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45 챕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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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진료실에서 나온 성아가 제일 먼저 본 것은 민영의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리 웃는 것인지 대충 알 것 같아 성아는 난감했다.“둘이 무슨 얘기 했어?”“별 얘기 안 했어요.”“박 선생님이 막 이렇게, 이렇게 만지고 그러진 않았어?”민영이 옆으로 다가온 성아의 손을 덥석 잡아 조물락거리기도 하고 허리에 팔을 감아 휙 잡아당기기도 하면서 물어왔다. 성아는 몸을 비틀어 민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어우, 강 선생님. 그냥 마주 앉아서 차트 정리만 했어요.”“에, 그게 뭐야? 박 선생님 실망이야. 둘이 알콩달콩 하라고 들여다보고 싶은 것도 꾹 참고 있었더니!”김빠진 얼굴로 민영이 의자 위로 털썩 소리 나게 앉았다.“강 선생님은 제가 박 선생님이랑 잘 됐으면 하시나봐요?”“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 그 사진작가도 매력적이긴 한데, 우리 박 선생님도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지 않아? 잘생겼지, 키 크지, 재산도 있고, 매너도 좋잖아.”“거기다 대물이고요.”장난스럽게 성아가 덧붙인 말에 민영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왼쪽에 있는 여분의 의자를 오른쪽으로 옮겨와 성아를 잡아당겨 앉혔다.“봤어? 봤어? 언제? 어디서?”“음…… 강 선생님 신혼여행 가셨을 때?”“엄머나, 엄머나! 어쩌다가? 둘이 잔 거야?”“네, 뭐…….”“어쩐지, 어쩐지! 둘이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싶더라니. 아니, 그런데 그런 일도 있는데 왜 망설여? 그 사진작가가 좀 아깝긴 하지만 버려야지 어쩌겠어. 김 선생도 원해서 같이 잤을 거 아냐.”“그게…….”용규랑도 잔 적이 있다는 얘기를 해야 하나 성아는 망설였다. 이 남자, 저 남자 가리지 않고 관계를 가지는 가벼운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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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은 수술실에서 돌아온 환자에게 수술 후 유의사항을 일러주는 중이었다."모든 수술이 수술과 동시에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하지만 실리콘 보형물 삽입수술의 경우 특히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지금 들어간 T링이 자리를 잡고 그 주변이 치유되려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은 자위나 성행위는 자제하셔야 합니다. 만약 너무 빨리 성행위나 자위를 하시면, T링을 삽입하면서 발생되는 공간이 치유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형물에 외력이 발생하게 되므로 앞뒤로 움직일 수 있고, 공간에 체액이 고이거나 염증성변화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빨리 삽입한 보형물을 제거해주어야 하거든요.““한 달이요? 한 달 정도만 참으면 되는 거예요?”“한 달이 지난 후에 링이 약간씩 움직일 수도 있는데 그건 정상입니다. 그런데 심하게 움직인다던가 뒤로 밀린다면 빼내고 다시 주입해야 해요.”“아, 네. 뒤로 밀리면 재수술…….”“사후 관리를 제대로 하시면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돼요.”“감사합니다, 선생님. 다음 주에 오라고 하셨죠? 꼭 오겠습니다.”“네, 그러셔야죠. 한 달 후에 여자 친구분께 달라진 남성의 위용을 보여주세요.”두 남자는 주먹을 불끈 움켜쥐고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계산을 마친 남자가 처방전을 들고 병원을 나가고, 진료실 문이 빼꼼 열렸다.“강 선생님, 아니 김 선생님. 안 바쁘시면…….”“강 선생님은 바빠요, 박 선생님.”거보라는 표정으로 진료실 문 옆에서 머뭇거리는 성아에게 눈짓을 보낸 민영이 큰 소리로 본인이 바쁨을 알려왔다. 강 선생이 바쁘다니 잘 된 일이 아닌가. 다시 입을 열어 김 선생을 찾으려 했는데, 그 김 선생이 쟁반 위에 머그컵을 들고 문 뒤에서 짠, 나타났다.“여기 있어요, 수술 후에 늘 찾으시는 진한 커피.”“역시, 김 선생님 센스!”매번 민영이 챙겨온 커피였지만, 이제 김 선생 차지라며 성아에게 떠넘겨 버렸다. 말로는 아니라하면서도 내심 형민과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양이었다.