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5
By:  어우야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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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김성아 간호사에게는 두 남자가 있다. 원나잇 상대였다가 운명처럼(?) 다시 만난 포토그래퍼 고용규와 비뇨기과 원장이며 ‘젠틀 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형민. 어느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주지 못하는 성아에게 동료 간호사 민영이 ‘대놓고 양다리’ 게임을 제안한다. 비뇨기과의 다양한 환자들과 좌충우돌하는 김 간호사의 모습과, 그녀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두 남자의 치열한 고군분투를 지켜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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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몽롱한 의식 속으로 톡토톡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성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가슴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이 맨살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은 서늘한 공기가 맨 가슴에 와닿자, 어깨를 움츠리며 부르르 떨었다. 손을 들어 이마를 짚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가구나 소품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옷가지며 찌그러진 맥주 캔들이 눈에 거슬렸다. 낯선 풍경에 지난 밤의 기억을 더듬는데, 옆에서 팔 하나가 성아의 허리를 감아왔다.

“뭐야, 벌써 깬 거야?”

잠이 덜 깬 듯한 허스키한 남자 목소리, 성아는 인상을 쓰며 그 팔을 풀어냈다.

“여기 어디야?”

“기억 안 나? 내 집.”

남자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밀치고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남자의 힘에 이끌려 그 팔에 안긴 성아는 잠시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맨살에 와 닿는 타인의 피부가 묘한 기분을 불러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간밤에 너 정말 굉장했거든. 나, 사랑에 빠질 것 같아.”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웅얼대듯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광란의 클럽, 뜨거운 열기, 친구들과 지나치게 마신 술. 그리고 옆의 이 남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자고 술을 그렇게 마신 거야, 김성아! 자책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목덜미에 닿는 남자의 입김이 간지러워 몸을 움찔거렸더니, 남자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느껴지는 말캉하고 따뜻하며 축축한 것.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러지 마, 아침에 이러는 거 싫어.”

남자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의 혀는 집요하게 그녀의 민감한 곳을 자극했다. 어느새 숨소리에 묘한 콧소리가 섞이고, 남자의 머리를 밀어내던 손은 그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맨살을 천천히 쓸어 올리며 그녀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이에 반응하듯 살짝 열린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렀다. 남자의 입술이 천천히 내려와 가슴을 머금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성아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그녀의 손이 남자의 뒷목을 쓸어내렸다. 탄탄한 어깨도 쓸고 너른 등도 스치듯 쓸었다. 그 손길에 남자는 고개를 들어 여자의 입술을 덮었다. 말랑한 입술을 물고 빨고 핥는 걸로도 성이 안 차, 살짝 벌린 입술 안을 파고들었다.

남자의 부드럽지만 힘 있게 움직이는 혀를 마음껏 맛보던 성아가 등을 어루만지던 손을 더 아래로 내려 남자의 단단한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맞댄 입술 사이로 남자의 신음이 흘렀다. 성아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지며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드디어 만져지는 단단하고 뜨거운 그것.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묵직했다.

제법이잖아? 성아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민감한 움직임에 남자의 신음소리가 길어졌다. 길게 숨을 뱉어낸 남자가 성아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하아, 너 정말 마음에 들어.”

남자의 말에 성아는 다시 웃었다.

“나도. 나도 이거, 마음에 들어.”

남자가 급하게 성아의 입술을 삼켰다. 잔뜩 성을 낸 그것도 까딱까딱 보채기 시작했다. 손 안에 가득 찬 남성을 느끼며 성아는 눈을 감았다.

그래, 즐기는 거야.

****

5월의 햇빛이 따사로운 호후, 성아는 한산한 화요일 오후를 맞아 창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며칠 비가 왔던 터라 얼굴을 간질이는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돌아온 터라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낮은 창문 앞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은 자세가 아슬아슬했다.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친 채 두 다리를 창턱에 걸치고 있어 짧은 스커트 아래로 속옷이 보일 듯 말듯했다. 병원 대기실 안에 아무도 없었기에 가능한 자세였다. 배도 부르고, 햇빛도 따뜻하고, 자세도 편안하니 살금살금 졸음이란 것이 몰려왔다.

