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국의 모든 귀족들의 시선이 대공가에 집중되었다. 사교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성스러운 공녀의 데뷔탕트.황족을 제외한 최고 귀족가의 레이디가 사교계에 데뷔하는 의미도 대단했지만,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바아르 대공이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섰다는 상징성이 오늘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고 있었다.사실 라이신은 오늘 자신으로 인해 이 판이 망쳐질까 걱정하며 홀로 괴로워했었다.그러나 그녀가 음지에서 베풀었던 선의는 눈덩이처럼 커져 마침내 기적을 이뤄냈다. 타인의 선한 마음이 모여 그녀에게 '백작가 영애'라는 완벽한 신분을 덧입혀 주었고, 당당히 오늘의 주인공 앞에 서게 한 것이다.황제가 미하엘에게 내리려던 치욕을 막아냈고, 바아르 역시 제국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제 역할을 다했다.이제 정말 제 소임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각하, 전 이제 가봐야 합니다만.” “아직 이 곡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시라이엔.”바아르의 나직한 음성에 라이신의 어깨가 잘게 움찔거렸다.오늘 연회장에 등장한 그 순간부터, 바아르는 이미 제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그를 기만했던 자초지종을 이 자리에서 풀어낼 수는 없었다. 수많은 눈이 주시하고 있었고, 대공저의 고용인들은 라이신의 진짜 얼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다.그래서 이 순간만큼은 제 표정을 완벽히 감춰주는 가면이 이토록 든든할 수가 없었다.바아르는 그런 그녀의 속내를 아는 듯 기꺼이 백작가 영애 대접을 해주고 있었다. 주종의 명령이 아닌 신사로서의 예의를 지키며,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그녀를 배려하는 중이었다.황제가 지켜보고, 수많은 귀족이 주시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바아르는 승리자의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라이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홀 중앙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이렇게 사교계의 중심에서 주목받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지만, 몸에 배어버린 감각은 어디 가지 않았다. 스레기니에게 혹독하게 배웠던 사교춤은 이 위기의 순간에 눈부시게 빛을 발했다. 어느새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