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Chapter 111 - Chapter 118

118 Chapters

#110. 악녀(惡女)의 도발

엘에프는 도대체 자신에게 이 은밀한 질문을 왜 던지는 걸까. 현신은 밀려오는 당혹감에 간신히 입술을 달싹였다.“······그냥, 제 몸을 만지셔서 무서웠습니다.”“남자에게 애무받은 경험이 전무한가?”“노, 노코멘트하겠습니다.”아무리 숨소리에 묻어날 만큼 작은 목소리라 해도, 이 공간에는 엄연히 효진이 잠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랑곳하지 않고 그런 대범한 단어를 짓씹어 뱉는 엘에프의 뻔뻔함에 현신의 얼굴이 화끈거렸다.“없군.”단번에 진실을 꿰뚫어 본 그의 음성이 낮게 가라앉았다. 현신은 어떻게든 발걸음을 뒤로 물리려 했지만, 엘에프는 오히려 집요하게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내 방을 뛰쳐나가서 그 사내와 무얼 했지?”지금의 그는 철저하게 호색한의 가면을 쓴 채, 악마처럼 잔인하게 굴고 있었다. 이미 모든 동선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굳이 입으로 확인받으려는 잔인함이 엿보였다. 차라리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이 이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 결심했다.“우연히 가계영 님과 마주쳤습니다.”“우연히?”“그저 거리에서 부딪쳤는데······ 알고 보니 계영 님이었습니다.”거짓말이나 어설픈 둘러대기는 이 사내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했기에, 현신은 최대한 동요를 숨기며 조곤조곤 대답을 이어갔다.“그래서, 그 우연의 끝에 무얼 했지?”“비가 내려서 잠시 근처 카페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주스를 마시고, 컵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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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위기(危機), 그래서 위험한 지금

무휼은 엘에프와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비상구 계단에 서서 하늘만 볼 뿐 집으로 들어가지 못했다.한국이든 홍콩이든 상황이 점점 위험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 중심에는 가계영과 엘에프가 있고, 그 위험천만한 고래 싸움 사이에 현신이 끼어 있었다.‘현신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을 거야.’이를 악물며 생각하던 그 순간, 비상구 계단이 열리더니 시온이 얼굴을 내밀며 무휼을 찾았다.“어휴, 겨우 찾았다. 무휼아, 거기서 뭐 해?”“머리 좀 식히려고.”시온은 무휼에게 다가와 어깨를 다정하게 끌어안으며 일부러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경찰청 일이라 내가 걱정할까 봐 여기서 통화했구나?”“뭐가 그리 눈치가 빨라?”무휼은 굳이 시온까지 마음을 졸이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현신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둘은 비상구를 나와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대화가 없었다.시온은 무휼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아꼈고, 조심스레 휴대전화를 보면서 그래도 혹시 몰라 주효진의 휴대전화 번호를 저장해 놓았다.“시온, 우리 맥주나 한잔 할까?”“어머, 너무 좋지.”시온은 환하게 웃으며 주방으로 향했다.무휼도 미소를 지으며 텔레비전 전원을 눌렀다. 보이는 화면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헤어졌을 때 봤던 현신의 마지막 뒷모습만 계속 떠오를 뿐이었다.***침사추이의 아침 햇살이 스위트룸의 통유리창을 통해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 눈부신 아침 경관과는 별개로, 주효진은 밀려오는 숙취에 미간을 찌푸리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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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새장 문을 열고 싶은 유혹(誘惑)

홍콩의 가을은 10월의 끝자락에서 더욱 짙어져, 거리마다 낙엽이 흩날리기 시작했다.효진 사건 이후, 현신의 시야에서 엘에프와 헤르만은 그림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엘에프의 사업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로 급팽창하며 그의 존재감은 해외로 흩어졌고, 현신은 그 빈자리 속에서 오히려 숨 쉴 틈을 얻었다.하지만 운명의 톱니바퀴는 오늘, 그녀를 시험하듯 멈춰 섰다. 오늘만큼은 스스로 요청하지 않은 넘버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엘에프가 예고 없이 등장했기에 긴장감이 폭주했다.게다가 평소 그의 곁을 맴돌던 헤르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VIP석에 홀로 선 엘에프의 시선은 링 위를 지배하듯 현신에게로 내려꽂혔다.가을 공기가 서늘하게 뺨을 스쳤지만, 현신의 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들었다. 넘버전이 길어질수록 호흡은 거칠어졌고, 시간도 날카롭게 삼켜졌다.현신의 집요한 압박에도 상대는 마치 고목나무처럼 꿈쩍하지 않으며 버텨냈다. 서른 언저리의 남자는 날카로운 한 방은 없었지만, 몸에 밴 경험의 무게가 움직임마다 묻어났다. 현신은 밀고 당기는 지구전을 펼치다, 아슬아슬하게 30분을 다 채운 다음에야 상대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휴, 이 짧은 시간 동안······ 지하 넘버를 접수하다니. 후, 그 많은 경기를 운 좋게 이긴 게······ 아니군요.”상대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져 고개만 겨우 들고 있었고, 현신은 능숙하게 광둥어로 대꾸했다. “과찬입니다. 마지막 공격 들어갑니다, 형님.”순간 상대의 얼굴에 절망적인 표정이 스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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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그 악마(惡魔)가 나에게만 다정한 이유