이대로 잠들면 안 되는데, 선생님 오시기 전에 환자라도 오면 이상하게 볼 텐데. 머리로는 일어나야 한다고 했지만 노곤해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뭐, 문소리 들리면 일어나지 뭐. 조금은 귀찮아진 성아는 10분만 자자 하고는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가 잠든 그녀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 남자들의 말소리. 일어나야 하는데…….

‘이루어지리 비뇨기과’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리문이 열리며 달아놓은 작은 종이 땡그랑 울렸다. 감고 있던 성아의 눈이 반짝 떠졌다. 두 남자가 들어오다 성아의 모습을 보며 멈칫했다. 성아는 고개를 돌려 두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후 창턱에 올려놓은 다리를 천천히 내렸다. 나른한 그 움직임을 지켜보는 남자들의 울대가 꿀렁거렸다. 살짝 밀려 올라간 스커트를 끌어내리며 여자가 일어섰다. 뽀얀 허벅지살이 조금 가려지자 남자들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을 애써 허벅지에서 떼야 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쉬는 동안 풀어두었던 긴 머리카락을 한 가닥으로 모아 묶으며 성아가 물어왔다. 형민은 옆에서 입을 헤벌리고 있는 성훈을 한 번 흘겨보더니 팔꿈치로 옆구리를 푹 찔렀다.

“이 자식이랑 먹는 밥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여자의 자태에 넋이 나가있던 성훈은 형민의 말에 발끈했다. 걸신들린 놈처럼 잘만 퍼먹던 놈은 박형민이 아니고 빡형민이었냐?

“나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는 주제에, 지금 어따 대고 투정질이야?”

“됐거든?”

성훈은 옆구리를 문지르면서, 접수대로 걸음을 옮기는 성아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내밀었다.

“같이 먹었으면 밥맛이 더 좋았을 텐데요. 혼자 먹는 밥 지겹지 않습니까?”

“전 혼자 먹는 게 편해서 그래요. 커피 감사해요.”

생긋 웃는 얼굴로 커피를 받아들면서 ‘앞으로도 늬들이랑 밥 먹을 일은 없을 거다’를 못박아버린 성아 때문에 성훈의 표정이 가라앉아버렸다. 성훈이 추파를 던지는 꼴을 가만 지켜보던 형민은 실망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입가로 자꾸 배어나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우리 김 간호사가 그렇게 쉬운 여자는 아니지. 네 놈이 백 번 찍어본들 눈 하나 깜짝 안할 거란다.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는 걸 참으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의자에 앉아 성훈이 당한 꼴에 고소해하며 히죽거리는데, 그가 형민을 따라 들어왔다. 문도 닫지 않은 채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더니,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성아의 뒷모습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우리 김 간호사는 말야, 앞태도 죽이지만 뒤태가 아주 예술이란 말야.”

성훈은 손가락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성아의 뒷모습을 부분부분 뜯어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형민은 발을 높이 들어 성훈의 엉덩이를 밀어냈다. 간호사의 뒤태를 감상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성훈은 크게 한 번 휘청거리고는 꽈당,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갑자기 들린 큰 소리에 성아가 뒤를 돌아보니, 킥킥거리는 형민의 앞에서 다리를 곧게 펴서 모아진 엉덩이를 맹렬한 기세로 문지르는 성훈이 보였다. 펄쩍펄쩍 뛰기까지 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김 간호사가 왜 너희 김 간호사냐? 우리 김 간호사지. 그리고 그렇게 속물처럼 굴 거면 너희 병원으로 그만 꺼져줄래?”

