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의 무간지옥, 그야말로 ‘Hell in hell’이었다.이번 생엔 어떤 남자와도 엮이지 않겠다고, 돈이 궁한 꿀알바조차 걷어차려 결심했건만. 이 불쑥 치고 들어오는 반칙 같은 설렘은 경신의 심장에 무자비한 압박을 가했다.경신은 결국 참지 못하고 천천히 손을 올려 태하의 눈을 가렸다. 그 깊고 짙은 눈동자를 계속 보고 있다가는 정말 영혼까지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당황으로 일렁이는 제 눈빛을 이 오만한 남자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오기이기도 했다.태하의 크고 단단한 손이 경신의 가느다란 손목을 쥐었다. 그러고는 아주 천천히, 제 시야를 가린 그녀의 손을 옆으로 밀어내었다.“왜?” “……부끄러워서 그래요.”사고의 원인 중 상당 부분이 자신에게 있다는 진실이 날아와 박히자, 경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만약 그를 구하지 못해 그가 잘못되었다면, 아마 남은 평생을 죄책감이라는 가시권 속에서 헤맸을 것이다.다시 내려다본 그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였다. 이마 옆으로 흐르는 붉은 피조차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치명적으로 어울려서, 경신은 윽, 소리를 삼키며 다시 그의 눈을 가려버렸다.“왜.”태하가 다시 손목을 밀어내며 왼쪽 입꼬리를 나른하게 올렸다. 다 알면서 묻는 저 여유가 더 분했다.“……그냥, 내 표정 들키기 싫어서요.” “솔직하네.”달달하면서도 서늘한 그의 미소에 가슴이 터질 듯 요동쳤다. ‘아가들아, 엄마 심장이 제정신이 아니라 놀랐지? 걱정 마. 절대 이 남자한테 안 홀릴 거니까.’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경신의 호기심은 자꾸만 선을 넘었다. 대체 전생에 이 남자와 사이가 어땠길래? 지워진 과거가 이토록 궁금해지는 건 위험한 신호였다. 경신은 주문을 걸 듯 배를 문지르며 시선을 돌렸다. 제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자신만만한 남자의 얼굴을 더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생명의 은인으로서, 그리고 사고의 원인 제공자로서 인사는 해야 했다.“태하 씨, Gracias(고마워요).” “나도.”연기와 메케한 냄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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