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손수 만든 도시락, 근사한 연주, 그리고 반지 선물까지. 경신은 오늘 느낀 이 벅찬 감동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 사진도 몇 장이나 남겼다.“Iré a Hong Kong y arreglaré mi empresa, iré a España y volveré(홍콩에 가서 회사를 정리하고 스페인에 갔다가 올게).”아, 역시 그렇구나. 홍콩을 거쳐 스페인까지 다녀온다면 얼마나 오래 걸릴까. 어쩐지 큰 행사를 마쳤는데도 옷을 갈아입지 않고 왔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경신을 배웅하고 나면, 태하는 이 길로 곧장 공항으로 향할 터였다.“태하 씨, 정말 대단한 하루였어요.”“나도.”헤어지자는 통보일 줄만 알았던 밤이 이런 역대급 반전으로 이어질 줄이야. 경신은 벅차오르는 기분을 숨기지 않고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쏟아냈다. 태하 덕분에 너무 행복했고 고마웠기에, 전할 수 있는 인사는 전부 다 쥐여주고 싶었다.“이렇게 바쁜 와중에 도시락까지 손수 챙겨다 주고. 비록 비주얼은 좀 아방가르드했지만, 맛은 정말 최고였어요.”태하는 ‘아방가르드’라는 단어에 움찔하며 슬그머니 귓바퀴를 붉혔지만, 이내 피식 웃으며 차 뒷좌석에서 다른 바구니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태하 씨, 고마워요.”“다음도 기대해.”아이처럼 표정이 반색하며 밝아진 태하를 보며, 경신은 조만간 그의 전위 예술 같은 도시락을 다시 마주하게 될 즐거운 상상을 했다.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질 테니, 그냥 태하가 하고 싶은 대로 기분 좋게 놔두자 싶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