문지르던 엉덩이가 좀 나아졌는지 성훈은 양 손으로 형민이 앉아있는 책상을 꽝 내리쳤다.

“이 자식이, 내 엉치뼈에 금이라도 가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앙?”

“무식한 놈! 의사란 놈이 엉치뼈가 뭐냐, 엉치뼈가.”

“그래, 미안하다. 유식하기 그지없는 비뇨기과 변태 의사 선생님께 저속한 단어 ‘엉치뼈’를 사용해서. 변태 의사 선생님, 제 천골에 문제가 생기면 그쪽이 보상하는 걸로 합시다.”

일그러트린 얼굴로 노려보는 성훈에게 형민은 콧방귀를 꼈다.

“그거 갖고 실금이나 가겠냐? 엄살 그만 떨고 얼른 가라.”

“이거 손님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이 병원 원장이 누군지 몰라도 배가 불렀구만?”

“손님? 누가?”

성훈이 하는 얘기를 못 알아들은 척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형민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왜? 너도 비뇨기과 진료가 필요하냐? 어디가 어떤데? 너도 함몰음경, 자라고추냐? 내가 끄집어 내 주리? 아니면, 아침마다 발딱발딱 일어서야 할 게 죽어 있어? 내가 진짜 한 번 봐줘?”

피식피식 비웃음까지 날려주며 던진 말에 성훈이 당황했다. 형민이 말한 것에 해당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열린 진료실 문 때문에 성아가 들었을까 걱정이 되어 자꾸 힐끔거리게 되었다. 비뇨기과 간호사로 근무하기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젠장. 성훈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성아가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킥킥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 놈이 한 말을 믿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뭐라 변명을 해야 하는 건가? 아냐, 변명을 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일 거야.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만한 얘기가 아닌데! 형민이 던진 공격에 복잡해진 머리를 채 추스르기도 전인데 그의 손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성훈은 기겁을 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거 왜 이래, 변태 같은 의사 놈! 내 존슨은 아주 건강해! 어디다 손을?”

“그러니까 전문의한테 검증을 받아보라고.”

“내 소중한 존슨에게 손만 대 봐! 고소할 거야!”

반은 장난으로 시작된 손 싸움이 한참 이어졌다. 뻗고, 쳐내고, 밀고, 꼬집고 물어뜯기까지 하다보니 방금 먹은 점심이 다 소화된 듯했다. 마지막으로 성훈의 손을 탁 쳐내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형민이 격한 싸움에 얼얼한 손을 들여다보았다. 먼저 물러난 쪽이 지는 거라 여긴 성훈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너 같은 변태새끼한테 함부로 보여 줄 수 없는 내 존슨이야! 꿈도 꾸지 마!”

“의사란 놈 말본새 좀 보라지. 새끼가 뭐냐, 새끼가. 그리고 내가 왜 변태야?”

“남의 존슨을 들여다보고 조몰락거리니 변태지, 변태가 달리 변태냐?”

진료실 밖에서 성아의 숨죽인 웃음소리가 형민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냥 재미있어서 웃는 것일 게야. 절대 비웃음이나 공감한다는 의미는 아닐 거라고. 스스로에게 그리 다독이긴 했지만 인상이 일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빙긋빙긋 웃고 있는 성훈이 얄미웠다. 저 자식을 어떻게 깎아내리지?

“존슨이 뭐냐, 의사가!”

남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입에 담는 단어인 존슨은 성훈 자신이 생각해도 의사가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음경은 음란하게 들린단 말야.”

푸핫, 밖에서 터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내 웃음을 눌러오던 성아가 참지 못하고 터진 것이었다. 웃음이 터진 이유가 자신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던 성훈은 이만 가봐야겠다며 형민에게 인사를 건네는 둥 마는 둥하며 진료실을 나섰다. 성아는 성훈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가시게요?”

