جميع فصول : الفصل -الفصل 110

270 فصول

#101. 숨결이 닿을 거리, 진실의 행방

찬란한 햇살이 창가로 스며드는 아침.라이신은 길게 기지개를 켜며 무거운 눈꺼풀을 밀어 올렸다. 낯선 안온함에 취해 몸을 웅크리던 그녀는, 이내 제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숨을 들이켰다.바아르는 이미 정갈한 옷차림으로 소파에 길게 기대앉아, 느긋하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찻잔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김 너머로 가라앉은 대공의 시선이 고스란히 닿아왔다.“아···! 각하, 잘 잤습니다!”라이신이 화들짝 놀라 이불틀 움켜쥐며 쭈뼛거렸다.그러자 바아르의 매끄러운 입꼬리가 완만하게 호선을 그렸다. 언뜻 인자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였으나, 눈동자만큼은 더없이 짙고 가라앉아 있었다.“그래. 아주 깊고 편안하게 잘 자는 것 같더군.”그 나직한 음성에 라이신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어제 제 목을 가차 없이 내리누르며 흉흉하게 폭주하던 그의 잔상이 떠올라 몸이 절로 위축되었다. 본능적인 공포와 알 수 없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각하, 저···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듯 잔뜩 움츠러드는 라이신을 보며, 바아르는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달그락, 얇은 도자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유독 서늘하게 울렸다.자리에서 서서히 일어난 그가 천천히, 그리고 아주 일정한 보폭으로 라이신에게 다가왔다. 거대한 그림자가 침대 위로 드리워지는 것과 동시에, 단단하고 커다란 손이 라이신의 턱을 가차 없이 잡아 올렸다.“윽···.”거부할 수 없는 악력에 고개가 강제로 꺾였다. 코끝이 닿을 듯 아슬아슬한 거리까지 얼굴을 밀어붙인 바아르가 고개를 낮게 기울였다.짙은 눈동자 속에서 맹수 같은 위험함이 일렁였다.“그래? 뭐가 죄송하지?”코앞에서 느껴지는 대공의 숨결과 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라이신의 가냘픈 어깨가 잘게 움츠러들었다. 숨이 막혀 혀끝이 얼어붙는 것만 같았다.“마력을··· 함부로 쓴 것과···.” “또?”바아르의 손가락이 턱을 거쳐 라이신의 부드러운 아랫입술을 느리게 뭉개듯 쓸어내렸다. 어제 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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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그 대공이 웃는 이유

바아르는 집무실에서 엄청난 업무를 일사천리로 해치웠다. 가만히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그저 어딘가에 라이신이 자신에게 눈을 반짝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그였다. 라이신이 여자인데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까지 했으니. 게다가 발작을 억누르는 것 또한 남녀관계 잠자리라면 이제 세상 두려울 것도 없는 그였다. 그래서인지 정신을 바로잡고 밀린 일을 빠르게 해치웠고,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집무실 가운데 직사각형으로 된 큰 테이블 상석에는 바아르가 앉았고, 그의 오른쪽에는 집사장 할트바르트, 무역을 담당하는 길드장 서아리노 드리히 자작이 자리했다. 그리고 바아르의 왼쪽에는 기사단장 페르도트 리슈 백작, 정찰부대 총대장 렌스렌 피르트 백작도 불러들였다. “각하, 얼마 전 기르키르 산맥 근처에 있는 구 도르하르 제국의 반역자들이 모두 아처린 황태자에 의해 토벌되었다고 합니다.” “페르도트 경, 상황은 어땠소.” “모두 잔혹하게 몰살당했고, 도르하르 제국의 유물과 서적은 황가에서 입수했다고 합니다.” 중년의 얼굴에 흉터까지 있는 백전노장 페르도트는 바아르에게 보고를 올렸고 관련된 자료도 그에게 내밀었다. 그때, 옆에 있던 렌스렌은 손을 올리며 바아르를 향해 보고를 이어갔다. “각하, 키요리타 산맥 2차 정찰을 마친 후발대가 어제 도착했습니다.” “수고했소. 그곳에 결계는 어떤가.” “이번에도 뚫을 수 없었습니다. 그곳을 제외하고는 구 도르하르 백성, 산적, 유랑민도 키요리타 산맥에 없었습니다.” “내 생각에 그 결계 안에 도르하르 잔당이 있을 것 같은데.”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렌스렌은 관련된 보고서를 바아르에게 건넸다. 바아르는 다른 서류를 집어 들더니 이번에는 서아리노를 바라보았다.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지닌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서아리노는 상인답게 화려한 복장을 하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각하, 이번 부르도산에 방목한 산양들이 지난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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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대공의 참신한 저격

