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비뇨기과 김성아 간호사에게는 두 남자가 있다. 원나잇 상대였다가 운명처럼(?) 다시 만난 포토그래퍼 고용규와 비뇨기과 원장이며 ‘젠틀 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형민. 어느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주지 못하는 성아에게 동료 간호사 민영이 ‘대놓고 양다리’ 게임을 제안한다. 비뇨기과의 다양한 환자들과 좌충우돌하는 김 간호사의 모습과, 그녀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두 남자의 치열한 고군분투를 지켜보시라
View More몽롱한 의식 속으로 톡토톡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파고들었다. 성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가슴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이 맨살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금은 서늘한 공기가 맨 가슴에 와닿자, 어깨를 움츠리며 부르르 떨었다. 손을 들어 이마를 짚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정돈되어있는 가구나 소품들과는 어울리지 않게, 바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옷가지며 찌그러진 맥주 캔들이 눈에 거슬렸다. 낯선 풍경에 지난 밤의 기억을 더듬는데, 옆에서 팔 하나가 성아의 허리를 감아왔다.
“뭐야, 벌써 깬 거야?”
잠이 덜 깬 듯한 허스키한 남자 목소리, 성아는 인상을 쓰며 그 팔을 풀어냈다.
“여기 어디야?”
“기억 안 나? 내 집.”
남자는 가볍게 그녀의 손을 밀치고 그녀의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남자의 힘에 이끌려 그 팔에 안긴 성아는 잠시 몸부림을 쳐 보았지만, 맨살에 와 닿는 타인의 피부가 묘한 기분을 불러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간밤에 너 정말 굉장했거든. 나, 사랑에 빠질 것 같아.”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웅얼대듯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광란의 클럽, 뜨거운 열기, 친구들과 지나치게 마신 술. 그리고 옆의 이 남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쩌자고 술을 그렇게 마신 거야, 김성아! 자책해 보았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지는 않았다.
목덜미에 닿는 남자의 입김이 간지러워 몸을 움찔거렸더니, 남자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느껴지는 말캉하고 따뜻하며 축축한 것. 숨이 점점 거칠어졌다.
“이러지 마, 아침에 이러는 거 싫어.”
남자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의 혀는 집요하게 그녀의 민감한 곳을 자극했다. 어느새 숨소리에 묘한 콧소리가 섞이고, 남자의 머리를 밀어내던 손은 그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고 있었다.
남자의 손이 맨살을 천천히 쓸어 올리며 그녀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이에 반응하듯 살짝 열린 입술에서 신음소리가 흘렀다. 남자의 입술이 천천히 내려와 가슴을 머금었다.
그래, 이렇게 된 거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성아의 입가에 미소가 스쳤다. 그녀의 손이 남자의 뒷목을 쓸어내렸다. 탄탄한 어깨도 쓸고 너른 등도 스치듯 쓸었다. 그 손길에 남자는 고개를 들어 여자의 입술을 덮었다. 말랑한 입술을 물고 빨고 핥는 걸로도 성이 안 차, 살짝 벌린 입술 안을 파고들었다.
남자의 부드럽지만 힘 있게 움직이는 혀를 마음껏 맛보던 성아가 등을 어루만지던 손을 더 아래로 내려 남자의 단단한 엉덩이를 움켜잡았다. 맞댄 입술 사이로 남자의 신음이 흘렀다. 성아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지며 손을 더 아래로 내렸다. 드디어 만져지는 단단하고 뜨거운 그것. 손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묵직했다.
제법이잖아? 성아의 손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민감한 움직임에 남자의 신음소리가 길어졌다. 길게 숨을 뱉어낸 남자가 성아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하아, 너 정말 마음에 들어.”
남자의 말에 성아는 다시 웃었다.
“나도. 나도 이거, 마음에 들어.”
남자가 급하게 성아의 입술을 삼켰다. 잔뜩 성을 낸 그것도 까딱까딱 보채기 시작했다. 손 안에 가득 찬 남성을 느끼며 성아는 눈을 감았다.
