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의 모든 챕터: 챕터 101 - 챕터 110

143 챕터

#100. [선물 같은 비밀스러운 밤]

로브만 걸친 그림 같은 남자가 은근한 미소와 함께 죄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게다가 태하의 뒤로 펼쳐진 배경은 지금의 그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거실만큼이나 주인을 닮은 침실은 세련된 스타일로, 뭐 하나 고급스럽지 않은 게 없었다.방은 무척 넓었고 암막 커튼이 짙게 쳐져 있어, 알람이 없다면 내일 정오까지 깨지 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경신은 지금 너무 졸려서 눈이 절반쯤 감겨 있으면서도 궁금한 건 일단 물어보았다.“하음-. 졸린데, 너무 궁금하네요. 태하 씨의 생일날··· 사람들이··· 저를 다 만났나 봐요.”“초대 안 했어. 그들은 공연하러 온 거야.”갑자기 태하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뭔가 심사가 뒤틀렸는지 날이 선 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왔다.“어쩐지, 태하 씨가··· 호화 파티를 할 사람 같지는 않았는데······.”“Justo después del evento de la empresa de mis padres, comenzó mi fiesta de cumpleaños(부모님 회사 행사 직후에 내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거든).”태하의 부모님은 스페인 대기업의 오너였고 한국에도 그 사업체가 진출해 있었다. 1월 말이면 명절을 앞둔 때이니 연초 행사를 할 수도 있는 시기였다.경신은 깜빡 잠들었다가 깼는지 몸을 잠시 움찔거렸다. 태하는 경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어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도 뒤로 넘겨주었다. 다정한 손길에 기분이 좋아진 그녀는 배슬배슬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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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저는 과거 있는 여자랍니다]

그나저나 강아지들이 배고파하듯 경신에게도 허기가 밀려왔다. 늘 태하가 자신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 주었는데, 오늘은 자신이 아침을 좀 차려 놓을까 생각하던 그때였다.“신, 일어났어?”마침 태하가 다급한 걸음으로 거실로 나왔다. 기분 탓인지 그의 표정에는 경신이 사라진 줄 알고 찾아 헤매다 나온 듯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태, 태하 씨?”경신은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고 물어보려다 이내 말을 삼켰다. 태하의 얼굴이 눈에 띄게 지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기분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경신은 어제 나눈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태하 씨, 오늘 스케줄 있으세요?”“없어. 너는?”“시험 끝나서 이번 주는 수업 없어요. 저기, 혹시··· 태하 씨 안 바쁘시면······.”“안 바빠.”태하는 소파에 털썩 앉아 로브만 걸친 채 나른한 눈빛으로 경신을 빤히 응시했다. 방금 자고 일어난 모습인데도 왜 이리 수려한 건지. 경신의 얼굴이 괜스레 더 붉어졌다.의식도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끌어안아 준 게 뭐 대수라고. 경신은 힐끔힐끔 태하의 눈치를 보며 강아지들에게 우유를 먹였다.태하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주방으로 향하더니, 정수기에서 얼음까지 넣어 시원한 물을 마셨다. 그리고 경신에게 줄 포도 주스 한 컵을 담아 다시 거실로 나오며 뒤늦은 아침 인사를 건넸다.“참, 밤새 잘 잤어?”“아, 읏! 네.”속으로는 온갖 감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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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드디어 주인이 등장했지]

