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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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이 세계의 주인공이 모두를 지키는 순간

이곳은 지옥이다. 만약 꿈이라면 지독한 악몽이었다.그러나 눈앞에 펼쳐진 이 잔혹한 상황은 바아르에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왜 라이신의 위기를 예측했으면서도 더 서둘러 움직이지 못했을까. 왜 모든 위기가 끝났다고 마음을 놓은 채 안심하고 있었을까.‘너만은 지켜! 라이신, 기다려!’결연히 전의를 다진 바아르는 이를 악물었다. 한시라도 빨리 라이신을 제 안전한 품에 안기 위해, 그는 대공저 본관 안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다.하지만 대공저 내부에는 이미 적들이 깊숙이 침투해 있었다. 바아르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정체불명의 자객들이 앞을 막아섰고, 대공가의 기사들이 비장하게 소리쳤다.“각하! 어서 피하십시오! 1층은 저희가 틀어막겠습니다!”“이곳은 위험합니다, 안전한 곳으로 가십시오!”어느새 정원 쪽을 일부 정리한 상급 기사들이 하나둘 바아르의 뒤를 따라 전장으로 합류했다. 바아르가 검을 매섭게 휘두르며 명령했다.“일단 틀어막아! 단 한 놈도 옥상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그는 몰려드는 회색 제복의 군사들을 단칼에 베어 넘기며 계단을 치달았다. 그런데 계단 곳곳에는 이미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의 시신이 즐비했다.검은 복면이라니. 황가의 회색 제복 기사단이 아닌 또 다른 세력인가?바아르의 마음이 더욱 급격하게 조급해졌다. 이미 옥상은 거대한 타깃이 되어 있었다. 이 자들 역시 처음부터 라이신을 목표로 침입한 것이 분명했다.무거운 후회가 뼈를 깎듯 몰려왔다. 날카로운 검격음이 본관 내부를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바아르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검 끝에 실어 적들을 사정없이 베어 넘기며 폭풍처럼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사방이 검의 충돌음과 비명으로 가득했다. 격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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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핏빛을 품고 드러나는 진실

그 순간 바아르의 서슬 퍼런 검 끝에서 차원이 다른 검은 오러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분노가 서린 마력이 공기를 지배하자, 몰려들던 적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사방으로 압도당했다.그는 번개 같은 속도로 전장을 가르며 적들을 종이 인형처럼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회색 제복과 검은 복면의 군사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라이신의 근처로는 그 어떤 먼지 한 톨, 살기 한 조각조차 접근하지 못하도록, 바아르는 절대적인 방어선이자 잔혹한 도살자가 되어 적들을 짓밟았다.그 압도적인 무력의 틈바구니 속에서, 바아르는 피를 흘리며 한계를 버텨내고 있는 할 로드와 레인, 그리고 섀도우를 눈에 담았다. 가문의 가신으로서, 그리고 동료로서 제 목숨보다 라이신을 먼저 지켜주고 있는 그 충성심이 심장을 뜨겁게 울렸다.그들을 구하고 라이신에게 닿기 위해 바아르는 한층 더 포악하게 힘을 개방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이할 정도로 전신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며 온몸이 타오를 듯 뜨거워지기 시작했다.‘하필, 왜 하필 이럴 때······!’핏줄이 터져 나갈 것처럼 들끓는 열기에 바아르는 이를 악물었다. 또 다른 각성의 징조인지, 분노의 폭주인지 모를 거대한 힘이 몸을 지배하는 찰나—기묘하게도 그 뜨거운 열기를 타고, 그의 머릿속으로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기억 하나가 스며들었다.그것은 라이신과 뜨겁게 밤을 보냈던 4월 1일 그 첫날 밤의 감각이었다.서로의 숨결이 얽히고, 살결이 맞닿으며 온몸을 불사르던 그 밤의 열기가 지금 온몸을 지배하는 핏빛 살기와 기이하게 공명하고 있었다.‘설마······!’그 지독한 각인은 비틀린 전장 속에서 더욱 선명한 확신이 되어 바아르의 영혼을 꿰뚫었다. 눈이 완벽하게 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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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협상, 거짓말의 끝에서