그때, 서서히 걷히는 검은 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대공가의 그림자, 섀도우였다.경계를 풀고 상대를 확인한 라이신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섀도우 님!”섀도우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마스크를 천천히 내리며 라이신에게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마스크 뒤에 숨겨져 있던 그의 맨얼굴은 감탄이 나올 만큼 수려하고 잘생긴 미형이었다.섀도우는 품 안에서 조심스레 작은 바구니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잘 챙겨 먹는 게 건강에 좋다.”얼떨결에 바구니를 받아 든 라이신이 내부를 살폈다. 그 안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육포와 새콤달콤하게 말린 과일, 그리고 견과류를 듬뿍 넣어 구운 수제 쿠키가 가득 들어 있었다.“와, 이리 귀한 것을···! 감사해요!”아이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순수하게 기뻐하는 라이신의 모습에, 섀도우의 하얀 귀끝과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그가 민망함을 감추려 슬며시 시선을 주변으로 돌리던 바로 그때였다. 촉촉하게 젖어 있는 바닥과 꽃잎들을 발견한 섀도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네가 지금 화단에 물을 줬느냐?”라이신은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며 “쉿!” 하고 경고했다. 그러고는 은밀하게 섀도우의 곁으로 바짝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저 마법 쓴 거 절대 비밀이에요. 하지만 이 정원의 꽃들이 너무 불쌍하잖아요. 그런데 왜 다들 정원에 물을 안 주는 거죠?” “지금 제국 전역에 비가 오지 않아 지독한 가뭄이다. 대공가는 아직 큰 타격은 없지만, 물은 아껴쓰는 중이다.”섀도우의 다정한 설명에 라이신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그치만··· 물은 마법으로 그냥 만들면 되는데.”라이신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정원 여기저기를 훑어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어느덧 6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다.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며 여름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하늘에서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마른날이 계속되었다.캔돔 대공가는 파르교산 주변으로 큰 강이 흐르고 대공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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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은밀하게, 집요하게