태하가 경신의 손을 잡아끌자 그녀는 숨을 죽인 채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경신을 예전 그녀가 쓰던 방으로 데려갔다. 이동하는 내내 그의 발걸음은 뭐가 그리도 가벼운지 경쾌하기까지 했다.방에 들어선 태하는 드레스룸 문을 열었다. 과거의 경신이 머물던 방이었기에 안에는 수많은 옷이 걸려 있었다.“마음에 드는 옷 있어?”“네? 과거 살던 곳으로 가는데 뭔 옷을 갈아입고 가야 하나요? 이건··· 태그도 그대로 있고, 다 새 옷이라 부담스러워요.”태하는 자꾸만 경신의 심장을 간지럽히는 예쁜 옷 몇 벌을 꺼내더니, 이리저리 인형 놀이를 하듯 그녀의 몸에 대어 보았다.“다 예쁘네.”경신은 상상하지도 못한 아름다운 디자인의 고운 옷들이 그의 손에 들려 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하가 골라준 몇 벌의 원피스는 하나같이 감탄이 흘러나올 정도로 고급스럽고 경신에게 어울리는 것들이었다.특히 허리선이 높게 잡힌 엠파이어 라인의 미니 드레스는 18세기 초상화 속 귀족 영애를 연상시켰다. 경신의 고운 다리 라인이 드러나면서도 앞으로도 나중에 배가 나와도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실크 원단의 은은한 광채가 그녀의 피부 위에서 춤추듯 번지는 순간, 저항할 의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예쁘네요. 날이 좋으니까 연두색으로 오늘만 입을게요. 대신 빌리는 거예요.”“알았어.”경신은 체념한 듯 플랫슈즈의 버클을 채우며 백팩을 어깨에 걸쳤다. ‘오늘만’이라는 자기합리화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금고 안에서 꺼낸 등기권리증을 통해 부지와 건물에 대한 기록을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 그녀는 서둘러 외출 채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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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가짜 천사 VS 진짜 천사]

오늘은 현수에게 역사적인 날이다.그룹 활동 시절, 현수는 단 한 번도 카메라의 단독 원샷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언제나 다른 멤버들의 차지였고, 목이 터져라 부르는 고음 파트만 늘 그녀의 몫이었다. 다른 멤버들이 카메라 앞에서 립싱크로 때우는 동안 홀로 라이브를 소화해 내면서도, 데뷔 이후 몇 년간 그녀는 철저히 그림자 신세에 불과했다.하지만 도윤이라는 튼튼한 동아줄을 꽉 붙잡은 덕분에, 오늘에서야 비로소 온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더욱 목마르게 갈구했다. 현수는 밴이 서서히 속도를 늦추자 뮤직비디오 촬영장에 도착했음을 직감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메이크업과 의상까지 완벽하게 세팅을 마친 현수의 기분은 이미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현수가 슬며시 시선을 던지자, 도윤은 헤드셋을 낀 채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고조시키는 중이었다. 자기 관리가 워낙 철저한 남자라, 아마 듀엣곡을 반복해서 들으며 곡의 분위기를 몸에 배게 하려는 듯싶었다. 도윤은 원래도 뛰어난 외모를 자랑했지만, 자기 관리도 철저한 실력파 가수였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도윤이 헤드셋을 벗고 그녀의 뺨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넘겨주며 눈을 맞췄다.“얼굴 왜 그래? 긴장했어?”“도윤 씨, 나 지금 너무 힘이 없고 떨려.”“아무것도 못 먹어서 큰일이네. 빈속이면 더 긴장되잖아. 요즘 다이어트를 너무 심하게 하더니 아주 턱선에 베일 것 같아. 현수 씨는 지금도 충분히 섹시하지만, 난 약간 통통한 게 더 좋더라.”도윤은 그리 말하며 슬쩍 현수의 아랫입술을 손가락 끝으로 훑으며 윙크를 보냈다.“그래도 여름이잖아. 뮤비에서 노출도 좀 해야 하고.”“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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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가짜에게는 참교육이 필요할 듯]

