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응급실 복도의 디지털시계는 이미 토요일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손을 다친 경신은 세수조차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어, 시커먼 그을음을 뒤집어쓴 채 무력하게 의료진을 기다릴 뿐이었다.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공평한 선물은 시간이라지만, 경신에게 오늘의 시간은 유독 길고도 가혹했다. 차디찬 침상 위에서 깜빡깜빡 졸다 깨기를 반복하던 경신은 서서히 밀려오는 현실적인 통증에 몸을 떨었다. 아드레날린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타박상의 욱신거림과 화끈거리는 열감이 지독하게 파고들었다.“으윽···, 너무 아프네. 아이고, 힘들다···.”당장이라도 기숙사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대형 사고로 마비된 응급실에서 경신의 순례는 아직 멀어 보였다. 그때, 경신의 병상 근처 의자에 어린아이와 아주머니 한 분이 자리를 잡았다. 모자는 경신을 보자마자 흠칫 놀라며 시선을 피했다. 자신의 몰골이 호환마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걸 잘 알기에, 경신은 얼른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돌렸다.“엄마, 저 누나 무서워.”“쉿!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임산부지만 아직 스물한 살의 청춘이라 ‘누나’ 소리를 듣는 건 다행이었으나, 이어지는 대화는 마냥 웃어넘길 수 없었다.“화상을 입었나 봐. 온몸에 그을음 좀 봐라. 쯧쯧, 얼마나 아플까.”“그럼 죽어?”“병원에서 치료받으면 살아. 하지만 엄청 고생하겠네.”흉흉한 대화가 귓가를 스쳤다. 경신은 못 들은 척 눈을 감았지만, 아이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는 고스란히 마음을 긁어내렸다. 아침까지만 해도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하마터면 삶의 궤적을 뒤트는 사건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 폭풍 같은 사고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태하가 있었고, 그리고 자신이 있었다.“엄마, 집에 가고 싶어. 병원 무서워.”“거봐, 너도 이제 아무거나 입에 넣지 마. 구슬 삼키면 큰일 난다고 엄마가 말했지?”아주머니는 가방에서 주스를 꺼내 아이에게 건넸다.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스를 쭉쭉 빨아먹는 동안, 아주
Last Updated : 2026-04-2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