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리에가 갑자기 나타나다니. 대공가에 마침내 파멸의 위기가 찾아온 것인가!절망이 엄습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각하! 몸을 숨기십시오!” “마지막 마력을 드리겠습니다!” “······각하, 저만 믿으세요.”섀도우와 레인, 그리고 이미 한계에 부딪혀 신음하는 라이신까지. 모두가 캔돔 대공가의 건재함을 위해 제 모든 마력을 아낌없이 바아르에게 쏟아부었다.“윽! 모두들 제 몸부터 돌봐!”바아르가 무리한 마력을 거부하려 소리치던 그 찰나, 일순간 거대한 인력이 온몸을 집어삼키는 기이한 감각이 휘몰아쳤다.“······각하, 일단 떠나요. 순간이동으로······.”그 자리에 머물다가는 발작이 터져 대공저 전체가 재앙에 휩쓸릴 터였다. 가르남으로 피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자 최선임을 알면서도, 남겨진 이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자신 하나 살자고 모두를 방패로 삼다니.“······그만해, 내 가문은 내가 지킨다.” “······각하, 때로는 물러나는 것이 이기는 길일 때도 있어요.”무어라 말을 더 얹기도 전에, 시야가 거대한 광막에 빨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폭발한 마력이 두 사람을 휩쓸며 전장을 이탈했다.남아 있던 자들은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고, 품에 안긴 라이신 역시 한계였다. 바아르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라이신을 터질 듯 끌어안았다. 이제 모든 것은 잔인한 운명에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 순간이동의 지독한 멀미로 사고가 흐려진 지 불과 몇 초나 지났을까. 털썩, 라이신을 안은 바아르의 발이 부드러운 지면에 닿자마자 차갑고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채웠다.“아, 이런. 후후!”온몸의 근육이 비틀리듯 경련을 일으켰지만, 신비하게도 시야만큼은 놀랍도록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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