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바아르의 서슬 퍼런 검 끝에서 차원이 다른 검은 오러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회색 제복과 검은 복면의 군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라이신의 근처로는 그 어떤 먼지 한 톨, 살기 한 조각조차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아르는 절대적인 방어선이자 잔혹한 도살자가 되어 적들을 짓밟았다.그 압도적인 무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바아르는 피를 흘리며 한계를 버텨내고 있는 할 로드와 레인, 그리고 섀도우를 눈에 담았다. 가문의 가신으로서, 그리고 동료로서 제 목숨보다 라이신을 먼저 지켜주고 있는 그 충성심이 심장을 뜨겁게 울렸다.그들을 구하고 라이신에게 닿기 위해 바아르는 한층 더 포악하게 힘을 개방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이할 정도로 전신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며 온몸이 타오를 듯 뜨거워지기 시작했다.‘하필, 왜 하필 이럴 때······!’또 다른 각성의 징조인지, 분노의 폭주인지 모를 거대한 힘이 몸을 지배하는 찰나—기묘하게도 그 뜨거운 열기를 타고, 그의 머릿속으로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기억 하나가 스며들었다.그것은 라이신과 뜨겁게 밤을 보냈던 4월 1일 그 첫날 밤의 감각이었다.서로의 숨결이 얽히고, 살결이 맞닿으며 온몸을 불사르던 그 밤의 열기가 지금 온몸을 지배하는 핏빛 살기와 기이하게 공명하고 있었다.‘설마······!’눈이 완벽하게 핏빛으로 물든 짐승 대공의 검은 오러가 옥상 전체를 집어삼킬 듯 포효했다.이제 전장에 남은 것은 자비 없는 학살뿐이었다. *** 지금 라이신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속에서 울컥 솟구친 핏덩이가 목젖을 자극했다. 현기증이 발끝에서부터 치밀어 오르며, 허공에 떠 있는 몸뚱이를 지탱하기조차 힘들었다. 연막탄의 잔류 가스가 시야를 가리나 싶었지만, 실은 한계를 넘어선 마력 과부하가 망막을 짓누르고 있는 탓이었다.대공저 정원을 내려다보니, 마침내 마지막 하위 귀족들의 마차 한 대가 아지랑이처럼 멀어지는 것이 보였다.폭발음이 점차 잦아들고 불티가 사그라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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