형민은 커피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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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까지 걸쳐 입은 형민이 팔을 둥글게 말아 허리에 손을 얹었다. 팔짱을 원하는 몸짓이었지만, 성아는 일단 망설였다. 형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성아의 팔을 끌어다 제 팔에 끼우고는 씩 웃었다.“가실까요?”“네, 뭐…….”우리 이러기엔 좀 이른 거 아닌가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애써 눌러 담으며 성아는 잠자코 형민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그의 애마 싸다페를 타고 한참을 달려 서울을 벗어났다. 잠자코 창밖을 내다보던 성아는 조금 당황했다. 경기도라는 간판이 휙하니 지나가고도 한참이었다.“어디로 가는 거예요?”“밥 먹으러요.”서울 시내에 넘쳐나는 것이 밥집이고 눈 돌리면 있는 게 술집이며 몇 걸음 걸으면 커피집인데, 지금 뭐 하는 수작질이야?성아는 몇 번이나 시비를 걸고 싶은 걸 참으며 창밖을 응시했다. 첫 데이트인데다, 막 쏘아댈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물론 싫은 소리 좀 듣는다고 성아를 어떻게 할 치사한 남자 박형민은 아니었지만, 지난 번 서운한 일 하나로 하루 종일 꿍해있었던 전적이 있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데이트가 끝날 무렵, 헤어지기 전에 말하는 편이 나을 거라는 계산이었다.그렇게 달려 도착한 곳은 남양주 어딘가에 둥근 지붕이 인상적인 음식점이었다. 통 넓은 창으로 보이는 즐비한 테이블과 의자, 꽤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음식점은 분명한데, 간판도 상호도 없는 이상한 곳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건물을 훑어보는 성아를 보며 형민은 소리 내서 웃었다.“하하, 다른 건 몰라도 맛은 기가 막혀요. 너무 멀어서 자주 오지는 못하지만, 뭔가 핑계거리가 생기면 꼭 들르는 곳이에요.”떨떠름함을 떨쳐내지 못한 성아의 팔을 다시 잡아끌어 자신의 팔과 엮은 형민이 음식점 안으로 들어섰다.음식점 안은 예상 외로 괜찮았다. 높은 천정과 테이블마다 매달린 은은한 조명, 통 넓은 창으로 보이는 고즈넉한 풍경과 하늘, 여유 있게 배치된 테이블에 조용히 들려오는 포크송. 뭔가 편안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였다.“나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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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형민은 저기압이었다. 딱히 말을 한다거나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미간에 먹구름이 잔뜩 낀 얼굴을 오전 내내 유지하는 중이었다.“박 선생님 무슨 일 있어? 어제 데이트 별로였나?”“데이트는 괜찮았어요.”“그런데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으신 거야. 어디 아프신가?”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지 민영은 자꾸만 진료실 쪽을 힐끔댔다.“그건 아닐 거예요.”“뭐야, 김 선생. 뭐 알고 있는 거 같은데?”“뭐…….”“뭔데, 뭔데?”성아는 대답은 않고 민영을 보며 웃기만 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성아가 짐작한 이유가 맞다면, 그 원인 제공자는 민영이기 때문이었다. ‘강 선생님 때문이에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민영이 죄책감을 느낀다거나 사과를 할 만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 기분이라는 게 그리 간단하지는 않은 문제 아니던가.“아, 진짜 말 안 해줄 거야?”“정확한 건 아니라서요.”“아니라고 해도 좋으니까 말해줘. 자꾸 이러면, 나 진료실에 쳐들어가서 박 선생님 멱살 잡고 흔들지도 몰라.”평소 민영의 성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싶어 성아는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소리가 생각보다 커 입을 틀어막고 킥킥거려야 했지만.“어제 헤어지기 전에 그러더라고요. 제가 고용규씨랑 데이트해야 한다는 게 내내 마음에 걸린다고. 그냥 자기를 선택해 주면 안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에에? 그게 뭐야! 김 선생이 용규씨랑 데이트 할 차례라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지금 저러고 있단 소리야? 박 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야.”형민의 속좁음에 실망한 민영이 입술을 삐죽이는데 성아의 핸드폰이 징징거리며 울리기 시작했다. 