라이신이 제 곁에 머뭇거리며 앉자, 바아르는 수건을 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슬부슬 비벼 말려주기 시작했다.‘문제가 많다’던 참신한 아침 인사의 실체가 고작 젖은 머리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니.제국의 정점에 선 대공이 하인에 불과한 호위 기사의 머리를 이토록 기꺼이 정성 들여 말려주고 있었다. 이보다 더 황송하고 기이한 일이 또 있을까.그의 손길은 다정했고, 굳이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기분이 좋은지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라이신은 너무 밀착해 있는 이 상황이 민망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억지로 시선을 돌려 소파 테이블 위의 책으로 눈길을 주었다.“저기, 각하. 이 책··· 제가 조금 읽어봐도 될까요?” “그래. 지루하고 재미는 없을 거다.”바아르가 어지간해서는 저를 쉽게 놓아줄 것 같지 않았기에, 라이신은 얌전히 책을 집어 들어 목차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책에는 온통 적을 압도하는 파괴적인 공격법에 대해서만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문득 사관학교 생도 시절, 1년에 2학점씩 군사학을 이수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사격과 수영, 낙하산 강하 훈련은 물론이고 지상전과 해전의 이론까지 뼈를 깎으며 배웠건만, ‘마법과 오러가 실존하는 이 세계의 전쟁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치러질까’ 생각하니 다시금 묵직한 걱정이 밀려왔다.“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는 거지?”바아르는 라이신의 어깨너머로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뺨이 스치듯 닿을 만큼 지척까지 다가온 거리였다.순간 너무 가까워진 숨결에 흠칫 놀란 라이신이 슬쩍 엉덩이를 옆으로 빼보려 했다. 하지만 눈치 빠른 바아르는 되려 그녀의 몸에 제 거대한 체구를 더 바짝 밀착해 오며 느긋하게 머리를 마저 말려줄 뿐이었다.“하하, 공격 전술이 워낙 다양하고 많아서··· 흥미로워 보여서요. 다음번에는 방어 전술에 관한 책도 좀 추천해 주세요.”순간, 바아르의 움직이던 손길이 뚝 멈췄다. 그는 라이신의 어깨를 부드럽게 돌려 제 시선 속에 그녀를 똑바로 가두었다.“취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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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절대로 들키고 싶지 않은데···

남자의 시선이라.지금 에스메는 어쩌면 바아르도 라이신을 여인이자 특별한 존재로 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얼굴을 붉혔다.라이신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운 레이디였고, 그녀의 능력은 신에 가까운 축복을 받은 상태니 바아르가 아끼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그러니 자신도 그동안 감히 바랄 수도 없었던 기적을 선사 받은 게 아니겠는가.“어쨌든 레인, 내가 설령 다시 아파지더라도 절대로 라이신을 이곳에 엮이게 해서는 안 돼요.” “그러니 내 말을 계속 듣지 않으면, 꼼짝 못 하도록 벌을 줄 겁니다.” “벌이요?”레인의 짓궂은 받아침에 에스메의 하얀 뺨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군인처럼 딱딱했으나, 갈색 눈동자 속에는 은밀한 장난기가 가득 넘실거리고 있었다.에스메는 차마 그의 뜨거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바닥에 툭 떨어져 있는 꽃송이 하나를 황급히 집어 들었다.“왜 시선을 피하십니까? 혹시 야한 생각이라도 한 겁니까?” “아, 아뇨! 뭐··· 아주 조금은···.”에스메의 순진한 자백에 레인이 피식 낮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에스메를 단숨에 안아 올리기 위해 휠체어 앞으로 성큼 다가섰다.“그 발칙한 상상, 지금 당장 현실로 만들어 드려야겠군요.” “어머, 아 아 아무 상상도 안 했어.”에스메는 레인이 들어 안아 주려는 것 같아 손사래를 치며 다급히 말했다. 그래도 레인은 행동에 옮기려 아예 한쪽 무릎까지 꿇고 있었다. “어머, 레인. 그냥 평범하게 들어가자. 잘못했어. 오늘은 산책은 여기까지만 할게.”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야. 앞으로 휠체어는 없애 버리고 널 그냥 안고 다녀야겠다.”그때, 에스메는 레인을 향해 한껏웃으며 그가 안아 줄까 어깨를 밀어 내려던 그때.“어머.”황금빛 제복을 입은 아처린과 레이나가 정원을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레인 역시 웃음기를 거두고 그들을 응시했다. *** 6월 말의 강렬한 햇빛이 황궁 정원에 쏟아져 내렸다. 아처린은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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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갑자기, 뇌정지가 찾아온 순간

