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Chapter 51 - Chapter 60

118 Chapters

#51. [The Moon : 어둠 속에 숨어있는 무엇]

현신의 시선이 발밑의 풀더미 사이, 이질적인 금속 광택에 시선을 조심스레 던졌다.변형된 모양이지만 소형 미니 폭탄의 실루엣이 확실한데 이를 어쩌나. 심장이 서늘하게 가라앉았지만, 그녀는 숙달된 요원답게 무심한 척 핸드폰을 꺼내 각도를 조절했다. 찰나의 셔터음과 함께 죽음의 씨앗이 렌즈에 담겼다.누가 놔둔 것일까. 한규련이 제 영역에 쳐둔 함정일까, 아니면 그를 사냥하려는 외부의 침입일까. 무엇이든 이 위험한 물건이 누군가의 손에 들려 사무실로 흘러 들어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변고가 생길 터였다. 현신은 태연하게 사진을 무휼에게 전송하고는 다시 옥상을 거닐었다.이곳은 헬기 이착륙이 용이하고 도주로 확보가 쉬운 천혜의 요새인 동시에, 전문 하강 장비만 있다면 빌딩 아래로 은밀히 침투하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한여름의 옥상 바람이 현신의 목덜미를 스쳤지만, 그녀의 신경은 등 뒤에 머물러 있었다. 세 남자의 집요한 시선이 날카로운 화살처럼 그녀의 등에 꽂히고 있었다.“규련아, 저 알바생 말이야. 알고 보면 우리보다 아는 게 훨씬 더 많을지도 몰라.”“어른이 되면 우리 귀여운 알바생은 얼마나 인기남이 되어 있을까? 낮에는 뇌가 섹시하고, 밤에는 더 대단할지도 몰라.”김강무와 한규련의 대화가 고요한 옥상의 공기를 갈랐다. “너희 둘, 말 조심해라. 아직 어린애다.”계영은 매의 눈으로 규련과 강무를 번갈아 노려보며, 그들의 가벼운 입을 단속하듯 서늘한 눈을 흘겼다. 현신이 몸을 돌려 나가려 했으나,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그들이 그녀의 동선을 가로막으며 옥상 산책에 합류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을 놓친 대가로 현신은 다시 그들의 기묘한 텐션 속에 갇히고 말았다.“그래, 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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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ight of Swords : 촘촘하게 엮이고 있어]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가시고 어느덧 본격적인 출근 시각이 되었다. 현신은 밤새 단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풀더미 속에서 번뜩이던 은빛 폭탄의 잔상이 어른거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면 무휼과 보안팀이 사옥 곳곳을 훑으며 내뱉는 거친 숨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와 긴장감을 높였다.그녀는 마치 출격을 앞둔 병사처럼 숙소에서 장비를 점검하며 대기할 뿐이었다.한규련은 아직 회사에 도착하지 않았다. 현신의 머릿속에는 그가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그의 동선에 끼어들어 밀착 마크를 시작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만 반복되고 있었다. 어젯밤 정찰을 마친 드론은 자취를 감췄으나, 그것이 남긴 불길한 여운은 사옥 전체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오호, 타이밍 좋다. 조금 전 원격으로 볼펜 카메라 전원 넣었어. 한규련 곧 도착한다. 화면 송출 아주 깨끗해.]무휼의 목소리에 현신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우리 사장님이 내가 드린 볼펜을 안주머니에 소중히 꽂고 출근하시다니, 참 영광이네.”[현신아, 너 은근히 사랑받고 있는 거 아냐? 이거 거의 연애 수준인데?]“하하, 과분한 사랑이네. 무휼아, 지금 내가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제일 자연스러울까?”[출근한 직원들이 연회실 장식하느라 정신없어. 그쪽으로 합류해.]“알았어. 이제 진짜 시작이네.”현신은 가벼운 백팩을 고쳐 메며 숙소를 나섰다. 백팩 안에는 시온이 보내준 폭탄 작동 중지 스프레이와 비상용 전술 장비들이 묵직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녀는 한규련이 이동하게 될 예상 경로를 다시 한번 육안으로 확인하며 행사장으로 향했다.***&l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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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The Lovers : 당신을 아프게 할지 몰라]