“네? 네. 수고하세요.”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성훈이 문을 열고 사라지자 성아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

재미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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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의식 속으로 톡토톡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성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가슴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이 맨살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은 서늘한 공기가 맨 가슴에 와닿자, 어깨를 움츠리며 부르르 떨었다. 손을 들어 이마를 짚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가구나 소품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옷가지며 찌그러진 맥주 캔들이 눈에 거슬렸다. 낯선 풍경에 지난 밤의 기억을 더듬는데, 옆에서 팔 하나가 성아의 허리를 감아왔다.“뭐야, 벌써 깬 거야?”잠이 덜 깬 듯한 허스키한 남자 목소리, 성아는 인상을 쓰며 그 팔을 풀어냈다.“여기 어디야?”“기억 안 나? 내 집.”남자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밀치고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남자의 힘에 이끌려 그 팔에 안긴 성아는 잠시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맨살에 와 닿는 타인의 피부가 묘한 기분을 불러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간밤에 너 정말 굉장했거든. 나, 사랑에 빠질 것 같아.”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웅얼대듯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광란의 클럽, 뜨거운 열기, 친구들과 지나치게 마신 술. 그리고 옆의 이 남자.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자고 술을 그렇게 마신 거야, 김성아! 자책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목덜미에 닿는 남자의 입김이 간지러워 몸을 움찔거렸더니, 남자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느껴지는 말캉하고 따뜻하며 축축한 것.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이러지 마, 아침에 이러는 거 싫어.”남자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의 혀는 집요하게 그녀의 민감한 곳을 자극했다. 어느새 숨소리에 묘한 콧소리가 섞이고, 남자의 머리를 밀어내던 손은 그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남자의 손이 맨살을 천천히 쓸어 올리며 그녀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이에 반응하듯 살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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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훈, 그는 ‘이루어지리’ 비뇨기과 원장인 박형민의 의과대학 동기동창이었다. 본과 때부터 가깝게 지내기 시작해서 전문의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거의 붙어 다니다시피 한 사이인지라,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다 자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형민이 비뇨기과를 선택한 데에 반해, 성훈은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기 위해 피부과를 선택했다. 거기서 두 사람의 인연이 갈라지는가 싶었지만, 성훈 아버지의 ‘눈부셔’ 피부과 건물 맞은편에서 형민이 비뇨기과를 개업하게 되면서 지겹게도 붙어있게 된 것이었다.올 때마다 구박을 받으면서도 성훈은 틈만 나면 비뇨기과를 드나들었다. 형민을 만난다는 핑계로 성아에게 얼굴 도장을 찍으러 온다는 것은 형민도, 성아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성아에게 치근거리거나 집적거려서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라서 못 오게 할 명분이 없었다. 그가 성아에게 하는 작업이래야 고작 점심 함께 하자던지, 영구제모나 필링 따위를 무료로 해 줄 테니 자기네 병원에 한 번 놀러오라는 게 다였다. 그때마다 성아는 웃는 얼굴이지만 단호한 어조로 거부 의사를 밝혀왔고.한 번은 점을 빼주겠다 한 적이 있었다. 딱히 빼야 할 점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성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성훈이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빗장뼈 아래 3cm 정도에 위치한 작은 점.