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프의 짙어가는 속내도 모른 채, 현신은 눈앞의 케이크를 바라보며 그저 순수하게 행복해했다.그녀는 정성스레 케이크를 조각내어 엘에프에게 먼저 권하더니, 자신도 한 조각을 우아하게 포크로 떠서 입에 넣었다. “에스, 태어나서 즐거워?”엘에프의 돌발적인 질문에 현신의 포크가 허공에 멈췄다. 의외의 질문이라는 듯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녀가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의미 있게 살려고 노력 중이에요. 죽음이 두렵지는 않아요.”그 순간 엘에프의 눈동자가 이채를 띠었다. 잠시 기묘한 표정을 짓던 그가 이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죽음은 어차피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가장 공평한 룰이지.”엘에프는 피식 웃으며 샴페인을 들이켰다. 그리고 잔 너머로 현신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엘에프와 이토록 여유롭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게 되다니.오늘이 제 생일이라 그런 걸까. 평소와 달리 지나치게 다정한 그의 태도에 현신은 도리어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에스, 날 따라온 걸 후회하진 않아?” “후회 없어요.”엘에프가 느긋하게 다리를 반대쪽으로 꼬아 앉으며 허리를 폈다. 자세를 바꾼 그가 현신을 빤히 응시했다.“그런 반짝이는 눈으로 온통 다른 생각을 하면서 말해 봐야, 별로 감동 없는데. 에스.”과연 귀신 같은 남자였다. 제 속내를 다 꿰뚫어 보는 엘에프의 시선에 현신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헛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이 풀리자 뱃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나른한 진심이 기어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임무를 수행하다가 엘에프 선배와 함께 하데스를 만나 저승길에 오르더라도, 원망하진 않을게요.”설령 제 꿈을 다 이루지 못하더라도, 살아가는 과정만큼은 후회 없이 치열하게 살고 있었기에 현신은 활짝 웃어 보였다.“너는 그 입이 문제야. 내가 가려는 길목이 어디인지, 궁극적으로 뭘 하려는지도 전혀 모르면서.”엘에프와 현신은 동시에 샴페인 잔을 기울여 목을 축였다.순간, 남자의 눈빛이 묘하게 밝아지더니 보랏빛 안광이 옅게 흩어지며 번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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