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Chapter 11 - Chapter 20

47 Chapters

#11. [아이 아빠는 누구일까?]

[······너무 가혹해······.][······힘들어······.][······그래도······, 포기가 안 돼.]분명 꿈이다. 깨고 나면 잊어버릴 꿈. 괜찮다. 슬퍼도, 아파도 결국 꿈인 것을.아무리 떠올려 보려 해도 희미한 안갯속에서 흩어지는 목소리. 자신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조차 분간되지 않는 잔향을 뒤로한 채, 경신은 그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어차피 기억 못 할 테니까.***Rrrr Rrrr Rrrr······.금요일 오후, 경신이 사범대 근처에서 올라탄 버스는 느릿하게 사당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전생에 고질병처럼 달고 살던 수면 장애가 회귀 후엔 기적처럼 개선된 듯했다. 방금도 기묘한 꿈을 꾼 것 같았지만, 눈을 뜨자마자 휘발되어 별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저 쏟아지는 잠이 문제였다.Rrrr Rrrr Rrrr······.“학생, 전화 왔어.”누군가 경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꺼풀을 결코 들어 올리지 못했을 터였다. “아, 죄송합니다.”화들짝 놀라 통화 버튼을 누른 경신이 버스 안 사람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여보세요.”-보살님! 또 잤죠?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나 마나 화야였다.“헉, 보고 있는 줄?”-오늘도 피곤했죠?“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뇌가 파업을 하네.”-어련하시겠어요.경신은 기억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3월 초 개강 이후 꽤 무탈하게 학교생활에 적응 중이었다. 4학년이라 취업 준비를 배려한 교수님들 덕분에 과제도 적고 강의도 듬성듬성했지만, 몸은 늘 천근만근이었다. 이 모든 게 배 속에서 아가를 키우느라 에너지를 나눠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검색창을 두드리고서야 알게 되었다.-보살님, 어디쯤이에요? 금요일인데 빨리 오세요.경신보다 두 살이나 많은 화야는 여전히 깍듯하게 존댓말을 썼다. 보살님을 잘 모시라는 어머님의 엄명이 꽤 오랜 시간 유효기간을 갱신 중인 모양이었다.“화야, 나도 나름의 생업이 있어. 조금만 기다려. 저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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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 남자가 설마]

혹시 대단한 사람과 불장난 같은 사랑을 나누고 그는 떠나 버린 것이라면. 아이들의 존재를 알면 오히려 위협적으로 굴면 어쩌지.지금까지 학교에서 특별하게 가깝게 지낸 사람도 없었고, 학과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3년 내내 조용했고 남자친구는 없어 보였다고 했다.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주소를 확인해 봐도 동거자는 없었고 현재는 학교 주소로 된 상태였다. 가족관계증명서에서도 혹시나 결혼했나 했지만 역시 깨끗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껏 몇 주 동안 경신 자신을 찾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었다.‘이 몸도 참 외로운 인생이었구나······.’어차피 누군가 자신과 엮여봤자 서로 좋은 꼴은 못 볼 테니 경신 근처의 남자들도 미리 멀리멀리 두는 게 정답이었다. 경신은 불끈 두 주먹을 한번 말아 쥐고는 오늘의 목적 달성을 위해 의지를 불살랐다.온갖 잡생각을 마친 경신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려보니 더욱 느낌이 이상했다. 왜 이리 긴장이 되는지. 뭔가 불길한 예감으로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마음을 다잡아 먹고 경신은 핸드폰 좌표대로 걷고 또 걸었지만, 계속 뭔가 불길해서 손바닥에서는 땀도 나고 있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기억까지 잃어서 제대로 과외나 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아니다 싶으면 죄송하다고 바로 사과하고 그만둬야지. 과외비는 그래도 선불로 받아야지 등 온갖 생각을 하다 경신은 가야 할 장소 앞까지 도달했다.그런데, 이럴 수가.하늘의 신은 경신에게 설마 4회차 인생도 비슷한 수순으로 가도록 빅엿을 보낼 대기를 하고 있는지 큰 거 한 방이 기다리고 있었다.“아! 이런. 최종 목적지가 MH 엔터테인먼트?”바로 연예 기획사였다. 연예계는 ‘연’ 자도 듣기 싫은데 무슨!지금은 국어교육과 학생이기에 절대로 그쪽하고 엮이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설마, 아니겠지.얼른 스마트폰 검색창을 열어 마호, 태하, MH 엔터테인먼트 등 폭풍 검색을 시작해 보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 둘은 아무것도 뜨는 게 없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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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지독하게 아름다운 위험한 그대]