그날 오후, 황궁 동관 응접실에서는 졸지에 에스메와 레인, 그리고 레이나와 아처린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기이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영 자리가 불편해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기어이 함께하자며 붙잡는 아처린의 강권에 에스메는 어쩔 수 없이 소파 한구석을 지켜야만 했다.“참, 에스메. 너도 이제 슬슬 혼처를 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조금 전까지만 해도 미하엘 공녀의 데뷔탕트라는 묵직한 숙제를 받아 머리가 복잡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번엔 대뜸 자신의 결혼 문제를 입에 올리는 아처린을 향해, 에스메는 당혹스러운 시선을 던졌다.“네? 저 말씀이십니까?” “왜, 네 옆자리를 탐낼 귀족 놈이 잘 찾아보면 한 명쯤은 있지 않겠어?”아처린의 오만한 음성이 멎자, 응접실 내부에 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에스메는 명색이 오라버니라는 자가 어떻게 저런 모욕적인 언사를 스스럼없이 내뱉는지, 가슴에 칼날이 박힌 듯 심장이 아려왔다.자신의 결혼식이라. 그 상대가 결코 레인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에스메는 뼈아프게 잘 알고 있었다. 제국에서 손꼽히는 무인(武人) 명가인 샤를 후작가가 황궁의 버려진 카드에 불과한 자신을 며느리로 맞아줄 리 만무했으니까.“에스메,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휠체어에 앉아 혼례를 치러도 너라면 참 아름다울 테지.”아처린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에스메와 그녀의 뒤에 버티고 선 레인을 번갈아 훑었다. 그 노골적인 조롱에 에스메는 도리어 오기가 생겼다. 예전처럼 힘없이 주눅 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구겨지려는 마음을 다잡으며 눈에 단단히 힘을 실었다. “저 역시 언젠가 맞이하게 될 제 결혼식이 무척이나 기대되네요, 오라버니.”당당하기 짝이 없는 에스메의 태도에, 곁에서 숨을 죽이던 레이나와 레인의 눈이 동시에 동그랗게 커졌다. 당연히 기가 죽어 눈물을 흘릴 줄 알았던 동생이 꼿꼿하게 나오자, 아처린은 심사가 뒤틀렸는지 비아냥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그런데 네 옆에 과연 누가 서게 될까? 그 또한 아버님의 엄한 뜻에 따르게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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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순애, 유통기한이 긴 짝사랑

라이신은 어느새 바아르의 느슨해진 팔을 풀고 품에서 빠져나와, 폴짝! 가볍게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러더니 연기 장막 너머의 사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짜고짜 달려갔다.‘형님?’바아르는 멍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라이신의 뒷모습과, 낯선 사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에 짙은 검은 머리.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수려한 미형의 사내는 밀려오는 라이신을 보며 다정하게 미소를 지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라이신의 머리통을 쓱쓱 쓰다듬어 주던 사내는, 이내 말을 탄 채 굳어 있는 바아르와 시선이 마주쳤다.“아, 각하께 제대로 인사를 드려야겠군.”바아르는 머리끝까지 밀려오는 기이한 충격에 사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사내는 바아르가 고삐를 쥐고 있는 말 곁으로 성큼 다가오더니, 한쪽 무릎을 꿇고 다른 무릎을 세우며 기사로서 최고의 격식을 갖춘 예법으로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각하. 섀도우 폰 루타스 캔돔, 주군을 뵙습니다.”바아르는 제 눈을 의심하며 사내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섀도우······?”늘 검은 복면 뒤에 숨어 목소리만 내던 그의 민낯을 처음 마주한 바아르는, 너무 놀라 눈을 가늘게 떴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약간의 현기증이 일 지경이었다.바아르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묘한 감정을 누르며, 복면을 벗고 당당하게 인사를 건네는 섀도우를 내려다보다 마침내 말에서 내려왔다.“섀도우. 라이신과 꽤나 각별한 사이인가 보군? 언제부터 형님 소리를 들을 만큼 가까워진 거지?” “아, 그리되었습니다.”두 남자의 대화 뒤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섀도우를 바라보던 라이신이, 둘 사이의 묘한 기류가 신기했는지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러고는 섀도우와 바아르를 천천히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저기······ 섀도우 형님. 바아르 각하와 혹시 친인척 관계이신가요?”질문을 받은 바아르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어서 제대로 답변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담긴 눈빛을 도우에게 보냈다. “난 캔돔 대공가 방계인 루타스 백작가의 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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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아슬아슬, 나대는 심장