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 정도라 본인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성훈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던 형민이 에라이 하며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위치가 위치이니만큼, 평소 성훈의 시선이 어디 즈음에 주로 머물고 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아는 잠시 의아한 표정으로 가슴을 가렸다가 이내 웃음을 터트렸었다.****아무 것도 없는 하얀 공간 안에 붉은 융단이 펼쳐져 있었다. 그 위에 요염한 자태로 누워있는 나체의 여인.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하얗고 얇은 천 하나 뿐이다. 여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곳에 대 여섯 개의 조명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테이블 위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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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모두 벗어던진 남자가 여자를 향해 몸을 숙였다. 누워있음에도 그 모양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가슴에 얼굴을 묻고 혀를 놀렸다. 효민의 거친 숨소리에 교성이 섞이고, 그녀의 손가락이 용규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본능에 충실해야 할 타이밍이건만, 아무 생각 없어야 할 용규의 머릿속에는 자꾸 한 여자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름도 나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과 섬세하게 반응해오던 육감적인 몸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저 스쳐지나갔던 많은 여자 중에 한 명이라 생각하려 해도, 이렇게 여자를 안을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었다. ‘나도 마음에 들어’라며 나지막이 웃으며 속삭이던 목소리와 함께.****병원 문이 빼꼼 열리더니 교복을 입은 남자가 쭈뼛거리며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다 성아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벌게졌다. 그리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성아는 방긋 웃었다.“어떻게 오셨나요?”“지, 진료를 받고 싶어서…….”“처음이시죠? 이쪽으로 오셔서 인적사항 좀 적어주시겠어요?”빼도박도못하게 된 남자가 울상을 지으며 접수대 쪽으로 다가왔다. 성아가 건네는 쪽지에 이름과 주민번호 등등을 적던 남자가 고개를 슬며시 들었다.“이거 기록으로 남죠?”“기록으로 남아도 외부에 유출되는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성아가 해준 말에도 안심이 안 되는 표정이었지만, 남자는 작성을 마친 쪽지를 내밀었다. 성아가 차트를 작성하는 동안, 남자는 병원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벽에 붙어 있는 성기 확대 자료 앞을 한참 서성이기도 했다.“배경수씨, 진료실로 들어가세요.”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흠칫하며 성기 사진에서 눈을 떼며 헛기침을 했다. 성아는 그 모습이 귀여워 자꾸만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꾹 참아야 했다.형민의 앞에 앉은 남자는 따라 들어온 성아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다. 남자가 왜 그러는지 짐작한 형민이 빙긋이 웃었다.“간호사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정 불편하면 잠시 비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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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살짝 눈을 흘겨주고는 접수대로 돌아가 차트를 정리하는데, 열어 놓은 입구로 20대 초중반의 남자가 들어왔다. 성아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더니 거침없이 접수대로 걸어와 그 위에 팔을 올리며 기대왔다.“성함이요?”“박민식이요.”성아가 남자의 이름을 컴퓨터에 입력하자 진료기록이 떴다. 포경수술 환자구나. 그의 차트를 찾아 형민에게 보내고는 그를 진료실로 들여보냈다.“좀 어떠신가요? 지낼 만 하세요?”“네, 뭐 이제 걷는 것도 괜찮은 거 같고, 팬티에 쓸려도 예전만큼 아프진 않네요.”“드레싱은 자주 해주셨나요?”“네, 뭐…….”“어디 한 번 볼까요?”남자는 성아를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바지를 내리고 성기를 드러냈다. 형민은 진지한 얼굴로 그것을 들여다보며 실밥으로 꿰맨 부위가 잘 아물었나 확인했다.“흠, 붓기도 어느 정도 빠진 것 같고, 특별히 염증소견도 안 보이네요. 발기할 때 아프고 당기는 것도 많이 줄었죠?”“네.”고개를 숙여 환부를 들여다보는 형민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여 들여다보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거렸다.“오늘 실밥 뽑을 겁니다. 