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신은 납으로 가득 찬 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E호텔 로비에 들어섰다.가계영의 잔상이 심장을 지독하게 찔러대어, 숙소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로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독한 술기운에 취한 것인지, 그보다 더 지독한 감정에 취한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계영과 함께했던 그 짧고 먹먹한 시간의 여운이 너무도 달콤해서, 설령 이것이 부서질 꿈일지라도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현신은 대리석 바닥에 주저앉듯 통유리창 앞 대기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그리고 초점을 잃은 눈으로 비에 젖어드는 잿빛 침사추이 거리를 망연히 바라보았다.“에스, 뭐야? 왜 여기 이러고 있어?”낮게 가라앉은 음성이 정적을 깨뜨렸다.고개를 들자, 눈앞에 부드러운 무표정을 지은 엘에프가 거짓말처럼 서 있었다.***홍콩의 거리는 여전히 젖어가고 있었다.그리고 흐릿한 제 시야 앞에도 엘에프가 일렁이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현신은 허탈하게 웃었다. 확실히 오늘은 제 생애 처음으로 꾸는, 기괴하리만치 대단하고 선명한 꿈이 분명했다. “······쳇, 선배.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시네요. 꿈속이라지만······ 그런 말도 안 되는 체스판을 벌여놓다니, 정말 악취미예요. 흥.”엘에프는 그제야 가볍게 실소를 터뜨리며 현신의 곁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그의 몸에서 배어 나온 시원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수가 현신의 깃을 스쳤다.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현신은 조금 전 골목길에서 나누었던 계영과의 입맞춤이 번뜩 떠올랐다. 거칠게 입술을 훔쳐내려다, 이내 스르륵 손을 내렸다.
최신 업데이트 : 2026-05-2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