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10시 30분.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E 호텔을 방문한 효진은, 로비 한 편에 자리한 은밀한 카페 창가에 엘에프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머,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나 마중 나온 거예요? 당신, 변한 건가?”“설마. 사람은 그리 쉽게 안 변해.”블랙 글렌 체크 겨울 슈트를 흐트러짐 없이 차려입은 엘에프가 천천히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도 그는 지독하리만큼 매혹적이었고, 그래서 우아한 독약처럼 위험해 보였다.엘에프가 가볍게 손짓하자, 웨이터가 샴페인을 비롯한 고급 디저트를 일사불란하게 내왔다.“어머,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 주다니. 당신, 여자 마음 다루는 법을 너무 잘 아네요.”“다른 여자들에겐 관심 없어.”그가 잔인할 정도로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잔을 매만졌다. 효진 역시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그의 속내를 탐색하듯 눈을 깜빡였다. “그럼, 나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뜻인가요?”“난 신사가 아니야, 미스 효진.”“세상에. 더는 묻지 않는 게 신상에 좋겠군요.”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사내였다. 하지만 딱 하나, 그 오만한 남자가 완벽히 감추지 못하는 기류가 있었다.“내가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당신, 혹시 그 알바생을 좋아하나요?”“글쎄.”과연 본인의 감정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걸까. 효진은 날카로운 직감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핵심을 찔렀다.“당신 그럼 대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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