약속된 시간에서 5분, 10분, 다시 20분, 30분이 속절없이 흘러가면 사람은 필연적으로 오기가 생기는 법이다. 도대체 왜? 자신은 도대체 왜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으며 바람을 맞아야 하는 걸까.마호라는 작자는 아예 연락 두절이었고, 입구의 까칠한 관계자는 마호 사장이 지하 소강당에서 오디션 심사 중이니 만나고 싶으면 줄을 서라는 말만 기계적으로 반복했다. 그 덕분에 경신은 꼼짝없이 2시간째 미로 같은 복도에 줄만 서 있었다.‘이 사람이 정말······! 임산부를 2시간 동안 서 있게 하다니!’아가들의 슬기로운 자궁 생활에 이렇게 무식하고 큰 폐를 끼치다니. 경신은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나 못해 폭발 직전이었다. 여전히 건물 안은 오디션을 보러 온 여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고, 줄이 줄어드는 속도는 속 터지게 더뎠다. 그나마 1층 로비를 지나 지옥 같은 지하 소강당 근처에 이르자, 덩어리 같던 줄이 드디어 한 줄로 정리되었다.나름 연예 기획사라고 복도 곳곳에 작은 작업실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자, 경신의 감회가 새로웠다. 전생의 인생 대부분은 성인이 된 후 이런 삭막한 작업실에 갇혀 곡 작업만 하느라 보냈었으니까.잠시 동종업계의 향수에 젖어 있던 것도 찰나, 어느 작업실 앞을 지나던 경신은 흠칫 놀라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방음문 사이로 4마디 정도의 멜로디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그건 경신이 뼛속까지 알고 있는 가락이었다.‘이 음악이······ 왜 여기서 들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보통 사람들에겐 흔한 4마디일지 모르겠지만, 경신에게 이 곡은 특별했다. 전생의 자신이 세상에 내놓았던, 아주 아끼던 미발표 곡이었으니까. 회귀한 이 세계에서, 그것도 생판 처음 보는 신생 기획사에서 이 선율이 흐르다니. 뭐 이런 기괴한 우연이 다 있을까.당장이라도 작업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이 곡의 출처를 따지고 싶었지만, 경신은 간신히 이성을 붙잡았다. 감상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었다. 줄은 이미 소강당 입구까지 다다랐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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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새장에 가두고 싶은 카나리아]

마른침을 삼킨 경신은 안 되겠다 싶어 결심하고는 크게 외쳤다. “저와의 약속을 잊으신 것 같은데 송구하지만, 저 그 과외 못 하겠습니다! 태하 님! 죄송합니다! 과외는 다른 분께 받으시길 바랍니다!” 그런데 그 순간. 쿵! 태하는 소강당의 방음 처리가 된 두툼한 그 문을 힘차게 손으로 내리찍어 닫아 버렸다. 그리고 경신을 제 품 안에 가둬 버렸다. 말로만 듣던 벽치기를 당하게 된 경신이었다. 경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본 것만큼이나 키가 크고 잘난 태하가 경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Has venido a decirme eso(그 말 하려고 온 거야)?” “Encantado(처음 뵙겠습니다). 아, 아니지. 참, 태하 씨군요? 아, 음···.” “뭐?” 고저가 없는 감정이 배제된 태하의 목소리는 화가 나서 소리를 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심장을 콩알로 만들어 버릴 듯한 엄청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어쨌든 경신은 자신이 과외를 했던 태하라는 남자가 바로 제 눈앞에 있는 바로 그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런 엄청난 남자를 자신은 어떻게 상대한 것일까? 경신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배 위에 올렸다. 지금 그녀에게는 용기가 필요했다. “아, 직접 말씀드리고 싶어서 왔어요.” 태하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경신을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감정이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아···, 저기, 제가 기억을 잃었어요. 2월 28일 이전 기억이 전부 사라졌어요. 그래서··· 태하 씨와의 일들이 잘 생각이 안 나네요. 죄송합니다.” 경신의 말에 태하라는 남성은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숨도 쉬지 못한 채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수 초 동안 바라보기만 했는데 어찌나 기운이 대단한지 경신의 몸은 조금씩 작아져 점이 되어버려 사라질 것만 같았다. “¿Perdiste tu memoria(기억을 잃었어)?” “······네.” 태하의 눈은 의문으로 가득 차 있다가 점점 뭔가 ‘아하’ 하면서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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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숨 막히는 재회, 엇갈린 신호]