액정에 뜬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한 성아가 핸드폰을 들어 민영에게 보여주었다.“오, 용규씨네? 좀 있으면 만날 거면서 전화는. 뭐해, 김 선생? 받아봐.”민영의 재촉에 통화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들어 귀에 가져갔다.“여보세요.”-성아씨. 저 용규예요.“네, 안녕하세요.”-통화 괜찮으시죠? 미안해요. 오늘 데이트 힘들 것 같아요.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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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은 가벼운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고 들어오는 민영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세요?”“방금 고용규 씨한테서 전화가 왔는데요.”“아, 그렇군요.”형민은 살짝 인상을 쓰고는 보던 책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 사진작가 얘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았다. 별 흥미가 없음을 내비쳤는데도 민영은 굳이 형민에게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박 선생님이 들으시면 좋아할 만한 소식인데, 안 궁금하세요?”“그 사람이 전화한 게 뭐 좋은 소식입니까. 별로 안 궁금합니다.”평소 말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던 형민이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걸 보며 민영은 속으로 웃었다. 하루 종일 표정이 안 좋았던 이유가 용규 때문일 거라는 성아의 짐작이 맞구나 싶었다. 박 선생님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었어.“고용규 씨 오늘 김 선생님이랑 데이트 못한대요.”드디어 형민이 고개를 들고 민영을 쳐다보았다. 주름이 있던 자리가 평평한 것이 그 소식만으로도 우울함이 가신 듯한 표정이었지만 애써 눈썹에 힘을 주고 있는 걸 보아 내색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왜요?”“뭐, 갑자기 급한 스케줄이 생겨서 저녁 비행기로 프랑스에 간대요.”형민의 입꼬리가 움찔 움찔거렸다. 민영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금요일에는 돌아온댔으니 그 날 데이트는 박 선생님이 양보해주셔야겠어요.”“금요일에 돌아온대요?”“그렇대요. 근데 별로 안 궁금하시다더니?”고개를 모로 기울여 형민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민영 때문에 그는 공연한 헛기침을 했다. 그렇단 말이지? 자꾸만 입가로 웃음이 배어나오는 것 같아서 그는 고개를 숙였다.“그럼 오늘 저녁 약속 바람맞은 김 선생님 위로해주세요, 강 선생님. 저는 보던 책, 마저 봐야겠어요.”“별로 반가운 소식 아니었나 봐요? 제가 괜한 말로 박 선생님 기분 상하게 해드렸네요.”속으로 ‘귀여워’를 연발하면서 슬쩍 미끼를 던졌더니, 놓칠 세라 형민이 덥석 물었다. 고개를 들고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눈을 맞춰온 것이었다.“기분 상하다니, 그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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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극장은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벌써 몇 개의 상영관은 매진이었다. 상영 목록을 살펴보던 성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딱히 봐야겠다 마음먹은 영화는 없었으나, 주변에서 그 영화 재미있더라 하던 것들이 모두 매진이었다.“보고 싶은 거 있어요?”“글쎄요. 그다지…….”말끝을 흐리며 목록을 훑던 성아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녹턴이라, 피아노 연주곡이 제목이네요. 성아씨 피아노 칠 줄 아세요?”“아뇨. 듣는 것만 좋아해요. 이제 김 선생 안하실 거예요?”“아, 이름 부르는 게 불편하시면…….”“아니에요. 박 선생님이 김 선생님 안 하시니까 좀 신기한 느낌이라 그래요.”성아의 웃는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형민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신기하다고 한 말이 거슬렸나 싶어 성아는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면 계속 김 선생이라 불러달라고 했어야 했나?“형민 씨.”“네?”“형민 씨라 불러달라고요, 성아 씨. 형민 오빠가 더 좋겠지만, 그건 성아 씨가 싫어할 것 같으니 형민 씨로 해요.”