오후 5시를 기점으로 공기의 밀도가 달라졌다. 사옥 전체를 감도는 축제의 열기 속에 외부 손님들이 폭발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화려한 드레스와 날 선 슈트의 행렬 사이로,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독니를 감춘 채 파고들었다. [현신아, 유동 인구가 급증했어. 지금부터는 한규련 측근에 바짝 붙어.]“하음····.”무휼의 지시가 귓가를 때리자, 현신은 밀려오는 하품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자연스럽게 한규련의 궤도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의심을 사지 않도록 주변 장식물을 구경하는 척, 동료 경호원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며 연회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손님들은 도착 즉시 대기 장소로 안내되고 있어. 한규련 가드 인원도 평소의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태야.]“하음····.”무휼의 보고가 이어질수록 현신의 심박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수십 명의 정예 경호원이 복도와 사무실 구석구석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그 철저함이 곧 닥쳐올 위기의 크기를 증명하는 것 같아 뒷목이 서늘했다. 현신은 현장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경호 라인 끝에 서 있는 사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는 현신이 채 입을 떼기도 전에 살벌한 안광으로 그녀를 꿰뚫었다. 현신은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고생 많으십니다. 우리 사장님, 이렇게 보니 역시 대단한 분이시네요.” “너, 소문의 그 재수 없는 새끼군.”보자마자 날아온 노골적인 비아냥에 현신의 미간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참으려 했으나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자존심까진 누를 수 없었다.“제가 왜 재수 없는데요?”사내는 혀를 쯧 차더니, 흉흉한 시선으로 현신의 전신을 훑으며 입매를 비틀었다. “너, 사장님과 그 친구들이 좀 잘해준다고 네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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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비밀에 갇혀: The High Priestess ]

현신은 가슴 속 깊은 곳에 꾹꾹 눌러두었던 진심의 파편을 기어이 꺼내 들었다. 가계영과 달빛 아래 입을 맞추고, 차마 뱉지 못하고 삼켰던 지독한 진실을 그가 알 턱이 없었다.보육원 주인인 현신 본인이자, 위험한 임무를 하고 다니는 라ON 출신의 그 녀석, 그리고 여자라는 것까지.“······뭐?”계영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무언가 떠오른 듯 정색하며 미간을 깊게 찌푸리는 그 찰나, 현신의 귓가에 무휼의 날 선 목소리가 꽂혔다. [현신아! 지금 빨리 움직여! 한규련 사장님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어!]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애틋한 감정은 순식간에 증발했고, 요원의 본능이 전신을 지배했다. 현신은 조급함을 감추기 위해 다시 능글맞은 알바생의 가면을 고쳐 썼다. 그녀는 돌연 손으로 배를 움켜쥐며 과장된 몸짓을 해 보였다.“계영 님, 아이고···· 하하. 저, 화···· 화장실 좀!”“어? 어디 아파?”“아무래도···· 안 먹던 고급 음식을 먹었더니···· 위장이 호강에 겨워 반란을 일으키나 봐요····. 먼저 갈게요. 조언 감사합니다!”현신은 당혹해하는 계영을 뒤로한 채 무휼의 지시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등 뒤로 쏟아지고 있는 계영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따가웠지만 지금은 수치심보다 타깃의 안위가 급선무였다.&ldqu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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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Wheel of Fortune, 운명의 12시]

역시 한규련도 호락호락하게 현신을 믿어줄 위인은 아니었다. 현신은 오히려 입술을 삐죽 내밀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다.“쳇, 사장님! 제가 드린 선물을 함부로 여기시다니······. 화장실이 그렇게 급하셨어요? 설마, 버리신 건 아니죠?”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현신은 한규련의 앞주머니를 가리키며 서운한 기색을 내비쳤다.“어? 어디서 흘렸지? 버린 거 아니야! 흘린 거야!”“이거 이 근처 바닥에서 주웠어요. 너무해요.”현신은 주워온 손수건과 볼펜을 슬쩍 내밀었다. 한규련은 멋쩍은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현신의 눈치를 살폈다. “어휴, 내가 좀 덜렁거려. 하긴, 나 찾으러 다닌다고 하면 경호원들은 여기 알려 줬겠지. 미안.”사람이 워낙 좋아서인지, 아니면 이런 일에 이력이 난 건지. 조금 전 습격을 받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그는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행사장에 나설 채비를 했다.가족이 보낸 일당이라던데, 어떻게 저렇게 덤덤할 수 있는지. 안쓰러운 마음에 현신의 가슴 한구석이 수런거렸다. 한규련은 현신이 준 선물을 다시 앞주머니에 정성껏 끼워 넣고는 환하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현신은 주변을 예리하게 살피며 슬쩍 말을 던졌다.“사장님, 여기는 VIP 전용 화장실이에요?”“그래. 내가 소셜 포지션이라는 게 있잖아? 일반 직원들하고 섞여서 일 보는 게 좀 민망해서 말이야.”현신은 이해한다는 듯 웃으며 은근슬쩍 그의 등 뒤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 자신을 아니꼽게 보던 경호원조차 위기를 넘긴 덕분인지 이번만큼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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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사선을 넘어서 돌진-The Chariot ]

