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닥치고 내게로 와(Submit to Me)!: Chapter 41 - Chapter 50

118 Chapters

#41. [The High Priestess - 나쁜 여자가 될 예정]

현신은 계영과 팽팽한 시선을 교차하면서도, 머릿속으론 엘에프를 그려 보았다. 주효진이 그와 사귄다면, 남자로 보는 그는 과연 어떨까. 당시 현신은 너무도 어렸고, 엘에프는 닿을 수 없는 하늘 같은 선배이자 절대적인 상사였다. 이성으로 판단할 여유 따윈 허락되지 않았다. 현신은 가장 빠른 방법으로 돈을 벌어 세상의 악을 처단한다는 사명감으로 뛰었지만, 엘에프는 달랐다. 그에게 요원 생활은 그저 권태를 달래기 위한 유희였을 뿐. 그는 본래 유럽 어둠의 세계를 진두지휘할 고결하고도 잔혹한 가문의 후계자였다. 피를 뿌리는 행위에 당위성만 부여할 뿐, 정의 구현 따위엔 관심조차 없었다. 감히 여자로서 곁을 내어달라 말할 수 없는, 거대한 심연 같은 존재였다.그런 그가 유독 현신에게만은 손을 내밀어 제 뒤를 따르라 명했다. 그것이 동정인지 애정인지 판단하고 싶지도 않았다. 때로는 가혹하게 몰아붙였지만, 그 기저에는 현신의 실력을 인정하는 기묘한 애착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시온의 장애와 한국에 남겨진 아이들이 눈에 밟혔던 현신은 도망치듯 이탈리아를 떠났고, 결국 그의 눈엔 배신자로 낙인찍혔을 뿐이다.엘에프에게 자신은 그저 스쳐 지나간 수많은 부하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벌써 잊었을 법도 한데, 현신은 왜 그 이름만 들어도 가혹한 벌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온몸이 굳는 걸까. 공포는 이미 세포 구석구석에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효진이가 뭐 진지하게 남자를 만날 스타일은 아니지. 가볍게 즐기다 말걸?”“하긴, 계영이 쫓아다닐 때도 인내심이라곤 없었잖아.”“문제는 엘에프야. 도대체 어떤 사내인지······.”규련과 강무의 대화는 어느덧 엘에프에게 향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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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The Magician-마법 좀 부리고 싶게]

현신은 오늘도 총무과에서 정신없이 쏟아지는 서류 뭉치를 정리했다. 급하게 움직이다 날카로운 종잇날에 손끝이 베여 따가운 통증이 밀려왔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손놀림을 서둘렀다. 눈앞에 일거리가 쌓여 있으면 쉬는 법을 모르는 그녀였기에, 얼른 마무리하고 밴드를 붙여야겠다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손끝을 보다 문득, 제 상처 위에 정성껏 밴드를 붙여주던 가계영이 생각났다. 그는 늘 현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위험한 임무 따위는 하지 말라고, 차라리 공부를 시켜주겠다고 권위 있게 내뱉던 남자. 만약 자신이 소년이 아닌 성인 여성의 모습이었다면, 그 냉철한 남자는 이토록 지독한 다정함을 보였을까, 아니면 단번에 질색하며 밀어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었다.Rrrr— Rrrr—.책상 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확인하니 무휼이었다. 현신은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쉬나 싶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사 복도로 나와 인적이 없는 창가로 향하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무휼아, 이 시간에 웬일이야? 알바 끝났어?”-어, 퇴근했어.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나 나누자고.무휼이 한가하게 수다나 떨 성정이 아님을 알기에 현신은 의아했다. 그녀는 창틀에 살짝 걸터앉아 창문을 조금 열고, 무휼이 본론을 꺼낼 수 있도록 침묵으로 시간을 주었다. 열린 틈으로 습기를 머금은 후텁지근한 더운 바람이 밀려들었다. 시원하고 쾌적한 건물 내부와 대조되는 그 눅눅한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저기, 있잖아.“그래, 말해.”무휼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현신아, 네가 일하는 회사의 한규련 사장 말이야. 어떤 사람이야?참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무휼은 왜 갑자기 한규련을 언급하는 걸까. H건설 CCTV 보안실 알바를 한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싶어 현신은 얼른 무휼을 채근했다.“우리 사장님은 돈도, 권력도 야욕도 없는 철없는 재벌 3세야. 왜?”-뭔가 이상해서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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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The Emperor - 오만한 왕의 무릎 아래]

