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된 시간에서 5분, 10분, 다시 20분, 30분이 속절없이 흘러가면 사람은 필연적으로 오기가 생기는 법이다. 도대체 왜? 자신은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으며 바람을 맞아야 하는 걸까.마호라는 작자는 아예 연락 두절이었고, 입구의 까칠한 관계자는 마호 사장이 지하 소강당에서 오디션 심사 중이니 만나고 싶으면 줄을 서라는 말만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 덕분에 경신은 꼼짝없이 2시간째 미로 같은 복도에 줄만 서 있었다.‘이 사람이 정말······! 임산부를 2시간 동안 서 있게 하다니!’아가들의 슬기로운 자궁 생활에 이렇게 무식하고 큰 폐를 끼치다니. 경신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 못해 폭발 직전이었다. 여전히 건물 안은 오디션을 보러 온 여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속 터지게 더뎠다. 그나마 1층 로비를 지나 지옥 같은 지하 소강당 근처에 이르자, 덩어리 같던 줄이 드디어 한 줄로 정리되었다.나름 연예 기획사라고 복도 곳곳에 작은 작업실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자, 경신의 감회가 새로웠다. 전생의 인생 대부분은 성인이 된 후 이런 삭막한 작업실에 갇혀 곡 작업만 하느라 보냈었으니까.잠시 동종업계의 향수에 젖어 있던 것도 찰나, 어느 작업실 앞을 지나던 경신은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방음문 사이로 4마디 정도의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건 경신이 뼛속까지 알고 있는 가락이었다.‘이 음악이······ 왜 여기서 들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보통 사람들에겐 흔한 4마디일지 모르겠지만, 경신에게 이 곡은 특별했다. 전생의 자신이 세상에 내놓았던, 아주 아끼던 미발표 곡이었으니까. 회귀한 이 세계에서, 그것도 생판 처음 보는 신생 기획사에서 이 선율이 흐르다니. 뭐 이런 기괴한 우연이 다 있을까.당장이라도 작업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이 곡의 출처를 따지고 싶었지만, 경신은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감상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었다. 줄은 이미 소강당 입구까지 다다랐고
Last Updated : 2026-04-1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