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에프는 번지점프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데려간 곳은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레스토랑이었다.창가 쪽에 자리를 잡은 엘에프는 능숙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음식을 주문했고, 현신은 그가 이끄는 대로 묵묵히 따랐다.식탁 위로 세상 겉도는 가벼운 이야기들이 오갔다. 한국의 유난히 지독한 더위, 공원의 풍경, 그리고 의미 없는 일상들. 어느 순간 화려한 코스 요리들이 하나둘씩 차려지자 엘에프는 그제야 식사에 집중하며 현신에게도 음식을 권했다.하지만 현신은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오늘 그가 또 어떤 곤란한 선택지를 내밀어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아세울지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포크를 움직였다. 챙! 챙!엘에프가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포크로 와인잔을 가볍게 두드렸다. 맑고 날카로운 금속음이 레스토랑의 공기를 일순간 얼려버렸다.“에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눈앞의 나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오늘은 제게 어떤 선택을 하라고 하실 건지 궁금해서요.”우아하게 냅킨으로 입을 닦고 붉은 와인으로 목을 축인 엘에프가 현신을 향해 소름 끼치도록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 에스. 자, 그럼 제안하지. 1번, 3주 뒤에 나랑 다시 데이트한다. 2번, 내일 당장 나와 함께 홍콩으로 떠난다.”현신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만약 제가 1번을 선택하고, 그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요?” “똑같아. 1번 데이트한다, 2번 홍콩 간다.” “왜 홍콩이 계속 등장하죠?” “너를 내 뒤에 헤르만과 나란히 세운 뒤, 홍콩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거든.”현신의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내리치는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그는 이런 남자였다. 자신이 목표한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손에 넣고야 마는 절대자.“그 홍콩행을 택하면 기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1년. 대신 그동안 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또 도망가면 무슨 일이 일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