계영이 짙은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규련은 놓인 안주를 입에 넣으며 한마디 거들었다.“그 알바생, 보면 볼수록 대단한 녀석이야. 너무 신기해.”“위화감이 장난 아니지. 눈빛은 저렇게 순수한데 행동은 노련할 정도로 조숙하거든. 머릿속에 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할 따름이야.”강무의 말을 들으며 계영은 다시 술잔을 들었다. “가진 게 없어 부조리하고 불편한 것······ 누구보다 내가 잘 알지. 녀석은 잘 자라야 하는데.”계영의 태도가 조금 거슬렸던 것일까. 강무는 비어버린 계영의 잔을 다시 채워주며 날 선 어조로 직언을 뱉었다.“가계영, 이것 또한 지나간다. 불필요하게 감정 소모하지 마.”“강무 말이 맞아. 우리가 왜 이렇게 젊음을 바치고 있겠어?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있잖아.”친구들의 다그침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계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찰랑거리는 술잔을 응시했다. 평소 가볍게만 굴던 한규련조차 진지한 낯빛으로 술을 들이켜며 잔을 비워냈다.“계영아, 뒤늦은 사춘기나 즐길 여유 없다는 것만 자각해. 금방 나을 거다.”강무의 말에 괜히 심장이 시큰해진 계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들 너머 손님방으로 시선을 던지자, 다시금 그 녀석의 잔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뒤늦은 사춘기라······ 역시 의사의 진단은 예리하군.’계영은 쓴 웃음을 삼키며 다시 술잔을 비워냈다.***그날 밤.&ldqu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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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The Hermit - 은밀하게 이어지는 비밀]

이 남자, 이리 느슨한 모습도 이만큼 멋지다니.덩치는 소도 때려잡을 듯 단단하고 커다란데, 술이 이 정도로 취할 정도면 얼마나 많이 마신 걸까.마동현 실장의 말대로 술독에서 빠져나왔는지 내일이면 기억도 못 할 정도로 만취 상태임은 분명해 보였다.자신한테 한잔하자니.“네? 저랑 그렇게 술잔을 맞대고 싶으신가요? 그리 행동 방만하게 하지 말라고 하셔 놓고.” “음······. 아, 맞다. 내가 그랬지? 넌··· 우유를 주고··· 난 술을 마시고.” “풋, 네. 그럼 한잔 해요. 계영 님.”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계영은 현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현신은 어떤 의도로 계영이 그런 질문을 하는 건지 잘 몰라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어디 가고 싶냐니···. 놀러 가자는 소리인가? 아니면 사무실에서 벗어나 탕비실이나 휴게실을 가자는 건가? 혹시 회사 밖 술집? 셋 다 구리고 이 상황에서는 이상하네···.’지금 현신은 머릿속이 복잡해져 이리 술에 취한 가계영과 사심이나 채우며 데이트나 거하게 하고 싶지만, 마음 한구석이 걸렸다.이성도 없는 사람을 이용하다니.하지만 지금 임무도 해야 하고, 가계영하고도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계영 님, 저랑 좋은 시간 보내고 싶으셔서 그런 거죠?” “네가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아 미치겠다.”이 남자. 이리 말하면 착각하기 딱 십상인데. 현신의 얼굴이 홧홧해지며 발가락이 다 곱아들 듯 미칠 듯 온몸이 간질거렸다.현신은 고민하다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바라보자, 계영이 덩치는 커다랗지만, 강아지처럼 순순하게 굴어 귀엽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그래, 이왕이면 임무도 하고 이 남자랑 데이트도 하면 되지 뭐. 현신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가계영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럼 스트레스 푸셔야죠. 우리··· 남들 모르게 숨바꼭질하기 좋은 길로 살금살금 걸어서···. 몰래 즐겁게 지내요.” “숨바꼭질하기··· 좋은 길?”현신이 몸을 웅크리고 가계영에게 그리 속살거리니 가계영도 그 큰 덩치를 수그려 현신에게 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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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The Moon - 안갯속에 가려진 고백]