붓기는 수술 후 4주 정도는 지나야 완전히 빠지고요, 딱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드레싱 해주는 게 좋습니다.”“네, 그럴게요.”형민이 하나하나 실밥을 뽑을 때마다 남자는 움찔움찔거렸다. 그저 꼬집는 정도의 통증이었지만 부위가 부위인 데다 붓기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기가 쉽지가 않은 모양이었다.성아는 실밥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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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규는 현상한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인상을 쓰고 있었다. 요 며칠 소변을 볼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느껴져 내내 기분이 찜찜하던 차였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는 소변과 함께 약간의 고름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전에는 없던 증상들이라, 의구심이 생겨 인터넷을 검색했었다. 그리고 비슷한 증상을 질문하는 사람을 발견했고, 답변에 쓰여진 ‘성병’이라는 단어에 충격을 받았다.비교적 많은 여자들과 성관계를 해오면서 이런 경우를 예상 못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피임을 위해 콘돔을 사용해 왔었고, 그로 인해 성병에도 어느 정도 안심을 하고 있던 용규였다.지난 번 배우 강효민과의 관계는 즉흥적이었고, 관계 전에 너무 많은 자극을 받은 상태라 콘돔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유명한 여배우가 설마 성병에 걸려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도 있었다.주변에 성병으로 비뇨기과를 들락거리는 사람이 몇 명이 있었고, 그들의 무지를 비웃으며 콘돔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용규였다. 그랬던 자신이 성병이라니! 물론 비뇨기과에 가서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라는 뒷말이 달려 있었지만, 증상 전에 성관계가 있었다면 거의 확실하다는 말도 덧붙어 있었다.그는 손에 들고 있던 여배우의 사진을 팽개치다시피 던지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뇨기과! 포경수술을 한 이후로는 절대 인연 없을 거라 여기고 살아왔건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문제는 그 여자 강효민, 그녀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 달간은 원치 않게 금욕을 해야 했다. 일이 많아 여자를 찾으러 다닐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원인임은 100% 확실한 일이고, 그녀도 치료를 받아야 했다.물론, 그녀에게 그 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 그녀의 행동으로 보아, 절대 혼자 살 여자가 아니었다. 앞으로 그 여배우와 관계를 가질 남자들아! 너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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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는 상가 건물 3층이었다. 덕분에 용규는 큰 부담 없이 병원 문 앞에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문이 닫히면서 들리는 경쾌한 종소리에 접수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간호사가 고개를 들어 용규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용규는 굳어버리고 말았다.그녀였다.그에게 강렬한 하룻밤의 기억을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져 버렸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아 그저 ‘그녀’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던 그 여자.운명이란 게 있다면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여자를 다시 만날 운명이었다면 왜 하필 이런 상황에 이런 장소에서 만나게 하는 것인지.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처음 만났던 클럽을 기웃거리길 수십 번이었다. 이렇게 성병 같은 것에 걸려서 방문한 비뇨기과에서 그녀를 만나리라고는…….성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을 보고는 창백한 낯빛으로 굳어버린 남자의 얼굴이 낯설지가 않았다. 어디서 봤더라? 한참동안 기억을 더듬고서야 겨우 떠올릴 수 있었다. 한 달 전쯤에 클럽에서 만난 원나잇 상대였다. 오랜만에 찾았던 클럽이었고, 오랜만에 한 섹스였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만난 만족스러운 상대였다. 다시는 만날 일 없는 남자라는 생각에 아무 걱정 없이 즐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우람하고 튼실하던 그 물건도.그런데 저 남자가 여기 웬일이지? 기억에 그는 포경을 한 상태였다. 물건의 크기나 굵기도 훌륭했고, 단단하기도 말할 나위 없었다. 