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Bab 131 - Bab 140

182 Bab

#130. 들끓는 마음, 집착(執着)

엘에프가 넘버들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선사한 일종의 연회가 시작되었다.그 화려한 음식의 향연은 현신에게 혀를 내두를 만큼 대단했고, 좋아하는 디저트가 다양해 뭐부터 먹어야 하나 황홀하기까지 했다.이리 좋은 것을 먹으니 당연히 계영이 생각났다. 현신은 잠깐 구석에서 핸드폰을 열었다.[회의 끝나면 연락해.]계영의 연락이 또 와 있었다. 이건 정말 온몸에 피가 들끓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현신의 요즘 삶의 낙이라면 바로 계영과의 메시지 주고받기다.웃음꽃이 피는 것을 겨우 참으며 손가락을 움직였다.[계영 님. 저는 회의 잘 끝냈어요. 계영 님도 바쁘시겠지요? 식사 잘 챙겨 드세요.]잠시 뒤 금방 답장이 왔다.[그래. 너도 위험한 일 하지 말고, 바빠도 꼭 잘 먹어.]현신은 그냥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바로 옆에서 계영이 말을 해주는 것처럼 그리 다정할 수가 없어 마음이 수런거렸다.[네.]현신은 이 글자들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 몇 줄 글만 읽어도 기뻐서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았다.“넘버 30번 님!”그때 팔에 깁스를 한 왕첸이 현신을 보자마자 달려왔다.“왕첸, 잘 챙겨 먹고 약도 잊지 마세요.”“네! 제 생명의 은인이신 에스 님! 지하 넘버 10명은 모두 에스 님께 목숨을 바칠 겁니다.”“그건 사양이에요. 나 말고 엘에프 선배와 조직에 충성을 다해 주세요.”“넵!”와인 잔, 샴페인 잔, 맥주잔 등 넘버들이 애주가 현신 주변으로 술잔들을 들고 슬금슬금 모이기 시작했다.“한잔하시죠! 형님!”“제 잔도 받아주세요!&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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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경계선(境界線) 위에 선 남자들

엘에프는 품에 안긴 현신을 내려다보며 걸어가는 내내 머리가 지끈거렸다.이토록 무방비하게 경계를 풀어버리다니. 만약 자신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연회장에 가득한 그 거구의 넘버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소조차 나오지 않았다.현신은 머리가 어지러운지 가느다란 두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술기운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실루엣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와······. 엘에프 선배, 변했어요? 나 지금······ 안아 준 건가? 와, 높다.”“나의 에스가 아주 창의적인 방식으로 내 속을 뒤집는군. 지루할 틈을 안 주어.”“아, 졸려······. 계영 님에게 답장해야 하는데.”현신이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헤실헤실 웃으며 중얼거리자, 엘에프의 수려한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빛나던 그의 보랏빛 눈동자가 이내 짙은 안개 속으로 가라앉듯 흐려졌다. 그때, 멀리서 독한 술을 즐기던 헤르만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엘에프에게 다가왔다. 현신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시선이었다.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뽀얗고 둥근 이마와, 붉게 물든 뺨 위로 길게 음영을 드리운 속눈썹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에스는 술 마시고 완전히 뻗은 건가?”“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군.”헤르만은 상념에 잠긴 듯한 엘에프의 눈치를 살피다, 이내 서늘한 비즈니스 톤으로 화제를 전환했다.“엘에프. 조금 전 코드명 ‘휼&r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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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하룻밤을 건 승부(勝負)

엘에프는 품 안에서 잠든 채 무어라 웅얼거리는 현신을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나의 에스는 꿈속에서조차 평화롭지 못한 모양이군. 대체 이런 너를 어떤 체스 말로 써야 하나.”객실로 돌아온 엘에프는 일단 소파 위로 현신을 조심스레 눕혔다. 그러고는 자리에 앉아 조금 전 무휼이 정황을 흘려보낸 극비 정보부터 찬찬히 확인해 나갔다. 자료를 훑어내리는 그의 수려한 눈매가 가늘어졌다.‘한비단 놈들도 하는 짓거리는 빅토리아와 매한가지군.’결코 유쾌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입안이 씁쓸해진 엘에프가 와인병과 잔을 챙겨 소파로 돌아왔을 때, 현신이 마른 신음과 함께 몸을 꿈틀거리며 의식을 부지하려 애쓰고 있었다.“어······ 왜 제가 여기에······.”“글쎄. 네가 왜 내 침실 소파에 누워 있을까.”“저······ 체스 둬야 하나요?”“나는 시체와 게임을 즐기는 취향은 없는데.”“······다행이네요.”여전히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지 그녀는 멍한 상태였다. 현신은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느리게 깜빡이며, 제 앞에 앉은 엘에프를 그저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런 그녀의 대책 없는 모습을 황당하게 바라보던 엘에프가 와인잔을 부딪치며 나직하게 속삭였다.“에스. 나는 술주정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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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본능, 흑(黑)과 백(白) 사이에서