7월 10일. 창립 기념일이자 한규련의 생일.재벌가의 왕자님답게 그 날짜가 지닌 상징성은 매우 컸다. 무휼이 전한 정보대로 배다른 형제들이 그날을 노려 공격한다는 사실에 현신은 주변을 더욱 기민하게 살폈다. 여차하면 몸을 던져서라도 한규련을 구하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각오였다.“자, 이 문만 열면······ 야외다.” “감사해요, 계영님! 너무 재밌네요.” “이게······ 뭐라고.”현신이 홀린 듯 계영을 따라 옥상의 마지막 문을 열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와아—.”호텔 산책로처럼 잘 조성된 풀과 나무, 꽃들이 어우러진 미니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끝내주네요.”어느새 뒤따라온 마 실장은 옥상 정원에 조명을 켜고 파라솔 테이블에 준비한 술과 먹거리를 세팅했다. 한쪽에는 유리로 된 세련된 바(Bar)까지 마련되어 있었다.“여긴 우리 셋이 쉬기도 하지만, 화재 대피 훈련 때 직원들의 탈출로로 개방하기도 해.” “역시 멋지시네요. 꼭 소풍 온 것 같아요. 너무 행복해요!”현신은 신이 나 계영의 손을 놓고 정원 곳곳을 뛰어다니며 지형을 살폈다. 도주로 확보가 용이하고 입구만 차단하면 적들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천연 요새였다. 그때, 가계영이 손을 휘휘 저었다.“마 실장은······ 나가 있어.”의아한 표정을 짓던 마 실장이 잠시 쭈뼛거리며 당황해했다. 하지만 뒤늦은 사춘기를 앓는 가계영의 서슬 퍼런 패기를 거스릴 순 없었다.“나는 이 녀석이랑 단둘이 있고 싶어. 모두 옥상에서 사라져.”현신은 입을 떡 벌린 채 슬금슬금 물러나는 마동현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단둘이라니. 이러다 정말 무슨 사달이 나도 나겠다 싶을 만큼, 그녀의 심장은 엉망진창으로 날뛰기 시작했다. *** 그 시각 H건설 보안실.“어휴, 이 조수. 덕분에 쉬엄쉬엄 한 바퀴 잘 돌고 왔어.” “김 사부님, 엎드려 주무시지 말고 아예 누워서 편히 쉬세요. 남은 순찰은 제가 다 돌게요.” “고마워. 오늘 나랑 둘이 야근인데 미안하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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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달빛 아래, 금지된 탐닉-The Moon ]

술에 취한 가계영이 이리 솔직하게 자신을 언급하다니.현신은 말 없이 그의 복잡한 표정을 살펴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난 가야할 길이 있어. 너희 따위에게 발목 잡힐 수가 없어.”취중 진담일까. 이만큼 취하면 내일 기억도 잃을 텐데. 얼마나 자신이 계영에게 지독한 고민을 안겨주었으면 이토록 취해서 자신을 찾아왔을까. 계영은 빨리 현신과 있었던 모든 일을 머릿속에서 몰아내고 싶은 것 같았다. 현신은 본능적으로 자신만 기억하는 오늘이 될 것 같아, 심장 한구석이 아프도록 시큰거렸다.“······계영 님. 그냥 가세요.”“뭐?”“어서 등 돌리세요. 자꾸 돌아보지 마세요.”계영의 고민을 자신이 해결해 주려는 마음으로 현신은 그리 말했다. “난 조만간 한국 떠난다.”“저도 알바 오래는 못 할 것 같아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이게 정답이지. 이 사람들에게 더 붙어 있어 봐야 이런 일만 생길 뿐이다. 이러다 현신이 훌쩍 소리 소문 없이 떠나면, 엘에프처럼 멀리서만 봐도 벌벌 떨 만큼 또다시 죄악감에 시달릴 것 같았다. 계영의 잔은 그새 또 비어 있었고, 현신은 다시 그의 잔을 채웠다. 일순, 현신의 마음에 불꽃이 슬슬 커져 버렸다. 무휼이 듣고 있겠지 싶어 통신을 일단 꺼버렸다. 그때, 계영이 현신의 턱을 잡아 자신을 보게 돌렸다. “너 정체가 뭐야?”계영의 검은 눈동자가 일렁거렸다. 현신은 지금 자신이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리 이 남자가 취했다고 해도, 내일 기억을 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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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The Lovers - 취기가 빚어낸 배덕한 낙원]