병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유를 하나하나 떠올려보던 성아는 피식 웃었다. 소변보는 게 시원치 않은가? 자세한 건 진료할 때 되면 알게 되겠지만 자신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이렇게 환자로 찾아왔다는 것이 재미있었다.“처음이시죠? 이쪽으로 오세요.”잡아먹지 않아요. 뒤이어 떠오른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기 위해,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성아는 잠시 숨을 멈춰야 했다.용규는 뒤돌아 나가서 다른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지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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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부름을 받고 형민 앞에 앉은 용규에게 선고가 떨어졌다.“염증 반응 나왔구요, 임질입니다. 클라디미디아 감염 여부는 배양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가려운 증상은 없는 걸로 보아 아닌 걸로 보입니다만, 일단 항생제 처방 할게요. 주사 있고요. 당분간은 성관계를 피하셔야 해요. 상대 여자분도 반드시 치료를 받으셔야하니 다음 주에 오실 때 같이 오시던가 따로 산부인과에 가시라 전해주세요.”“뭐, 말은 해뒀습니다. 생각이 있는 여자라면 알아서 하겠죠.”형민은 잠시 입을 다물고 용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할 말 많은 표정으로 성아에게 눈짓을 했다. 성아는 형민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알아채고는 살짝 웃으며 진료실을 나가주었다. 성병 환자에게 늘 하던 소리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뭐 하나 틀린 말이 없고 부끄러워할 만한 내용이 아니건만 형민은 꼭 이렇게 간호사에게 자리를 피해줄 것을 요구했다.“제가 이런 말씀 드리는 것에 대해 기분 나쁘다거나 건방지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다 자란 성인이기에 드리는 말씀이니까요. 환자분이 어떠한 성생활을 즐기던, 제가 간섭할 자격이 없어요. 전 그냥 비뇨기과 의사니까요. 하지만 좀 더 건강하고 바람직한 성행위를 위해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어서요. 먼저 콘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기혼이시고 아기를 원하신다면 필요 없겠지만, 상대 여성분뿐만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더욱 그래요. 급해 죽겠는데 그거 끼고 있을 정신이 없다던가, 답답하고 느낌이 덜하다는 이유로 안 하시는 건 알겠지만, 뒷감당은 순전히 여성의 몫이 되거든요. 그리고 상대가 어떤 병원체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 아닙니까. 특히 여성에게 별다른 증상이 없는 질환이 몇 가지 있어서 말이죠.”진지한 표정의 형민과는 달리 용규는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을 듣고 있으려니 재미가 없었던 탓이었다. 늘상 보아오던 표정이라 형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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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티 안 나게 삭이려니 절로 주먹이 쥐어졌다. 저 흰머리 드문드문 섞인 뒤통수를 시원하게 한방 후려갈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부인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고 하시니 크게 걱정하실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요.”“애인이랑 할 때 문제가 되니 이렇게 찾아온 게 아닙니까.”차분한 남자의 목소리에 성아가 욱해서 한 걸음 다가왔지만 살짝 들어 올린 형민의 손에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형민은 빙긋 웃었다.“제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그걸 저한테 물으시면 안 되죠. 의사선생이잖습니까. 거, 비알그라나 쑤알레스 같이 좋은 약 많더만요.”“아무리 의사라 해도 혼외정사에 도움을 드릴 수는 없어서 말이죠. 배우자분과의 성관계에선 별 이상이 없는 걸로 보아, 환자분은 심인성 발기부전 같아 보입니다. 혼외정사에 대한 죄책감이 원인인 듯 하구요. 무의식적이긴 하겠지만 본인도 옳지 않은 관계라는 걸 알고 있는데 왜 굳이 그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지 저로선 잘 이해가 되지 않네요. 부인과의 잠자리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찾아오시는 건 어떨까요?”웃음을 잃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남자를 설득해 보았지만, 그 표정을 보아하니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지금 날 가르치려 드는 거요? 됐고, 처방전이나 하나 써 줘요.”“다시 말씀드리지만, 부인과의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기쁜 마음으로 처방전 써드릴게요.”남자가 벌떡 일어났다. 아까부터 찡그린 인상이 점점 벌게지고 있었다. 