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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어우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8 14:00:30

한편 진료실에서 나온 성아가 제일 먼저 본 것은 민영의 의미심장한 웃음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리 웃는 것인지 대충 알 것 같아 성아는 난감했다.

“둘이 무슨 얘기 했어?”

“별 얘기 안 했어요.”

“박 선생님이 막 이렇게, 이렇게 만지고 그러진 않았어?”

민영이 옆으로 다가온 성아의 손을 덥석 잡아 조물락거리기도 하고 허리에 팔을 감아 휙 잡아당기기도 하면서 물어왔다. 성아는 몸을 비틀어 민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어우, 강 선생님. 그냥 마주 앉아서 차트 정리만 했어요.”

“에, 그게 뭐야? 박 선생님 실망이야. 둘이 알콩달콩 하라고 들여다보고 싶은 것도 꾹 참고 있었더니!”

김빠진 얼굴로 민영이 의자 위로 털썩 소리 나게 앉았다.

“강 선생님은 제가 박 선생님이랑 잘 됐으면 하시나봐요?”

“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잖아. 그 사진작가도 매력적이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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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45

    차시트에 몸을 기대고 차창을 향해 고개를 돌린 성아는 눈을 뜨고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복잡하게 얽혀 잠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서울을 떠나 맑은 공기 속에서 내려놓았던 긴장이 다시 올라온 느낌이랄까. 민영이 제시하고 모두가 받아들인 '대놓고 양다리'는 성아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편하지가 않았다. 형민을 만날 때면 용규를 생각해 몸을 사리고, 용규와 있을 때는 형민 때문에 조심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두 사람과의 데이트는 즐거웠지만, 그런 것들이 그녀에게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성아 씨, 이제 그만 일어나요."어깨를 가볍게 흔드는 용규의 손짓에 성아는 눈을 떴다. 어느 새 어둑해진 차창 밖으로 눈에 익은 골목이 보였다. 출발할 때 그녀가 알려 준 그녀의 동네 어귀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저도 모르게 잠든 모양이었다. 시계를 보니 6시가 지나 있었다. 예상했던 시각을 훨씬 지난 시간이라 성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용규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잠든 모습이 좀 예뻐야 말이죠. 도대체 뭘 믿고 코 고는 소리까지 예쁜 겁니까, 성아 씨는?"누가 선수 아니랄까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멀쩡한 낯빛으로 잘도 뱉어낸다 싶어 성아는 푸스스 웃었다. "어제 오늘 이래저래 고마웠으니까 그런 실없는 소리는 용서해 줄게요. 안녕히 가세요."용규는 팔을 뻗어 발치에 내려놨던 가방을 챙겨드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굿바이 키스는 없어요?""오늘 제 입술이 좀 피곤하다네요. 며칠은 쉬게 해주고 싶어서요."부기도 다 빠졌구만.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신 용규가 마지 못해 성아의 손을 놓아주었다. "사진 뽑아서 월요일에 병원으로 갈게요.""네."본인은 아쉬워 죽겠는데, 조금의 미련도 없이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드는 성아의 모습을 보니 약이 올랐다. 차에서 내려 그녀를 잡고 밀어붙여 강제로 키스를 진하게……. 용규는 피식 웃었다. 강제로 뭘 해볼 생각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44

    늦은 아침을 먹고 용규는 성아와 함께 콘도 뒤쪽의 산책로를 걸었다. 당장이라도 콧노래를 흥얼거릴 것 같이 신난 표정의 용규와는 달리, 묵묵히 뒤를 따르는 성아의 표정은 뚱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앞서가는 용규의 뒤통수를 노려보기도 하고 입술을 삐죽 내밀어 입안으로 구시렁거리기도 하는 모양이 뭔가 불만스러운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용규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길이 험해 힘들거나 그렇진 않죠?"표정을 정돈하거나 가다듬는 기색 없이 힐끔 쳐다보는 성아 때문에 용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성아 씨, 힘들어요?""네! 힘들어 죽겠네요!"불퉁스런 그녀의 목소리에 용규가 손을 내밀었다."그럼 얘길 하지 그랬어요. 출발할 때 손 잡자는 거 굳이 뿌리치더니. 좀 쉬었다 갈까요?""아뇨. 지금 힘든 건 다리가 아니라서요."성아의 대답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몸을 한 차례 훑어본 용규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의 말 뜻을 이해한 것이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유난히 붉은 색을 띤 입술, 그 입술이 살짝 부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안쪽에는 그가 이로 물어 생긴 작은 상처도 있을 터였다. 키스 외에 아무 것도 못 하게 한 성아에 대한 심술로 아침부터 키스를 좀, 아니 과하게 했었다. 목덜미 쪽으로 손을 대는 것조차 못하게 하길래 입술을 깨물어 살짝 피맛을 봤더니 그 이후로는 키스도 못 하게 했다. 뭐, 그 이상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욕구불만은 남았지만 키스는 원없이 했다는 생각에 그러자 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물러서는데도 성아는 가볍게 눈을 흘기며 입술을 비죽 내밀었더랬다. 그러고 보면 그녀가 지금 툴툴대는 건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아침의 '과한 키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거였다. 그녀의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여기서 드러냈다간 또 뭐라 꼬투리를 잡고 투덜댈 것 같아 짐짓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 "다리가 아니라면... 그럼 어떻게 해줄까요? 원하는 대로 해 줄게요.""됐네요.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43