약 100명의 스태프와 기자들이 조용히 서서 피아노 연주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니.그 누구 하나 연주를 방해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태하에게 있었다.그는 근사한 검은색 수트를 입고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묵직한 침묵으로 공간을 장악했다. 저 오만한 남자가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의 연주를 보호하기 위해 이러고 있다니. 하지만 태하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누구도 감히 나설 엄두를 내지 못했다.음악이 워낙 아름다워 현수조차 끝까지 듣고 싶을 정도였으니, 상황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현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스태프들을 헤치고 도윤에게 다가갔다. 그는 입을 떡 벌린 채 음악에 깊이 빠져 있어서 현수의 등장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무엇보다 현수를 놀라게 한 것은 서정우 사장과 그의 곁에 선 '에스트렐라'의 스타, 정기범이었다.소속사에 연예인이 넘쳐나는데도 굳이 타사 인원을 기용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슈몰이를 위해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를 데려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려는 것일 터.현수는 이 파격적인 콘셉트의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어제 잠도 못 자고 오늘만을 기다렸건만.“···또 저 계집애가 다 망쳤어.”미칠 듯한 질투심이 들끓어 현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붉은 피아노 위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연주하는 경신은 천사처럼 빛났다. 동시에 사람들의 영혼을 홀려내는 악마가 따로 없었다.“쳇! 옷도··· 파리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올해 컬렉션에 등장한 명품이잖아?”옷에 관심이 많은 현수는 대번에 그녀의 드레스를 알아보았다. 세계적인 패션쇼에서 선보인 예술적인 연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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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분노를 담아, 진실을 탕! ]

현재 봉선규는 너무 놀라 태하를 바라보며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당황해했다.“현수 씨가 갑자기 정신을 잃는 바람에 모두가 당혹스러워하고 있어요.”“뭐?”“저 여자가 계속 연주하는데도 검은 옷을 입은 분이 막아서서, 다들 눈치만 보며 구경만 했다더라고요.”태하가 경신을 이런 공개석상에 드러낼 리가 없을 텐데.머리를 쓸어 넘긴 봉선규는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신이 피아노를 연주하게 둔 것에 분명히 어떤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단은 상황부터 살피기로 했다.‘경신 양을 꼭꼭 숨겨놓고 세상에 절대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게··· 태하 님의 의중이 아니었나?’봉선규는 떨리는 심정으로 서정우 사장이 아닌 태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여기는 JJ 소속사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처신을 잘해야 했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자신에게 제일 중요한 사람은 바로 이곳에 있는 태하이기 때문이다.태하와 눈이 마주치자 봉선규는 고개를 숙여 인사부터 건넸다.“태하 님.”“아, 봉 실장님.”“어떻게 이곳에··· 오셨습니까?”태하는 대답 대신 경신의 얼굴을 천천히 눈으로 좇았다. 그 깊은 눈빛에 과거의 기억이 스치는 듯 희미한 아픔이 서려 있었다.“경신이 원해서.”“그게, 무슨···.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경신 양이 노출되어도 정말 괜찮겠습니까?”“이젠 상관없어졌습니다.”“네?”봉선규는 태하를 빤히 바라보았다. 태하의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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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진짜 천사, 눈부시게 비상하다]

돌연 현수의 사고 회로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수치심 뒤로 끓어오르는 한편 분노가 이성을 집어삼켰다. 태하라는 남자의 비호 아래 공주 행세를 하며, 이제 막 화려하게 피어나려는 제 앞날을 망치려는 경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그건 사고였어! 본인이 신데렐라라도 되는 줄 알아? 주제 파악하라고 내가 조언한 것 뿐이야!”갑작스러운 고함에 주변 사람들은 현수가 왜 저러나 싶은 어이없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경신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주제 파악? 여기 보는 눈이 이렇게나 많은데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요. 현수 씨.”“······네까짓 게 뭐! 아무것도 아닌 게! 태하 님 관심 좀 받았다고 기고만장해서는!”현수는 얼굴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이 되바라진 어린 여대생의 코를 납작하게 밟아버리는 모습을 모두에게 증명하기 위해, 현수는 철저하게 피해자 행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바로 그때, 그림자처럼 고요하게 태하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말조심해. 상황 파악해야지.”예상치 못한 태하의 경고에 현수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곡 받고 싶다고 했잖아.”“곡이요?”현수는 멍청한 표정으로 태하를 응시했다.“작곡가 T.K.에서 ‘K’. 그게 바로 경신이야.”태하가 담담하게 경신을 가리키자, 현수의 머릿속이 하얗게 탈색되듯 마비되었다. 현수를 스쳐 지나가는 태하의 시선에는 오만한 경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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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비극을 지운 완벽한 구원]