세실리에가 갑자기 나타나다니. 대공가에 마침내 파멸의 위기가 찾아온 것인가!절망이 엄습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각하! 몸을 숨기십시오!” “마지막 마력을 드리겠습니다!” “······각하, 저만 믿으세요.”섀도우와 레인, 그리고 이미 한계에 부딪혀 신음하는 라이신까지. 모두가 캔돔 대공가의 건재함을 위해 제 모든 마력을 아낌없이 바아르에게 쏟아부었다.“윽! 모두들 제 몸부터 돌봐!”바아르가 무리한 마력을 거부하려 소리치던 그 찰나, 일순간 거대한 인력이 온몸을 집어삼키는 기이한 감각이 휘몰아쳤다.“······각하, 일단 떠나요. 순간이동으로······.”그 자리에 머물다가는 발작이 터져 대공저 전체가 재앙에 휩쓸릴 터였다. 가르남으로 피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자 최선임을 알면서도, 남겨진 이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자신 하나 살자고 모두를 방패로 삼다니.“······그만해, 내 가문은 내가 지킨다.” “······각하,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 이기는 길일 때도 있어요.”무어라 말을 더 얹기도 전에, 시야가 거대한 광막에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폭발한 마력이 두 사람을 휩쓸며 전장을 이탈했다.남아 있던 자들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고, 품에 안긴 라이신 역시 한계였다. 바아르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라이신을 터질 듯 끌어안았다. 이제 모든 것은 잔인한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 순간이동의 지독한 멀미로 사고가 흐려진 지 불과 몇 초나 지났을까. 털썩, 라이신을 안은 바아르의 발이 부드러운 지면에 닿자마자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채웠다.“아, 이런. 후후!”온몸의 근육이 비틀리듯 경련을 일으켰지만, 신비하게도 시야만큼은 놀랍도록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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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한계 없는 나와 당신의 세계

라이신은 지금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생명의 기운이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는 것을.이미 한 번 죽음을 마주해 보았기에 알았다. 전생에 전투기 조종사로서 추락하던 그 찰나, 생의 끝자락에서 전신을 지배했던 그 잔인하고 아득한 감각이 다시금 피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지금 당장 바아르에게 좋아한다고, 당신의 마력이 안정되면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달라고 유언 같은 고백을 뱉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를 기만했던 오랜 세월에 대한 속죄만큼은 제대로 건네야 했다.지금은 바아르가 절대 잔혹한 짐승으로 돌변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대한 순간이었기에, 라이신은 메마른 입술을 갈라 간신히 혀를 움직였다.“······그동안 속여왔어요. 저는 여자고, 올해 스무 살이에요.”그녀는 바아르의 뜨거운 시선을 피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가늘게 정렬된 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눈가에 차오른 물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바아르가 밀려드는 충격을 누르려 크게 심호흡을 하는 사이, 라이신이 먼저 죄책감 어린 음성을 보탰다.“······죄송합니다, 각하.”기어이 사과는 제대로 전해야만 했다.바아르는 전신에 터질 듯한 열기를 돋우면서도, 거칠게 흩어지는 이성의 끈을 필사적으로 쥐어잡으려 애쓰고 있었다. 시야가 흐려진 라이신은 그의 안색을 제대로 보지 못했으나, 지금 그의 두 눈은 오만한 욕망과 핏빛 폭주로 붉게 물들어 있을 터였다.“······그래, 그렇군. 라이신,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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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짐승과 이성 사이, 심연의 밤

오늘 대공저를 감히 유린한 황가는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구치던 대공 바아르의 귓가로, 품에 안긴 라이신이 믿을 수 없는 구원의 문장을 속삭여 주었다.발작으로 이성이 사정없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바아르는 자신이 들은 말을 확인하듯 나직하게 되물었다.“정말······ 내가 반란을 일으켜도, 네가 나를 막지 않겠다고?”“전쟁을 하신대도 이제는 상관없어요. 제가 도울게요······.”네가 전쟁을 막지 않겠다니. 살아서 들은 말 중 이토록 반가운 도발이 또 있을까.“으윽!”전신을 난도질하는 고통 속에서도 걷잡을 수 없는 희열이 치솟았다. 라이신은 신음하면서도 제 가슴을 더 세차게 파고들며 애절하게 매달려왔다.“그러니······ 전 각하를 지켜드릴게요. 제 목숨 따위는 조금도 아깝지 않아요. 그러니까 황가를 막아주세요. 우리 사람들을 지켜주세요. 으윽······!”바아르는 타 들어가는 숨을 집어삼키며 라이신을 부서질 듯 뜨겁게 끌어안았다.목숨이 아깝지 않다니, 그 무슨 잔인한 소리란 말인가. 라이신이 제 온몸의 마력을 하얗게 불태워 가며 타인을 구하는 숭고하고 위태로운 짓 따위, 더는 반복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문을 지탱하는 책임의 무게는 온전히 제 몫이었다. 이 작고 가녀린 여인을 이제는 절대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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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위화감, 의혹의 서막

