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아가씨, 테아입니다.”세레인은 벌떡 일어나 자세를 고쳤다.“들어와요.”문을 연 테아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으로 들어왔다.“오늘은 정해진 업무가 없다고 전달 받았습니다. 동궁 시녀부 소속에서 변경되었고 모레부터 새 배속지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식사는 내일부터 다른 시녀들과 함께 드실 수 있으실 거에요.”“네?”“……진짜요?”“방은 그대로 계셔도 되고 근무지와 가까운 곳으로 옮기셔도 됩니다. 내일까지 생각해보시고 전달주세요.”세레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식사도 따로, 방도 따로. 그동안 고립되다시피 다른 시녀나 하녀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나갈 때 들어올 때 몇 명과 시선이 오갔을 뿐. 황제의 곁에서 시중드는 유일한 시녀라는 건 여기저기서 시선을 받지만, 실상은 가장 외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게 진짜 해방인 건가.무슨 바람이 든거지 싶기도 하고.세레인은 여실하게 다 드러난 제 표정이 어떤 모습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테아가 세레인의 안색을 살피려는듯 가까이 다가왔다.“아가씨, 괜찮으신가요?”“네. 엄청.”엄청 괜찮고 말고.테아가 나가자, 세레인은 침대 옆 책상으로 걸어가 서랍을 열었다.안쪽에서 노트를 조심스레 꺼냈다. 하늘색 커버에 누가 볼세라 흐릿하게 연필로 흘려쓴 ‘S.A’.“오늘은 무슨 글을 써볼까…”그녀는 표지를 손가락으로 팅겨내듯이 톡톡 치며 중얼거렸다. 황궁에 도착한 이래로 가장 표정이 밝아진 그녀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하며 펜을 손에 쥐었다.“아니지, 오늘은 칭찬을 좀 써줄까.”- 시녀복이 잘 어울린다는 말은 그냥 칼에 찔리는 게 낫다. 진심으로 - 이젠 미쳤다는 말로도 부족하다.앞장을 가볍게 훑어보던 세레인은 입꼬리를 슥 끌어올렸다. 장난기 섞인 말투였지만 눈빛은 진지했다.그의 본모습을 조금은 들여다본 듯한 지난 며칠. 세레인은 펜을 들어 글을 적기 시작했다.‘그래, 그렇게 해.’그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더는 불시에 불려갈 필
Last Updated : 2026-04-1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