가계영은 작고 고운 녀석의 두 손이 자신의 양 볼을 감싸 쥐도록 허락해 버렸다.“계영 님, 이 볼과 입술이······ 참 예쁘네요.”녀석이 천천히 얼굴을 들이밀며 다가왔다. 달큼한 포도 향 사이로 뜨거운 알코올의 기운이 계영의 입가에 닿았다. 폭신하게 포개지며 살포시 눌러오는 녀석의 체온이 닿는 순간, 계영의 온몸에는 저릿한 열기가 거세게 피어올랐다.녀석이 옅게 내뱉는 숨소리와 함께 보드랍고 말캉한 입술이 계영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사르르, 녀석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계영은 그 생경하고 부드러운 감촉을 온전히 받아내며, 녀석이 하고 싶은 대로 제 몸을 내맡겼다.쪽 쪽. 작은 초식 동물이 난생처음 맛보는 열매를 탐색하듯, 녀석은 감질나게 입술을 두어 번 부딪쳐 왔다.이번에는 조금 더 욕심을 내어 귀한 것을 갈구하듯 녀석이 입술을 깊게 맞물려 왔다. 그러고는 배시시 웃으며, 뭔가 엄청난 승리라도 거둔 기분으로 계영의 볼을 잡았던 손을 내렸다. 녀석은 계영의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쏙 집어넣어 단단한 등을 감싸 안으며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계영 님, 입맞춤······ 별거 없네요. 하하.”뜬금없는 도발이었다. “대단할 줄 알았는데, 키스 같은 건 이제 나도 잘할 수 있겠어요.”자신이 지금 사자의 수염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녀석은 겁도 없이 계영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다. 육식 동물을 제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노는 듯한 그 순수하고도 호기로운 태도.“······계영 님, 제가 비밀이 좀 많아서 숨기는 게 많거든요.”자신만 취한 줄 알았더니, 이 녀석도 그새 취기가 머리 끝까지 오른 모양이었다.“계영 님, 저 정리하는 마음으로 오셨죠? 저······ 다 알아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는 거예요. 고맙습니다. 제 입술 안 밀쳐내 줘서······.”가슴팍에서 꼼지락거리며 꼬물거리는 녀석의 움직임이 지독하게 자극적이었다. “너, 취했지?” “······네.” “잠들지 마.” “좀 졸릴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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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The Chariot - 폭주하는 마음]

계영은 일순 머릿속의 나사가 하나 풀린 듯한 착각에 빠졌다. 옥상 정원을 비추던 은은한 조명들이 좌우로 뒤틀리고, 휘영청 밝은 달마저 수면 위로 가라앉는 듯 시야가 어지럽게 전도되었다. 짐승 같은 정신력으로 겨우 버티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쓰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쾅, 콰콰쾅! 콰직—!평온하던 정원의 고요를 깨부수고 옥상 문 근처에서 거친 소음이 몰아쳤다.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계영이 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땀범벅이 된 마 실장이 사색이 되어 다가왔다.“헉, 헉······. 어떤 녀석이, 제 아는 동생이 여기 있다며······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후······ 머리가 깨질 것 같군. 들여보내.”계영은 품 안에 늘어진 녀석을 마치 세상에 하나뿐인 보물이라도 되는 양 더욱 단단히 고쳐 안았다. 가물거리는 눈동자 너머로 이성의 끈이 아슬아슬하게 요동쳤다. 너무 취한 탓에 지금 자신이 이 녀석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이 뜨거운 감촉이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분간이 가질 않았다.‘꿈인가. 꿈치고는 지나치게 달콤하군.’계영은 제 가슴팍에 고개를 묻고 새근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입가에 나른하고도 위험한 미소를 띠었다.참 고운 얼굴이라 시선을 뗄 수 없었고, 제 품에 있으니 뭔가 마음도 안정되는 기분이었다.그때, 날 선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저, 저기요!” 상기된 얼굴로 헐떡이며 달려온 놈 하나가 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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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The Magician - 당신을 속일 준비]