그래, 즐기는 거야.
****
5월의 햇빛이 따사로운 호후, 성아는 한산한 화요일 오후를 맞아 창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며칠 비가 왔던 터라 얼굴을 간질이는 햇살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일찌감치 점심을 먹고 돌아온 터라 점심시간이 끝나기까지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낮은 창문 앞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은 자세가 아슬아슬했다.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친 채 두 다리를 창턱에 걸치고 있어 짧은 스커트 아래로 속옷이 보일 듯 말듯했다. 병원 대기실 안에 아무도 없었기에 가능한 자세였다. 배도 부르고, 햇빛도 따뜻하고, 자세도 편안하니 살금살금 졸음이란 것이 몰려왔다.
이대로 잠들면 안 되는데, 선생님 오시기 전에 환자라도 오면 이상하게 볼 텐데. 머리로는 일어나야 한다고 했지만 노곤해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뭐, 문소리 들리면 일어나지 뭐. 조금은 귀찮아진 성아는 10분만 자자 하고는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엘리베이터 문 열리는 소리가 잠든 그녀의 의식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 남자들의 말소리. 일어나야 하는데…….
‘이루어지리 비뇨기과’라는 글자가 새겨진 유리문이 열리며 달아놓은 작은 종이 땡그랑 울렸다. 감고 있던 성아의 눈이 반짝 떠졌다. 두 남자가 들어오다 성아의 모습을 보며 멈칫했다. 성아는 고개를 돌려 두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후 창턱에 올려놓은 다리를 천천히 내렸다. 나른한 그 움직임을 지켜보는 남자들의 울대가 꿀렁거렸다. 살짝 밀려 올라간 스커트를 끌어내리며 여자가 일어섰다. 뽀얀 허벅지살이 조금 가려지자 남자들은 아쉬움이 가득한 눈빛을 애써 허벅지에서 떼야 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어요?”
쉬는 동안 풀어두었던 긴 머리카락을 한 가닥으로 모아 묶으며 성아가 물어왔다. 형민은 옆에서 입을 헤벌리고 있는 성훈을 한 번 흘겨보더니 팔꿈치로 옆구리를 푹 찔렀다.
“이 자식이랑 먹는 밥이 맛있어 봤자 얼마나 맛있겠습니까.”
여자의 자태에 넋이 나가있던 성훈은 형민의 말에 발끈했다. 걸신들린 놈처럼 잘만 퍼먹던 놈은 박형민이 아니고 빡형민이었냐?
“나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도 없는 주제에, 지금 어따 대고 투정질이야?”
“됐거든?”
성훈은 옆구리를 문지르면서, 접수대로 걸음을 옮기는 성아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내밀었다.
“같이 먹었으면 밥맛이 더 좋았을 텐데요. 혼자 먹는 밥 지겹지 않습니까?”
“전 혼자 먹는 게 편해서 그래요. 커피 감사해요.”
생긋 웃는 얼굴로 커피를 받아들면서 ‘앞으로도 늬들이랑 밥 먹을 일은 없을 거다’를 못박아버린 성아 때문에 성훈의 표정이 가라앉아버렸다. 성훈이 추파를 던지는 꼴을 가만 지켜보던 형민은 실망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입가로 자꾸 배어나는 웃음을 꾹 눌러 참았다.
우리 김 간호사가 그렇게 쉬운 여자는 아니지. 네 놈이 백 번 찍어본들 눈 하나 깜짝 안할 거란다. 괜히 어깨가 으쓱거리는 걸 참으며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 의자에 앉아 성훈이 당한 꼴에 고소해하며 히죽거리는데, 그가 형민을 따라 들어왔다. 문도 닫지 않은 채 책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더니,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성아의 뒷모습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우리 김 간호사는 말야, 앞태도 죽이지만 뒤태가 아주 예술이란 말야.”