    한참동안 욕실에서 몸을 식힌 용규는 잠시 부시럭거리더니 어느 새 하나 뿐인 침대에서 고른 숨을 내뱉으며 잠이 들었다.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성아는 작게 웃었다. 용규에게 관심 없는 척하려 눈도 돌리지 않고 있었지만 귀를 세워 그의 움직임을 모두 듣고 있던 그녀였다. 그가 잠들었다는 확신이 생기자 마음이 놓이며 저도 모르게 웃고 만 것이었다. 용규에게 말한 대로 성아는 지금 있는 곳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도시의 소음이 사라진 적막함, 방 안에서 새어나오는 스탠드 불빛과 별빛을 제외한다면 완벽하다 할 수 있을 어둠, 나무 냄새가 실린 청량한 바람 끝에 느껴지는 쌀쌀한 기운까지. 지쳐있던 성아의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을 주었다. 민영의 권유로 시작한 '대놓고 양다리'는 이제 겨우 시작이었다. 용규의 갑작스러운 스케줄 때문에 형민과는 연달아 세 번의 데이트를 했고, 그 세 번의 데이트를 한 번에 만회할 정도의 여행을 오게 된 것까지. 스코어를 매긴다면 1대 1이라 할 수 있었다. 민영은 마음 놓고 즐기라고 했지만, 성아는 이 상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형민과 데이트를 할 때에는 용규가 신경 쓰였고, 이렇게 용규와 있다 보니 형민이 생각나서 무턱대고 즐길 수가 없었다. "양다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닌가봐."피식 웃음과 함께 자조 섞인 목소리가 어둠 속에 흩어졌다. 성아는 몸을 일으켰다.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었지만 차가운 산공기에 조금씩 몸이 떨려오는 중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용규가 잠들어 있는 침대와 의자 사이를 몇 번 오갔다. 잠시의 망설임 후, 그녀는 침대로 가 엉덩이를 걸쳐 앉았다. 스탠드 불빛에 비친 용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을 뜨고 있으나 감고 있으나 잘생긴 건 여전했다. 한 번 찔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잘못해서 그가 깨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겨우 달래놨는데 들쑤셔서 덤벼들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성아는 쿡쿡 웃으며 용규 옆에 누웠다. 두껍지 않은 이불을 통해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에 몸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42

    욕실로 들어간 성아가 나오길 기다리다 용규는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화장을 지우고 양치를 마친 성아가 욕실에서 나오다 피식 웃었다. 용규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이럴 거면서 흑심은 뭐하러 내보였는지. 실랑이할 일은 없겠다 싶어서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하며 성아는 창가로 갔다. 산속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찼다. 잠시 밖을 내다보던 그녀는 담요와 의자를 끌어와 창가에 자리 잡았다. 이 곳에서 보는 하늘과 서울에서 보는 하늘, 그게 그거고 거기서 거기일 텐데 어쩌면 이렇게 다를까. 검은 융단같이 부드러운 검은 빛의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무수히 많은 별들. 가끔 TV에서 그래픽으로 만들어놓은 많은 별들이 나올 때면 코웃음을 쳤더랬다. 아무리 별이 많다 하더라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저렇게 많을 리가 있겠냐며, 어설프게 많이 만드느니 적당하게 만드는 게 현실적이라고 비웃었더랬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보인 밤하늘은 말 그대로 비현실적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는 흉내도 못 낼 아름다움이 거기에 있었다. 성아는 그만 매료되어버렸다.어깨에 두른 담요를 가슴 앞에 모아 쥐고 하염없이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던 성아는 뒤에서 어깨를 안아오는 팔에 깜짝 놀랐다. 잠들어 있던 용규가 언제 일어났는지 뒤에서 그녀를 안고 목덜미 움푹 파인 곳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아, 일어났어요?""깜빡 잠들었네요. 깨우지 그랬어요.""많이 피곤해 보였어요. 가서 더 자요."용규는 어깨를 안은 팔을 풀어내려 하는 성아의 손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더 꼭 안았다. "성아 씨랑 같이 있는데 잠은 무슨. 다 깼어요."용규는 볼에 닿는 성아의 귓불에 부비적거리며 얼굴을 문질렀다. 보드라운 살결이 주는 감촉이 말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에게서 벗어나려 몇 번 버르적거리던 그녀가 가볍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포기한 듯 하늘을 다시 올려다보는 게 또 마음에 들어 슬며시 웃음지었다."별이 참 많죠?""그러네요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41