홍콩의 밤바다가 화려하게 부서지듯, 현신을 응시하는 엘에프의 보랏빛 눈동자에도 위험한 불꽃이 켜졌다.체스판 위로 흐르는 침묵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현신은 평소와 달리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빠르고 공격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엘에프의 공세에 턱 끝까지 당황함이 차올랐다.“왜 그래, 에스. 실력이 몇 분 사이에 녹슬어버린 건가?”“······선배가 너무 틈을 안 주시네요.”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킨 데다가, 제 수를 완벽하게 읽고 목을 조여오는 엘에프의 아우라에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나와 밤을 지새우고 싶다면 계속 그렇게 어설프게 둬도 돼.”엘에프는 심장을 덜컥이게 만드는 흉흉한 양자택일을, 기분이 아주 좋은 아이처럼 즐겁게 뱉어내고 있었다.“최선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에요.”집중하려 애쓸수록, 체스 말을 쥔 손끝에 긴장 어린 땀방울이 맺혔다. 가라앉은 침묵을 깨고 엘에프가 툭, 질문을 던졌다.“그 남자가 왜 좋은 거지?”“존경하는······ 분이니까요.”술에 취했음에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체스판에 영혼을 빼앗긴 현신을 보며, 엘에프의 시선이 한층 더 깊어졌다.“너, 그 남자를 사랑하나?”사랑. 예상치 못한 단어가 날아와 박히는 순간, 현신의 머릿속이 일순간 하얗게 탈색되는 기분이었다.“네? 사랑이요? 전 존경하는데요.”현신이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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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빌런과 잠자리는 싫어-결심(決心)

분명 꿈속을 헤매고 있었는데, 현신은 눈을 뜨자마자 일단 상황부터 파악했다.악마와 같은 침대에 누워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으나, 지독하게 밀려든 취기 탓인지 모든 감각이 아스라이 먼 환상처럼 여겨졌다. “아이고, 머리야······.”현신이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숙취로 깨어난 아침, 익숙한 두통과 함께 사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몸을 감싸는 이례적인 포근함, 기묘할 정도로 드넓은 침실, 그리고 몸을 돌리자 느껴지는······ 온기가 머물러 있는 옆자리까지!헉.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어제 대국에서 패배한 뒤, 쏟아지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엘에프의 품에 안겨 침대에 눕혀졌던 기억이 선명해졌다. 그런데 그 이후의 기억이 통째로 증발해 버리다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혼란에 휩싸인 현신의 시선이 엘에프의 온기가 남아 있는 옆자리 베개 위로 향했다. 그곳에는 정갈하게 접힌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이 오만한 남자는 어쩜 한글조차 이리도 수려하게 잘 쓰는지. 유려하게 뻗은 필체 속에 담긴 메시지가 현신의 눈동자에 박혀들었다.*******************[ 나의 에스.독창적인 방식으로 나를 즐겁게 해준 사랑스러운 너에게 포상을 내리지.오늘 자정까지, 완벽한 자유 시간을 허락한다.네가 그토록 존경해 마지않는, 결단력이 대단한 엘에프로부터. ]*******************“자유 시간? 포상이라고?”현신은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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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당신에게 몸과 마음을 던져요-고백(告白)