성훈은 손가락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성아의 뒷모습을 부분부분 뜯어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형민은 발을 높이 들어 성훈의 엉덩이를 밀어냈다. 간호사의 뒤태를 감상하느라 미처 알아채지 못한 성훈은 크게 한 번 휘청거리고는 꽈당,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갑자기 들린 큰 소리에 성아가 뒤를 돌아보니, 킥킥거리는 형민의 앞에서 다리를 곧게 펴서 모아진 엉덩이를 맹렬한 기세로 문지르는 성훈이 보였다. 펄쩍펄쩍 뛰기까지 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김 간호사가 왜 너희 김 간호사냐? 우리 김 간호사지. 그리고 그렇게 속물처럼 굴 거면 너희 병원으로 그만 꺼져줄래?”
문지르던 엉덩이가 좀 나아졌는지 성훈은 양 손으로 형민이 앉아있는 책상을 꽝 내리쳤다.
“이 자식이, 내 엉치뼈에 금이라도 가면 어떻게 책임질 건데, 앙?”
“무식한 놈! 의사란 놈이 엉치뼈가 뭐냐, 엉치뼈가.”
“그래, 미안하다. 유식하기 그지없는 비뇨기과 변태 의사 선생님께 저속한 단어 ‘엉치뼈’를 사용해서. 변태 의사 선생님, 제 천골에 문제가 생기면 그쪽이 보상하는 걸로 합시다.”
일그러트린 얼굴로 노려보는 성훈에게 형민은 콧방귀를 꼈다.
“그거 갖고 실금이나 가겠냐? 엄살 그만 떨고 얼른 가라.”
“이거 손님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이 병원 원장이 누군지 몰라도 배가 불렀구만?”
“손님? 누가?”
성훈이 하는 얘기를 못 알아들은 척 주위를 한 번 둘러본 형민이 눈을 게슴츠레 떴다.
“왜? 너도 비뇨기과 진료가 필요하냐? 어디가 어떤데? 너도 함몰음경, 자라고추냐? 내가 끄집어 내 주리? 아니면, 아침마다 발딱발딱 일어서야 할 게 죽어 있어? 내가 진짜 한 번 봐줘?”
피식피식 비웃음까지 날려주며 던진 말에 성훈이 당황했다. 형민이 말한 것에 해당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지만 열린 진료실 문 때문에 성아가 들었을까 걱정이 되어 자꾸 힐끔거리게 되었다. 비뇨기과 간호사로 근무하기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젠장. 성훈은 고개를 떨어트렸다. 성아가 고개를 살짝 돌린 채로 킥킥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 놈이 한 말을 믿어버리는 건 아니겠지? 뭐라 변명을 해야 하는 건가? 아냐, 변명을 하는 게 더 이상해 보일 거야.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만한 얘기가 아닌데! 형민이 던진 공격에 복잡해진 머리를 채 추스르기도 전인데 그의 손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성훈은 기겁을 하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거 왜 이래, 변태 같은 의사 놈! 내 존슨은 아주 건강해! 어디다 손을?”
“그러니까 전문의한테 검증을 받아보라고.”
“내 소중한 존슨에게 손만 대 봐! 고소할 거야!”
반은 장난으로 시작된 손 싸움이 한참 이어졌다. 뻗고, 쳐내고, 밀고, 꼬집고 물어뜯기까지 하다보니 방금 먹은 점심이 다 소화된 듯했다. 마지막으로 성훈의 손을 탁 쳐내고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형민이 격한 싸움에 얼얼한 손을 들여다보았다. 먼저 물러난 쪽이 지는 거라 여긴 성훈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너 같은 변태새끼한테 함부로 보여 줄 수 없는 내 존슨이야! 꿈도 꾸지 마!”
“의사란 놈 말본새 좀 보라지. 새끼가 뭐냐, 새끼가. 그리고 내가 왜 변태야?”
“남의 존슨을 들여다보고 조몰락거리니 변태지, 변태가 달리 변태냐?”
진료실 밖에서 성아의 숨죽인 웃음소리가 형민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그냥 재미있어서 웃는 것일 게야. 절대 비웃음이나 공감한다는 의미는 아닐 거라고. 스스로에게 그리 다독이긴 했지만 인상이 일그러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눈앞에서 빙긋빙긋 웃고 있는 성훈이 얄미웠다. 저 자식을 어떻게 깎아내리지?
