이 널려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세레인은 솔직히 빼어난 용모도 아니었다. 제 사촌 동생인 황제가 도대체 저 시녀의 어디에 매료되어 이 자리까지 대동했는지, 대공의 머리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공의 선물은 따로 준비되어 있으니 앉지.” 카르안이 가볍게 응수하며 세레인의 어깨를 감쌌다. 세레인은 겉으로는 옅은 미소를 유지하려 애썼지만 속으로는 비명을 질렀다. 제발, 제발 보지 마세요……. 안 그래도 가시방석이니까. 나라고 좋아서 따라온 게 아니란 말이야. 그 숨 막히는 응시를 깨뜨린 건 내무대신, 시릴 베르탄 공작의 능청스러운 목소리였다. “대공 전하, 오늘처럼 기쁜 날에 무서운 얼굴을 하고 계시면 연회장 분위기가 다 얼지 않겠습니까? 폐하께서 특별히 아끼시는 시녀이니, 전하께서도 귀엽게 봐주십시오.” “베르탄 공작이 그리 말하니 내가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만.” 잠시후, 아쉔은 중앙 계단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그가 연회장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보자, 소란스럽던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대공은 옅은 미소를 띠며 황금빛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오늘 밤은 제 생일이기도 하지만, 발테리움 제국의 영광을 함께 기념하는 밤이기도 합니다." 대공은 옅게 웃으며 잔을 들었다. "부디 모두, 이 밤을 마음껏 즐겨주시길." 대공의 묵직한 목소리가 연회장 전체에 울려 퍼지자, 귀족들이 일제히 잔을 부딪치며 환호했다. 악단의 장엄한 연주가 다시 시작되었고, 화려한 마법 조명들이 연회장을 오색빛으로 물들였다. 카르안은 유유히 황좌에 걸터앉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세레인은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자신이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혹은 앉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런 거창한 자리는 몰락하기 전 백작가 영애 시절에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대단한 자리였다. 어떻게든 눈에 띄지 않으려 슬쩍 카르안과 가장 멀리 떨어진 의자 앞으로 다가가 앉으려던 찰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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