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아르의 마음이 걱정된 라이신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자, 그 역시 거칠게 숨을 내뱉고 있었다.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최면 마법을 시전하는 길 소르도의 이마 위로 땀방울이 송골송골 흘러내렸다. “나 원 참, 부인이 대공령에 적을 두고 있으니 주변에 참 많이도 뿌렸겠네. 그럼 누구누구에게 준 거지?”남작 부인은 길 소르도의 질문에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를 술술 뱉어내기 시작했다.“집안의 식솔들에게 하나씩 쥐여 주고······ 대공저 여기저기에도 남몰래 놔두었습니다.”라이신은 몸이 휘청거려 저도 모르게 차가운 쇠창살을 붙잡았다. 얼마나 많은 저주가 대공령 전체에 뿌려졌다는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라이신은 모골이 송연해져 온몸을 엄습하는 소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부인, 그러니까 공녀의 데뷔탕트를 위해 축복을 해주려고 그런 짓을 했다는 거군?”길 소르도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듯 흉흉한 마찰음이 흘러나왔지만, 그는 어떻게든 평온함을 유지하려는 듯 짐짓 부드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황제 폐하도 걸음을 하시고······, 제국의 쟁쟁한 귀족들도 방문해 주시니······, 성공적으로 공녀님의 데뷔탕트가 치러져야 하니까요.”라이신은 정신을 관여하는 이 최면 마법의 정교함에 놀람을 금치 못했고, 동시에 지금 그녀가 오직 진실만을 고하고 있음을 확신했다.그때,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던 바아르가 마침내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남작 부인. 진짜 선의로 뿌린 건가?”스레기니 남작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을 이었다.“네, 대공가가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은발의 마법사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그러셨으니 실천한 것뿐입니다. 연회장 입구를 장식한 도자기에 그것들을 잔뜩 채워 넣으면 미하엘 공녀님의 데뷔탕트는 성공할 거라고······.” “역시. 그렇게 흘러간 거였군.”길 소르도의 나직한 중얼거림에, 바아르는 그 순간 입매를 잔인하게 비틀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황제가 내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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