“존슨이 뭐냐, 의사가!”
남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입에 담는 단어인 존슨은 성훈 자신이 생각해도 의사가 사용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음경은 음란하게 들린단 말야.”
푸핫, 밖에서 터지는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내 웃음을 눌러오던 성아가 참지 못하고 터진 것이었다. 웃음이 터진 이유가 자신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던 성훈은 이만 가봐야겠다며 형민에게 인사를 건네는 둥 마는 둥하며 진료실을 나섰다. 성아는 성훈이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표정을 가다듬었다.
“가시게요?”
“네? 네. 수고하세요.”
어색한 표정으로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 성훈이 문을 열고 사라지자 성아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
재미있는 사람이야.
용규가 나가고 나서도 한참 사진을 만지작거리던 성아는 씁쓸하게 웃었다.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도 않았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날이라 여기면서 다이어리를 펼쳐 사진을 끼워 넣었다.고용규, 그 남자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았다. 사생활이 어떠한지는 단정할 수 없었으나,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은 높은 남자 같았다. 클럽에서 놀기 좋아하고, 여자 만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은 그를 한없이 가벼워보이게 했지만, 어쩌면 그는 자신의 인생에 한해서는 진지한 사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성아는 접수대에서 형민이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줌발이 약하고 회음부에 통증이 있어서 내원한 환자의 전립선액 검사를 위해 자리를 비켜주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전립선을 마사지해서 전립선액을 채취하는지라, 형민은 매번 성아에게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닌지라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끝나면 어련히 알아서 부르겠거니 하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진료실 안에서 큰 비명소리가 났다. 그리고 들리는 우당탕탕 소리. 성아는 깜짝 놀라 진료실 문을 벌컥 열었다. 형민은 의자와 함께 바닥에 넘어져 있었고, 비닐장갑을 끼지 않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었다. 환자는 쓰러진 형민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벌개진 얼굴로 바지춤을 추스르고 있었다.“선생님! 왜 그러세요? 괜찮으세요?”성아는 얼른 형민에게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형민은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선생님 코피!”얼굴에서 손을 떼자 형민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성아는 얼른 손을 뻗어 티슈를 뽑아 형민의 코앞에 대 주고는, 원망 섞인 눈빛으로 환자를 쏘아보았다.“아, 씨발! 의사가
흐뭇한 얼굴로 병원을 나서는 모자를 바라보던 형민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성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성아는 흠칫하며 뒤로 살짝 물러났다.“왜, 왜 그러세요?”“아까 하던 얘기, 마저 해야죠.”“무슨 얘기요?”“왜 웃었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설명이 필요해요.”“안 웃었다니까요.”발뺌을 하는 성아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번졌다. 의외로 집요한 구석도 있었네, 박 선생님.성아의 웃는 얼굴에 형민은 더 애가 달았다. 