성아가 남자를 제지해보려 다시 움직였지만, 이번에도 형민이 손짓으로 그녀를 말렸다.“이거 원! 큰 병원 가려다 조그만 동네 병원 밥줄에 보탬이나 좀 될까 해서 왔더니 뭐? 혼외정사가 어쩌고 저째? 처방전이나 하나 써주면 될 일 갖고 되게 유세구만!”“유세는 아니고요, 정상적인 관계에서 문제가 없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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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곁들인 음식은 양식에 익숙하지 않은 성아의 입에도 잘 맞았다. 고기 한 조각으로는 부족한 양은 계속 채워지는 빵과 자꾸만 나오는 접시들로 채울 수 있었다. 간간히 우스갯소리도 해가며 시간이 흘렀다.“어우, 조금씩 먹어서 배가 차겠나 싶었는데, 배가 빵빵해졌어요.”“벌써요? 이제 디저트 나올 거예요. 여기 아이스크림 괜찮아요. 기대해도 좋아요.”형민은 아까부터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분위기도 좋고, 음식도 맛있고, 마주 앉은 사람이 내내 웃는 낯이라 성아의 기분도 좋았다. 거기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이라니, 기대감에 눈이 반짝거렸다. 그리고 서빙된 바닐라 아이스크림. 형민의 말 대로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나치지 않은 달콤함과 풍부한 바닐라 향, 부드러운 식감은 성아를 행복하게 했다.한 숟가락 입에 떠 넣고, 두 눈을 감고는 그 맛을 음미하는 성아를 보며 형민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기대했던 대로 아이스크림이 성아의 경계심을 허물고 있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하나 더 드실래요?”“음…… 그러고 싶지만 참을래요. 이미 허용범위를 넘겼어요.”성아의 새침한 대답에 형민이 유쾌하게 웃었다.“그래요, 그럼. 이만 일어날까요? 근처에 괜찮은 바가 있어요. 와인만으로는 아쉽잖아요.”“하지만…….”“혼자서 술잔 기울이는 처량한 남자로 만들지 말아요, 김 선생님.”왠지 오늘 형민이 달라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점잖게 대하던 그였는지라, 이렇게 애교 섞인 부탁을 거절하기가 애매했다. 결국 형민이 이끄는 대로 바에 앉아 위스키 반병을 비워버렸다.발그레하게 붉어진 얼굴로 성아가 배실배실 웃었다. 형민은 그 모습이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났다.“괜찮아요, 김 선생님?”“넵! 괜찮아요. 좀 취하긴 했지만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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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민의 볼을 쓰다듬은 성아의 가벼운 손길은 목을 타고 셔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손톱을 세워 가볍게 형민의 가슴을 긁어내려갔다. 얇은 셔츠를 통해 느껴지는 그 느낌은 손바닥으로 쓸어내리는 것보다 훨씬 자극적이라 그의 입에서는 한숨에 가까운 탄식이 새어나왔고, 동시에 하체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성아의 손톱은 이제 형민의 젖꼭지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그녀가 조그맣게 솟아오른 곳을 손톱으로 살살 긁어대자 그것은 돌연 성을 내며 딱딱해졌고, 형민의 입에서 가느다랗게 신음이 흘렀다. 가벼운 웃음을 흘리며 성아는 손을 더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배꼽 주변을 살살 맴돌던 손길은 아래서부터 셔츠 단추를 풀어내기 시작했다.뜨겁게 달아오른 맨살을 살짝살짝 스치는 차가운 손가락에, 형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벌떡 일으켜 성아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 배고픈 아기가 엄마 젖을 찾듯 그녀의 입술을 빨아들였다. 그녀가 걸친 카디건을 성급히 끌어내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손을 멈추고 입술을 떼었다.“성아씨, 피임은…… 하고 있나요?”성아가 잠시 멈칫하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반쯤 벗겨진 카디건을 어깨에 끌어올렸다.“아뇨. 그런 거 안 해요.”“그럼…… 밖에다…….”“아뇨, 선생님.”애타는 표정의 형민을 미안한 얼굴로 바라보며 성아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선생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쿠퍼액으로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거. 그리고 콘돔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도 하셨죠.”“하지만…….”“그리고 제가 어떤 병원균을 가지고 있으면 어쩌시려고요.”“서, 성아씨.”형민은 그간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했던 말들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리고 그간 비난해 왔던 준비성 부족한 성관계가 무작정 비난만 할 게 아니라는 점도 절절히 느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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