일전에 민영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용규가 그의 신경을 긁어대던 것이 떠오른 형민이었다. 용규가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형민 오빠’라 부르는 성아를 그려 보았다. 일그러질 용규의 얼굴이 떠오르니 상상일 뿐이지만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이왕에 바꾸는 호칭, 오빠로 밀고가?“노력해 볼게요, 박 선생님.”생긋 웃어보이고는 매표소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성아를 보며 형민은 입맛을 다셨다. 형민씨도 노력하겠다는데 형민 오빠가 될 리가 없었다.영화는 잔잔하게 흘렀다. 남편의 외도에도 내색 않고 담담하게 지내는 여자의 단조로운 생활을 지켜보며 형민은 가만히 손을 뻗었다. 분명 팔걸이 위에 얌전히 올라가 있는 손을 확인하고 뻗었건만, 잡히는 것은 팔걸이 뿐이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성아는 팝콘을 먹고 있었다. 팝콘 따위 좀 못 먹어도 돼, 형민은 다시 손을 뻗었다.“저, 송충의 좋아해요.”“송충이요?”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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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어느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걸 확인한 형민이 몸을 일으켰다. 어서 빨리 성아와 단 둘만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장소를 옮기고 싶었다. 그런데 성아는 일어설 생각 없이 영화의 결말이 준 여운에 빠져있었다.“성아 씨? 끝났어요.”“네? 아, 죄송해요. 반전이 너무 기가 막혀서……. 유효정, 너무 멋진 것 같아요.”눈을 반짝이며 여주인공에 대한 감탄을 늘어놓는 성아를 보며 형민은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좋은 영화였어요.. 끝났으니 이제 그만 가요.”성마른 손길로 잡아당겼으나 성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 영화도 끝났는데 또 왜 그러세요. 짜증스러운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은 참았다. 애써 목을 가다듬고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배고파요.”처량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성아에게 차마 화를 낼 수 없어 형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딱 배고플 시간이었다. 퇴근하는 대로 극장으로 왔고, 상영시간까지 20여 분 대기하는 동안 뭘 먹기 애매해서 커피만 한 잔씩 마셨더랬다. 거기에 팝콘이랑 콜라만. 배고플 만도 하지.“아까 보니 위층에 ‘웁스’ 있던데 괜찮아요?”“네. 저 ‘웁스’ 스테이크 좋아해요.”평소 같았으면 형민은 좀 더 고급스러운 곳으로 가자고 했을 터였지만,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분위기가 아니라 시간이었기에 성아를 데리고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음식 접시를 앞에 두고 형민은 깨작거리고 있었다. 배는 고픈데 먹어지지가 않았다. 머릿속 잔뜩 다른 생각이 가득해서리라. 이에 반해 성아는 너무 잘 먹고 있었다. 샐러드도 벌써 몇 접시째던가. 양 볼이 미어지게 음식을 넣고 우물거리던 성아가 형민을 힐끔 보았다.“음식이 입에 안 맞으세요?”“아, 성아씨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네요.”다른 잡념 없이 식사에만 열중하는 성아가 살짝 얄밉기까지 하던 형민은 성아의 물음에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그래도 시장하실 텐데…….”“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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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상큼하게 웃으며 자기를 반겨주는 두 간호사의 모습에 남자는 쭈뼛거리는 걸음으로 접수대 쪽으로 다가왔다.“지난달에 한 번 왔었는데…….”“성함이 어떻게 되시죠?”“양민철입니다.”이름을 밝히는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성아의 핸드폰에서 진동음이 울렸다. 두 여자의 시선이 동시에 남자의 얼굴에서 접수대 아래쪽에 고이 놓인 핸드폰으로 향했다. 부르르 한 번 떨고 난 핸드폰은 이제 램프만 반짝거리고 있었다. 메시지로구나! 성아는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고개를 돌려 민영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민영도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성아를 한 번 쳐다보더니 씩 웃으며 엉덩이로 성아를 슬쩍 밀쳐 컴퓨터 앞에서 밀어냈다.