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대한민국.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한규련의 회사 사장실에는 오랜만에 기묘한 침묵과 함께 팽팽한 온기가 감돌았다.대주주 총회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은 뒤 사장실로 자리를 옮긴 가계영, 한규련, 그리고 김강무가 한자리에 모여 조용히 차를 마시는 중이었다.어느덧 밤이 깊어 창밖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늦은 식사를 마친 직후였기에, 찻잔을 만지작거리는 세 사람의 손길에는 여유가 스쳤다.“이렇게 셋이서 조용히 모이니까, 왠지 옛날 생각이 좀 나네.”한규련이 먼저 부드럽게 운을 뗐다. 그 말에 가계영은 들고 있던 찻잔 속의 맑은 액체를 가만히 응시했다.지난여름, 그 지독했던 계절에 현신이 제 곁을 떠나버린 이후로 세상은 벌써 시린 겨울로 접어들어 있었다. 홍콩에 워낙 오랫동안 머물다 온 탓인지, 그에게는 대한민국의 시간만이 유독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만 같았다.여전히 말문을 닫고 있는 가계영의 깊은 눈동자에 언뜻 새하얀 한기가 스쳤다. 감회가 새롭다 못해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시려 오는 시간이었다.“그러게 말이야. 이맘때쯤 되니까 우리 마성의 알바생 생각도 좀 나고.”김강무 역시 찻잔을 입술에 대며 넌지시 한마디를 얹었다.가계영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경청할 뿐, 굳이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다시 여름이 돌아오면······.’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편안해진 상태의 현신을 제 품에 안고 마주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가계영은 속으로 차갑게 되뇌었다.그때, 한규련이 품에서 고급스러운 재질의 붉은 봉투 두 개를 꺼내 테이블 위로 미끄러뜨렸다.“자, 다들 알지?”JJ그룹 창립기념 파티 초대장이었다. 한규련은 초대장을 내밀면서도 내심 신경이 쓰이는지 가계영의 눈치를 살폈다.“그런데 계영이 너, 이런 공식 행사에 등장하는 거 좀 부담스러우려나?”한규련의 우려가 무색하게도 가계영의 길고 곧은 손가락이 미련 없이 붉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 거침없는 움직임에 옆에 있던 김강무가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며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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