밤 10시가 되었다. 현신은 이제 남은 2시간이 어서 지나가기를 연신 시계를 보고 또 보며 하품을 해댔다. 평소에 세월은 그리 빨리 가고, 한 달, 일주일, 하루는 그리 빨리 가던데···. 왜 임무 할 때 1시간은 이리 늦게 가는지. 어쨌든 행사는 그 뒤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에스트렐라 대세 남자 아이돌도 오고, 에스텔라 걸그룹도 오고. 주효진도 무대에서 아리아를 불렀다. 무대 위에서의 주효진은 천상의 목소리를 뽐냈고, 평소 발랄하고 제멋대로 구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프로의 모습으로 이 공간을 지배했다. 하나둘 손님들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아까 그 백사장이라는 사람도 등을 돌려 행사장을 나갔다. 현신은 멀찍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귓가가 다시 어지러웠다. 무휼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 아까부터 영화 촬영한다고 외부인 통제가 안 돼. 조심해. “하흠-.” -외부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몰려들어 오고 있어. 나가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이상해. 다급한 무휼의 목소리를 듣던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가계영이 현신 근처로 다가와 어느새 옆에 자리를 잡고 섰다. 계영이 규련에게 인사나 하나 보다 했는데, 분위기는 그게 아니었다. “이 녀석 우리 집으로 데려가려고. 여기 위험해서 안 되겠어.” 그런데, 가계영은 자신을 데리고 돌아가겠다니. 너무 감동적인 제안이지만, 지금은 임무 중이라 전혀 달갑지 않았다. “저도 이 회사 직원이잖아요? 끝까지 구경하고 싶어요.” “음, 그런데 계영이가 너 데려가고 싶다잖아? 위험하다면 피하는 게 낫지.” “그래. 신, 넌 나랑 같이 있자.” 순간 모든 사람이 적잖게 놀랐는지 계영을 바라보았다. 계영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이 덤덤했다. “어휴, 계영아. 진짜? 알바생 데리고 집으로 가게?” 김강무도 놀라 입을 떡 벌리고 차마 이 자리를 못 뜬 채 그리 고개도 갸우뚱거렸다. 특히 주효진이 두 손을 모아 쥐고 놀랐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세상에나. 계영 오빠가 이리 스윗하다니. 그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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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Death-뜨겁게 요동치는 심장]

사태의 심각성을 직감한 경호 책임자가 다급히 다가와 한규련을 에스코트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연회장 옆 대기실의 숨겨진 비밀 통로로 한규련을 이끌었다. 현신 역시 본능적으로 맨 뒤에서 그들의 궤적을 쫓았다. 끝없이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과 미로 같은 복도. 마침내 나타난 육중한 철문 너머에는 평범한 기업 사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견고하고 군사 시설에 가까운 '안전 쉼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거의 요새 수준인데?”“하하, 그래.”현신은 일부러 능청스럽게 호들갑을 떨며 규련의 곁을 지켰다. 쉼터 내외부로 무장한 가드 20여 명이 겹겹이 배치되었지만, 귓가에 들리는 무휼의 목소리는 여전히 불안하게 떨렸다.- 신, 느낌이 안 좋아.현신은 태연하게 요새 내부를 살폈다. 규련은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VIP들에게 답례 문자를 보내는 여유를 보였지만, 현신의 시선은 휴게실 벽면에 걸린 시계에 고정되어 있었다. 11시 30분. 얼마 남지 않았다.“알바생, 너 좀 싸워봤어?”통화를 마친 규련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툭 던졌다.“싸우기도 하고, 죽도록 맞아도 봤죠.”“밑바닥에서 올라가는 계단은 공부랑 기술뿐이야.”“명심할게요.”진심 어린 조언이었다. 한규련은 가계영만큼이나 속이 깊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이런 미션이 아니더라도, 그에게 위기가 닥친다면 기꺼이 제 몸을 던져서라도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물론, 언젠가는 계영 님 뒤도 지켜드려야겠지만.’현신이 그런 사소한 다짐을 하던 찰나, 무휼의 절망적인 외침이 고막을 때렸다.- 신, 발각됐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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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The Devil-빌런이 설계한 잔혹한 유희]