현신은 오늘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며 계영의 심중을 살피는 것에 온 총력을 기울였다.그런 절박한 속내를 알 리 없는 계영은 소유한 K 호텔 면세점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현신에게 가볍고 따뜻한 하늘색 캐시미어 코트를 손수 입혀 준 뒤, 곧장 옥상 헬기장으로 향했다. 마카오에 도착해서도 현신은 계영의 손에 이끌려 전용 리무진에 올랐다. 그의 세심한 안내 덕에 화려한 도심이 완벽하게 눈에 담겼다. 임무를 위해 피비린내 나는 곳만 헤맬 때는 몰랐는데, 빛의 세계에서 마주한 마카오는 휘황찬란하여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심지어 실내 공간임에도 드넓은 수로가 흐르고 인공 하늘이 펼쳐진 거대한 쇼핑몰로 들어서게 되었다.“와, 여기 꼭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네요.”“잘 아네. 맞아.”현신은 진짜 구름이 흘러가는 듯한 착각을 주는 천장을 넋을 잃고 올려다보았다. 에메랄드빛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곤돌라(gondola)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반짝였다.“우와, 저런 것도 똑같네요?”“같이 탈까?”“네! 계영 님!”눈이 시리도록 행복하지만 다가올 앞날이 두려웠기에, 현신은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죄책감을 애써 덮으려 했다.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만큼은 오직 웃음으로만 채우고 싶었다. 곤돌라에 올라 잔잔한 물길을 따라가며 현신은 이 금쪽같은 시간을 온몸으로 만끽했다.“베네치아 간 적 있어?”계영은 풍경 대신 오직 현신의 얼굴만을 응시하며 과거를 물었다. 이미 요원 신분도 밝혔고 더한 비밀까지 모두 말하겠다고 각오한 참이었기에, 현신은 솔직하게 이탈리아 시절을 풀어내었다.“바포레토(vaporetto: 수상버스)를 타고 무라노섬으로 들어가 밤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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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마음이 흘러 넘쳐-범람(汎濫)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수많은 관광객들의 정체 모를 소음과 다양한 언어의 파편들이 현신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현신의 우주에는 오로지 제 심장을 터질 듯 두드리는 계영의 거친 숨소리만이 실재할 뿐이었다.“계영 님, 저는······ 아직도 계영 님을 속이고 있어요.”“뭘 속였는지 말해.”이렇게 과분하게 행복하고 아름다운 날, 차라리 진실을 가슴에 묻은 채 이대로 떠났다가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으면 끝일 텐데.그러나 그동안 계영이 보여준 깊은 신뢰와 지극한 애정만큼은 결코 기만해서는 안 되었다. 설령 그가 자신에게 깊이 실망하여, 성인 여성이면서도 여태껏 어린아이처럼 굴어버린 현신을 경멸하고 뒤돌아설지라도 그 비참한 대가 역시 고스란히 받아들여야만 했다.“계영 님을 만나 행복해서 이 관계가 끊어질까 봐  진실을 밝히기가 너무나 두려웠어요. 그러나 오늘만큼은 최선을 다해 제 모든 것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현신의 나지막하고도 애틋한 고백에, 계영 역시 응답하듯 낮게 말을 이었다.“나도 그래. 네가 좋아. 누구한테 홀딱 속아 분노하며 부들부들 떨고, 추잡하게 제 뒤나 따라다니며 스토커 노릇도 해보고······.”처음에는 평소처럼 냉정하고 차분한 음성이었으나, 가슴속에 쌓아둔 폭탄을 쏟아내듯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계영의 어조는 점차 격앙되어 갔다.“······어린아이인지, 어른인지. 남자아이인지, 여자인지도 모른 채·&mid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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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탐닉(耽溺): 날 구원해줘, 제발

호텔 밖으로 들어서자, 깊어가는 가을밤의 청량한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렸다.마 실장이 은밀하게 대기시킨 세단에 오르는 순간까지도, 두 사람의 시선은 서로에게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계영은 현신에게 더 눈부신 세상을 보여주고, 더 영원한 기억을 새겨주겠다는 듯 소리 없이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이윽고 도착한 곳은 마카오의 화려한 정경을 가장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골든 릴(Golden Reel) 대관람차였다. 거대한 건축물의 그림자가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가운데, 두 사람이 탑승한 케이블이 서서히 대지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고도가 높아질수록 지상의 불빛들은 아득한 보석 파편처럼 작아졌고, 사방이 유리로 막힌 투명한 공간 속에서 오직 둘만의 은밀한 세계가 고요하게 열리고 있었다. 계영의 뜨거운 숨결이 현신의 뺨에 닿을 듯 가깝게 밀려들었을 때, 그가 낮게 입을 열었다.“세상의 모든 소음이 멈춘 것 같군.”“······계영 님.”그의 단단한 손가락이 현신의 턱끝을 부드럽게 감싸 쥐며, 그녀의 흔들리는 시선을 오롯이 제 눈동자 속에 고정시켰다.“현신. 너는 내게 참 앙큼하고, 괘씸하고, 서글프도록 애처로워서······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었어.”말을 뱉는 계영의 눈빛에는 깊은 다정함과 포근함이 서려 있었다. 작은 행동 하나, 눈빛 하나에서도 그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온전히 전해져 왔다.“높은 곳을 유독 좋아하던 너. 내 저택에 처음 왔을 때, 그 거대한 거실 창밖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네 빛나는 눈을 보았을 때 진작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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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침잠(沈潛): 깊게 빠져드는 밤

