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테리움 제국의 국경선. 아침부터 공기는 날이 서 있었다. 바닥의 흙은 수분기 없이 딱딱하고 거칠었으며, 틈새마다 드물게 핀 잡초조차 생기를 잃은 노란빛이었다.“전방, 의심 인원 확인.”정찰병 하나가 눈썹을 찌푸리며 보고했다.협곡 아래, 푸른 천으로 띠를 맨 병사 열댓과 투박한 물자 마차 하나가 보였다. 언뜻 보면 평범한 보급대 같았으나, 어느 소속인지 뜻하는 문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우리 쪽 국경선에서 200보 넘어있습니다. 사전 통보된 내용도 없습니다.” "......이건 그냥 못 넘기지.”칼릭스 슈텔 부단장이 오른손에 가죽 장갑을 꽉 조여 끼며 말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보랏빛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그의 눈빛은 평소 전투광이라 불리는 평소 모습과 달리, 꽤나 침착했다.“다비안, 히아트. 네놈들 나와.”“아, 또 둘이 같이입니까?”히아트 슈텔이 곁에서 헛웃음을 쳤다.“이러다 정들겠네, 정말.”다비안 리베르츠는 가볍게 대꾸하며 조용히 몸을 풀었다. 그의 얼굴에는 신참답지 않은 차분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그들이 협곡 쪽으로 접근했을 때, 정체 모를 병사들 수십 명이 갑자기 장창을 세우며 앞을 막아섰다.“후퇴하십시오. 이 구역은 우리 리하우 측 군수 통로로 예정된 곳입니다.”히아트가 눈살을 찌푸렸다. 최근 리하우 같은 변방국이 공동 번영을 운운하며 무역로를 개방하라는 요구안을 끈질기게 밀어 넣는다는 보고가 떠올랐다. 말로는 같이 이득을 보자며 해놓고, 정작 뒤로는 정찰대를 보내 제국의 국경을 툭툭 건드리는 꼴이라니.그 이중적인 태도가 가증스러웠다. 제국의 자비가 우스워 보인 모양이지.“웃기지 마. 너희가 평화를 먼저 깬 거야.”팽팽한 긴장 속에 누군가의 손에서 활시위가 당겨졌고, 화살 하나가 다비안의 발치에 날카롭게 박혔다.슈슉.그게 시작이었다.“후방! 뒤로 벌려라, 돌파 간다!”칼릭스가 외쳤고, 다비안은 그와 동시에 땅을 박차며 앞으로 달렸다.칼과 칼이 부딪히며 거센 마찰음이 퍼졌다. 한 병사가 다비안을 향해 창날
Last Updated : 2026-04-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