“하, 이런.”옷에 걸친 것이 하나 없는 바아르는 가볍게 하품을 하며 눈을 떴다. 온몸이 깃털처럼 상쾌했고 정신도 놀라울 만큼 맑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이곳이 어디인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라이신······?”잠시 긴장으로 굳었던 미간이 이내 옆에서 곤히 잠든 나신의 라이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부드럽게 풀렸다.숨도 잘 쉬고, 표정도 온화했다. 얼굴이나 몸 주변은 자가 치유가 되었는지 상처 하나 없이 말끔했다.역시 마법력이 강력하니, 이런 좋은 점은 있어 보였다. 바아르는 웃으며 그녀를 더 재우고자 조심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추슬러 입었다.드디어 자신도 무사하고, 라이신도 이렇게 다 회복이 되었다니.그저 바아르는 고비를 잘 넘긴 것 같아 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마침내 짐승의 인격과 이성의 인격이 하나로 맞물리며, 그간 있었던 모든 일이 온전히 떠올랐다.대신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아, 습격은 어찌 되었을까.”세실리에의 난동으로 대공저가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라이신과 자신만 순간이동으로 이곳까지 왔으니 그 이후가 걱정된 바아르였다.그럼에도 바아르는 이곳으로 온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거기 있었다면 라이신이 제일 먼저 생명의 한계에 이르렀을 것이고, 대공저의 가신들이나 레인과 섀도우를 비롯한 할 로드까지 모두 힘을 합쳐 잘 틀어 막아 줬으리라 그리 믿고 싶었다.심지어 라이신이 제 진실을 털어놓고, 온전한 남자와 여자가 되어 이런 야외에서 밤을 보내게 되다니.아무도 없다고 해도 이런 야외에서 관계를 맺은 순간을 떠올리자 바아르는 민망함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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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지금부터는 내가 너를 지킬 시간

바아르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이제 와서 황가의 눈치를 보며 몸을 사릴 단계는 진작에 지났다.라이신 역시 황가의 극악무도한 횡포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전쟁의 명분을 받아들였고, 자신 또한 당장 황궁의 목을 죄어버려도 시원치 않을 만큼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판은 깔렸고, 주도권은 대공가로 넘어오고 있었다.의외의 수확은 또 있었다. 마도구 너머 섀도우의 보고는 덤덤하게 이어졌다.-바아르 각하께서도 함께 실종되시는 바람에 현재 대공저 전체가 침통한 분위기입니다. 덕분에 오히려 황실과 각 귀족 가문으로부터 위로의 전언만 쇄도하고 있습니다.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바아르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되물었다.“위로의 전언이라니.”-제국 소식지에서는 데뷔탕트 당시의 진실은 모른 채, 대공저 역시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습격당한 것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공저의 기사들이 단체로 치료 중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말입니다.세실리에의 흉포한 마법 공격을 생각하면 캔돔 대공가는 명백한 피해자였으니, 여론이 이쪽으로 흘러가는 것은 외려 다행이었다.“그런데, 황가 역시 같은 세력에게 당했다는 건가?”-최근 황실 기사단의 내부 피해가 극심하여 수많은 기사가 탈영하거나 치료를 핑계로 이탈하고 있다는 소식이 연이어 보도되는 중입니다.생각할수록 기묘한 소식이었다. 바아르의 깊은 눈매가 날카롭게 가라앉았다.“그 짧은 시간에 무슨······.”-혹시······각하, 현재 계신 주변은 안전하십니까?바아르는 섀도우와 대화를 나누며 가르남의 결계 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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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짐승 대공의 귀환과 새로이 열리는 판