현신은 순간 움찔했다.잠깐이라도 이 호텔을 나가 선물을 사서 계영의 켄즈 빌딩에 보내 줄까. 계영을 위해 위험한 일탈을 감행해 볼까.‘아니야, 지금까지 잘 버텨왔잖아.’엘에프에게 간신히 쌓은 신뢰를 지금 저버릴 수는 없었다. “당분간 명령 없이는 안 나가려고요. 그때 감사했습니다.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게다가 한국에는 할멈과 친구들도 남아 있었다. 현신은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며, 왕첸에게 담담히 인사를 건넸다.“그게 뭐라고요. 어차피 넘버 제로 보스께서 형님 마음대로 하게 놔두라고 미리 명령하셨던데요.”“······아, 그래요? 그건 몰랐네요.”“왜 그러십니까, 형님?”엘에프도 때로는 제 마음을 헤아려 주는 걸까. 아니면 여자에게는 기본적인 매너를 지키는 사내라 그리 대해 준 걸까. 현신은 깊은 생각에 잠겨 대화 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 멍해졌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아, 아니······ 보스가 다정해지셨나 싶어서요.”“어휴, 설마요. 저번에 상위 넘버에게 들었는데, 홍콩 세력과 손을 잡기까지 그동안 엄청 무시무시하게 구셨대요. 완전 악마 그 자체였다고······.”사람도 변하긴 하는 걸까 했지만, 역시 아닌 듯했다어쨌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곳 조직에도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현신은 엘에프가 자신을 왜 외부 임무에 투입하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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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아수라(阿修羅), 터질 듯한 내 심장

“다들 이동해!”당황한 것도 잠시, 현신은 안내 방송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였다. 자신이 지하 넘버들을 지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전열을 가다듬지 않으면 중구난방으로 다치는 것은 동료들이었기에, 현신은 발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지상 넘버 99번부터 90번은 지하 200번에서 181번 넘버를 지휘하도록! 로비 사수!][지상 넘버 89번부터 80번은 지하 180번에서 161번 넘버를 지휘하도록! 지하 1층 주차장 입구 사수!][지상 넘버 20번부터 2번은 최상층으로 이동해서 보스를 엄호하라!]안내 방송은 매우 세분화된 구체적 지시로 지상 넘버들에게 호위할 번호와 위치를 지정해 주었다. 지휘 체계가 번호별로 세밀하게 짜여 있어, 호위 대상과 사수해야 할 위치가 명확했다.현신은 계단을 뛰어내려 가며 로비로 향했다. 그녀의 뒤로 지하 조직원들이 바짝 따라붙었다. 이제 겨우 CCTV가 없는 비밀 통로를 눈에 익힌 참이었다.마침내 로비에 당도하자, 시커먼 무리가 떼거지로 엉켜 있었고 희뿌연 연기가 시야를 완벽히 가로막고 있었다.“아수라장이잖아?”펑! 펑!연막탄 터지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비명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현신은 숨을 들이켜며 외쳤다.“지금부터 각자 지정 구역을 사수합니다!”“넵!”“일반인들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그다음은 호텔 직원을 엄호합니다!”“넵!”현신은 지하 넘버들을 호명하며 신속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매캐한 연기 사이로 온갖 비명과 각목 부러지는 소리가 거칠게 얽혀 들었다.“각자 비상 마스크 착용하고 무기 챙깁니다! 비상구와 로비 라운지 상황 파악, 실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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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전쟁 같은 인생, 전리품(戰利品)은 그대