그때, 상점 옆자리에서 시비가 붙어 주변이 어수선해졌다.할 로드와 레이나는 구석에서 목소리를 낮추었지만, 저편의 사내들은 저잣거리가 쩌렁쩌렁 울리도록 고함을 질러댔다. 만취한 남성 둘이 기어이 언성을 높이며 일어나 휘청거리고 있었다.“끄윽, 전쟁이 날지도 모른다고! 정신 차려!” “누가? 우리가? 설마······ 감히 누가 쳐들어와? 여기 캔돔가야. 끄윽······ 정신은 너나 차려!” “아니지! 캔돔 대공가가 황가를 칠지도 모르지! 우리가 제국을 통째로 쓸어버릴지도 몰라!” “그럼 우리도 끌려가나? 자유민은······ 병역의 의무가 있잖아. 뭐가 아쉬워서 전쟁이야? 끄윽!”할 로드는 백성들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흉흉한 이야기가 도나 황당했다. 그냥 넘길 수가 없어 주변을 살피자, 이미 이목이 꽤 쏠려 있었다.“더 잘 살지도 모르지! 캔돔 제국, 좋잖아? 황성으로 쳐들어가는 건 기사님들이나 하겠지?” “어휴, 이 멍청한 자식아, 전쟁 나면 다 죽어! 에잇!” “어? 너 지금 나 쳤냐?” “맞을 만한 소리를 하니까 맞는 거지!”분위기가 험악해지며 서로 밀치더니, 갑자기 사내 하나가 레이나 쪽으로 쓰러졌다. 레이나는 생각에 잠긴 채 찻잔을 들고 있던 차였다.“어! 이 사람이!” “으윽! 뭐? 끄윽! 어?”할 로드는 본능적으로 레이나의 팔을 낚아채며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고는 의자째 자신 쪽으로 거칠게 끌어당겼다.“어머!”우당탕탕탕! 쨍그랑!시비가 붙은 사내 중 하나가 벌러덩 나자빠지며 탁자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할 로드는 술 취한 사내들을 향해 무섭게 호통을 쳤다.“지금 뭐 하는 겁니까! 그런 불온한 소리를 함부로 입에 올리면 당장 잡혀갑니다!” “끄윽, 윽! 아, 어? 기사님이시네?” “아이고, 죄송하게 됐습니다, 우릴 지켜주시는 고마운 기사님. 끄윽.”그때, 레이나의 하얀 손등에 찻잔 파편에 베인 붉은 상처가 할 로드의 눈에 박혔다. 그걸 확인한 순간, 이상하게도 할 로드는 이성이 끊긴 듯 더 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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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아찔하게, 놀랐잖아