뮤직비디오 출연은 하되, 경신이 T.K. 본인이라는 사실은 당분간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아직 세상의 이목을 정면으로 받기에는 부담스러웠던 경신은 그저 엑스트라 역할에 만족하며 주인공 자리를 현수와 도윤, 기범에게 양보하는 게 맞다고 여겼다.태하는 서정우와 촬영 뒷수습을 논의했고, 봉선규는 최훈과 함께 뮤직비디오 편집 방향을 스태프들과 상의했다.촬영이 시작되기 전, 경신은 리허설을 위해 피아노 앞에 앉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의 발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이 사방에서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경신은 밀려오는 옛 기억들을 털어내며 오직 현재의 연주에만 집중하려 애썼다.현수는 온몸을 미세하게 떨며, 경신을 피하듯 시선을 억지로 허공에 고정시켰다.“······와, 원곡을 완전히 뛰어넘는 곡이잖아요? 이거 정민 씨가 만든 것보다 백 배는 좋은데요?”박 코디가 현수의 옷매무새를 다잡아주며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도윤도 입꼬리를 매끄럽게 올린 채 경신의 모든 움직임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었다.“현수 씨, 역시 이 곡으로 가는 게 낫겠어! 이전 곡보다 훨씬 더 대박 날 것 같아.”“······.”“후속곡도 한 곡 더 받으면 좋겠다. 아, 대중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명곡이 탄생할 거야. 그나저나 예쁜이는 카메라에 또 얼마나 예쁘게 담기려나? 피아노 앞에 앉은 모습 봐봐. 메이크업 하나 안 했는데도 청순한 이미지가 딱 천사네, 천사. 하하!”도윤의 철없는 찬사에 현수의 얼굴이 걷잡을 수 없이 일그러졌다. 명색이 제 남자친구이면서, 눈앞에서 경신에 대한 찬사만 늘어놓는 꼴이 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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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나의 구원, 허락하는 밤]

촬영 현장의 분주한 소용돌이에 휩쓸려 경신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피아노 앞에서 그녀는 같은 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 연주했고, 현수와 도윤, 기범은 단 몇 초의 컷을 위해 같은 장면을 수십 번씩 찍어내야 했다.길고 길었던 뮤직비디오 촬영은 자정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끝이 났다. 이상하게도 온종일 2월 28일의 가슴 시린 기억이 떠올랐던 탓인지, 경신은 그동안 가슴속에 쌓인 아쉬움을 전부 털어내려는 듯 평소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였다.태하의 집에 도착해 지친 몸을 뉘었다.강아지들에게 우유를 챙겨주고 늦은 식사까지 마친 뒤에야 비로소 겨우 숨을 돌릴 틈이 생겼다.경신은 강아지 집 앞 매트에 편안히 누웠고, 소파에 앉은 태하는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정적이고도 따스한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경신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태하 씨, 오늘 하루도 정말 대단했네요.” “그러게.”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태하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지만, 대답만큼은 한없이 다정했다. 경신은 그의 빽빽한 스케줄이 혹시 자신을 배려하느라 꼬인 것은 아닐까 싶어 내심 미안해졌다.“바쁘신데도 일부러 시간 내주셔서 감사해요.” “안 바빠.” “어휴, 말은······. 어쨌든 제가 오늘은 뭔가에 씌었었나 봐요.” “전부, 잘했어.”과연 정말 잘한 것이 맞을까. 경신은 태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언제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소중하게 감싸주는 이 남자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관대하고 거대한 우주처럼 느껴지곤 했다.경신은 천천히 제 아랫배를 부드럽게 감싸 쥐며 태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오늘 낮에 기범에게 건넸던 확신 가득한 말들은, 실은 경신 스스로에게 못 박은 다짐이나 다름없었다. 절망적인 미래에 마음이 꺾이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걸었던 일종의 주문이자 애틋한 세뇌였다.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 불확실한 삶 속에서,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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