“양민철 씨…… 67년 생 맞으시죠?”“네.”키보드를 두드려 남자의 파일을 찾은 민영이 성아의 옆구리를 마구 찔러대기 시작했다. 내가 할 테니 너는 메시지를 확인하라는 신호였다. 자기보다 더 열성적으로 궁금해하는 그 모습에 성아는 웃으며 핸드폰을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한국 도착! 공항이에요.입술을 삐죽인 성아는 바닥에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민영 쪽으로 슬쩍 밀어서 보여주었다.“양민철 씨, 진료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슬쩍 눈을 내려 메시지를 확인한 민영이 시치미를 떼고는 환자를 진료실로 안내하며 ‘얼른 답문을 보내’라는 눈빛을 성아에게 보냈다.그 사이 메시지가 하나 더 도착했다.-퇴근 시간에 맞춰서 병원으로 갈게요.성아는 가만히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프랑스로 떠나기 전에 ‘비행기 타러 가요. 잘 다녀올게요. 그동안 내 생각 많이 해요’라는 문자만 보내고는 내내 연락도 없던 용규였다. 갑자기 심술이 났다.정식으로 데이트 한 번 못한 용규를 생각해서 형민의 적극적인 대쉬를 피해왔던 게 살짝 억울해졌달까. 딱히 연락을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에 가 있는 동안 전화 한 통 없었던 용규가 괘씸했다. 날 좋아한다면서 말이지, 경쟁자가 바로 옆에 있다는 걸 빤히 알면서 이렇게 성의 없이!-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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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렇지. 이까짓 거 필요 없어! 확 쳐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바로 옆에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는 여자가 둘이었다. 속 좁게 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대범하게 하하 웃으며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고맙다는 소리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뭘 이런 걸 다."마지못해 열쇠고리를 받아든 형민을 향해 용규가 씩 웃었다. "뇌물 받으셨으니 청탁도 하나 받으시죠? 10분 일찍 퇴근시켜 주세요."가뜩이나 배알이 꼴린 상황인데 기름을 들이붓는 용규 덕에 형민은 당장 내 병원에서 나가 소리를 지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전에 영화 볼 때, 성아를 놓쳐선 안 되는 거였다. 그날 게임을 클리어 했다면 이 기분 나쁜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뿐이겠는가. 저 뺀질뺀질한 얼굴이 패배감에 물드는 통쾌한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게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서 무엇하겠냐마는, 치솟아 오르는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다. 형민은 성아를 돌아보았다. 여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 속을 뒤집어 탈탈 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이를 뿌득 갈았다. "김 선생님 업무 마치시면 그리 하시던가요."성아에게 차트 더미를 떠안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심술이 일어 떠안긴 일거리라 좀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무려 10분이나 일찍 그녀를 보낼 뻔하지 않았는가. "일 많이 남았어요?" 형규가 접수대 위로 몸을 기대며 성아에게 물었으나, 대답은 민영에게서 나왔다."어우, 많이 남긴요. 끝났어요, 끝났어. 마무리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데려가요, 용규씨.""그렇다네요, 의사선생님?"용규의 웃는 얼굴이 너무너무 얄미워 한 대 치고 싶었으나, 형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속좁은 짓은 차트더미로도 넘치게 했으니, 이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뵈어요.""데이트 잘 해요, 김 선생!""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선물 잘 먹고 잘 쓸게요. 고마워요, 용규씨."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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