7월 8일.현신이 가계영과 그 파격적인 키스를 나눈 지도 벌써 며칠이나 시간이 흘렀다.그사이 현신은 한규련의 회사에 대한 핵심 정보를 수집하고, 다가올 작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미션이 단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강철 같던 현신의 마음도 조금씩 어수선하게 일렁이기 시작했다.‘아이고, 내가 미쳤지. 진짜 미쳤어······.’일하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총기를 점검하다가도 불쑥불쑥 그날의 기억이 터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현신은 제 뺨을 감싸 쥐고 괴로움에 몸부림쳐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휼은 시시때때로 나타나 “앞으로 내 허락 없이 술잔 근처에도 가지 마라”라며 들들 볶아댔다.‘계영 님께 먼저 입술을 부딪친 것도 모자라, 그 진득한 키스 와중에 잠이 들다니. 아······ 아까워라! 아니, 이게 아니라! 수치스러워!’사실 현신은 태어나 처음 해본 그 감촉이 꽤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영이 보여준 것은 현신이 알던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완연한 어른의 세계, 탐닉과 갈망이 뒤섞인 진짜 ‘키스’였다. 늘 남장을 하고 거친 미션에만 몸을 던졌기에 망정이지, 만약 미인계 따위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계영 같은 남자 앞에서 진즉에 모든 패를 다 읽히고 실패의 쓴맛만 봤을 거란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현신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양손으로 부채질하며 억지로 생각을 가다듬었다.‘이럴 때가 아니야. 일단 3억짜리 임무부터 완수해야지!’보수 3억에 S랭크급 미션. 그것은 곧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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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The Hanged Man - 위기]

현신에게 향하는 한규련의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누가 알려 줬어?”찰나의 순간, 옥상의 공기가 급격히 냉각되며 현신의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그때, 옆에 있던 강무가 규련의 허벅지를 툭 치며 싱겁게 미소를 지었다.“규련아, 포털 사이트에 우리 신원 정도는 다 공개되어 있어. 게다가 비서실이나 보안팀 직원들도 다 아는 생일인데 뭘 그리 새삼스럽게 굴어.”강무의 적절한 조력 덕분에 현신은 간신히 굳어있던 어깨를 풀고 간담을 쓸어내렸다. 규련의 경계심은 대체 어디가 끝인 걸까. 그는 그제야 ‘아하’ 하는 표정으로 장난스러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그러네. 내 신상 정보는 이미 탈탈 털리기는 했지. 어디 보자, 우리 귀여운 알바생이 준 선물은 바로 확인하는 게 예의지?”포장지를 뜯어내던 한규련은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풉! 하하! 하하하!” “규련아, 왜 그래? 뭔데?”강무와 계영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규련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보았다. 선물이 그리 웃긴 건가 싶어 당황한 현신은 민망함에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시선을 피했다. “하하! 학용품이잖아? 역시 학교 다녀야 하는 학생의 발상이네. 귀여워 죽겠어!” “너무 약소해서······ 그래도 버리지는 마세요. 책상 위에 대충 두셨다가 결제할 때라도 쓰시면 좋겠어서요.”부끄러움에 뺨이 달아오른 현신이 고개를 돌리다 가계영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현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가만히 지켜보던 강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름 명품 볼펜이네. 무리했네.”그는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더니 코끝이 닿을 듯한 지근거리에서 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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