분명 자기는 그런 부류의 남자와는 다르다고 얘기했건만, 분명 웃을 만한 내용이 아니었는데도 그녀가 웃고 있으니 불안해졌다.“지금도 웃고 있잖아요.”“아니에요.”“그런 얼굴로는 아니라고 해도 믿을 수가 없잖아요.”형민이 다시 손을 뻗었으나, 야속하게도 문이 열리는 종소리가 들려왔다. 왜 자꾸 방해자가 나타나는지! 짜증이 일은 형민이 고개를 홱 돌려 쳐다보니 용규가 웃으며 들어서고 있었다.“성아 씨, 저 왔어요. 의사선생님도 나와 계시네요? 음, 분위기가 이상한데…….”용규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자 경쟁자가 있으면 불타오른다는 용규의 말이 떠오른 성아가 활짝 웃었다.“어서 오세요, 고용규 씨.”“성은 빼고 불러달라니까요. 어제 보고 또 보는 건데 왜 이렇게 오랜만인거 같죠?”용규가 친근한 척 성아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자 형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 자식은 뭔데 김 선생님 이름을 함부로 불러?“그런가요? 저는 너무 자주 보는 것 같
슬며시 주먹을 움켜쥐는데 남자가 돌아보았다. 때릴 마음은 없었으나,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라 성아는 흠칫했다.“왜, 왜 그러세요?”“세현이가 뭐라던가요?”“궁금하시긴 한가봐요?”“결혼 안 하겠대요?”성아는 고개를 돌려 대기실 의자에서 바닥을 노려보는 여자를 쳐다보았다.“글쎄요, 뭐라 했을까요?”“이 병원, 좀 이상한 병원이에요.”남자의 말에 성아는 여자에게서 눈을 떼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무슨 소리야? 우리 병원만큼 좋은 병원이 또 어디 있다고? ‘이루어지리’ 비뇨기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성아의 신경을 긁어대는 남자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의사가 진료만 보고 병만 고치면 되는데 말이에요. 간호사님도 주사만 잘 놓으면 되는 거잖아요. 의사 선생님은 이상한 소리나 하시고 간호사 선생님은 세현이한테 잘해주시고…….”“이상한 소리요?”말에 돋힌 가시를 읽었는지 남자가 성아를 돌아보았다.“형이 있었다면…… 아마 형이 해주었을만한? 뭐 그런 거요. 세현이는 뭐랬냐구요.”“직접 들으세요.”뾰족하게 대답하고는 남자를 화장실로 밀어 넣고 나니, 성아는 형민이 했다는 말이 궁금해졌다. 형이 있었다면 그 형이 해주었을만한 말이라. 평소 성병 환자에게 발휘되던 형민의 오지랖이 제대로 펼쳐진 모양이었다. 듣는 환자에겐 달갑지 않은 설교였겠으나, 하나하나 옳은 소리만 담겨있는 구구절절한 잔소리였을 테지. 성아의 얼굴에 배죽이 미소가 새어나왔다.잠시후, 형민은 두 사람을 진료실로 불렀다.
****복도가 잠시 소란스러운가 싶더니 종소리가 요란하게 문이 벌컥 열렸다. 놀라 고개를 든 성아의 시선에 20대 후반쯤 되었을 법한 여자가 화난 표정으로 무언가를 잡아당기는 모습이 들어왔다.“자, 잘못 했어 자기야!”“당장 안 들어와? 너 오늘로 그만 살고 싶지? 바람을 피려면 티 안 나게 펴야 할 거 아냐!”“딱 한번이었어. 바람 아니라고!”“이게, 그래도 입은 살았지?”성아는 이 재미있는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몸을 살짝 일으켰다. 문 밖에서 들어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남자가 보였다. 여자는 남자의 멱살을 움켜잡고 그를 안으로 들이려 하고 있었고.“어떻게 오셨나요?”내원 목적이 눈에 훤히 보였지만, 의례적으로 물었더니 여자가 힐끔 성아를 보았다.“잠깐만요, 이 놈 좀 수습하고요!”여자는 괴성과 함께 무지막지한 힘으로 남자를 끌어다 병원 바닥에 패대기쳤다. 여자는 꿈틀거리는 남자를 내버려둔 채로 씩씩대며 접수대로 왔다.“저 놈 성병 검사 좀 해주세요, 간호사 언니.”성아는 생긋 웃으며 인적사항을 적는 쪽지를 내밀었다. 여자는 남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쪽지를 작성해 돌려주었다.“진짜 딱 한번이었다고! 자기밖에 없는 거 알잖아!”남자가 애타는 표정으로 여자의 팔을 잡았다. 여자는 팔을 잡은 손을 힐끔 보더니 냉정하게 탁 쳐냈다. 그리고 다시 잡으려는 손을 밀어냈다.“딱 한번? 그 소리도 세 번째 듣는 거거든? 모르지, 내가 아는 것만 세 번이고 내가 모르는 건 몇 번인지!”보아하니 남자가 아랫도리 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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