바아르에게는 그저 찰나 같은 시간이었지만, 대공저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주인 잃은 저택답게 어수선한 온기가 감돌았고, 가신들의 핼쑥한 안색은 대공의 장기 부재가 남긴 무거운 흔적을 고스란히 증명하고 있었다.무엇보다 라이신의 물 마법이 끊기자 대공저 곳곳이 눈에 띄게 메마르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도 싱그럽던 화려한 정원은 꽃잎을 처량하게 떨군 채 시들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마차가 본관 현관에 당도하자, 가신들이 미리 나와 바아르를 맞이하러 줄지어 서 있었다.“각하! 오셨습니까! 대체 어떻게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돌아오시지 못하셨던 겁니까······.”“각하! 건강한 모습이시라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 라이신 경은 아직도······.”바아르가 여전히 잠든 라이신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내리자, 집사 할트바르트와 시녀 마리나가 가장 먼저 달려와 허리를 숙였다. 모두가 대공의 무사 귀환을 향해 안도의 미소를 지었으나, 이내 그의 품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 라이신을 확인하고는 일제히 표정이 굳어졌다.라이신의 상태가 전혀 차도가 없어 보이는 데다, 바아르 역시 보름 전 데뷔탕트 때 입었던 연회복을 그대로 걸치고 있어 모두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특히 그 중심에서 가문을 지탱했을 미하엘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흑, 오라버니! 라이신 경······! 이제야 오셨네요. 그날 얼마나 고생하셨으면 그동안 저택으로 돌아오지도 못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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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진짜 흑막은 누구일까?

황궁은 응당 초상집처럼 어두워야 했으나, 오히려 매일같이 생생한 활력이 넘쳐났다.오늘도 에스메는 레인의 묵직한 호위를 받으며 제 사적인 공간으로 대신들을 초청해 정무를 주도하고 있었다. 지난 보름 동안, 실종된 황제와 황태자의 방대한 업무를 홀로 완벽하게 처리해 낸 이가 바로 에스메였다. 대신들은 황녀의 냉철한 판단력과 영민함에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고, 어느덧 제국의 모든 중대사는 그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추종하게 되었다.다만 에스메는 자신이 황제의 자리를 성급히 탐낸다는 가당치 않은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집무실이 있는 서관이 아닌 동관의 개인 처소에서 은밀하게 협의를 진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황녀 전하, 극심한 가뭄으로 백성들이 도탄에 빠졌습니다. 올해 세금을 증세하여 다가올 겨울 기근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온 나라가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는 중이었다. 에스메 역시 이 재난에 가장 큰 공을 들이며 회의에 임하고 있었다.“상위 귀족 가문에 대한 세수만 동결하고, 중·하위 귀족 가문의 세율은 대폭 낮추세요. 백성이 살아야 귀족도 살고 나라도 존재하는 법입니다. 이 고차원적인 처사는 재무성 장관께서 책임지고 철저히 확인해 주십시오.”에스메는 미하엘의 데뷔탕트 당시, 황실에서 캔돔 대공가로 향하는 동안 보았던 제국 곳곳의 황폐한 풍경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황성 인근의 영지는 척박하기 그지없었으나, 캔돔 대공령만큼은 풍요로움이 넘쳐났던 것을 떠올리며 에스메는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 영주의 리더십이 백성의 삶에 직결된다면, 제국의 대리인이 된 제 손으로 판을 갈아엎으면 그만이었다.“황녀 전하, 그렇다면 당장 가을걷이가 시급한데 이를 어찌 대비해야 할지 염려스럽습니다. 각 부처에서 가뭄 해결을 촉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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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지독한 집착을 예고한 그 남자

잠든 라이신의 손을 꼭 쥔 채 대답을 주고받던 레이나는, 바아르에게 간절하게 사정하듯 머리를 숙였다.“네······, 각하만 믿을게요. 정말 감사합니다.”길 소르도 역시 레이나만큼이나 표정이 복잡해 보였다. 그는 잠든 라이신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바아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나? 발작이 끝난 지 벌써 보름이 꼬박 지났는데도, 우리 귀염이가 도무지 깨어날 기미 없이 계속 잠들어 있다니.”어지간히도 이 상황이 비정상적이라 여겨지는지, 제국의 최고 의원인 그의 안색은 잔뜩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래. 나 역시 눈을 떠보니 오늘 아침이었다. 가르남의 결계 탓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치명적인 원인이 있는 것인지······. 라이신은 그저 깊은 수면 속에 갇혀 있어.”바아르는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치는 눈빛으로, 침상 위에 고요히 누워 있는 라이신을 이리저리 내려다보았다.방 안을 감도는 위화감은 여전히 서늘했다.레이나는 누워 있는 라이신의 뺨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리고 맥박을 짚고 대답 없는 의식의 파동을 살피던 그녀가, 그저 깊은 잠에 취해 있을 뿐인 라이신의 안색을 연신 관찰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각하, 비록 잠들어 있기는 하지만 라이신의 안색이 생각보다 아주 좋아 보여요.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데요?”그 낙관적인 한마디에, 바아르가 레이나에게 성큼 다가서며 다급하게 재촉했다.“금방이라도? 그게 정확히 언제지?”“정확한 시점까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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