대공령의 하늘에 노을이 번지기 시작했다. 거리는 오렌지빛으로 물들며 점차 어둠에 삼켜져 갔다.레이나는 할 로드의 진심이 술기운인지 단순한 기사도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웠다. 다가갈수록 차갑던 레인이라든지, 육체적 관계에만 집착하던 아처린만 봤던 그녀였다.그래서 레이나는 남성에게 사랑을 기대하길 포기한 지 오래였다. 말하지 않아도 레이디로서 배려해 주는 이는 할 로드가 처음이었다.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졌다.“할 로드, 멋진 기사님 맞네. 나 아껴주는 줄 알고 착각할 뻔했잖아.” “넌 내 친구야. 라이신의 은인이니까 아끼는 건 당연하지.”레이나는 술잔을 들며 새침하게 미소 지었다. 노을빛이 닿은 할 로드의 말간 피부가 유독 빛났다.“할 로드처럼 잘난 남자가 아무 레이디에게나 그러면 나중에 큰코다쳐.” “그쪽이 아무 레이디는 아니지. 우리는 생사도 넘기고 비밀도 공유하는 특별한 친구잖아.”할 로드는 술잔을 단숨에 비우고는, 사내들이 떠난 자리로 시선을 돌렸다.“쳇, 그나저나 이 평화로운 대공령에서 웬 전쟁 타령이야?” “할 로드. 이곳 자유민들은 의식이 깨어 있나 봐.” “다 살만하니까 세상 걱정도 하는 거겠지.”레이나는 대공가에서 실력으로 신분 상승을 한 할 로드를 보며, 이곳이 살기 좋은 곳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자기는 대공가가 좋은가 봐?” “그럼, 난 캔돔가 사람인 게 자랑스러워. 전쟁이 나면 목숨 걸고 이곳을 지킬 거야.” “와우, 진짜 기사네.”할 로드가 비어가는 술잔을 채워주자, 레이나는 의자를 옆으로 밀어 그의 바로 옆자리로 몸을 옮겼다.“왜, 거긴 불편해?” “아니, 할 로드랑 같은 곳을 감상하고 싶어서.” “좀 낭만적이네.”할 로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려 조금 전 레이나가 앉았던 자리의 풍경을 확인했다. 레이나는 제 말을 귀담아듣는 그의 행동을 기분 좋게 관찰했다. 그는 안주를 그녀 앞으로 밀어주면서도, 주변의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잠시 턱을 괸 레이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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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 안녕하세요. 중간 인사 드리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GoodNovel 독자님들. 늦게 인사 드리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작가 silver구슬입니다. 글을 읽다가 갑자기 작가 인사가 등장하면 흐름도 끊기고 방해될까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께 감사한 마음은 전하고 싶어 이렇게 몇자 드립니다.한국에서는 회차 밑에 작가 코멘트를 다는 시스템인데 굿노벨은 발표 이후에 수정할때만 달 수 있어 이렇게 한달 동안 드리고 싶었던 말을 모아 메모 드립니다. :)부족한 글인데 찾아서 읽어 주시고, 굿노벨 한국어판에서는 로맨스가 주류인데 로판을 이렇게 즐겨 주셔 너무 영광입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글솜씨는 부족하고, 전문적으로 글 쓰시는 전업 작가님들과 비교하여 뭔가 어색할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글쓰기 프로그램 이용도 노! 문체 교정 프로그램도 노! 맞춤법 교정 외에는 사전을 살피며 단어를 고르면서 쓰기에 풋풋하지요.그래도 뭔가 이 글은 재미있네? 개성이 있네? 여주가 능동적이네? 세계관이 흥미롭네? 이렇게 단 한분이라도 즐기시는 분이 계시다면 저는 그 분을 위해 몇 달이 걸려도 완결을 보여 드릴겁니다. ^^ 그리고 앞으로 꾸준하게 굿노벨에 글을 보여드리다 보면 오호! 작가 성장했네~ 이번에는 읽어줄 만하네~ 이 작가 참 성실하게 작품을 발표하네~ 이렇게 느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하하! 희망사항이지요!)그래서 언제든 잘 보고 있다, 빌런 때문에 화가 난다!, 제발 고구마 없애 달라! 여주 오늘 사이다!, 재미있었다! 등 댓글을 주시면 더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제 인생 최초의 로판입니다. 판타지는 좋아하는 장르이고, 한때 죽음은 늘 제 곁에 있었기에 죽고 나면 다른 세계가 있을 거야~가 희망이 되던 시절 절실하게 즐기기도 했습니다.(다크한 개인사는 더 이상 언급 놉!) 대신 다른 나라 작품이나 남성향 소설, 형사물, 추리물을 즐겼던 저는 A4용지 약 47쪽에 달하는 설정, 명칭, 마법, 이름 유래 등 세계관을 구축하고 시놉시스를 썼기에 준비 기간만 3개월이었습니다.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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