평소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릴 만큼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던 MH 엔터테인먼트의 젊은 대표. 그가 한 여자를 보자마자 무엇에 홀린 듯 다가서서 거칠게 벽치기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니.소강당에서 실시되던 오디션은 경신의 난입과 태하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 일순간 정지 화면처럼 멈춰버렸다. 매사 시큰둥한 표정으로 감정도,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아 인간의 탈을 쓴 AI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평소 이미지와 달리, 지금 태하는 오로지 눈앞의 가녀린 존재만을 탐욕스럽게 눈에 담고 있었다.평소 보기 힘든 이 희귀하고도 야릇한 장면을 관계자들은 숨죽인 채 바라보며 수군거리기 바빴다.“와, 태하 님이 지금 저 여학생을 제 품 안에 가둬 버렸어.” “캬, 이건 뭐 청춘 드라마 한 장면이네.” “근데 오디션장에 나타난 저 학생 누구야? 처음 보는데.” “너무 앳돼 보이는데? 스무 살은 된 거 맞지?”안 그래도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비슷비슷한 여학생들의 퍼포먼스만 내리 4시간 동안 감상하느라 지루함이 극에 달하던 차였다. 이 얼마나 짜릿한 구경거리인가. 사람들은 헤벌쭉 입을 벌린 채, 마치 무대 위 주연 배우들을 보듯 두 사람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저 여학생이 왜? 세상에, 말도 안 돼!” “호랑아, 너 왜 그래?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야?” “아니, 그냥······ 놀라워서.” “사장님과 태하 님께 다이렉트로 이곳에 난입해서 거절 선언을 하다니. 간과 심장이 얼마나 크길래 저리 대담할까?” “그러게, 성격 보통 아니네. 태하 님이 저리 불꽃같이 반응하는 거 처음 봐. 눈 호강 제대로 하네.”다들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을 다 본다며 흥미진진해하는 분위기 속에, 청춘 드라마의 엔딩이 어떻게 날지 모두가 숨을 삼켰다. 단, 무대 아래 한 명만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면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 경신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태하의 눈빛이 조금 전과는 달리 꽤 상쾌하게 빛나고 있음을 느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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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포식자들의 대치]

이 수많은 눈동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은 여전히 태하라는 거대한 사내의 팔 안에 갇혀 있었다. 태하의 몸에서 배어 나오는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체온이 가두어진 공간을 눅진하게 적셨다. 게다가 '다른 짓' 좀 하자는 노골적인 제안까지 받았으니, 이대로 있다간 영영 수습 불가능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만 같았다.슬쩍 올려다본 태하의 외모는 가히 재앙에 가까웠다. 심장이 바닥을 치고 툭 떨어질 만큼 압도적인 미모에, 걸치고 있는 사소한 소품 하나조차 귀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였다. 아마 이 기획사가 사활을 걸고 키우는 비밀 병기이거나, 혹은 이 모든 것을 발아래 둔 절대자겠지.경신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이번 생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독사 같은 존재가 바로 이 남자라는 것을.이미 세 번의 생을 지나오며 짝사랑의 허망함은 뼈저리게 느꼈고, 일찍 세상을 떠나는 비극은 더더욱 사양이었다. 더구나 경신과 엮인 남자치고 요단강을 건너지 않은 이가 없으니, 자신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금기였다. 올가을이면 태어날 두 생명을 위해서라도 이 위험한 사내와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경신은 입술을 짓씹으며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제가 사정이 좀 복잡해서요! 일단 긍정적으로······ 아니, 생각 좀 해볼게요!”사람은 급할수록 지혜를 짜내야 하는 법이다. 일단 이 좁고 뜨거운 팔 사이를 빠져나간 뒤, 나중에 문자로 정중히 거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태하는 경신의 얄팍한 계산을 비웃듯 낮은 저음으로 쐐기를 박았다.“해고당하길 원해?”잠깐, 뭐? 해고? 경신은 어처구니가 없어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노려보았다. 태하는 팔짱을 낀 채, 감히 자신을 거절하냐고 묻는 듯 무심하고도 건조한 시선으로 경신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이 어찌나 오만하고 섹시한지, 화가 치미는 와중에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태하 씨, 이건 해고가 아니라 내가 그만두는 ‘사직’이에요.”“그게 중요해?”“당연하죠! 엄청 중요해요. 이건 내 존엄과 의지의 문제라고요.”감히 아가들이 듣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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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예쁜 쓰레기 옆에 예쁜 빌런 추가요]