 현신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슬금슬금 하나둘, 지하 넘버도 아닌 자들이 자신을 엄호하기 시작하더니 적들의 수가 줄어드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왕첸! 상하이 조직은 원래 이렇게 빨리 철수하는 겁니까?”“몸 사리는 녀석들은 어디에나 있으니까요!”콜록, 콜록. 사방으로 가득 찬 유독가스에 눈과 코가 점점 따가워져 절로 기침이 터져 나왔다. 그런데 그 순간.“어! 보스다!”누군가의 외침에 현신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연기 사이로 엘에프의 실루엣이 스치듯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조직의 강력한 전력, 헤르만이 등장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헤르만의 지시에 따라 상위 넘버들이 순식간에 대형 연기 흡입기를 들고 로비 여기저기에 나타났다. 엘에프 조직의 화학전 특기를 익히 알고 있던 현신은 저 멀리 서 있는 엘에프를 보자마자 바로 그에게로 뛰어나갔다.“엘에프 선배! 위험한데 왜 로비로 내려왔습니까?”“에스, 뭐 해?”“여기 지켜야죠.”엘에프는 의외로 느긋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어딘가 놀란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그의 뒤를 바짝 따르던 헤르만 역시 현신을 발견하고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너! 도망 안 갔어?”“제가 지상 넘버 99번이라 임무 중이에요.”“······아! 착각했네. 네가 아직 100번인 줄 알고······.”헤르만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엘에프와 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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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지옥에서 축복(祝福)을 심장에 새기며

현신은 지난번 가계영과의 만남이 꿈결 같아서 흐리멍덩하게 떠올랐지만, 오늘은 전투 중에 만난 거라 감각이 날카롭게 서 있었기에 확실히 기억해낼 것 같았다.계영은 아무 말 없이 현신의 양 뺨을 거칠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뜨겁게 집어삼켰다.은은한 달콤함이 밀려드는 것과 동시에 가늘게 내쉬는 계영의 숨소리가 애틋하면서도 아프게 현신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한참이 지나 먼저 입맞춤을 멈춘 것은 현신이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가쁜 숨을 내뱉는 동시에 슬며시 몸을 뒤로 물렸다.“어휴, 입맞춤도 참 아찔하시네요.”“이런 곳에서 널 보니 반가워서. 그런데 너 눈가가 왜 또 젖어 있어?”“네? 이상하다, 오늘은 안 울었는데. 이건 슬퍼서 나온 눈물이 아니에요. 기뻐서······ 그런 걸 거예요.”현신은 손가락으로 제 눈가를 꾹 눌러보았다. 정말로 물기가 축축하게 묻어나와 당황스러웠다. 그때 계영은 주머니에서 고급스러운 작은 케이스 하나를 급하게 꺼내 들었다.“이거 가져.”케이스를 연 계영이 현신의 눈앞에 물건을 꺼내 보였다.“어쩌다 보니 주머니에 있었는데, 네 목에 걸어 주고 싶어. 절대 빼지 마. 알겠지?”“목걸이네요?”계영은 천천히 현신의 몸을 돌려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채워 주었다. 그리고 현신의 살결에 제 입술을 대며 다정하게 살살 맞추던 그가, 순간 무슨 심술이 났는지 꽉 하고 그녀의 목덜미를 깨물어 버렸다.“아이고! 깜짝이야!”“귀신인가 아닌가 확인한 거야. 너는 또 연기처럼 내 눈앞에서 곧 사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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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돌발(突發), 충격은 언제나 예고없이

계영은 현신이 알려준 대로 비상 통로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텁텁한 공기가 느껴지는 거리로 나온 뒤에야 그는 스마트폰을 들었다.“마 실장. 현신 잘 만나고 호텔 뒤편으로 나왔어.”-저도 바로 앞입니다.계영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새 사방에서 가드들이 소리 없이 몰려와 그의 뒤를 든든하게 엄호했다. 그리고 급하게 차에서 내린 마 실장은 계영의 표정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어떠셨습니까?”“현신이 지상 넘버가 되었다고 하더군. 그래서 지하 넘버들을 통솔했던 모양이야.”계영은 연신 마른 한숨을 쉬며 엘에프의 호텔을 원망스럽게 응시했다. 그때 마 실장은 무언가 아하, 하고 스치는 게 있는지 어두웠던 얼굴을 번뜩 밝히며 의외의 말을 건넸다.“대표님. 그나마 좋은 소식입니다!”이 지옥 같은 곳에서 대체 무슨 좋은 일이 있단 말인가.“뭔데?”“지하 넘버들은 지하 바운더리 안에서만 맴돌게 하지만, 지상 넘버들은 외부 활동이 제법 자유롭다고 들었습니다.”“그래?”그 순간, 짙게 가라앉아 있던 계영의 눈동자에 생생한 활기가 돌았다. 마 실장 역시 한층 더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조만간 현신 양이 호텔 밖으로 나올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설마. 현신이 디저트 사 먹으러 호텔 밖을 돌아 다니게 엘에프가 놔둘까?”“지상 넘버들 중엔 명품족도 많아 종종 쇼핑하러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마 실장은 지금 계영 자신을 위해 아무 말 대잔치를 하듯 말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설령 그것이 빈말이라 할지라도 계영은 장단을 맞추고 싶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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