    용규의 손이 멈췄다. 이거 잘못 들은 거 아니지? 그는 품에서 성아를 살짝 떼어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희미하긴 했지만 그녀의 얼굴 위에 보인 것은 웃음이었다."그렇게 예쁜 사진을 찍는 용규씨가 제일 좋아한다는 그 풍경, 보고 싶다고요."용규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성아는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난 후에야 강원도행을 받아들였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일단 가고 나서 생각하는 거지. 두 사람은 다시 차에 올랐다.부쩍 짧아진 해가 산 너머로 자취를 감춘 후에야 도착한 곳은 강원도의 팬션 단지에서 조금 더 들어가 고즈넉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펜션이었다.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정원이 제법 넓었고, 불을 밝힌 건물 두 채는 통나무로 지은 2층집이었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달라진 공기였다. 맑고 신선할 뿐 아니라 엷게 나무 내음과 풀내음까지 섞여있어 향기롭기까지 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숨을 깊게 들이쉬는 성아를 보며 용규가 웃으며 말을 건네왔다."나쁘지 않죠? 지금은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저기 뒤쪽에 산책로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곳이죠. 내일 날 밝으면 같이 가요.""네."이것저것 설명하는 용규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보니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와 용규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가벼운 욕설이 섞이는 걸 보니 꽤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았다. 그는 성아에게도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네왔다. "어서 오세요, 제수씨. 강충식입니다. 이 자식 눈이 높은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정말 미인이십니다.""아, 안녕하세요, 김성아예요. 제수씨는 아니고요, 여기 굉장히 예쁘네요.""핫핫핫, 제수씨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언제든 놀러오세요. 제수씨 같은 미인이면 언제나 환영입니다."호탕하게 웃어젖히는 남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성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그 손을 마주잡았다. "제수씨 아니라 김성아예요. 예쁘게 봐 주셔서 감사한데 그 호칭은 다음에 받을게요.""다음에? 아, 아직 아닙니까? 너 이 자식 여태 뭐 한 거야?"조금

  • 비뇨기과 김 간호사의 '어머!'한 나날들   40

    그럼 그렇지. 이까짓 거 필요 없어! 확 쳐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바로 옆에서 흥미진진한 얼굴로 지켜보는 여자가 둘이었다. 속 좁게 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은가. 대범하게 하하 웃으며 받아들어야 했다. 하지만 고맙다는 소리는 죽어도 하기 싫었다."뭘 이런 걸 다."마지못해 열쇠고리를 받아든 형민을 향해 용규가 씩 웃었다. "뇌물 받으셨으니 청탁도 하나 받으시죠? 10분 일찍 퇴근시켜 주세요."가뜩이나 배알이 꼴린 상황인데 기름을 들이붓는 용규 덕에 형민은 당장 내 병원에서 나가 소리를 지르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전에 영화 볼 때, 성아를 놓쳐선 안 되는 거였다. 그날 게임을 클리어 했다면 이 기분 나쁜 꼴을 보지 않을 수 있었을 터였다. 뿐이겠는가. 저 뺀질뺀질한 얼굴이 패배감에 물드는 통쾌한 모습도 볼 수 있었을 게다. 지나간 일을 후회해서 무엇하겠냐마는, 치솟아 오르는 아쉬움을 달랠 길이 없었다. 형민은 성아를 돌아보았다. 여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여자 속을 뒤집어 탈탈 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이를 뿌득 갈았다. "김 선생님 업무 마치시면 그리 하시던가요."성아에게 차트 더미를 떠안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한 심술이 일어 떠안긴 일거리라 좀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면 무려 10분이나 일찍 그녀를 보낼 뻔하지 않았는가. "일 많이 남았어요?" 형규가 접수대 위로 몸을 기대며 성아에게 물었으나, 대답은 민영에게서 나왔다."어우, 많이 남긴요. 끝났어요, 끝났어. 마무리는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데려가요, 용규씨.""그렇다네요, 의사선생님?"용규의 웃는 얼굴이 너무너무 얄미워 한 대 치고 싶었으나, 형민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속좁은 짓은 차트더미로도 넘치게 했으니, 이제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뵈어요.""데이트 잘 해요, 김 선생!""다음에 또 뵙겠습니다.""선물 잘 먹고 잘 쓸게요. 고마워요, 용규씨."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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