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틈을 비집고 들어온 이른 아침의 햇살은 푸르스름한 빛을 머금고 천개(天蓋)를 비추고 있었다.눈을 뜬 세레인은 멍하니 천장의 문장을 응시했다. 침내 안의 공기는 밤새 엉겨 붙었던 온기를 버리지 못한 듯 눅진했다.어제의 기억은 책상 위에서 식어버린 붉은 밀랍처럼, 세레인의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혔다. 제국의 주인이라 칭송받는 사내가 제 이성을 어떻게 속절없이 허물어뜨렸는지.세레인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이내 하복부를 관통하는 묵직한 통증에 신음을 삼키며 다시 가라앉았다.버거웠다. 이 남자가 주는 모든 것이.“일어났어?”낮은 숨결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카르안은 상체를 비스듬히 세운 채, 세레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헝클어진 흑발 아래로 드러난 눈동자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그가 손을 뻗어 세레인의 눈가에 맺힌 흔적을 엄지로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평소의 폭군과는 다른, 제 눈치를 살피며 곤란한 듯 미소 짓는 모습에 세레인은 잠시 숨을 골랐다.“몸 불편해? 나도 부드럽게 하려고 했는데, 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서.”그의 사과 아닌 사과에 세레인의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다. 그녀는 이불을 턱 끝까지 끌어 올리며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배가 아파요. 아랫배가 묵직하고…… 좀 힘듭니다.”카르안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걱정인지, 아니면 다른 욕구의 발로인지 모를 감정. 열기를 머금은 손바닥이 이불 안으로 들어와 세레인의 아랫배 위에 가만히 얹혔다.제 손길에 의지해 가늘게 숨을 내뱉는 세레인의 홍조 띤 얼굴을 조금 더 보고 싶다는 뒤틀린 심보 때문인지, 카르안은 일부러 느릿하게 그곳을 문질렀다.“많이 아픈가?”“폐하가 워낙, 지나치게…… 크셔서 그렇잖아요.”세레인은 억울함에 입술을 살짝 깨물며 덧붙였다.“정말 버겁습니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에요.”순간, 카르안의 안광이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평소의 그라면 제 체구에 비해 버겁다는 뜻으로 가볍게 넘겼을 말이었으나, 세레인이 말한 지나치게라는 단어
Last Updated : 2026-04-2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