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가을은 10월의 끝자락에서 더욱 짙어져, 거리마다 낙엽이 흩날리기 시작했다.효진 사건 이후, 현신의 시야에서 엘에프와 헤르만은 그림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엘에프의 사업이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로 급팽창하며 그의 존재감은 해외로 흩어졌고, 현신은 그 빈자리 속에서 오히려 숨 쉴 틈을 얻었다.하지만 운명의 톱니바퀴는 오늘, 그녀를 시험하듯 멈춰 섰다. 오늘만큼은 스스로 요청하지 않은 넘버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엘에프가 예고 없이 등장했기에 긴장감이 폭주했다.게다가 평소 그의 곁을 맴돌던 헤르만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VIP석에 홀로 선 엘에프의 시선은 링 위를 지배하듯 현신에게로 내려꽂혔다.가을 공기가 서늘하게 뺨을 스쳤지만, 현신의 셔츠는 땀으로 흥건히 젖어 들었다. 넘버전이 길어질수록 호흡은 거칠어졌고, 시간도 날카롭게 삼켜졌다.현신의 집요한 압박에도 상대는 마치 고목나무처럼 꿈쩍하지 않으며 버텨냈다. 서른 언저리의 남자는 날카로운 한 방은 없었지만, 몸에 밴 경험의 무게가 움직임마다 묻어났다. 현신은 밀고 당기는 지구전을 펼치다, 아슬아슬하게 30분을 다 채운 다음에야 상대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휴, 이 짧은 시간 동안······ 지하 넘버를 접수하다니. 후, 그 많은 경기를 운 좋게 이긴 게······ 아니군요.”상대는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져 고개만 겨우 들고 있었고, 현신은 능숙하게 광둥어로 대꾸했다. “과찬입니다. 마지막 공격 들어갑니다, 형님.”순간 상대의 얼굴에 절망적인 표정이 스쳤다.&
Last Updated : 2026-06-0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