현신은 지금 계영의 거대한 몸속으로 제 모든 영혼이 속절없이 흘러 들어감을 느끼며, 태어나 처음으로 아득한 무아(無我)의 세계를 경험하는 중이었다.1분 1초, 흘러가는 시간이 이토록 아깝고 애틋할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현신에게는 생경하고 낯설었지만, 동시에 심장이 저릴 만큼 소중한 경험이었다.계영이 수트를 정갈하게 차려입었을 때도 그의 체격이 미끈하고 당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오라기 하나 없이 마주한 그의 육체는 현신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건장했다. 강철처럼 단단하게 잡힌 근육의 뼈대는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요원 고유의 야성미를 풍기고 있었다.말끔하고 조각처럼 수려한 얼굴과 달리, 그의 다부진 가슴팍과 어깨죽지에는 과거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을 증명하듯 거친 흉터들이 야생의 훈장처럼 새겨져 있어 묘한 시각적 충격을 자아냈다.현신은 강압적으로 자신의 입술을 빼앗으며 육체를 탐하려 했던 엘에프의 잔혹한 입맞춤의 기억을 떠올렸다. 지금 제 위를 거대하게 덮어오는 가계영이라는 남자의 움직임은 그에 비해 지독하리만큼 다정하고 숭고했다.‘계영 님이······ 내 인생의 처음이라, 정말 다행이야.’현신은 밀려드는 야릇하고 뜨거운 열감에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그리고 저를 온전히 집어삼키려는 계영의 거칠고도 은밀한 애무를, 온 영혼을 열어 받아들였다. *** 현신의 가슴팍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집요하게 입을 맞추던 계영의 커다란 손길이, 이윽고 그녀의 가장 은밀하고 유약한 곳을 향해 천천히 내려앉았다.“윽, 잠시만요······ 거긴······.” “나 역시 능숙하지 못할 수도 있어.”나직하게 속삭이는 계영의 다정한 말에 가슴이 몽글하게 부풀어 올랐다. 계영이 피임 준비를 끝내고 다시금 밀착해오자, 현신의 굳어 있던 몸이 마법처럼 유연하게 풀어지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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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빌런과도 지켜야 하는 것-약속(約束)

그날 밤 10시 30분.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E 호텔을 방문한 효진은, 로비 한 편에 자리한 은밀한 카페 창가에 엘에프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어머,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요. 나 마중 나온 거예요? 당신, 변한 건가?”“설마. 사람은 그리 쉽게 안 변해.”블랙 글렌 체크 겨울 슈트를 흐트러짐 없이 차려입은 엘에프가 천천히 커피잔을 들어 올렸다. 오늘도 그는 지독하리만큼 매혹적이었고, 그래서 우아한 독약처럼 위험해 보였다.엘에프가 가볍게 손짓하자, 웨이터가 샴페인을 비롯한 고급 디저트를 일사불란하게 내왔다.“어머,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 주다니. 당신, 여자 마음 다루는 법을 너무 잘 아네요.”“다른 여자들에겐 관심 없어.”그가 잔인할 정도로 근사한 미소를 지으며 잔을 매만졌다. 효진 역시 생글생글 웃는 낯으로 그의 속내를 탐색하듯 눈을 깜빡였다. “그럼, 나에게만 관심이 있다는 뜻인가요?”“난 신사가 아니야, 미스 효진.”“세상에. 더는 묻지 않는 게 신상에 좋겠군요.”역시 속을 알 수 없는 사내였다. 하지만 딱 하나, 그 오만한 남자가 완벽히 감추지 못하는 기류가 있었다.“내가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당신, 혹시 그 알바생을 좋아하나요?”“글쎄.”과연 본인의 감정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애써 외면하는 걸까. 효진은 날카로운 직감과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기어이 핵심을 찔렀다.“당신 그럼 대체 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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