“······엘에프 선배?”현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피인지 땀인지 모를 수분이 눈 앞을 가려 시야가 침침했다. 아스라이 비치는 아름다운 형체에 마치 환상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뭘 그렇게 오랜만인 것처럼 놀라?”흐릿하게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피비린내 진동하는 아수라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고결한 차림새. 엘에프는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더니, 마치 부서지기 쉬운 인형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완만한 손길로 현신의 이마를 닦아 주었다.“······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그냥.”“······한국어도······ 잘하시네요.”“심심해서 좀 배웠어.”나른한 목소리. 환하게 웃고는 있었지만, 현신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저 미소 뒤에 가려진 분노가 얼마나 거대한지.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천사 같은 얼굴에 속아서는 안 된다. 그는 지금 피가 거꾸로 솟는 분노를 극상의 우아함으로 억누르고 있을 뿐이었다.“나의 에스를 이 엉망으로 만들어 놨으니······ 누군가를 아주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은데.”역시 그는 이런 남자였다. 신이 빚은 듯한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잔혹한 언어들이 소름이 끼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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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The Star- 너무 빛나는 그대]

현신은 엘에프를 보자 기가 차서 뭐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규련을 위해하려는 세력은 분명 그의 집안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엘에프도 가담한 건가. 그럼 그는 어느 쪽에 붙은 것일까.한비단에 의뢰하여 거액의 돈을 뿌리고, 이 방대한 무대까지 연출하다니.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왜 이런 짓을.”그때 엘에프는 너무나도 찬란한 미소를 지으며 깊은 숨을 내뱉었다.“나의 에스. 너를 찾기 위해서라면 난 이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어.”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이 수많은 사람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휘둘리고, 단지 자신 하나를 끄집어내기 위해 이 거대한 사건을 일으키다니. 엘에프라는 남자의 집착은 이미 상식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있었다.“이건······ 정의가 아니잖아요.”온몸에 고통이 휘몰아쳐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 와중에도 현신은 근본적인 물음을 내뱉었다. 엘에프는 느릿하게 다가와 현신의 귓가에 속삭였다.“임무는 정의가 아니라 돈이지.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부인할 수 없었다. 현신이 목숨을 건 이유는 한규련을 지키기 위함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생존을 위한 돈 때문이었다. 반박할 여지를 잃은 현신의 입술이 힘없이 다물어졌다. 그때, 헤르만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엘에프. 일어나. 추격대가 오고 있어. 규모가 상당해.”“그래? 이 상황에 누가?”헤르만이 고개를 돌려 현신을 힐끔 보더니, 짜증스럽게 한 이름을 툭 내뱉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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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Strength- 칠흑 속에 가려진 진실]

가계영은 차창을 때리는 거센 빗줄기를 서늘한 눈으로 관조하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채 두 번을 울리기도 전에 상대가 낚아채듯 전화를 받았다.“찾았어.”-알바생 어때? 살아 있지?“뭐?”계영의 미간이 단번에 사납게 구겨지며 낮게 깔린 욕설이 흘러나왔다. 핸드폰 너머에서는 한규련이 연신 한숨을 내쉬며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녀석은 살벌한 기세를 내뿜는 계영의 눈치를 살피는 듯했다. 규련이 무사하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인지, 아니면 저 때문에 두 사람의 우정에 금이 갈까 걱정하는 것인지. 녀석은 슬쩍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제 존재를 지우려 애썼다.“어떤 상황에서 도망친 건지, 본인은 자각하고 있나 보지?”-그래. 내가 쓰레기처럼 나 혼자 살자고 도망쳐 나왔어. 알바생, 멀쩡한 거 맞지?“어.”-아, 다행이다. 그래도 많이 다쳤지? 강무랑 같이 바로 갈게. 어디로 향하는 중이야?“지금 너랑 강무가 우리 집으로 온다고?”그 말에 녀석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녀석은 혼신의 힘을 다해 갈라진 목소리를 쥐어짜 내듯 뱉었다.“아, 저······ 저 그냥 갈래요! 아무 모텔이나······ 내려 주세요.”계영이 핸드폰을 내려놓더니 녀석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뭐? 무슨 소리야!”“괜찮아요. 그냥······ 숙소로 갈게요. 차 세워······ 주세요. 아휴, 내 집 놔두고 이게 무슨······ 하하, 제가 지금 정신이 없어서······ 내릴게요.”“하, 진짜!”계영의 눈에는 그저 고집스러운 알바생의 투정으로 보였으나, 녀석의 태도는 지나치게 절박했다.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차 문 손잡이를 잡고 흔드는 손길이 애처로울 지경이었다.“수상해. 왜 이래?”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녀석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제 쪽으로 돌려세웠다. 녀석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대답했다.“그냥······ 불편해서요.”입술까지 파르르 떨며 내뱉는 대답에 계영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정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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