꼬여도 한참 꼬인 하루였다.경신은 이래서 사람들이 운세 앱을 까나 싶었다. 분명 오늘은 1년 중 겁살(劫殺)이 낀, 단 하루뿐인 재수 없는 날이 분명했다. 그러고 보니 전생에서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파편들 때문에 뭘 조심해 보려 애를 썼건만, 결국은 새드 엔딩이었다.이번 생은 사랑 따위에 목매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혼자 가리라 다짐하며 미신 따위 믿지 않으려 했건만······. 현재의 위험인물과 전생의 인연을 세트로 마주한 지금, 경신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아가들아, 너희도 스트레스받았지? 하지만 엄마가 안 놀랄 수가 없잖아.’경신은 가슴이 들썩이도록 크게 심호흡하며, 태하의 넓은 어깨 너머로 슬쩍 도윤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도윤은 잘난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와 능글맞은 사회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던 사내였다. 지금의 그 역시 예나 제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늘이 내린 스타이자, 경신이 홀로 가슴에 품었던 남자.두 손을 배에 얹고 몸을 웅크린 채 아가들의 눈을 가려주고 싶은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엄마가 첫 번째 인생에서 짝사랑했다가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주고, 평생을 그리워했던 남자야.’예쁜 쓰레기, 황도윤. 그것이 경신의 첫사랑에 대한 정의였다.태하의 눈치를 살피니 기색이 영 좋지 못했다. 할 말은 많으나 억지로 삼키는 듯한 기색이었다. 두 남자가 대화를 시작하자 태하는 그저 물끄러미 경신을 지켜보았다.“어휴, 태하 씨. 우리 사이에 왜 이러실까.”“무슨 사이?”“하하, 앞으로 곡 받고 노래 부를 사이죠.”“설마.”도윤이 성큼 태하의 옆을 지나 움츠려 있는 경신에게 순식간에 다가왔다.“예쁜이하고 삼각관계가 될 사이? 하하! 이건 너무 오버했나? 저번에 보니 태하 님이 예쁜이한테 좀 신경 쓰는 것 같아서 거슬렸거든요.”소강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모노드라마의 주연 배우처럼 연극적으로 떠들어대는 도윤의 모습에 관객석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하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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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과거에게 보내는 상냥한 이별]

태하는 지금 눈앞이 캄캄했다.기억조차 온전치 못하다는 경신이 제 품 안에서 종이 인형처럼 힘없이 꺾여 쓰러지다니. 대기실로 안고 들어가 소파에 그녀를 뉘어두고 119를 부르려던 찰나, 다행히 경신이 가늘게 떨리는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바람이 불면 날아갈 듯 가냘픈 몸으로 툭하면 정신을 놓아버리다니. 태하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 평소에도 이렇게 위태롭게 살았던 건지, 제 가슴 한구석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정신이 들어?”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경신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쉬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호와 도윤, 그리고 현수까지 줄줄 사탕처럼 뒤를 쫓아오는 바람에 대기실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아······ 네. 괜찮아요. 하하.”사람들과 시선을 맞추는 것조차 버거워 보일 정도로 기력이 쇠한 건지, 경신은 그저 해사하게 웃으며 눈만 깜뻑거렸다. 그 모습조차 지독하게 가련해 보호 본능을 자극했다.“예쁜이가 몸이 약하네. 현수 씨, 아까 너무 긁어댄 거 아니야?”“도윤 씨!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래! 그냥 저 여자애가 혼자 쓰러진 거라니까!”그때, 쿵ㅡ!경신의 안색을 살피던 태하가 싸늘한 눈빛으로 소파 테이블을 거칠게 걷어찼다. 둔중한 타격음이 정적을 깨부수었다.“쉿! 환자 앞이야.”단 한 마디였지만, 그 안에 담긴 무게는 서릿발보다 날카로웠다. 태하의 폭발 직전인 감정을 읽어낸 듯, 시끄럽게 떠들던 이들이 일순간 숨을 죽였다. 태하는 서늘한 시선으로 주변을 훑어 보다 경신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원래 빈혈이 좀 있어서 그래요. 이제 정말 괜찮아요. 바쁘실 텐데 폐를 끼쳤네요.”경신의 사과가 떨어지기 무섭게 도윤이 다시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태하와 경신 사이의 좁은 공간으로 얼굴을 불쑥 들이민 그가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그나저나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더니. 저번엔 연예인 뺨치게 화려한 스타일이더니, 오늘은 청초한 모범생 버전이네?”“연예인 뺨을 쳐요? 제가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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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런저런 남자들! 이제 제발 안녕!]

