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나와 성훈의 피부과로 향하는 형민의 기분도 바닥이었다. ‘나 삐졌으니 와서 좀 달래주지?’ 광선을 마구잡이로 쏘았고, ‘와서 말 걸어주지 않으면 계속 심술부릴 거다’ 신호를 수시로 날렸음에도 성아는 내내 모르쇠로 일관했다. 물론 평소와 비교하자면 별 다를 게 없는 태도였으나,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 상황이 바뀌는 게 맞았다. 적어도 형민은 그렇게 생각했다. 고백을 했고, 거절을 당했지만 성아의 태도를 보아 그녀도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다만 진도가 너무 빨라 브레이크를 걸었을 뿐, 자기 자신에 대한 거부는 아닌 걸로 보였다. 그럼에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성아의 태도가 서운했다.점심시간도 다가오고 해서, 성아에게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보려 했다. 같이 밥 먹는 걸 꺼려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어제 그 일도 있고 해서 쉽게 거절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맞춘 듯이 찾아온 용규 때문에 그마저도 틀어져 버렸으니 형민의 기분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병원 근처 설렁탕집을 찾은 성아의 맞은편에 용규가 싱글거리는 얼굴로 앉아있었다. 따라오지 말라고 얘기를 해도 들은 척 하지 않고 식당 안까지 쫓아와서, 주인아주머니에게 넉살 좋게 인사까지 한 용규였다. 애인이냐는 아주머니의 질문에 성아는 도리질을 쳤으나 용규는 한 술 더 떠서 ‘아줌마 눈썰미 죽이십니다. 앞으로 자주자주 올테니 양 많이 주셔야 합니다’라며 주문까지 마친 상태였다. 간호사 아가씨가 예뻐서 며느리감으로 욕심냈다는 말에 대경실색을 하며, 이제 임자가 생겼으니 절대절대 눈독 들이지 말라는 능글맞은 소리도 잊지 않았다.“도대체 왜 이러세요?”“글쎄요, 내가 왜 이럴까요?”“이러지 마세요. 저는 고용규씨한테 관심 없어요.”“관심이 없어요? 흐음, 이거 좀 실망인데요?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남자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는 관심이 좀 있지 않았나?”용규
Last Updated : 2026-04-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