경신이 너무 진지하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바람에 대기실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도윤은 그 정적을 비웃듯 다시 경신에게 다가와, 만개한 노란 국화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런······ 예쁜아, 우와. 감동인데? 나 방금 눈물 날 뻔했잖아. 그래, 고마워.”오늘 경신은 도윤의 낯선 민낯을 보긴 했지만, 그나마 남아있던 좋았던 기억조차 얼룩질까 두려워 더는 과거를 들추지 않기로 했다. 그를 폄하하는 것도 멈추기로 했다. 온 힘을 다해 그를 사랑했던 과거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으니까.그때, 눈치 없는 현수가 다시 다가와 경신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독설을 내뱉었다.“너, 볼일 끝났으면 어서 꺼져. 시시한 너 따위를 상대할 정도로 여기 사람들 한가하지 않거든? 설마 관심 끌어보려고 아픈 척 연기한 건 아니지?”아, 저 어여쁜 입술에 칼날이라도 달린 걸까. 사람 심장을 콕콕 쑤셔대는 말을 어쩜 저리도 찰지게 할까. 아마 태하나 도윤이 경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못견디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경신은 아가들에게 ‘똥이 무서워 피하는 게 아니라 더러워 피한다!’는 진리를 보여주기 위해 현수의 귓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현수 씨, 내가 시시하다면서 왜 그렇게 신경을 써요? 원래 세상은 내 맘 같지 않은 거에요. 자꾸 그렇게 심술부리면 얼굴 더 못생겨져요.”여자들만의 서늘한 기 싸움 끝에 승자는 역시나 경신이었다.“야! 너 뭐라고?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현수가 다시 발끈하며 달려들려던 찰나, 쾅ㅡ! 태하가 과격하게 일어서며 의자가 뒤로 넘어가는 굉음을 냈다.“아, 시끄럽게.”의자 하나로 상황을 평정한 태하는 나른하면서도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좌중을 훑었다. 그 시선이 어찌나 서늘한지 경신의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그가 다정할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순간이었다.“아, 놀라라. 태하 씨, 젊어서 그런가 힘이 넘치시네?”“자자! 나도 피곤하고 지쳤다. 오디션 마무리해야 하니까 다들 돌아가!”얼른 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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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쁜 남자와 얽힐 준비]

태하는 들뜬 마음을 갈무리하고 VIP 관계자석으로 돌아왔다. 현수와 도윤을 배웅하고 돌아온 마호도 오디션을 재개하기 위해 그의 곁에 앉았다.사람 좋은 마호와 MH 엔터테인먼트의 유일한 아티스트인 에스트렐라 멤버들은, 평소 AI처럼 무미건조하던 태하의 희귀한 반응을 두고 수군거리기 바빴다.“태하 님 봤어? 아까 그 여자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고 대기실로 직행하셨잖아.”“세상에, 태하 님이 누군가를 그렇게 아끼는 건 처음 봐. 심장이 웅장해지더라니까.”“잠깐, 저 분 태하 님 생일 파티 때 오셨던 그 한국어 선생님 아니야?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인데?”“카멜레온 같은 스타일이 취향이신가? 변신하는 여자?”여학생, 선생님, 그리고 '그 여자'. 모든 화살표가 한 인물을 가리키고 있었다. 태하는 팔짱을 낀 채, 조금 전까지 경신이 서 있던 빈자리를 묵묵히 응시했다.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당부. 요즘은 나쁜 남자가 대세라는 엉뚱한 궤변.태하가 기억하는 경신은 자격지심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세상에 높은 담을 쌓고 살던 여자였다. 그런데 지금의 그녀는 마치 찬란했던 어린 시절로 회귀한 듯 생기가 넘쳤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토록 드라마틱하게 변한 걸까.이어 그의 입가에 희미하지만 매혹적인 미소가 번졌다. 어떻게 그녀를 공략해야 할지 선명한 이정표가 보였다.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칠 만큼 어리석은 남자가 아니었으니까.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아이돌들의 잡담이 다시 태하의 신경을 건드렸다.“호랑아, 너 오늘 안색이 왜 그래? 얼굴이 아주 썩었는데.”“아무것도 아니야.”“근데 아까 그분, 도윤 씨도 꽤 신경 쓰는 눈치 아니었어? 그분이야 뭐 워낙······.”휙, 태하가 고개를 돌려 수다 삼매경에 빠진 멤버들에게 따가운 눈빛을 보냈다. 경신에 대해 가볍게 떠드는 꼴을 단 한 마디도 들어줄 요량이 없었다.“다들, 조용히 해.”서늘한 경고 한 마디면 충분했다. 소강당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고, 오디션은 무거운 긴장감 속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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